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2
371장. 위험한 남자 (2)
‘뭐야? 이 동양인들은?’
트럼프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기분이 좋았다.
요즘 핫하게 잘나가는 월가의 투자 전설 로버트 라이언이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친한 친구를 소개시켜준다는 말에 일정을 취소하고 뉴욕까지 날아왔다.
로버트 라이언과 인연이 되기 위해 미국 상류층은 난리였다.
미국 역사상 이렇게 빠르게 부를 차지한 인물이 없었다.
소유하고 있는 헤지펀드와 투자회사 연 수익률이 수백 퍼센트였다.
트럼프도 로버트와 인연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연줄을 동원했었지만 소용없었다.
승승장구 성공했던 부동산에서 요즘 들어 재미를 못 봤다.
모기지론으로 인한 부동산발 금융 위기에 재산이 반토막이 났다.
요즘 들어 사업이 힘들어졌다.
TV에 100억 달러 자산가로 소개됐지만 순수 자산은 30억 달러 정도였다.
대부분 맨해튼 부동산이었기에 월가의 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거기에다 리조트 사업 하나가 지금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그 손실액만 해도 수억 달러가 넘었다.
몇 년 전 개설한 트럼프 대학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최고 위기의 순간이었다.
트럼프에게 로버트 라이언의 연락은 구원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그가 평소에는 전화도 거절하더니 이번에는 먼저 만남을 요구해왔다.
“배가 고프군. 다들 앉지~.”
로버트 라이언이 자리에 앉았다.
악수를 나누던 트럼프도 착석했다.
“…….”
짧은 침묵이 흘렀다.
웃고 있는 잘 생긴 청년은 트럼프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마치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와 안면이 있나요?”
트럼프가 물었다.
“대웅에 있었던 친구가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 대웅!”
10년 전 한국에서 대웅과 손을 잡고 부동산 사업을 벌인 적이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연관된 부분을 알게 되자 트럼프 특유의 활짝 웃음이 터졌다.
정식으로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대웅, 참 좋은 회사였습니다.”
트럼프는 이름을 빌려주고 짭짤하게 이익을 챙겼었다.
트럼프에게 인간은 딱 두 부류였다.
이익을 주는 인간과 손해를 끼치는 인간.
지금 눈앞의 한국 청년은 어느 쪽에 해당될지 모르지만 엄청난 이익을 남겨줄 것 같은 돈 냄새가 났다.
“그래서 제가 대웅 건설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함께해 볼 의향이 있으십니까?”
“!!!”
만나자마자 사업적 의견을 타진하는 청년 다니엘 장.
“나도 투자자로 나설 건데 트럼프 자네는 어떤가?”
로버트 라이언도 나섰다.
‘이거…. 뭐 하자는 거지?’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촉이 발달한 트럼프는 입맛을 다셨다.
자신에게 목적이 있어 이 자리가 마련된 걸 느껴졌다.
하지만 냉정하게 지금 자신은 이렇다 할 메리트가 없었다.
“일단 식사부터 하죠~ 여기 요리가 정말 환상입니다.”
동양인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가 봐도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이 분위기를 띄웠다.
“저도 배가 고프군요. 오늘은 귀한 분들을 만났으니 이 저녁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돈 냄새를 맡은 트럼프가 지갑을 열었다.
동양인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어 그들의 성향을 잘 알았다.
미국인과 달리 대접을 받으면 반드시 갚으려하는 동양 스타일.
트럼프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
꼭 만나고 싶었던 남자가 눈앞에서 웃고 있었다.
2020년에 봤던 얼굴보다 10년 젊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시끄럽고 탈 많았으며 화끈한 꼴통으로 이름을 날린 사내.
평범한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이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훤히 보였다.
과거에는 웬 미친놈이 미국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했었다.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에 무소속을 오가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된 괴짜.
늘씬한 금발 미녀들을 사랑하는 호색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WWE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풍운의 사내였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을 두들겨 패 부모님이 군사학교에 보냈을 만큼 말썽 꾸러기였다.
그러나 수석으로 졸업을 한 후에 와튼 스쿨에서 경제학 학사를 받았을 만큼 머리가 좋았다.
물론 머리 좋은 잔머리의 대가 코스를 받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학업과 질병 핑계로 징병을 피했다.
아버지에게 대출을 받아 맨해튼 고층 건물들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을 일궜다.
금수저 집안의 똑똑한 아들이었다.
돈을 벌어들이면서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미스 유니버스 조직회를 인수하거나 모델 매니지먼트사를 설립해 수많은 미녀들을 미국 패션 산업에 진출 시켰다.
