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00
601장. 주인과 곰
“처음 뵙겠습니다. JS 로펌의 변호사 신덕수라고 합니다.”
“장태산 변호사님은…….”
“지금 미국 출장 중이십니다. 당분간 제가 변호를 맡을 예정입니다.”
“네에…….”
‘키가…… 엄청 크네.’
염중천과 이혼 소중 중인 조은희는 장태산이 아닌 새로운 변호사를 보고 첫인상에 살짝 당황했다.
키가 엄청 컸다.
한눈에 봐도 스포츠 선수 같았다.
스타일은 깔끔했다.
웬만해서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감색 슈트가 제법 잘 어울렸다.
시계와 구두, 벨트, 넥타이핀 같은 액세서리 모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품들이다.
이제 막 제대한 사람처럼 머리카락은 아주 짧았다.
대신 가볍게 착용한 은테 안경이 그의 인상을 지적이고 샤프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장태산 변호사가 잘 생김의 표본이라면 신덕수 변호사는 듬직함의 대명사 같았다.
‘신생 로펌이라더니…… 다들 나이가 젊네.’
JS 로펌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젊었다.
다른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지 않아 얼떨결에 맡기게 됐지만 만족했다.
남편과 그가 가진 배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혼 소장을 낸 뒤로 남편은 여러 차례 협박 전화를 걸어왔다.
장태산 변호사가 조언한 대로 과감하게 전화를 끊었다.
새로 번호를 받아 핸드폰을 개설했다.
움직일 때마다 주변에 깡패들 몇 명이 어슬렁거렸지만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JS 로펌에서 제공한 완벽한 경호.
안전한 숙소와 두 사람의 경호원이 항상 조은희를 따라다녔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처음 맛보는 안정감이었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조은희는 요즘 부쩍 살이 올랐다.
대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을 휴학시킨 뒤 미국으로 보냈다.
그 일 역시 모든 절차를 로펌에서 알아서 해결해 줬다.
아이들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상태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하라는 로펌의 배려.
남편 재산이 얼마인지 아직 모르지만 분할 위자료 중 10퍼센트를 지급하기로 한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혼 재판 과정은 생각보다 지루합니다. 합의 이혼이 아닐 경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반드시 이혼하고 싶어요!”
조은희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 악마 같은 놈 목소리를 안 듣고 얼굴을 안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졌다.
“아시겠지만 이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같은 재산 권리 찾기입니다. 사실 위자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3천만 원 정도가 한계입니다.”
“네.”
“서류를 살펴보니 재판상 이혼 사유는 넘칩니다. 부정행위 및 부당한 대우, 폭력 같은 혼인유지가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다수입니다.”
신덕수는 조은희를 만나러 들어오기 전 심호흡을 했다.
의뢰인이 원수 집안인 염중천의 와이프였다.
자신과 직접적인 악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대한 냉정함을 잃지 않고 의연함을 유지했다.
“부군 되시는 염중천 씨의 재산을 실사 중입니다.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과 가압류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얼마나…… 되나요?”
마음이 떠난 여자는 아무리 어제까지 부부였다 해도 무서운 존재였다.
조은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한때는 남편의 사업을 위해 주변 친구들을 통해 돈을 구했던 조은희.
이제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애썼다.
“지금까지 밝혀진 재산은……. 400억 정도 됩니다.”
“네? 400억요???”
조은희는 진심으로 놀랐다.
100억 정도로 짐작하고 있었는데 남편 재산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로펌이 적극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분할재산에 대한 승리 수당 10퍼센트만 해도 20억이 넘었다.
“남편 측에서 조정신청을 했습니다. 응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었다.
최대한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 온 악마에게 더한 괴로움을 주고 싶었다.
“그럼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자녀분들도 미성년자가 아니니 가사조사 같은 경우도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덕수는 내심 안도했다.
염중천을 괴롭힐 수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의향이 있었다.
그 점은 조은희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겠네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재산 내용이 복잡해 물건과 채권에 관해서도 가처분과 가압류가 진행되었습니다.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이네요.”
“혼인기간도 25년이 넘고 요즘은 법원에서도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결혼 전 특유재산 파악이 혼미하고 이혼 유책성까지 합쳐진다면 재산의 50퍼센트는 받아낼 수 있습니다.”
“……환상적이군요.”
