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25
726장. 착각.
“달라이 라마가…… 그놈을 만났다니.”
“흐음.”
자금성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베이징 2환로에 자리한 고위 당간부 사무실.
입구부터 철통 보안이다.
주변 도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본래부터 공산당 당사가 있어서 베이징시 등록 차량이나 군용차, 외교관 차량만 출입 가능한 지역이었다.
오늘 따라 삼엄하기 그지없던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
2환로에 위치해 있는 제법 큰 고층 건물 최고 상부층.
야경을 위해 불이 켜진 자금성을 바라보며 세 명의 남자가 대화를 나눴다.
모두가 심각한 표정.
“저도 예상 못 한 부분이었습니다.”
홍콩에서 곧장 리장창이 날아왔다.
그의 표정은 더 어두웠다.
“허어. 장태산, 그자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시진핑을 주석으로 세운 1등 공신 장문량이 혀를 찼다.
천단의 단주를 떠나 장태산은 아들과 악연이 깊었다.
장자인 장천을 개처럼 팼던 장태산.
그놈 때문에 장자 장천은 트라우마로 아직도 불면에 시달리며 비명을 질렀다.
천지회를 떠나 이제는 가문의 원수나 진배없었다.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장태산의 숨은 능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중국 권력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그를 상대하기에 아직도 부족했다.
장태산의 뒷배는 미국이었다.
“놈이 돌아갈 때…… 미사일을 쏴 버릴까요?”
인단의 왕 단주가 호기롭게 눈빛을 빛냈다.
성도군구 52산악 사단 사단장에서 단시간에 중장 계급으로 올랐다.
시진핑의 총애를 받고 유례없는 속도로 군부에서 승진했다.
한국의 대장급에 해당하는 중국 군부의 중장 계급.
주석의 총애를 등에 업고 군벌 상당수를 장악했다.
하지만 그런 왕 단주도 장태산을 어쩌지 못했다.
특수하게 훈련한 부하들을 몇 차례 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암암리에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모디 주지사를 암살하기 위해 보냈던 테러범들 역시 왕 단주가 보낸 자들이었다.
연이은 실패에 왕 단주는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불가합니다. 놈이 사용하는 자가용 비행기는 미국 월가의 로버트 라이언 회사 소유입니다. 자칫…….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리장창이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마음 같아서는 요격 미사일을 날려 한 방에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장태산은 무척 교묘했다.
주로 사용하는 비행기가 모두 미국 국적기였다.
“달라이 라마가 장태산을 왜 만났을까요? 재정 지원 문제일까요?”
정치권을 책임지고 있는 천단 단주 장문량은 의구심에 빠졌다.
달라이 라마를 제거하기 위해 수십 번 암살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밀교 특유의 신통을 부려 매번 시도한 테러에서 살아남았다.
인도 측의 신변 보호 또한 특별했다.
티베트가 독립하면 그 후원자가 되려는 인도.
티베트 독립이 성사되면 인도는 자연스럽게 중국과의 국경 문제 상당수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사실 국경 지방은 사람이 살기 척박한 고원이었다.
그럼에도 인도와 중국은 서로 국가의 자존심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리장창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뭘까요?”
왕 단주가 답답한 듯 물었다.
“달라이 라마가 무력으로 티베트를 되찾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불교의 교리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투입할 병사들을 양성하지도 못합니다. 임시 정부와 포교를 위해 필요한 자금도 생각보다 적습니다.”
“자금 문제가 아니라면…… 장태산을 왜 만났다는 겁니까?”
장문량도 예민했다.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제 주석에 오른 시진핑의 권력이 약화될 수 있었다.
주석이 되긴 했지만 현재로써는 완벽하게 중국 정치권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공산당 세력은 철저하게 분리돼 있었다.
어제의 친구가 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칫 실기하면 핵심 상무위원 자리 몇 개를 양보해야만 했다.
“짐작하건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종의 거래가 진행 중일 겁니다. 미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장태산이라면…… 더욱 더 달라이 라마가 만나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미국…….”
“끙.”
미국이라는 말에 장문량과 왕 단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절치부심 힘을 키웠지만 미국은 아직도 상대하기가 벅찬 상대였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기축통화인 달러라는 무기는 시시때때마다 상상불허의 힘을 발휘했다.