내가 보기에 이건 사심 가득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관상이 좋았다.
눈두덩이가 크고 짙어 노력형 운세가 보였다.
동시에 체력이 받쳐주고 정력이 왕성했으며 음탕한 면이 강했다.
세 번 결혼도 부족해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게 되는 이유였다.
눈꼬리가 생각보다 날카로워 두뇌가 명석하고 정열적인 타입임을 증명했다.
체형도 양인 체질로 흰자위가 많아 폐가 왕성했다.
금백이 강하기에 호색한 기질에 불을 지르는 경우가 된다.
가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도 폐의 영향 때문이었다.
얼굴형태도 전체적으로 둥글었다.
왕성한 식욕과 더불어 복이 새어나가지 않는 형태였다.
누가 말려도 꼴통 짓을 하며 대통령까지 된 데에는 얼굴상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매 눈의 형태라 날카롭고 직선적이며 투쟁심이 강했다.
언론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동시에 매라는 동물 특성답게 자기 것에 대한 물욕이 강하고 도전하는 상대를 가만두지 않았다.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지만 건들면 매처럼 물어뜯는다.
웃을 때 매력이 넘쳐 이성을 끄는 힘이 강했다.
코도 재물을 담는 복코였다.
정력에 돈도 많고 똑똑한 트럼프 주변에 여자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꿀물에 달라붙는 파리 떼와 같은 형세였다.
하지만 자세히 그 눈을 더 들여다보면 뱀눈이 엿보였다.
간계하여 상대를 홀리는 재주가 비상했다.
국민들을 트위터로 홀려 대통령까지 된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다니엘, 내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예약했던 코스 요리가 나왔다.
정력왕답게 스테이크를 큼지막하게 쓸어 담았다.
와인을 벌컥거리며 마시다 말없이 지켜보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좋은 관상입니다.”
“오! 관상도 볼 줄 아십니까?”
“동양에서는 사업을 위해 관상을 배우기도 합니다.”
“제 관상은 어떻습니까?”
묻긴 뭘 물어.
“욕심이 많은 관상입니다.”
“그렇죠? 하하하. 제가 욕심이 좀 과합니다.”
트럼프의 저런 넉살이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스스로 욕심이 많다는 걸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 처음으로 타임지가 아닌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 출신이다.
말뿐인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건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군요.”
“!!!”
빙긋 웃으며 미끼를 던졌다.
트럼프 눈동자가 처음으로 놀람을 보였다.
이때부터 트럼프는 대통령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돈도 벌고 미녀들과 질퍽하게 놀아도 보았던 그가 정치에 욕심낼 건 뻔했다.
살아 있는 동안 남자로서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죽고 싶은 것 같았다.
풍운의 아이콘이 맞았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그건 남자가 아니죠~.”
상남자 포스도 보였다.
러시아 짱과 어둠속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맞았다.
상남자는 상남자를 알아보는 법이다.
“맞습니다. 남자라면…. 큰 꿈을 품고 살아야죠.”
“저와 죽이 잘 맞는 것 같군요. 식사 후에 와인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여성과의 와인 한잔보다 더 치명적 유혹이었다.
“물론이죠. 어렵게 만났는데 헤어지기 아쉽습니다.”
미래의 대통령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계속된 식사.
트럼프의 유쾌한 농담을 들으며 즐거운 만찬이 이어졌다.
***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감사합니다.”
트럼프는 다니엘이라는 젊은 한국 청년을 집에 초대했다.
리무진을 이용했다.
트럼프 타워라 불리는 맨해튼의 건물.
주변에 건물 일곱 채를 소유하고 있는 뉴욕 거물은 쉽게 집에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로버트 라이언도 없이 단독으로 다니엘을 초대했다.
“오셨습니까.”
“빌~ 오늘도 수고가 많아.”
빌딩 경호원과 인사를 나누고 트럼프는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화려하고 거대한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보이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엘리베이터는 팬트 하우스 전용이었다.
“늦은 시간에 실례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와이프와 애들은 플로리다 별장에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트럼프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2005년도 세 번째 결혼 이후 집에 사람을 초청한 건 처음이었다.
셀럽 파티도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호텔에서 열었다.
‘로버트 라이언도 눈치를 봤어…. 뭔가 있어.’
큰 덩치에 비해 트럼프는 눈치가 빨랐다.
식사를 하는 중에 여러 담소가 오고갔다.
