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71
572장. 쓰레기 처리 비용 청구서 (2)
‘뭔가 잘못됐다!’
천준규는 갑자기 나타난 검사직무대리 장태산을 보고 강렬한 불길함을 느꼈다.
최도철이 실수할 놈이 아니었다.
부산을 이끌던 구성파를 몰아내고 10년 만에 알짜 자리를 꿰찼다.
항구 냉동 창고뿐만 아니라 서면과 핵심 유흥가까지 차지했다.
휘하의 행동대원들은 손속이 잔인했고 위에 대가리는 무식하고 철두철미했다.
밑바닥 깡으로 성장했던 구성파 핵심 행동대원들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리고 시작된 짧은 전쟁.
핵심 전사들이 빠진 구성파는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났다.
일본 야쿠자와 항구파가 결속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그 이후 항구파 관할 지역에 마약이 본격적으로 유통됐다.
외국에서 취업비자로 들어온 젊은 여성들도 그들의 착취 대상이었다.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아왔던 항구파.
조직원들의 깡과 실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느낌이 싸했다.
“니 뭐꼬?”
아직 여유를 잃지 않고 상대를 확인하는 최도철.
딸깍. 치이익.
담배를 하나 빼 물고 천준규 앞에서 장태산을 삐딱하게 바라봤다.
후우우우.
들이마셨던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돼지 셀프 훈제 하냐?”
“뭐라꼬? 도야지 훈제???”
어이없는 듯 두 눈을 부릅뜨는 최도철.
“하나, 둘, 셋…… 여섯……. 헐……. 스물이 넘네? 너 살인 전문이냐?”
‘저 새끼 뭘 보며 지껄이는 거야?’
천준규가 장태산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최도철 주변 공간을 보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폐창고 안이다.
스물이 넘는다는 장태산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니 박수가?”
최도철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며 딱딱하게 굳었다.
장태산이 과거 자신이 죽인 이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언급했다.
“훈제에 이어 얼굴에 칼집이라……. 남해용왕님 좋아하시겠다. 오늘 스페셜 칼집삼겹살 드시겠네. 후후훗.”
장태산이 최도철도 당황할 만큼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천준규 역시 처음 보는 장태산의 사악한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보통 양아치들이 일반인들을 괴롭히고 희롱할 때 짓는 비웃음.
“뭐라카노! 주딩이 닥치라!”
최도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얼굴에 남아있는 칼빵은 최도철의 아픈 상처였다.
과거에는 훈장처럼 여겼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가 됐다.
이 상처 때문에 낮에 얼굴 들고 활동하는 걸 꺼리게 되기도 했다.
성형으로도 감출 수 없는 지난 과거의 흔적.
부산에서는 감히 최도철 외모에 관해 입에 올릴 자가 없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최 전무. 저 새끼가 내가 말한 그 겁대가리 상실한 검사직무대리야!”
“야가? 그 애송이라꼬예?”
“맞아. 저 새끼 확실히 담가야 돼!”
최도철의 도발에 힘입어 천준규도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면전에서 똥 냄새 난다고 입을 놀리던 건방진 놈.
“우리 얼라들 다 어데다 뒀노?”
최도철이 조직원들 행방을 물었다.
“수영하러 갔다.”
“수영?”
“최소 1년짜리야. 그리고 찾으려고 애 쓰지 마. 너도 곧 합류할 테니까.”
“이 새끼 너 사람을 죽였구나!”
말뜻을 알아들은 천준규가 소리쳤다.
“사람 아니고 살찐 돼지들. 죽인 거 아니고 용왕님께 보시했다~.”
“……담갔다고? 니가?”
최도철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도저히 최도철의 상식으로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태석은 최도철의 오른팔이었다.
사시미 다루는 솜씨가 멋있었고 자신도 맞짱 뜨는 걸 주저할 정도였다.
그런데 검사직무대리가 그런 구태석을 바다에 담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간단하게 처리했다는 듯한 뉘앙스.
‘이 자슥…….’
사람 목숨 수십 명을 전혀 거리낌 없이 죽여 온 최도철의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과거 최도철의 얼굴에 칼부림을 하고 사시미에 복부가 뚫렸던 구성파 행동대장과 싸움.
그때 당시에 느꼈던 긴장감이 몸을 휘감았다.
