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07
406장. 겨울철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방법 (1)
“그놈이……. 러시아에 갔다고?”
“방금 전에 들어온 정보입니다.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사하 공화국 공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사하 공화국에 또? 스키 국가대표라고 하지 않았나?”
“스키를 들고 왔다고 합니다. 놈이 소유한 땅은 지금 설원입니다. 노르딕 스키를 타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습니다.”
리장창은 제갈유량의 보고에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렸다.
올림픽 기간을 이용해 놈을 제거하려 만반의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졌다.
“수상해……. 그놈이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모를까?”
“놈은 차르와도 만났습니다. 차르의 허락 없이 사하 공화국 땅을 매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의 보호 장치를 신뢰한다 이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르는 친구에게 관대한 자입니다.”
“찝찝해. 느낌이 안 좋아…….”
리장창은 요즘 들어 더 기분이 별로였다.
딸의 임신은 기쁜 일이 분명하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심상치 않았다.
“홍콩을 통해 들어오는 자본금이 얼마라고 했지?”
“어제까지 2000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홍콩에 상장된 본토 기업들의 주식이 대거 해외 자금에 넘어갔다.
자금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금액이 장난 아니었다.
미국, 유럽에서 상당수 자금이 몰렸다.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던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낙관론이 지배적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버팀목을 담당할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밖에 없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상부에서 자금을 정책적으로 풀고 있어 그 효과를 투자자들도 깊게 받아들인 겁니다.”
제갈유량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힘이 가득 들어갔다.
미국과 밀월 관계가 계속 유지됐다.
9.11테러 전 부시 정권은 중국 인권과 소수민족 문제 등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부는 당황했다.
아직 크기도 전에 당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는 걸 그들은 알았다.
그때 터진 9.11 테러로 인해 밀월 관계가 형성됐다.
반테러 전쟁에 중국이 적극 응하자 부시가 매를 거뒀다.
2008년 금융위기도 호기였다.
미국발 경제 위기에 세계 경제가 동반침몰 할 때 중국 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했다.
곳간을 활짝 열어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이 크게 덕을 봤다.
오바마의 순진한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자극하지 않고 상생을 도모했다.
의회나 고위 권력층에 로비를 활발하게 벌였다.
도광양회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점점 현실화를 눈앞에 둔 중국몽.
“미국놈들, 아니 세상 그 어떤 나라와 민족도 믿으면 안 된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보안이 철저한 리장창 사무실 내 전화가 울렸다.
“리장창입니다.”
전화기에 뜨는 발신번호를 보고 리장창은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
– 리 단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작정이요? 놈이 러시아에 있다는 걸 모르오?
“지금 고민 중입니다.”
장태산에 관한 일이라는 걸 리장창은 알았다.
천단 단주 장문량은 적에게는 반드시 열 배 이상 복수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이 정도면 그 동안 많이 참았다.
– 천단 소속 고수들을 파견하겠소.
장문량의 의지가 확고했다.
아들 장천이 중국에 돌아와 반병신이 됐다는 정보는 들었다.
장태산에게 얼마나 얻어 터졌는지 트라우마가 생겨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단 소속 고수들은 인단이나 지단 전문가들과 실력부터가 달랐다.
대대로 내려온 무림 문파의 후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홍위병이 날뛰던 문화혁명 시기에도 살아남은 후예들을 은밀한 곳에서 보살폈다.
역사가 깊은 천지회 자체 고수들도 상당히 많았다.
‘어쩔 수가 없군.’
리장창도 찝찝하던 참이었다.
이번 기회에 정리하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인단에도 협조 요청을 해놓겠습니다.”
– 고맙소. 리 단주.
“회주께는 따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 미리 그곳에 애들을 보내놨소.
정치가 중점인 천단 단주라지만 다른 정보 라인이 존재했다.
장태산이 러시아로 이동했다는 소리에 천단 고수들을 이미 파견한 것 같았다.
장태산 한 사람으로 인해 천지회의 협업에 작은 구멍이 생긴 셈이었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공격은 기다리십시오. 여러 가지 조율과 동시에…… 처리하겠습니다.”
– 그건 리 단주에게 맡기겠소.
“고맙습니다.”
– 미안하오. 하지만……. 녀석을 끝장내야 잠이 올 것 같소.
“그 심정 충분히 짐작합니다.
– 하하.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소.
통화는 짧게 끝났다.
“단주님…….”
