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1
80장. 오만둥이
나 오늘 저녁 한가해요…….
그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순간 나는 바보가 됐다.
갑자기 나타난 어여쁜 미대 누나가 꼬리를 흔들어 후려치는데 버틸 남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대답할 말을 찾는 사이 손유리는 그 말을 남기고 활짝 웃으며 떠났다.
바람처럼 나타나 캔커피 하나 들고 사라진 의문의 여대생이다.
계획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없이 법대까지 캔커피를 사겠다고 왔을 리 없다.
정신세계가 특이한 의문의 여대생 손유리.
오늘 저녁에 만나보고 싶었다.
‘그나저나 강의실 한 번 겁나 크네.’
대강의실은 내가 죽기 전에 봤던 강의실의 세 배는 넓은 것 같았다.
법학과 정원 200명 모두 다 앉아도 자리가 남았다.
법대생은 필수지만 타과생도 교양으로 이수하는 법학개론 같은 과목도 수강하는 곳 같았다.
뻘쭘한 남녀들이 보였다.
남녀 비율은 7대 3 정도다.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라고 벌써 얼굴에 화장을 하거나 정장을 입고 나타난 여학생들도 보였다.
남학생들은 딱 봐도 범생이들이 많았다.
안경 낀 애들이 반절은 넘었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애들로 보였다.
그러나 기세만은 장난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학교와 학부에 들어왔다는 자부심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대화를 하는 애들은 거의 없다.
오늘 합격하고 처음 만나는 동기들이다.
그들 모두 입구에서 선배가 나눠 준 봉투 안의 서류들을 보고 있다.
동의서 몇 장과 학과 소개 및 강의 설명서 등등이다.
200명이 넘지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학구파 아니랄까 봐 시험 보는 분위기로 설명서들을 정독했다.
앞으로 학과 분위기가 빤히 보였다.
선배들도 강의실 입구에서 대기 중이다.
다들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입생들에게 웃는 모습은 고사하고 딱딱한 모습만 보였다.
그때 조교로 보이는 안경 쓴 남자가 앞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 뒤를 따라 학생회 간부로 보이는 선배들도 졸졸졸 따라 들어왔다.
“다들 반갑습니다. 법학과 조교 강혁주입니다.”
조교가 가볍게 목례를 하자 애들 몇몇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하아~ 이 어색한 분위기 어쩔 겨.
“먼저 한국대 법학과에 합격하신 여러분의 지난 세월 노력에 무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나 또한 그 길을 걸어왔기에 힘든 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강혁주는 교수의 길을 위해 조교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이제 입학과 동시에 여러분들은 한국대 법과대학 동문 신분입니다. 교수님들과 선배들께 예의를 잃지 마십시오. 그분들은 여러분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최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말입니다.”
한국대 법학과만이 뱉을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다.
대한민국 안에서는 무적의 인맥이 될 것이다.
애들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막연함과 다른 구체적 목표가 주어졌다.
조교가 떡밥 좀 뿌릴 줄 알았다.
교수와 선배들 말 잘 들으라는 무언의 세뇌다.
단박에 애들 자세가 달라졌다.
기세가 꺾이고 조교와 앞에 서 있는 선배들 눈치를 봤다.
아직 애들이라 어쩔 수 없다.
“오늘 나눠준 봉투 다 보셨죠?”
“네!”
대답도 씩씩하게 터졌다.
“전공 필수 과목은 천천히 인터넷에 들어가 신청해요. 그렇지만 교양 과목들은 선배들에게 묻거나 살펴서 신청하세요. 신입생 티오가 많아 이번만큼은 쉽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조교의 조언이 이어졌다.
“사인할 것들은 바로 작성해서 교단 앞에 제출해 주십시오. 누구 임시 과대할 사람 없어요? 우리 법학과는 법학과 단독으로 단대가 구성되어 과대표라기보다는 단대 학년 대표 신분이 됩니다. 장학금이 100프로 지급되고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국립대학 한 학기 수업료가 얼마나 된다고 장학금으로 꼬셨다.
여기 얘들 한 달 과외만 뛰어도 수업료 내고도 소고기 사 먹을 돈 벌고도 남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익이라는 말에 애들은 구미가 당길 것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거봐라.
미끼에 물린 파닥파닥 싱싱한 물고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름이 뭔가요?”
“한대성입니다!”
“그래. 용감한 대성이! 애들 서류 걷어서 학과 사무실로 와. 형이 커피 타줄게.”
조교가 바로 말을 깠다.
“넵!”
물고기가 좋단다.
