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60
761장. 보물창고.(2)
“KI푸드 주식 매집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5%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유해.”
임준형은 이제 더 이상 KI그룹을 그냥 놔둘 수 없었다.
아버지 임성철은 형제라는 이유로 그간 봐줬지만 자신은 생각이 달랐다.
감히 오정에 도전하려 하고, 틈만 생기면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들이대는 피붙이.
외국계 자본이 KI그룹을 작업 중이다.
장태산이 뒤에 있다는 걸 임준형은 알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미 정보가 뿌려진 상황.
장태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전투에 참전했다.
오정이 나선 걸 알면 다른 그룹은 뒤로 빠질 것이다.
“넵!”
“다른 일은?”
“임윤아 상무님이 지금 장태산 대표님과 만나고 계십니다.”
“윤아가?”
“지금 미사리 부근이라고 합니다.”
“그래?”
오정그룹 본사 부회장실.
임성철 회장의 부재로 오정은 곧바로 긴급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황라현 여사의 허락 하에 임준형은 오정전자 부회장에 취임했다.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가 된 셈이다.
해외 사업장까지 합쳐 수백만 오정 임직원들의 수장이 됐다.
임준형은 과거와 달리 성격이 많이 신중해졌다.
정상에 앉아 본 뒤에야 그룹 경영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말 한마디에 그룹의 운명이 좌우됐다.
허투로 말할 수 없었다.
허언이 있다가는 바로 기강에 문제가 발생했다.
노련한 사장단과 임원들이 눈치껏 움직여 주었지만 모든 최종 결정은 온전히 임준형 몫.
몇 달 사이에 몇 년은 더 노화된 듯한 임준형의 모습.
오늘 역시 야심한 밤까지 퇴근도 못 하고 오른팔인 오광연의 보고를 받았다.
부회장 직속 비서실장이 된 오광연은 장태산을 깍듯하게 호칭했다.
병원에서 확실히 장태산의 위치를 파악했다.
오정그룹 오너 일가도 장태산 눈치를 봤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준형이 질투하고 경계했던 장태산.
이제는 논외의 존재가 됐다.
“무슨 일일까?”
막내 여동생과 관련된 일에 임준형은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갑자기 떠오른 후계구도의 다크호스.
스스로 오정그룹 대주주라 밝힌 장태산과 오정의 막내 임윤아는 인연이 남달랐다.
두 사람이 결혼이라도 한다면 오정의 주인은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임준형은 아버지 임성철 회장의 안목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아끼던 막내딸까지 내놓았다.
2008년부터 공을 들였던 장태산.
미국 유학 중이던 윤아를 국내로 불러들여 선까지 보게 했다.
그것도 겨우 스무 살짜리 대학생에 불과했던 장태산과 말이다.
“회사일 아니겠습니까?”
오광연이 추측한 바를 전했다.
“회사일이라…….”
“임윤아 상무님이 맡고 있는 파트가 애매합니다. 오정물산의 주력인 건설 쪽이나 패션이 아닌 상품 발굴부분입니다. 과거와 달리 오퍼상 같은 종합 무역으로는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임아현 부사장님이 임원회의 때마다 실적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한수 실장 같은 그룹 내 2인자가 목표인 오광연도 두뇌가 비상했다.
날고뛰는 인재들이 모여드는 오정그룹 비서실.
보통 다른 회사의 비서 업무와 차원이 달랐다.
오너 일가의 보필뿐만 아니라 인사와 재무, 감사 및 새로운 먹거리 산업 발굴까지 다양한 분야에 비서실 직원들이 투입됐다.
전략 기획실 직원 상당수가 비서실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역할 범위가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도움이라…….”
임준형은 생각에 빠졌다.
장태산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하지만 핵심적 사업 역량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투자 부분에서는 따라갈 자가 없었다.
월가의 로버트 라인언의 파트너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았다.
문제는 장태산이 개입한 그룹이나 회사들의 수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
안아와 천일, 삼룡자동차, 동룡 모두 내수 시장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글로벌 경영이 핵심인 오정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웠다.
그만큼 장태산이 임윤아를 도울 수 있는 파트가 적다는 것이다.
“장주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오광연의 말에 임준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주시라면…….’
오정의 정보력으로도 아직 낱낱이 파악이 안 된 부분이었다.
엄청난 부지에 왕성 같은 규모로 건설된 장주시 복합 연구단지.
장태산 본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단지로 소유자는 불분명했다.
NPE라는 특허관리금융회사를 비롯해 각종 사모펀드와 월가 투자자들의 자본금이 투입됐다.
정부에서 쉽게 터치할 수도 없었다.