옆에서 듣고 있던 제갈유량도 심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지난 100년 넘게 이어져 왔던 천지회의 암묵적 규칙이 훼손되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반복되기는 쉬운 일이다.
월권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의 화합이 깨진다.
“놈이 문제다. 가장 잔인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제거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리장창.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차가운 살기가 비쳤다.
***
“이동 마법진은 쉬운 게 아니에요.”
“7서클 마법사도?”
“7서클 마법사도 마법에 관한 걸 다 알지는 못 합니다~. 7서클에 포진한 독창적이고 개별적인 마법만 해도……. 각 마탑에 따라 수십 개가 넘어요. 그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마법이 이동 마법진이랍니다.”
“내가 아는 마법사들은 주문만으로도 너무 쉽게 시전 하던데…….”
“누가요?”
아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다.
TV나 만화에 나오는 마법사들은 어린것들도 주문만 중얼거리면 휙휙 빛으로 사라졌다.
그게 다 구라였던 것 같다.
“내가 살던 곳에서 들었던 전설의 마법사들~.”
“8서클 마법사라면 주문 만으로도 이동 마법을 펼칠 수 있어요.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이들에게 공간의 제약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7서클 마법사는 이제 마나의 감춰진 뜻을 제대로 이해한 자들이에요. 마법 이해력, 마나 친밀력, 소유 마나량, 정확한 좌표와 마법진의 배치까지 완벽해야만 탈이 안 나요. 이동마법 잘못 펼치면……. 바다 속이나 땅속에 처박혀 바로 죽을 수 있어요.”
300일 선물 이후 아린은 나에게 무척 친절했다.
나보다 연배는 누나지만 그녀는 나를 깍듯하게 존중했다.
나도 그녀가 좋았다.
이렇게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나누는 마법 지식 대화는 고차원적인 시간 소비였다.
마법에 관한한 어떤 질문을 해도 그녀는 거침없이 답했다.
마법의 천재였다.
지구였다면 그녀는 최연소로 박사 학위를 따고 NASA 같은 곳에서 열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린이 여러모로 고마웠다.
그녀의 가르침은 지구에서는 결코 배울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마법에 관한 신들을 불러봤지만 응답이 없었다.
지구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세계가 돌아갔다.
무조건 나에게 축복을 내려줬던 신들과 알파닥이 핵심이었다.
물론 지금 존재하는 모습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여러 세계에서 사기케였다.
정령사이면서 마법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습득 가능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유나에게 피겨 스케이팅 기술을 전수할 때 이미 입증됐다.
유나에게 자신감을 살짝 불어 넣었다.
‘나도 할 수 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주문을 걸었다.
똑똑하고 스케이트에 욕심이 많아 유나는 바로 내 뜻을 알아챘다.
이곳에 오기 전 힐을 선물해 주었다.
물론 그날 봤던 모든 것은 유나 엄마까지 포함해 모두 비밀에 붙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곧장 스키 장비를 챙겨 러시아로 날아왔다.
사하 공화국 수도 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무너진 성으로 이동했다.
보는 눈이 없는 그곳에서 이계로 바로 점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원 이동에 들어가는 카르마 포인트 할인율이 높아졌다.
처음과 비교할 때 반에 값도 안 될 만큼의 적은 포인트가 계산 됐다.
이곳에서 아린을 통해 세밀하게 각종 마법을 더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푸틴 아재가 제공한 비밀 루트를 통해 중국놈들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내가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놈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알고 있는 움직임이어서 그냥 놔뒀다.
날 추울 때 나오는 겨울 쓰레기는 한 번에 모아서 처리하는 게 제 맛이다.
“정리 부탁했던 방어 마법진이 이거야?”
“네~. 쉽게 해석해 놨으니까 어떤 마법사가 봐도 적용시키기 편할 거예요.”
아린에게 성에 장착할 마법이라고 말하고 특별히 부탁했다.
아린은 아낌없이 내어줬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아무리 내어줘도 세상에 아까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아무리 목숨이라 해도 말이다.
– 칭호가 ‘순진한 마법사 제대로 빨아먹는 이계 양아치 제비’로 바뀌었습니다.
알파닥이 이렇게 가끔 시비를 걸어왔다.
300일 키스도 못 받아본 놈이 말이 많았다.
후훗. 알파닥은 분명 모태솔로 대마법사일 것이다.
– 닥쳐! 생각도 하지 마! 재수 없어! 밥맛이야!
알파닥 말투가 가끔 여자 같을 때가 있다는 게 좀 걸렸다.