그때 놈이 마누라와 딸이 죽는 걸 보고 꼭지가 돌아 이성을 잃지 않았다면 최도철은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스릉.
언제나 품에 넣고 내어놓지 않는 사시미를 꺼내드는 최도철.
질이 좋은 놈은 아니지만 첫 작업 때부터 최도철과 함께해 온 연장이다.
“크크크. 이 삐아리 시키……. 니 창시하고 대갈베이는 오늘 내 끼다.”
혀로 사시미 옆면을 핥았다.
살인하기 전 벌이는 최도철만의 숭고한 의식.
“판 깔고 약 팔게~? 여기서?”
장난기 섞인 말투로 최도철을 자극하는 장태산.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스윽.
그리고 오른손을 조용히 들어 최도철 정면으로 뻗어 중지를 바짝 세웠다.
“뒈지라!!!”
순간 눈알이 홱 돈 최도철.
그대로 장태산을 향해 사시미를 날렸다.
다른 조폭들과 달리 검도를 수련한 경험이 있는 최도철이었다.
찌르는 게 아니라 횡으로 빠르게 베어갔다.
쉐에엣.
사시미 칼날은 길지 않았지만 사선으로 베어가는 칼질은 예술이었다.
전무 자리에 앉아서도 칼질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언제 뒤통수 치고 자리를 빼앗으려 들지 모르는 어둠의 세계.
사시미는 최도철의 생명과 같았다.
턱!
“???”
하지만 사시미가 오늘은 최도철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항시 기름을 먹여 날을 세워 두었던 사시미가 검사직무대리 손아귀에 잡혔다.
이 상황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약한 인간의 가죽으로 절대 잡을 엄두를 낼 수 없는 칼날이다.
“이이!!!”
용을 쓰며 사시미를 빼내려 힘을 줬다.
꿈쩍도 안 하는 사시미.
“용 쓰지 마라. 육수 떨어진다~.”
마치 장난감 칼을 손에 쥔 것처럼 가볍게 말하는 장태산.
도리어 장태산이 손에 힘을 주며 사시미 칼날의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우두둑.
힘을 주고 저항하는 최도철의 팔목과 어깨뼈가 기형적으로 비틀어졌다.
스읏 스읏.
점점 최도철의 이마로 꺾여지는 사시미의 번들거리는 칼 끝.
“으으…… 으…….”
온 힘을 사시미를 쥔 손에 쓰며 버티고 있어 입을 여는 것마저도 힘들었다.
사시미를 놓아버리고 싶었지만 강력본드로 붙인 듯 손바닥이 떨어지지 않았다.
칼끝이 미간 가까이 붙으면서 최도철의 눈동자가 사시가 됐다.
피하지 못하고 두 눈으로 똑바로 쳐다봐야만 하는 죽음의 칼.
‘미친! 이놈 미쳤어!!!’
최도철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주하고 있는 장태산은 자신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진짜 살인귀를 뒤집어쓴 자였다.
한두 번 이 짓을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이제야 실력을 믿었던 행동대원들의 목숨이 어떻게 됐는지 알았다.
“머, 멈춰! 장태산! 이 미친 똘아이 새끼야!”
끼릭.
그때 들려오는 미세한 낯선 소음.
몇 년 전부터 신형으로 교체되기 시작한 3인치 38구경 리볼버의 총신이 장태산을 향했다.
본래는 퇴근 시에 반납해야 했지만 오늘 외근 근무를 신청한 강력계 형사 천준규는 권총을 소지한 채 나왔다.
규율이 느슨한 지방 경찰서라다 보니 누구 하나 꼼꼼하게 터치하지 않았다.
총구를 겨누기는 했지만 천준규는 쉽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저 새끼……. 분명 사람을 죽였어! 확 엮어 버린다!’
천준규는 그 틈에도 빠르게 잔머리를 굴렸다.
어떤 수법으로 최도철을 겁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총에는 장사 없었다.
거리는 약 5미터 정도.
말을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방아쇠를 당기는 수밖에 없다.
“넌 조금만 더 기다려.”
뒤를 돌아보며 천준규를 향해 능청스럽게 웃는 장태산.
“뭔 개소리야! 너 그러다 뒈져…….”
“홀드!”
천준규가 입에 침을 튀기며 외치는 순간 귀속을 파고든 이상한 한마디.
“!!!”