조은희가 미소를 지었다.
“출국 준비는 끝났습니다. 모든 전권을 위임해 주셨으니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JS 로펌만 믿겠어요.”
조은희는 그 어느 때보다 심장이 뛰었다.
수백억 자산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시작하게 될 새 출발.
수십억의 비용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변호사님,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나요?”
조은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오늘 처음 본 신덕수 변호사.
과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가 흔한 인상은 아닌데…… 다들 정감 있는 인상이라고 하니 그렇게 보일 겁니다.”
“그렇죠? 초면인데 낯익어서…….”
“지금 일어나시죠. 로펌에서 고용한 경호원들이 대기 중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출국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남편 분이 검찰을 이용해 형사 고소라도 하면…….”
“네! 지금 출발할게요!”
덕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조은희.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음 짓는 신덕수.
‘염중천……. 그리고 염씨 집안 놈들…… 다 기다려라! 이제 본격 시작이다!’
***
“이번에 실수가 컸습니다. 보스. 용서해 주십시오.”
로버트 라이언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를 누구보다 믿었지만 사람이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는 법.
다리우스 와이너리에서 경험한 불쾌함은 생각보다 영향이 컸다.
오바마가 보였던 제왕적 행동.
그를 떠받들던 미국 경호원들.
로버트는 현장에 있었던 경호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경호 대상인 나에 대한 충성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회에서 이루어진 이해관계의 한계였다.
“격언에 한 번의 실수는 인생의 좋은 약이라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로버트가 더 안전해진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로버트는 절대적인 필수 파트너다.
“보스께서 추천한 한국 경호원들을 중용했습니다.”
이런 날을 대비해 씨큐리티 직원들 중에 몇 명을 선발해 미국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를 만들었다.
위험한 시기인 만큼 미국 본토인에게 나의 등을 맡길 수 없었다.
“로버트,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서서히 민주당과 거리를 두십시오.”
“알겠습니다.”
“특히 힐러리 쪽은 최대한 조심하십시오. 야심이 많은 인간은 남녀를 불문하고 위험합니다.”
욕심 많은 힐러리.
그녀의 사고방식은 보통의 다른 미국인들보다 독특했다.
정치에 대한 야망이 중국을 통치했던 무후를 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녀 뒤에 누군가 있다는 소문을 지난 생에서 들었다.
“로버트, 테슬러에 파견할 이사들을 준비시키십시오.”
이제는 분위기를 전환할 때.
직접 월가로 날아왔다.
발론 머스크가 테슬러를 통째로 넘기려는 걸 만류했다.
테슬러는 머스크가 아니면 답이 없다.
그만이 꿈꿀 수 있는 혁신적 세상.
돈은 내가 벌고 재주는 머스크가 부리면 됐다.
주인과 곰의 관계 정도면 나는 만족한다.
이것저것 던져진 미끼에 머스크는 항복했다.
화성 이주가 목표인 그에게 지구의 자본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을 것.
“전문가들로 섭외했습니다.”
“여러 루트를 통해 암중으로 지배하십시오. 머스크는…… 앞으로 대단한 돌풍을 일으킬 천재입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입니까?”
“로버트는 아닌가요?”
“솔직히 과대망상 환자 같습니다. 미래를 예견하는 혜안은 있을지 모르지만 실행과정이 아마추어입니다. 스페이스 사업이 그나마 효자 사업이지 나머지는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아직 투자할 가치가 적은 사업입니다.”
로버트의 식견이 많이 넓어졌다.
그러나 핵심은 투자 방향성이 안정적이라는 것.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나의 지시가 없어도 현상 유지는 가능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월가에서 보낸 세월이 로버트를 보수적 투자자로 만든 것이다.
“로버트, 돈이 모자랍니까?”
“네?”
“은행 통장에 쌓인 자금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감춰진 차명 계좌와 사모펀드까지 합쳐 로버트가 굴리는 자금이 5000억 달러가 넘어갑니다. 그 중에서 수백억 달러 정도 날린다고 티가 납니까?”
“보스…….”
“스티븐 매튜가 죽고 난 뒤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와 같은 최고의 혁신사업가는 이 세상에 아주 가끔 등장합니다. 그들을 돕는 게 우리 같은 돈 많은 투자자들의 할 일입니다.”
아직 회신이 없는 스티븐 매튜.