말 몇 마디로 자기 일을 확실하게 처리한 조교가 싱긋 웃으며 교단을 벗어났다.
“나머지 일정은 여기 학생회장과 임원들과 사이좋게 의논하세요.”
조교가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조교님!”
학생회장과 임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조교를 보냈다.
그리고…….
“08학번 후배들~ 만나서 반갑다. 난 03학번 올해 3학년 유학필이다.”
언제 봤다고 반말을 찍 갈기는 03학번 선배 유학필.
군대 기수가 꼬였는지 나이가 많아 보였다.
“군대까지 갔다 왔다. 귀한 시간 내서 학생회장 하고 있으니 반말해도 이해하라.”
체구가 제법 듬직했다.
얼굴상이 부리부리한 게 고집불통의 대표 상이다.
관상학적으로 보자면……, 독불장군 스타일이다.
검사가 된다면 불의를 보면 못 참고 휘저을 상이다.
판사 쪽으로 전향한다면 대쪽 판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호사계로 진로가 정해진다면 딱 굶어 죽기 쉬웠다.
후배들에게도 사근사근 대하지 못함은 천성이다.
다른 학교와 달리 한국대 법학과였기에 귀한 시간 내서 학생회장 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동기들이나 후배들도 사법고시에 하나둘씩 합격할 나이 때다.
“일단 만나서 반갑다. 조교님 말씀처럼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잘 보이는 게 좋겠지만 아니어도 된다. 다들 잘난 맛에 세상사는 거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고 싶다 하면 말리고 싶지 않다.”
멋진 선배인 것 같다.
말투에 힘이 팍팍 들어 있다.
“우리 과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대부분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교수님들과 처음 안면을 트는 자리기도 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선배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군대에서 좀 놀았는지 말투가 딱 군바리 스타일이다.
“학점을 이수해야 사법고시를 볼 수 있으니 신입생 때부터 신림동 간다는 쉰 소리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1학년이 전공을 풀로 짜서 1년을 버틴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조언이 아주 현실적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선배는 몰랐다.
“간단하게 조를 편성하겠다. 서류봉투 안에 학번과 이름이 기록된 종이가 있을 것이다. 1번부터 20번까지 1조다. 그렇게 200번까지 10개 조로 나눌 것이다.”
성적순으로 뽑았는지 난 199번이었다.
08141119.
느낌이 딱 어디 죄수번호 같다.
“숙소와 모든 비용 일체는 선배님들께 지원을 받았다. 오늘 할 일은 10개 조를 담당할 선배와 인사를 나누고 조장을 뽑는 것이다. 200명 다 친해질 생각 말고 조원부터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래야 학교생활하기 편할 것이다.”
너무나~ 메마르고 딱딱한 말을 조언이라고 뱉는 유학필 선배.
아주 그냥 마음에 쏙(?) 들었다.
“내 할 말은 끝났다. 모두 아직 졸업식이 끝나지 않은 미성년자라는 걸 명심해라. 음주는 능력껏 해결하고 일주일 후에 보자.”
그래 나도 술은 사양이다.
애들하고 무슨 술이냐.
“임원들은 애들 통솔 좀 깔끔하게 부탁한다.”
“넵! 선배님!”
그렇게 학생회장도 쿨하게 사라졌다.
“복잡하니까 1조부터 복도로 나오세요. 나머지는 대기하세요.”
그렇게 남녀 임원들이 애들과 함께 사라졌다.
10분 정도 지나자 대강의실에 20여 명의 남녀가 남았다.
아! 어색도 하여라.
그 큰 강의실에 띄엄띄엄 앉아 있는 남녀들이 뻘쭘하게 눈치를 봤다.
“다들 이리 모이세요~.”
10조 조장은 학생회 임원들 중에 가장 상큼한 여자 선배다.
키는 작지만 귀여운 얼굴과 생글거리는 미소가 매력적이다.
남자 애들 눈빛에 호감이 가득 담겼다.
“우리 이제 친하게 지내야 하는 사이야. 말 잘 들으면 오늘 저녁은 이 어여쁜 선배가 살게. 어여 모여~.”
유치원생들 대하듯 조원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강의실 앞에 앉았다.
선배라는 힘이 이래서 무서운 거다.
전국 수재들이지만 학교 안에서는 그저 후배일 뿐이다.
선배도 그 잘난 전국 수재다.
“아이~ 착해라. 우리 아가들. 선배가 잘해줄게. 니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법학과는 선배들 보기가 하늘의 별만큼 힘들다. 신림동 가서 스터디 그룹 잘 짜려면 선배들 잘 알아둬야 해. 그리고 1학년 때 아니면 다들 놀기 힘드니까 친하게들 지내라. 나도 2년 전에 알았던 조원들끼리 가장 친해.”