동시에 거짓말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움직여 보려고 해도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살인 돼지. 지옥에서 차사들이 마중 나왔다……. 잘 가라. 언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 차라리 다음 생은 사막에 사는 미어캣으로 환생하는 거 추천한다. 너도 전전긍긍 망이나 보며 살아봐야 약자들의 마음을 알지.”
콰드득.
장태산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사시미 끝을 최도철의 이마에 박아 넣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최도철은 목구멍으로 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비명을 고통스럽게 내질렀다.
머리통을 뚫고 들어오는 칼끝의 아픔은 상상이상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바싹 돋았다.
고통이 짜릿하기까지 했다.
터억!
어느 정도 칼끝이 이마에 박혀들자 칼날을 놓고 손잡이를 잡아 나머지 칼날까지 쑤셔 박는 장태산.
쑤욱.
최도철의 뒤통수 쪽으로 삐쭉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사시미 끝.
붉은 피가 아롱지며 칼끝에서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철퍽.
사시미가 뇌를 관통하자 모든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한 최도철은 진흙이 무너지듯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죽기에는…….’
조직의 보스가 돼 보는 게 최종 목표였던 최도철은 죽고 싶지 않았다.
– 새끼 빨랑 나와. 클클.
– 아우! 분이 다 풀리네.
– 기다리고 있었다. 도철아~ 키키키.
– 넌 영원히 살 줄 알았냐?
– 오빠야~. 니 대가리 빵꾸났어야~.
귓가에 웅웅거리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들.
과거 어린 시절 최도철이 강간한 후 살해한 여성과 구성파 조직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해 이유도 모르고 죽었을 영혼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 이승력 2012년 10월 19일 오후 8시02분. 악인(惡人) 최도철 영혼 출(出)!
새카만 가죽 바지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재킷을 걸치고 기다리고 있던 지옥차사가 보였다.
태블릿 피씨 같은 물건을 들여다보며 쓰러진 최도철 앞에서 읽었다.
그리고.
슈욱!
최도철은 좀 전과 달리 몸이 한없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바닥에 쓰러진 채 입을 벌리고 피거품을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안 돼! 아직 난…….
퍽!
그때 뒤통수에 느껴지는 얼얼한 충격.
– 이마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ㅤㄹㅣㅆ네~. 크크.
– 오빠야~. 니 디졌다 아이가~. 호호호.
– 이 새끼 너 보려고 아직 저승에 안 갔어 인마. 반갑다. 잡놈의 새끼야~.
– !!!
최도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살아 있는 듯 느껴지는 감각이 생생했지만 어딘가 낯설었다.
게다가 과거 자신이 직접 작업했던 이들이 버젓이 눈앞에 나타나 반갑다고(?)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 니 쫄리노? 지린 강생이만큼 표정이 와그라노?
– 신참. 똑바로 해라. 저기 계시는 리처드 강 차사님 성격이 영 별로시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영혼들 틈에 낀 최도철은 입과 몸이 얼어붙었다.
– 피를 보아하니……. 고조부가 스시마 해적 쪽바리구나……. 어쩐지. 쯧쯧.
가죽옷 차림의 저승차사 리차드 강이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혀를 찼다.
최도철은 과거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본이 좋았다.
왠지 정감이 가고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게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야쿠자와도 의형제를 맺었을 만큼 마음이 많이 갔다.
그 이유를 죽어서야 알 수 있게 됐다.
– 오늘도 고마워~.
그때 저승차사가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장태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아는 체를 하는 장태산.
최도철은 말도 안 되는 이 모든 상황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 저, 저기. 저자는 어떻게 됩니까?
최도철은 자신이 장태산의 손에 죽임을 당해도 가만히 있었던 천준규를 가리켰다.
여전히 총을 들고 장태산을 겨냥한 채 서 있는 배신자 천준규.
– 저건 염장용이야.
– 그게……. 무슨.
– 도철아~. 자는 용왕님 꺼라는 소리재~.
– 오빠야, 예전에도 억수로 무식하더니 지금도 똑같네~. 짭새 오라비는 바다 물귀신 될 끼라. 저기 문 앞에 용궁사자들 안 보이나?
귀신들의 설명에 고개를 돌리는 최도철.
– !!!
공장 뒷문에서 바로 보이는 바닷가 쪽에서 보이는 축축하게 젖은 물귀신들의 실루엣.
– 태, 태석아!