“아린 정말 고마워.”
“…….”
아린은 무엇보다 칭찬에 약했다.
역시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갔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순수함의 절정을 찍는 여인이다.
처음 만날 때와 성격이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전히 지옥에서 막 올라온 것 같은 한 쪽 얼굴과 또 다른 한 쪽 얼굴.
내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양쪽 얼굴의 모습이 같아 보일 정도였다.
“겨울이 깊게 왔네…….”
아린 옆에 서서 창밖을 바라봤다.
영지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창고에는 식량이 넘쳤고 성벽 위에는 든든한 병사들이 수비를 섰다.
눈이 소복이 쌓였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다들 평안해 보였다.
외성 안쪽 마을 꼬맹이들이 뛰어 나와 눈싸움을 하고 잡기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상단 마차들이 추운 겨울에도 수시로 왕래했다.
그들이 뿌리고 간 물자들이 넘쳤다.
땅은 넓고 새로 건설되는 마을도 많았다.
마력석으로 가동되는 목욕탕 덕분에 영지민들 모두 위생적인 일상을 영위했다.
아린이 설치한 정화 마법으로 물은 그때그때 깨끗하게 정화됐다.
이 정도라면 환경오염이 극심해지고 있는 지구에 마법 기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마력석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극비로 진행 중이었다.
가루로 부셔 새로운 충전기 재료를 만드는 데까지 진행됐다.
한 연구원의 생각이 기발했고 그것을 당장 실현 가능한지 연구에 들어갔다.
그에게는 특별 보너스를 팍팍 던져줬다.
뿐만 아니라 태양열 전지 공장도 인수하고 또 새로 증축도 하며 설비를 확충했다.
공장 가동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리겠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곳처럼 누구나 평화롭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여기 사람들은 아직 물질에 덜 오염됐다.
하루 먹을 빵과 따뜻하게 잠 잘 곳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신탁을 받아 들어온 신전에서 축복을 수시로 내려주어서 그런지 병든 자들도 드물었다.
나이가 들어 몸의 기운이 빠져 자연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여러 행복들 역시 이곳 영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다른 영지들은 수시로 전쟁과 몬스터의 침공으로 타격을 받아 평온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봄이 되면 이 평화가 깨질 수 있었다.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아린이 창밖을 내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팔을 올렸다.
움찔 놀라는 아린.
“아린 덕분이야~.”
“…….”
이런 달콤한 대사는 이 낯선 대륙에서 듣기 힘들 거다.
아린이 나를 가만히 돌아봤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겨 있는 저 뜨거움…….
오늘 333일 기념으로다가…….
“가끔…… 당신은…….”
그래 말 안 해도 다 알아.
나 부드럽고 참 섬세한 남자야~.
“올리브 기름보다 더 느끼한 거 아세요?”
“컥!”
– 푸하하하하하하. 쌤통이다!
***
부우우우우웅 부우우웅.
설원을 가로지르는 수십 대의 제트 스키 썰매가 장관이었다.
아침까지 내린 눈으로 도로는 모두 폐쇄 됐다.
오고 가는 길에 인적은 전혀 없었다.
땅이 넓고 강렬한 추위가 몰아치는 사하 공화국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었다.
차가 많지 않았고 도로를 치울 능력도 안 됐다.
그런 설원을 달리는 수십 대의 제트 스키 썰매.
2, 3인용 썰매에는 단단하게 옷을 챙겨 입은 이들이 타고 있었다.
썰매에는 총을 비롯해 각종 병장기가 묶여 덜그럭거렸다.
목적지는 단 한 곳.
GPS 위성 신호를 체크해 가며 빠르게 달렸다.
시간은 어느새 늦은 오후.
강렬하게 눈에 반사되던 태양이 점점 숨을 죽였다.
휘이이이잉.
칼날 같은 겨울바람이 몰아쳐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낡은 성의 모습.
– 목적지가 보인다.
스키를 몰던 이들의 이어폰에 조용한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 특수 훈련과 무공을 수련해 이런 추위에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 모두 무기를 착용하도록.
처저적.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스키에서 내린 이들이 각자 총과 칼 따위로 무장했다.
그 숫자는 약 100여 명.
– 놈을……. 발견하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이라는 상부의 명이다. 절대……. 살려두지 마라!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이행되어야 할 명령.
스스스슷.
눈 덮인 설원 위로 살기를 감춘 그림자들이 빠르고 민첩하게 포위망을 구축하며 이동해 갔다.
# 407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