이제 겨우 22살짜리 선배가 아주 어른처럼 굴었다.
머스마들 가득했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며 낯간지러움을 꾹 참았다.
“이번에는 특히 잘해야 해. 경영대 애들도 같이 조인해서 오리엔테이션 하기로 했어. 다른 건 몰라도 교수님들 자존심 장난 아니다. 걔들이 우리 학과에 열등감이 쩔어. 그래서 죽기 살기로 나올 거니까 장기자랑 잘 준비하자.”
같은 반 친구였던 강현수가 지균으로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법조계 출신들이 경상계쪽보다 사회 상위층에 입성할 확률이 높았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정계나 재계에서 먹혀주는 경우가 많다.
경영대 애들은 잘해야 회계사 코스를 밟거나 일반 직원으로 회사에 취직했다.
같은 한국대 출신이지만 라이벌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까닭에 경상대 학생들도 사법고시에 도전했다.
하지만 학과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고 인맥에서도 밀렸다.
“그런데 선배 이름이…….”
“내 이름? 여기 명찰에 있잖아. 법대 06학번의 얼짱 강아린. 이름도 죽이지?”
이름이 아니라 성격이 죽였다.
저렇게 대놓고 자기 PR하는 여자분 오랜만에 본다.
서련과 비슷했지만 파워 면에서는 약했다.
“…….”
다들 말을 잃었다.
20명이나 되는 준성인 앞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아린 선배에 대해 정신줄 놓기 딱 좋다.
“오리엔테이션 별거 없어. 우리 학과는 1박 2일이 전부야. 호텔이나 리조트에 모여서 술 퍼마시다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 오면 인사하고 그러다 장기자랑 하다가 술 퍼마시다 보면 금방 친해져. 누누이 말하지만 이때 아니면 친구 사귀기 힘들다. 너희들 잘난 줄 알지만 집안이 재벌이거나 금고에 현금으로 1,000억씩 짱박고 사는 집안 출신 아니면 사회생활 한다고 생각해. 연수원에 가도 학교 기수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명심해.”
한국대 법학과 재학생들 중 고시 합격률이 전국 최고다.
여기 있는 신입생들 모두 사시를 목표로 할 것이다.
“특히 08학번 너희 기수는 마지막 학부생들이야. 내년부터 로스쿨 시대가 열린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로스쿨생과 학부생은 엄연히 달라. 너희들은 이 학과의 친자라면 로스쿨생들은 양자들이야. 그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으니까 자부심 가져. 14,000명 법학과 졸업 선배님들이 너희와 함께할 거다.”
졸업생들이 많기도 했다.
그들 모두 대한민국 곳곳에 포진한 상태다.
애들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그런데 넌 누구야? 와아~. 진짜 잘생겼다. 연예인해도 되겠다.”
아린 선배가 날 보고 감탄하자 애들이 본격적으로 날 대놓고 봤다.
동물원 원숭이급으로 전락했다.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장태산……, 아! 니가 그 오만둥이야?”
오만둥이? 그건 또 뭐야?
해산물 이름이 분명한데 다른 의미가 있는 게 확실했다.
썩 들리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오만방자한 주둥이의 약자야.”
“!!!”
이거 입학하자마자 화끈한 별명 하나가 붙었다.
애들 시선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면접장에서 있었던 나의 극딜을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선배들은 아는 것 같았다.
“2학년 때까지 사법고시 2차까지 패스 못 하면 자퇴한다고 그랬다며? 교수님들과 조문 따먹기 아이큐 테스트도 제안하고 말이야. 맞지?”
강아린 선배가 대놓고 물었다.
동기들이 화들짝 놀라며 날 봤다.
편안한 학과 생활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판이 생각보다 커졌다.
강아린 선배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선배들 사이에 소문 쫙 퍼졌음이 확실했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착하게 살았다고 조신한 척 있을 필요가 없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강하게 훅치고 들어갔다.
움찔 놀라는 강아린 선배.
선배들끼리 날 씹었겠지만 어림도 없다.
아직 선배 레벨로는 나에게 안 된다는 걸 몰랐다.
집에 현금 1,000억이 아니라 수십 조를 쌓아 놨다.
지금도 하루에 적어도 천 억 이상씩 재산이 불고 있다.
입술에 번지는 당당한 미소.
난 오만둥이가 아니라 대한민국 부자 1위 갑부 장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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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