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21
822장. 홍콩 떡밥.
“그 자식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서울 구치소 면회실.
병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술과 여성들과의 스캔들로 문제를 일으킨 임주혁.
빗발치는 여론에 뭇매를 맞고 검찰은 임주혁을 다시 재수감시켰다.
누가 나서서 막아줄 만한 성격의 일이 아니었다.
임주혁 재수감 직후 바로 터진 악재가 엄청났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
선장을 비롯해 해경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여론은 뜨거운 물처럼 연일 끓어올랐다.
정권은 현실적인 문제 해결보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국민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급급했다.
시국이 이러한데 손국중까지 쓰러진 상황.
임주혁 문제는 문제도 아닐 만큼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무도 앞에 나서서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상황이 그러니 더욱 성격이 까칠해진 임주혁은 집사나 다름없는 변호사에게 되는 대로 소리를 쳤다.
“귀신같은 놈이라.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몰라? 에라이 밥값도 못하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스마트폰 줘봐.”
“넵!”
황제 변호사 접견실에서 임주혁은 한껏 자유를 누렸다.
매일 쉬지 않고 변호사가 찾아와 필요한 것들을 제공했다.
몸만 구속된 상태지 다른 건 대부분이 자유로웠다.
티디디딕.
빠르게 번호를 찍는 임주혁.
뚜우우우우 뚜우우우우.
– 여보세요.
“나 임주혁이오.”
–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대는 임주혁의 전화를 느긋하게 받았다.
“어떻게 할 거요? 그 새끼 처리한다고 선금 받아가셨으면 깔끔하게 마무리 해줘야 하는 거 아니요!”
– 하하하. 그 일은 걱정 마십시오. 애들 풀어서 그놈 위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 웃음 나오시오? 주주총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오! 그전에 놈을 반드시 제거해 주시오! 반드시!”
내색은 안 했지만 임주혁은 속이 바짝바짝 탔다.
손국중이 쓰러진 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이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여객선 침몰 사건을 수습하느라 현 정권은 힘이 들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손이 부족했다.
매일같이 여론 공작이 벌어지고 있어 친정권 단체를 통해 수면 아래서 침몰 유가족들을 희롱했다.
말께나 하는 작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따로 만들었다.
특히 언변이 좋은 방송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검찰에 접수된 사건 고소장 등은 모두 대기조치 시켰다.
그러다 보니 임주혁 사건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 거 참. 기다려 보십시오. 우리 애들 확실합니다.
‘이 새끼들……!’
임주혁은 기다리고만 있자니 좀이 쑤셨다.
다음 주에 회사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대로 철창 안에 앉아 당할 수만은 없었다.
장태산만 처리하면 간단한 일인데 그 일이 쉽지가 않았다.
우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시점에 손국중과 손주혁이 날아갔다.
아버지 임동철 회장도 병석에 누워 거동이 불편했다.
동생 임주황은 믿을 수 없는 얼치기였다.
“최대한 빨리! 빨리 처리해 주란 말이오!”
– 빨리 빨리 일하려면 급행비가 필요한데…….
상대는 착수금으로 50억을 받아 처먹고도 아직도 돈 얘기를 꺼냈다.
임주혁은 이가 갈렸다.
“30억 더 주지.”
– 화끈해서 좋습니다. 기다리십시오. 며칠 내로 좋은 소식 갈 겁니다.
“마무리……. 확실한 마무리만 해주시오!”
– 스트레스 확 풀어드리지요. 곧 좋은 소식 갈 겁니다. 그럼.
띠릭.
통화가 끝났다.
“이런 개 썅놈의 깡패 새끼들! 내가 나가기만 해봐!!!”
침을 튀겨가며 임주혁은 버럭버럭 화를 냈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고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며 특별사면 기회를 노렸다.
덜컹.
그때 접견실 빗장이 밖에서 열렸다.
“누구야! 아직 접견 중인 거 몰라!”
스트레스로 임주혁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구치소지만 이곳에서 임주혁은 귀족처럼 지냈다.
“그렇게 화를 내면 없던 병도 생기겠습니다.”
느긋한 목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오는 중년의 남자.
“이사님, 오셨습니까.”
변호사가 먼저 그를 알아보고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은…….”
임주혁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나가서 기다려.”
“넵!”
담당 변호사를 물리고 의자에 앉는 남자.
“오랜만입니다. 임 회장님.”
“그만 뒀다고 들었는데…….”
“아직 소식 못 들으셨군요. 다시 복직했습니다.”
“복직요? 그런데 어쩐 일로…….”
임주혁은 남자를 보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한때는 가장 믿음직했던 변호사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장태산과 인연이 깊은 요주의 인물.
“요즘은 찾아가는 서비스가 대세라더군요. 그래서 왔습니다. 의뢰 받으러.”
“네?”
임주혁은 크게 당황했다.