로버트 라이언이 다니엘이라는 청년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동반한 미녀도 다니엘에게 집중했다.
대화를 더 하자는 핑계로 집에 초청했다.
66층 버튼을 눌렀다.
66층부터 68층 최고층까지 전용 공간으로 사용했다.
띵.
부드럽고 빠르게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한 집.
얼굴인식 센서로 작동하는 자동문이 한 번 더 열려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와우! 대단합니다!”
동양인 다니엘이 놀라워했다.
“별것 아닙니다. 하하하하.”
자기애가 강한 트럼프는 과시욕도 하늘을 찔렀다.
문손잡이부터 황금이었다.
66층 응접실로 사용하는 공간은 뉴욕 시내뿐만 아니라 허드슨 강도 보였다.
미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야경이 근사했다.
바닥은 모두 대리석이었고 샹들리에를 비롯해 모든 집기들이 루이 16세기 당시 프랑스 왕궁과 비슷했다.
미국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다웠다.
“앉으시죠. 제 포도농장에서 재배한 포도로 제조한 근사한 와인이 있습니다.”
근무하는 요리사와 도우미도 모두 퇴근한 후라 트럼프가 직접 움직였다.
그는 누가 봐도 기가 죽을 럭셔리 와인바에서 술을 꺼냈다.
탁자 모서리 부분도 모두 황금처리가 됐다.
잔도 로마 귀족들이 사용했다던 황금잔이었다.
또로로로.
별다른 장식이 없는 병에서 붉은 포도주가 따라졌다.
“흐음~. 향기로 보아 섬세한 개성을 지닌 피노 누아 포도로 제조한 녀석이군요.”
‘어? 이 친구 와인에 대해 좀 아는 거야?’
트럼프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와이너리도 운용했다.
최고급 품종과 시설을 완비해 자신의 호텔에 공급하고 또 선물용으로 사용했다.
“붉은 체리…. 그리고 익어가는 달콤한 자두 향, 바삭한 흙을 품은 담백한 버섯 향까지…. 부르고뉴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퀄리티 와인과 비슷합니다.”
“!!!”
다니엘의 와인 품평에 트럼프는 진심으로 놀랐다.
동양인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와인 애주가가 아닌 이상 저렇게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엄격한 식사 예절을 익혔던 트럼프도 이제 겨우 알아가는 맛이었다.
“대단하군요~”
“와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건 관심 정도가 아닙니다. 소믈리에 수준이에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와이너리 몇 개 구입해 놨습니다.”
“오! 정말요? 환상입니다!”
트럼프는 진심으로 놀라고 좋아했다.
격이 떨어지는 사람과 상종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자신이 졸부처럼 놀았기에 그런 사람을 몹시 경멸했다.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에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좋은 만남이 될 것 같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오라고 불러도 됩니다.”
트럼프는 마음을 한 번 더 열었다.
“알겠습니다. 레오~. 당신도 편하게 말을 놓으세요.”
챙!
와인 잔이 부딪치고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와인을 마셨다.
“레오. 언제 한 번 와이너리에 방문해도 될까요?”
“다니엘, 오늘 밤 당장이라도 가고 싶으면 말만 해.”
트럼프가 호기를 부렸다.
공항에 전용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럴까요?”
“그럼~ 나도 심심했는데 잘 됐어.”
사실은 일이 많았다.
여러 가지 사업적 위기로 자금이 필요했다.
아직 빚보다 자산이 많아 은행에서 조용했지만 어느 날 고용 변호사가 파산을 외칠지 몰랐다.
“그런데 말이야….”
트럼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네?”
“식사 자리에서 말한 내가 꾸고 있는 큰 그림이 뭔지… 알고 있는 거야?”
마지막 테스트였다.
트럼프가 진짜 친구로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할 순간이었다.
“레오….”
이름을 진지하게 부르는 다니엘.
속을 전혀 알 수 있는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는 트럼프.
인생에 있어 몇 번 겪었던 위기 속의 터닝 포인트라는 걸 쿵쿵 뛰는 심장이 말해왔다.
“지금 화이트 하우스 주인을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겠어요?”
“뭐, 뭐!”
트럼프는 진짜 당황했다.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숨겨놓은 욕망의 끝.
한국인 다니엘이 콕 찍어냈다.
“레오…. 당신이 꾸고 있는 꿈의 지분에… 내가 투자해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귀를 파고드는 믿을 수 없는 악마의 유혹.
트럼프의 등을 타고 서늘한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렸다.
눈앞의 동양인.
분명 위험한 남자였다.
# 37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