어디서 신이 되기 위해 빡시게 훈련을 받고 있을 그.
지금은 멀쩡해 보이지만 머스크 역시 우주신의 부름을 언제 받게 될지 몰랐다.
그가 좋아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항해하다 인간의 삶을 경험하던 영혼이 우주신에게 다시 돌아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전에 정당한 방법으로 머스크의 자산을 고스란히 가져와야 했다.
“코스모스 링크라는 이름을 들어봤습니까?”
“처음 듣습니다.”
“머스크가 저녁에 샌드위치를 대접하며 말하더군요. 몇 년 후에 인공위성 수천 대를 하늘에 띄워 지구 인터넷 망을 장악하겠다고 말입니다.”
“네? 이, 인공위성 수천 대요? 머스크가 제정신입니까? 수천 대의 인공위성을 날리려면 엄청난 로켓이 필요합니다. NASA도 부담스러워 발사 횟수를 줄이는 마당에 망해가는 사업가가……. 끙.”
인공위성을 돈으로 보는 로버트.
“전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지에서도 인터넷이 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투자팀을 꾸리십시오.”
“따르겠습니다.”
“한꺼번에 지원하면 안 됩니다. 1억에서 10억 달러씩 쪼개서 주십시오. 제가 승인할 때마다 말입니다.”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한꺼번에 주면 닥치는 대로 먹고 탈이 나는 법.
“알겠습니다.”
“지분 확보는 어느 정도 됐습니까?”
“테슬러의 지분 25퍼센트를 확보했습니다.”
“더 확보하세요. 머스크에게 투자금을 지불하면 더 내놓을 겁니다. 단, 10년 안에는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지시한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로버트의 장점은 또 이렇게 명확했다.
조언은 하되 결코 거역은 하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계속적으로 높이십시오.”
“각본대로 진행 중입니다.”
“제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5년 뒤부터 미국과 강하게 붙게 될 겁니다.”
“경제전쟁 말씀입니까?”
“로버트도 짐작하고 있군요.”
“글로벌 지배력을 놓고 정면충돌이 발생할 건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유럽 위기를 틈타 G2가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 대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그때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짜고 치는 각본이 맞았다.
로버트가 이 정도 알고 있다면 이미 끝난 게임이다.
2013년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의 양털을 깎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하고 있었다.
중국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지만 안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다음 대 대통령은 반드시…….
“트럼프와 며칠 전 점심을 먹었습니다.”
“잘했습니다.”
“괴짜더군요.”
“친하게 지내십시오.”
“말투가 거칠지만 시각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목표한 바를 위해서는 조국도 팔아먹을 야망가입니다.”
로버트의 눈썰미가 좋다.
2020년 내가 죽기 전까지 그의 재선문제로 세상이 다 시끄러웠다.
탄핵은 면했지만 트럼프가 싼 똥이 곳곳에서 지뢰가 됐다.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오갔다.
중국 혁신 제조 2025년을 꺼내들고 야심차게 출발한 시진핑 황제에게 거하게 똥물을 뿌린 트럼프.
“조용히 많이 도와주십시오. 가끔 골프도 치고……. 남자들만의 뜨거운 우정도 쌓고 말입니다.”
“보스……. 저를 범죄현장의 증인으로 만들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눈치 아주 빠른 로버트.
“보너스 드리겠습니다.”
“보스 그렇다고…….”
“새로 개발한 기막힌 기적의 넥타가 있습니다. 이걸 마시면 최소 10년은 더 젊어질 게 확실한데…….”
“보스! 맡겨만 주십시오! 트럼프와 내일 밤 약속을 잡겠습니다!”
금세 돌변해 씩씩하게 답하는 로버트.
이래서 약물 중독이 무서운 거다.
“진짜 친구가 되세요. 트럼프가 화려해 보지만 참 외로운(?) 남자입니다.”
“……설마.”
무엇을 상상하는지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로버트.
노노! 거기까지는 오버다.
대답대신 가볍게 씨익 웃었다.
이럴 때 로버트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띠리리리리리.
그때 울리는 스마트폰.
모르는 국제전화번호다.
띠릭.
통화버튼을 눌렀다.
“Hello.”
– …….
상대 쪽에서 대답이 없다.
“누구십니까?”
– 다니엘……. 저예요.
어! 이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