행방이 궁금했던 항구파 행동대원들의 모습이 그 무리에 섞여 있었다.
특히 머리통이 깨져 피를 흘리고 있는 구태석이 눈에 띄었다.
녀석은 미친놈처럼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사, 살려줘……. 자수할게! 제발……. 살려줘! 집에 나만 믿고 사는 마누라와 자식이 둘이나 있어. 늙은 노모는 나 아니면 안 돼!”
천준규는 가차 없는 살인 장면에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 한두 명 죽인 솜씨가 아니었다.
여태 이런 검사직무대리는 없었다.
조폭 머리통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시미를 박아 넣어 그 자리에서 죽였다.
그것도 맨손으로 단단한 사람 대가리를 뚫었다.
총을 쥐고 있었음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요상한 말 한마디가 들리는가 싶더니 도대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숨은 부지해야 했다.
무조건 살려 달라고 비는 수밖에.
“너 가정폭력으로 진작 이혼했잖아. 애들도 부인이 데리고 간 걸로 아는데. 아니야?”
“!!!”
놈은 이미 자신의 사생활도 알고 있었다.
“그, 그래도 애들에게는 아빠가…….”
“양육비도 안 보내면서 이제 와서 무슨 아빠야. 가정상습폭력이 특기잖아. 그리고 노모는 큰형님이 보살피던데. 무슨 상관?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노모 찾아간 것도 3년 전이 끝.”
비웃음을 띤 채 장태산이 줄줄 천준규의 가정사를 읊었다.
“…….”
천준규는 입을 다물었다.
“당신 같은 아빠는 없는 게 나아. 노모에게는 안 됐지만 어차피 치매니까 패쓰~. 당신이 죽으면 안 되는 다른 이유 말해 봐.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제대로 나를 납득시키는 놈이 지금까지 없었다. 참고해!”
‘살아야 돼! 이놈 미쳤어!!!’
눈앞의 검사직무대리가 마치 살귀처럼 보였다.
“불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경찰 비리 모두 털어놓겠습니다!”
말투가 바로 존칭으로 바뀌었다.
“하늘승리교는?”
“……그것도 불겠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이런, 어쩌나. 미안하다. 시간 다 됐다.”
“네?”
“내가 특별히 널 위해 포인트 지급하고 특급 쓰레기 처리를 요청했거든. 그런데 벌써 왔네~.”
장태산 시선이 바다와 연결된 공장 뒷문 쪽을 옮겨졌다.
스윽스윽.
“으헉!”
그때 사시미에 대가리가 뚫려 죽은 최도철의 시신이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가 끌고 가듯 공장 뒷문을 지나 바다 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촤아아앗.
그리고 짠내음 가득한 바닷물이 밀물 때도 아닌데 밀려와 피를 씻어냈다.
덜덜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천준규 몸뚱이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괴사.
“사, 살려…….”
터억!
살려 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무언가가 다리를 붙잡았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본 천준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뭔가 붙잡는 느낌이 선명하게 전해지고 축축하게 젖어오기 시작하는 바지.
“으아아아아아아!”
최도철이 그랬던 것처럼 비명을 터트렸다.
스윽 스윽 스윽.
점점 강하게 당기는 힘.
콰당!
버티던 몸뚱이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크으!!!”
천준규는 온 힘을 다해 버텼다.
손가락을 세워 시멘트 바닥을 긁으며 저항했다.
손톱이 부러져 나가고 찢어지며 피가 터졌다.
스으으으윽.
어쩔 도리 없이 질질 끌려 나갔다.
손가락을 세운 채 시멘트 바닥을 긁으며 끌려가는 자리마다 선명하게 그어지는 붉은 핏자국.
“내가 경고했지. 나 건들면…… 물귀신 된다고.”
까맣게 잊고 무시해 버렸던 장태산의 경고.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이 부러지고 얼굴이 시멘트 바닥을 쓸며 깎였다.
쉬이이이이이익.
어느 순간 천준규의 몸뚱이가 엄청난 속도로 공장 뒷문을 통과해 바다 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무심하게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장태산.
그 모습이 마치 이승과 저승을 잇는 심판자 같았다.
촤아아아아아앗.
다시 한 번 핏자국을 씻어내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바닷물.
이내 붉은 빛이 섞인 바닷물이 쏟아져 나가며 천준규를 거칠게 감싸 안았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