지분 대부분이 해외 투자 자금으로 구성되었다.
장태산 개인 소유가 아니었다.
행정부와 지자체에서 인허가를 내준 영역이지만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국제 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물론 소송이 진행되면 국가 패소는 100%다.
세계적 자본을 이겨낼 파워가 아직 한국에는 없었다.
청와대 주인의 힘은 대한민국 안에서만 그 위력을 발휘하는 수준이다.
“모든 허가 절차가 마무리 됐다고 합니다. 여당과 야당에서도 신산업 유치라는 명목으로 특별법을 비롯해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장태산이 진정 무서운 이유는 이거였다.
오정이 파악하기도 전에 의원들을 이용해 각종 규제 법률을 혁파했다는 것.
국민들은 해외 자본에 의한 연구소 유치를 두고 환영했다.
표면적인 투자 자금만 수십억 달러다.
정치권도 치적 쌓기에 도움이 되니 적극적으로 나섰다.
청와대에서도 자신들이 경제 프레임으로 주장하는 21세기 신지식 산업인 만큼 딴죽을 걸지 못했다.
“추진하고 있다는 사업이…….”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배터리와 충전기술,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신산업 발굴 및 친환경 화력 발전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전 듣게 된 정보에 의하면…….”
말을 잠시 끊는 오광연.
“뭔데?”
“바이오 관련 산업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바이오???”
바이오는 오정에서도 중요하게 취급하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현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넘어 바이오 신약 개발을 비롯해 나노 바이오를 이용한 의료 산업과 농업 분야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였다.
결정적으로 임준형의 목줄을 쥐고 있는 기술 분야.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 경영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의 핵심이 바로 바이오 회사였다.
“정확한 사업 분야는 모르겠지만…… 연구진들 숫자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으음…….”
신음을 흘리는 임준형.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피하기를 바랐지만 다시 마주치게 되는 장태산의 그림자.
임준형의 이마에 잡힌 주름이 쉽게 펴지질 않았다.
***
임윤아, 많이 컸다.
나를 처음 만나러 왔을 때만 해도 껍질을 깨지 못한 약병아리 같았는데 이제는 날개를 펄럭거릴 수준은 됐다.
“분야가 너무 막연한 거 아닌가?”
“뭐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순수한 척 되묻는 임윤아.
회사 생활로 잠자던 경영 본능이 깨어난 듯했다.
“회장님 같아.”
“칭찬이지?”
“…….”
“아빠 피를 이어 받았다는 거 장점 아닌가?”
귀여우니까 봐준다.
어차피 속이 빤히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윤아가 성장한 데는 나와의 깊은 인연 덕이 크다.
“여우 모습을 했는데…… 속에는 늑대 피가 흐르는 것 같아.”
“흐흐. 그럼 성공하겠네? 태산 씨가 나 사업하라고 했잖아. 늑대 피가 흐른다면 어디에 내놔도 쉽게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는 뜻이잖아.”
“바이오가 무슨 의미인지 알지?”
“당연하지. 바이오는 영어의 형용사와 부사, 명사 첫 머리에 사용되면 생명과 인간의 삶에 관련되어 있는 포괄적 의미야. 특히 인간을 위한 생명공학을 총칭하며 Biotechnology라고 한다고 정의되어 있어.”
교수 질문에 답하는 우등생처럼 빠르게 교과서적으로 답하는 임윤아.
“특히 21세기는 바이오기술의 본격적 태동시기로 바이오를 이용해 산업적으로 유용한 제품 또는 공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생물학적 또는 생체학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그 모든 기술을 총칭하기도 합니다~.”
흥이 난 임윤아는 알고 있는 만큼 줄줄줄 설명을 덧붙였다.
바이오 분야에 관련해 공부를 했음이 확실했다.
개념 정리가 되지 않고서는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였다.
“그래서?”
흥미로운 시선으로 임윤아를 바라봤다.
“이런 생명공학은 초기 광업적 응용에 국한되지 않고 각종 신약 및 모노클로널 항체 생산과 같은 의학 분야, 동식물의 유전자나 형질 전환에 사용되는 농업공학, 각종 유산균이나 효모균을 이용한 발효공학,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바이오매스 같은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보는 교수의 흐뭇한 마음이 이해가 됐다.
“대략 개념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분야는?”
뭐든 그냥 내줄 수는 없다.
바이오기술은 내가 주도하려 했던 미래 산업이다.
인류의 생명 연장과 환경 보전을 위한 인류 편익 사업은 황금 포인트를 낳는 바이오 경제의 핵심이었다.