이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중국 IT산업도 미국의 헛기침 한 번이면 크나큰 타격을 입을 게 뻔했다.
과거와 달리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인민들.
미국과 싸우자고 들면 경제적 타격으로 전면전이 먼저 벌어질 판이다.
그때 인민들 지지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공산당은 과거 수많은 중국의 제국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암살은…… 포기하는 겁니까?”
리장창의 말에 왕 단주가 분한 듯 물었다.
“장태산을 제거하기 위해 파견한…… 왕 도인이 사라졌습니다.”
“헛!”
“와, 왕 도인이!”
리장창의 허탈함이 가득한 말에 장문량과 왕 단주가 눈을 부릅떴다.
그들도 알고 있는 왕 도인의 불가사의한 능력.
“어디로 사라졌단 말입니까?”
장문량이 놀라서 물었다.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그가 꿈꾸던 등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등선이라니요!”
“등선…….”
리장창의 연이은 충격적인 발언에 두 사람은 강하게 부정했다.
구전과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등선이었다.
중국이 전통 도가의 뿌리라지만 대부분 과장되게 꾸며진 소설로만 내려오는 헛소리였다.
아직 내공을 수련하는 자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등선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저도 짐작만 할 뿐입니다. 장태산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은거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요. 약조했던 50년의 기한이 다 채워졌으니……. 도인이 못 갈 곳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리장창도 마음이 하도 답답해서 내놓은 말이었다.
“리 단주 말대로 일단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군요. 허어어…….”
장문량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 할 듯합니다.”
왕 단주도 동의를 표했다.
“일단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죠. 회주님께는 제가 따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리장창도 고개를 끄덕이며 최종 동의했다.
‘장태산……. 네놈이 정녕…….’
리장창은 허탈한 심중에도 마음 한 구석의 악독한 심기를 떨칠 수 없었다.
중국의 약점이나 마찬가지인 달라이 라마.
그와 장태산이 엮이게 되면 이제 남은 건 피비린내 나는 진짜 전면전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
영어로 alliance.
둘 이상의 개인이나 조직, 국가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일치된 행동을 하기로 맹세하여 맺는 약속이나 관계를 의미하는 단어다.
존자님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존자님과 내가 동맹을 맺어야 할 이유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카르마 포인트를 돈 주고 구입하는 것까지는 땡큐다.
지구에서 달라이 라마 존자님처럼 포인트에 박식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얼마나 많이 윤회했는지도 모를 존자님이 쌓아온 포인트는 앞으로 내 전용 교환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맹이 문제였다.
돌아오는 이익보다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은 그 자체가 중국의 아킬레스건.
어떤 식으로든 동맹 관계가 알려지게 되면 중국과는 개싸움이 벌어질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악마 군단처럼 움직일 자들이었다.
인권이나 최소한의 국가로서 갖춰야 할 도리는 물론 개인의 도덕적 양심도 헐값에 팔아먹는 자들이었다.
막말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밀었던 파룬궁도 안면 몰수하고 탄압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신도들이 감옥에 갇히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돈은 넘치고 몸은 아픈 사람들이 구입해 가는 장기 적출의 대상이 그들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백번 그러고도 남을 자들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노리고 산호초 군락을 메워 섬으로 만든 비양심의 대명사.
타국의 주권은 무시하면서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오면 권력과 인민을 동원해 개떼 작전을 벌였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힘을 소유하게 된다면 주변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 재앙이 몰아칠 것이다.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어떤 짓도 서슴지 않았던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과 공개적으로 적이 될 수도 있었다.
천지회를 상대하는 보이지 않는 싸움과 종류가 달랐다.
마음은 의외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존자님께서 말씀하신 동맹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했다.
수없이 많이 윤회했을 고수 앞에서 잔머리 쓰다 걸리고 싶지 않았다.
단 한 번의 회귀자인 나와는 레벨이 달랐다.
죽어 신계에 들어간다면 존자님은 훨씬 높은 상위의 신이 될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말 그대로 동맹을 의미합니다. 보살님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보살이라는 말은 거두어 주십시오. 평범한 일반 시주라 불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엄마가 불교 신자였다.