국내 로펌 서열 1위의 대표 이사가 직접 구치소까지 찾아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빼 드려요?”
“!!!”
임주혁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기회가 좋습니다. 큰 사고 덕분에 밖이 아주 시끄럽습니다.”
“지, 지금 그 말 확신할 수 있습니까?”
“믿으십시오. 저 리앤장 손대균입니다.”
“오! 세상에!”
임주혁은 손대균의 말에서 희망을 봤다.
“다음 주에 주주총회더군요. 그전에 회장님이 나가셔야 동요하고 있는 주주들을 묶어둘 수 있습니다. 그 일 또한 도와드리지요.”
손대균은 연이어 파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갑자기 그런 조건은 왜…….”
“아버님이 병고 중이라 돈이 좀 필요합니다. 조용하게 빼내 드리는 데…… 100억. 주주들 회유하는 데 100억.”
200억을 옆집 개 이름 부르듯 말하는 손대균.
칼만 안 들었지 아주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철창 안 임주혁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 구치소에 앉아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
“좋습니다! 바로 빼내 준다면 그 계약 맺겠습니다.”
“빠른 선택 감사드립니다.”
손대균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추가 의뢰도 가능합니까?”
“말씀하십시오.”
“장태산 그 개새끼…… 조지려면 얼마나 필요합니까?”
임주혁은 분노에 두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비자금을 다 털어 넣어서라도 그를 없애고 싶었다.
장태산을 생각하면 살점을 발라 씹어 먹어도 시원찮았다.
“가격이 좀 센데 괜찮습니까?”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하는 손대균.
“물론입니다! 장태산, 그놈만 없애 버릴 수 있다면 1000억 원!! 드리겠습니다!”
***
“손님.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십니까?”
세상에 거래 못 할 것이 없다는 홍콩 암시장.
주대복과 주생생, TSL이라는 대형 보석과 금 체인점을 놔두고 홍콩 암시장에 위치한 작은 금은방을 찾았다.
이중 철문으로 보안에 철저한 방비를 하고 있는 금은방.
크기는 작아도 다이아몬드부터 큼지막한 금덩어리까지 제품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금 매입합니까?”
광둥어로 물었다.
“주민입니까?”
본토 광둥어 발음에 인자해 보이는 50대 중반의 주인이 물었다.
작은 키지만 통통한 체격에 기름기 가득한 얼굴, 살짝 벗겨진 대머리는 전형적인 중국 부호 상인으로 보였다.
“유럽에 거주 중인 광동 출신 화교입니다.”
“아! 화교시군요.”
광둥어를 사용하는 화교는 세상에 많았다.
철저하게 계산한 후 행동했다.
“양이 얼마나 됩니까?”
어깨에 튼튼하고 묵직한 가죽 가방 하나를 메고 있었다.
금을 담기 위해 특별히 구입했다.
보란 듯이 아공간에서 금을 꺼내 건넬 수는 없었다.
“달러로 거래 가능하죠?”
“물론입니다.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 엔화, 홍콩 달러 뭐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처분 부탁드립니다.”
홍콩에 관한 정보를 모두 뒤졌다.
로버트 라이언을 통해 ‘황금복’이라는 금은방을 찾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홍콩의 황금과 보석의 암거래상 대부.
본토 핵심 권력층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름은 ‘양광’.
시진핑에게 밀리고 있는 상해방의 홍콩 재력 담당 최고위 인물.
러시아와 유럽을 경유해 홍콩에 침투했다.
당분간은 한국에 있을 수 없었다.
결국 가슴 아픈 사고가 터졌다.
회귀 전 겪었던 아픈 사건을 또 한 번 두 눈을 뜨고 목도해야 했다.
나름 그 사건만은 막아보려고 노력했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나의 계획을 막았다.
전화기를 들고 천기를 누설하려던 순간 벼락같은 천둥소리가 터졌다.
그 뒤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깨어나 보니 그날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TV에서는 계속해서 비보가 전해졌다.
알고 당하니 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사람이라면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가슴 아파했던 사건.
그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더는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 러시아와 유럽을 거쳐 홍콩으로 들어왔다.
러시아 시민권자인 중국인으로 신분 세탁했다.
차르의 도움을 받았다.
마법으로 본래 얼굴도 위장했다.
누구도 날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다른 사람이 됐다.
리장창은 나의 모든 것을 지켜봤지만, 국내 정세에 방심하고 있는 지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를 위한 미끼 떡밥을 직접 준비하기 위해 적의 심장부에 발을 들였다.
“이 물건들 좀…… 정리하고 싶습니다.”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물품 종류는…….”
“열어 보십시오.”
가방을 앞으로 밀며 직접 열어보라 권했다.
스윽.
양광의 손이 가방을 향했다.
“헙!”
가방을 슬쩍 열다 눈에 들어오는 찬란한 금빛에 신음을 토했다.