“사실 태산 씨가 뭘 개발하는지는 몰라. 장주시 복합 연구단지가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바이오밸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미국 유학을 한 인재는 달랐다.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산업을 이용해 미래 산업을 주도하려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베데스다와 록빌의 연구단지는 인간 게놈 연구소와 FDA, 미국 국립보건원과 존스홉킨스 대학 등이 위치해 있어 최적의 연구 환경을 제공했다.
생명공학 연구소와 교육기관, 최고 의료시설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수백 개가 넘는 벤처 기업을 육성해 냈다.
미국이 갖고 있는 무서운 신기술 개발의 요충지였다.
나도 그 모습을 꿈꿨다.
넘치는 자원이 똑똑한 인재밖에 없으니 딱 한국에 적합한 산업이 아닐 수 없다.
돈만 많은 자본가에서 진정한 미래 산업을 위한 혁명가가 되어야 할 시점.
장주시 복합 연구단지는 그 꿈의 시발점이다.
그래서 꽁꽁 감춰둔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실리콘밸리와 바이오밸리 두 곳을 합친 것보다 더 광대한 미래 기술을 탄생 시킬 것이다.
물론 이계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력석을 비롯해 성수와 마법이 결합해 만들어 낼 신기술.
과학과 이계 기술은 진정한 바이오테크로지의 정점이다.
“기술을 지원 받으면 오정 바이오시스템 대표라도 될 거야?”
“오빠가 가만 두지 않을걸?”
오정 바이오시스템은 임준형의 아킬레스건이다.
오정전자를 비롯해 오정그룹 전체를 삼키기 위한 트로이 목마 같은 사업.
불과 몇 년밖에 안 된 오정의 신생 사업체였지만 위세가 엄청났다.
임준형 소유 주식이 70%가 넘었다.
아직 상장 전이지만 오정의 엄청난 힘이 집결되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오정 계열사들과 사모펀드가 결합해 해외 유수 제약사들의 원재료 생산 계약을 맺었다.
FDA로부터 제조허가 승인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증권 시장에 상장되어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된다.
아직은 의약품 위탁생산 회사에 불과하지만 세계적 규제기관으로부터 제조 승인을 받기 위해 엄청난 투자금이 집행 중인 것을 알고 있다.
이 오정 바이오시스템이 바로 임준형 승계구도의 마지막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오정물산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확고한 대주주가 되어 지주회사의 핵심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걸 꿰고 있는 나였기에 승계 구도에 슬쩍 발을 넣었다.
오정 바이도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난 오정그룹의 핵심인 오정전자를 삼킬 수 있다.
무한 자본력은 잔머리보다 위대한 법.
“그래도 해보고 싶어?”
“당연하지. 태산 씨가 도와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날 믿고 따르는 자에게 돈복의 저주가 임할 터.
임윤아는 어느새 열렬한 나의 신도가 돼 있었다.
이 정도라면 친히 축복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확실하게 주목을 끌 만한 기술은 몇 개 있는데…….”
“정말?”
‘역시’ 하는 눈빛과 존경의 시선을 보내는 임윤아.
“융합 바이오 같은 기술 말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의약 바이오가 최고지.”
“맞아! 의약 분야가 최고야!”
암이나 관절염 치료제 같은 신약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지금도 신약 제조 분야 기업들에는 투자자들이 환장하고 달려들었다.
한 번 개발되어 시중에 팔리기 시작하면 수백억 달러는 그냥 벌어들였다.
“당장 확답은 어려워. 이것저것 알아 봐야 하고 준형이 형님과 대화도 나눠봐야지 않겠어?”
“당연하지. 가족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난 언제나…… 태산 씨 편이야.”
뒷말을 꺼내며 얼굴을 붉히는 임윤아.
갑자기 차 안에 훈풍이 후끈 불었다.
누구나 아는 그 분위기.
스윽.
임윤아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뜨겁다.
그리고.
“나 오늘…… 태산 씨가 끓여주는 라면 먹고 싶은데…….”
저돌적인 임윤아.
이런 걸 거절하면…….
“그럴까?”
부드럽게 임윤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
말이 필요 없는 이심전심.
사라라락.
언제부터 내렸는지 차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임윤아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분위기.
자연스럽게 나의 입술이 천천히…….
띠리리리리리리리리.
그때 갑자기 울리는 스마트폰.
오늘따라 요란하게 울리며 분위기를 작살냈다.
띠리리리리리리리리.
어서 받으라고 재촉하는 벨소리.
“바, 받아봐.”
임윤아가 아쉬움을 토하며 스마트폰을 노려봤다.
모르는 번호가 보였다.
그러나 뭔가 전화를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
“누구십니까?”
– 장 회장님, 접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