절에서 오다가다 마주치는 평범한 신도 보살과 같은 가벼운 호칭과 달랐다.
존자님의 보살 호칭은 가히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급으로 들렸다.
내가 진심으로 그 호칭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을 위해 크게 한 턱 내야 할 것만 같은 의미심장함이 느껴졌다.
“그럼, 장 거사님이라 칭하겠습니다.”
존자님은 빙그레 웃으며 나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러니 더 불안했다.
“존자님이 저를 어찌 찾아오셨는지 모르지만…… 동맹이라는 과분한 관계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수행하는 선사나 도인은 아니지만…… 원숭이가 물에 어린 달그림자를 건지려 안간힘을 쓰는 격이라 생각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존자님의 말씀은…… 가벼운 대답만으로 따를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합니다.”
진심이었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과 동맹을 맺는다면 그 순간부터 말로만 떠들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회귀자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입으로만 떠들지는 않았다.
나의 말에 실리는 힘과 책임의 무게가 갈수록 더해갔다.
선업과 악업의 카르마 포인트도 혀끝에서 시작됐다.
특히나 존자님은 수없는 윤회를 거듭하며 엄청난 선업을 쌓으신 분.
말로 가볍게 대꾸하고 따랐다가 짖게 될 구업(口業)을 감당할 수 없을 게 확실했다.
“장 거사님. 제 말로 인해 속박에 걸릴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의 친구 동맹은 거사님과 저만 아는 비밀로 남을 것입니다.”
“…….”
내가 속으로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이미 깨우쳐 알고 있는 존자님.
“그럼 그 동맹에 무슨 득이 있으십니까?”
“저와 같은 수행자가 무슨 득을 바라고 그러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시주나 많이 해주시면 됩니다. 가끔 만나는 미국 친구 분들에게도 제 얘기를 좀 해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 의지할 곳은 이 세상에 많지 않았다.
인도나 미국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면 중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인권 선진국이라는 유럽도 존자님을 초청했다는 이유로 중국 측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
존자님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 됐다.
“그 정도라면……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깨달음을 얻어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존자님께 그 정도는 당연한 예의였다.
마리아님도 나와 친분이 있었다.
야훼와 시바신과도 거래를 튼 사이다.
존자님을 위해서 당연히 감당할 수 있었다.
“하하. 그거면 됐습니다. 진리 안에서는 모두 다 동맹의 친구가 아니겠습니까. 그게 바로 대도를 향한 참다운 마음입니다.”
존자님이 처음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짧게 하는 말에도 혜안의 진리가 넘쳤다.
너도 나도 마음을 말하지만 참다운 마음은 오늘날 같은 세상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빙그레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듣고 보니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동맹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다르게 해석됐다.
하물며 눈이 맑아진 느낌까지 들었다.
음모와 귀계가 넘치는 세상을 살다보니 수행자를 눈앞에 두고도 탁해진 마음으로 마주했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 진정 나에게 원하는 걸 알 것도 같았다.
“도움이 되신다면…… 함께 걸어가 드리겠습니다.”
반짝.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롱하게 빛나는 존자님의 눈빛.
입가에 염화미소가 피어났다.
“진아(眞我)를 찾아 걸어가는 길은 가끔 외롭습니다. 분별하지 않는 장 거사님의 마음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한없이 부끄럽고 부족할 뿐입니다.”
고개를 숙여 합장했다.
어찌 일개 회귀자가 다생겁의 윤회자와 같이 놀 수 있겠는가.
“같이 걸어가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가끔 이렇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존자님의 웃음이 아이처럼 맑았다.
분별심으로 오해를 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나도 아이처럼 웃었다.
분위기 참 좋았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과 이제 난 친구 동맹을 맺었다.
포인트를 아낌없이 바꿔갈 수 있는 동맹.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꼬로록.
그때 존자님의 배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아무리 윤회를 거듭해도 밥은 제때 먹어야 하는 법.
“저녁 공양을 준비하겠습니다. 주방에 부탁해 특별히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채소 음식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네?”
“장 거사님…….”
은근한 눈빛과 목소리로 날 부르는 달라이 라마 존자님.
특별히 부탁할 일이 있는 듯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십시오. 존자님.”
정중한 자세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는 존자님.
그리고.
“저…… 고기 좋아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