처음 본 디자인의 황금 장식물에 한 번 놀라고 그 빛에 또 한 번 놀라고.
가방 속 물건을 보고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이거 다, 드워프가 만들었다.
순금이나 18K 등등의 금들이 뒤섞여 있었다.
팔찌, 목걸이, 발찌, 황금 벨트까지 물건 종류도 다양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양광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물었다.
처음 보는 물건들일 것이다.
“딱 봐도 알지 않습니까. 금입니다.”
“음…….”
금은 맞지만 양이 꽤 많았다.
“잠시 가게 문을 닫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감시자들이 많았다.
CCTV도 교묘하게 가동 중이었다.
입구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자들이 보였다.
암시장 앞에서 떡하니 금은방을 열고 있는 양광을 보호하는 자들.
그그그그극.
양광이 리모컨을 누르자 스르륵 가게 셔터가 내려졌다.
“좋은 금이 많으십니다.”
양광이 내 차림새를 다시 한 번 훑으며 넌지시 물었다.
평범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유럽 여행 중에 보물 창고 하나를 우연히 얻었습니다.”
“운이 좋으시군요.”
“네. 아주 좋은 편입니다. 아직 보물 창고 입구만 개방했을 뿐입니다.”
거짓말을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아무리 교묘하게 캐물어도 출처는 알아낼 수 없다.
금은 이계에서나 지구에서나 통용되는 훌륭한 거래 수단이었다.
“흠.”
양광이 입맛을 제대로 다셨다.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허술한 점이 많았다.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 밀수하려고 현찰이 제법 깨졌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보물 창고가 있다는 걸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늘 욕심이 문제였다.
금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홍콩은 세계적인 보석과 금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인도가 떠오르기 전까지 홍콩의 보석 암시장은 천문학적 규모로 굴러갔다.
지금도 밀무역의 중심지.
인도와 홍콩에서는 수시로 보석과 황금이 어두운 곳에서 계속 거래됐다.
그리고 그 밀거래의 중심축에 눈앞에 있는 양광이 있었다.
상해방의 홍콩 돈 줄.
“거래하시겠습니까?”
밀릴 것 없는 말투로 물었다.
사실 이 정도 금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
잠시 고심에 빠진 듯한 양광.
“좋습니다! 거래하겠습니다!”
그에게 밀수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뒤를 봐주는 세관과 권력자들이 주변에 차고 넘쳤다.
시진핑이 권력을 잡았다지만 아직은 상해방의 세상이었다.
“달러로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황금은 언제나 환영받는 물물 교환 품목입니다.”
양광이 이를 드러내 놓고 환하게 웃었다.
“국제시세가 오늘 올랐더군요.”
“네. 아마도 당분간 계속 상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찾아오신 분께는 특별 가격으로 모실 생각입니다.”
짝짝.
양광이 말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내실 쪽에서 한 명의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 걸어 나왔다.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중국 미녀.
새하얀 피부에 상큼하게 드러난 이마가 차갑게 보이는 이십대 중반의 여인.
묘한 아우라가 그녀에게 풍겨 나왔다.
황금용이 수놓아져 있는 검은색 치파오 차림이었다.
낯선 미녀의 등장.
문제는.
그녀에게서 고수 냄새가 난다는 것.
평범해 보이는 양 대인과 기가 달랐다.
“인사하시지요. 제 여식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양소려라 합니다.”
“장립이라고 합니다.”
널리고 널린 중국의 장씨 성.
“소려야. 앞으로 귀한 손님이 되실 분이다. 소홀함이 없도록 모셔야 할 것이다.”
“제 눈에도 그리 보입니다.”
양소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날 보고 웃는다.
“순금과 잡금을 분리하겠습니다.”
양해를 구하며 부녀는 빠른 손놀림으로 금을 분리했다.
타다닥.
두 부녀의 손은 무척 빨랐다.
“호오!”
양광은 금제품 중에서 특이한 디자인을 한 물건에 특히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물건들입니다.”
빠르게 금붙이들은 분류됐다.
“파파. 계산이 끝났습니다.”
전자저울을 가져와 금을 재보던 양소려가 고운 목소리로 양광을 불렀다.
양광은 큼지막한 계산기를 한참 두드렸다.
“오늘자 순금과 잡금 시세로……. 2,987,650달러가 되겠습니다. 거래하신다면 별도 디자인 비용까지 합쳐 330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꽉꽉 눌러 담는다고 담았는데 그 양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달러 시세로 약 40억 정도 되는 거래.
“좋습니다.”
“달러로 준비하겠습니다.”
양소려가 다시 내실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다급하게 잠깐만을 외쳤다.
“???”
두 사람이 눈을 껌벅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조용히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물건 하나를 손바닥에 쥐었다.
“아직 두 번째 거래가…… 남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리게 될 진짜 떡밥 던지기.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주먹을 펼쳤다.
그리고.
“허엇! 이, 이것은!”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