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33
234화
언럭키가 접속하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벨라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도 늦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일찍 오셨네요?”
“…네.”
“가실까요?”
벨라는 언제나처럼 별말 안 하고 따라붙었다.
코드맷은 다음에 또 일이 생기면 불러달라고 하고는 떠나갔다.
이 던전에서 더 이상 그가 할 일은 없었다.
-빨리 이 피안개화 스킬을 써보러 가야겠습니다. 나중에 보답으로 괜찮은 던전 발견하면 하나 드릴게요!
싱글벙글 신나서 떠난 코드맷.
그와 함께 있을 때와 벨라와 함께 있을 때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특히…이 뱀파이어들과 함께 있을 때가 그렇지.’
“오오. 이럴 수가. 지옥 최심부에서도 못 맡을 향기를 품고 계시는군요!”
“당신은 지옥을 다스리시는 신이십니까?”
뱀파이어들이 찬양을 할 것 같은 얼굴로 벨라 앞에 다가왔다.
지저 세계에서도 한 번 겪어봤는데,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뱀파이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중에 둘이 같이 추측해보기로는 생산직 계열 최고봉 직업과 그녀의 외모 등이 합쳐져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쨌거나 벨라가 등장하니 형님의 전우 어쩌고 하던 샬라스 백작의 관심도 전부 그녀에게 향했다.
사실 인증키 2개를 추가로 얻은 것도 벨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처음에 나 혼자 가서 부탁했을 때는 자기 쓸 것도 없다며 절대 안된다고 하더만은….’
언럭키는 벨라와 함께 지옥으로 향하는 포탈을 타고 건너왔다.
매마른 대지와 붉게 물든 하늘이 보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지옥에 입장하셨습니다.] [중립의 신의 가호가 적용됩니다.] [경험치 획득량이 +5% 상승합니다.]‘24K 골드바를 주기적으로 바치는 대가로 겨우 5% 경험치 보너스…. 수지타산이 안맞아.’
언럭키는 속으로 불평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아무것도 안해주는 것보다는 낫다.
지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삭막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런데 진짜 괜찮으세요?”
“네. 이게 있어서요.”
언럭키의 물음에 벨라가 왼발을 살짝 들어보였다.
묵색의 얇은 발찌가 있었다.
“속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주는 발찌라니….”
언럭키는 무슨 저딴 물건이 다 있나 싶었다.
지옥은 아무리 인증키를 얻었다고 해도 어둠(暗)속성이 아니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벨라가 따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의 속성을 변화시켜주는 저 발찌 덕분이었다.
‘저런 게 있었으면 내가 리바 델 레이 결계를 뚫으려고 지금껏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리고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 같이 어둠 속성의 유저들도 좀 더 게임을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 더 없냐고 하니까 자기도 퀘스트하다가 우연히 얻은 거라 없다고 한단다.
그런 아이템을 처음 봐서 거래소에서 찾아봤는데, 매물 자체가 없었다.
오래 전 판매 내역이 하나 있긴 했지만…
‘거래가가 9억이었지.’
아무리 레전더리 아이템이라고 해도, 속성 변환을 빼면 별 효과도 없는게 9억이나 했다.
그 가격을 보고 언럭키는 마음을 접었다.
그냥 고생해서 결계 뚫는게 훨씬 더 낫지!
‘도대체 무슨 퀘스트를 어떻게 하고 다니면 9억짜리 아이템을 턱턱 얻고 다니는 거야.’
대장장이라서 귀한 아이템에 대한 접근성이 남다르겠지만, 오랜만에 본 벨라는 한층 더 좋은 물건들로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오히려 아이템의 가치만 따졌을 때는 언럭키보다도 몇 수 위였다.
재벌들이 돈을 물쓰듯 써서 만들만한 스펙이었던 것이다.
“크흠. 그럼 이만 갈까요?”
“…네.”
벨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이 출발했다.
그렇게 삼일간 둘은 지옥의 몬스터들을 미리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언럭키는 확신했다.
‘이건 방송으로 내보내면 대박이 안 날 수가 없겠어.’
그냥 방송 켜고 아무런 멘트 없이 진행해도 된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 * *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라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제목 : 지옥 탐험 1일차.]라이브 공지가 올라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광고 티저 영상이 워낙 잘 뽑혔기 때문에 이전부터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심지어 이건 그냥 방송이 아니었다.
-띠링!
[유료 라이브 방송입니다.]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한시간에 최소 한 번 이상의 후원을 하지 않으면 퇴장 조치됩니다.]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입장조차 안된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후원하지 않으면 얼마 있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채팅창 내려가는 속도가 엄청났다.
“하, 하하. 이것 참.”
정신찬이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현재 시청자 숫자 : 16,450]라이브가 열리자마자 만육천명이 넘는 숫자가 들어왔던 것이다.
심지어 그 숫자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언럭키님이 이 정도였습니까?”
정신찬이 회의실에 함께 모여있던 대룡 미디어 팀원들을 보며 물었다.
직원 중 한 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직 그 정도는 절대 아니죠.”
그건 언럭키의 이전 라이브 영상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한창 라이브 방송이 흥할 때도 1만명을 아슬아슬하게 넘어봤을까.
업로드한 영상들의 조회수도 높긴 했지만 국내 최고 수준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부족한 스트리머였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광고를 전방위적으로 뿌린 덕분이긴 하네요.”
“언럭키님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안 될 사람은 미친듯이 밀어줘도 안된다.
괜히 정치인과 연예인은 하늘이 선택해준다는 말이 있는게 아니다.
강제로 이슈를 만들고 미디어에 노출 시켜도 매력이 없으면 대중들에게는 잊혀버리고 만다.
광고가 큰 역할을 했지만 그 광고를 통해 라이브 시작과 동시에 만육천명이나 들어온건 언럭키의 파워였다.
“세린씨는요?”
“잘 합류했습니다. 지금은 언럭키님만 비추고 있긴 한데 본격적으로 합류할겁니다.”
“좋군요.”
놀랍게도 벨라가 가지고 있던 속성 변환을 시켜주는 레전더리 발찌 아이템을 정신찬도 가지고 있었다.
거래소에 과거에 한 번 떠서 9억에 판매되었었는데, 그 구매자가 그였던 것이다.
나중에 빅드래곤 길드원들에게 필요할까 싶어 구입해 놓았던 물건.
그걸 이번에 회의 끝에 선발한 아세린에게 들려서 보냈다.
“세린 씨. 아니, 아세린님이 잘 하시겠죠?”
“그럼요. 우리 길드 최고의 유망주이시잖아요. 솔직히 언럭키님 아니었으면 하위권 랭커들 중 최고 소리는 아세린님이 듣고 있었을 걸요?”
언럭키처럼 대놓고 유명한건 아니었지만 아는 사람들에겐 실력파 하위 랭커로 알려진게 아세린이다.
이번 라이브 때 홍보만 잘 되면 분명 뜰 거고, 지옥이란 새로운 지역에서 성장도 빠르게 하면 상위권 랭커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그렇기에 빅드래곤 길드의 수많은 유저 중에 그녀가 선정된 것이다.
‘백현님이랑 사적으로 운동을 같이 할 정도면 많이 친해 보이기도 했고….’
같이 헬스하다가 새벽에 사무실로 쳐들어왔을 땐 겉으로는 담담한 척 했지만 상당히 놀랐었다.
잡생각을 하던 정신찬은 언럭키의 멘트가 시작되자 박수를 한 번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자. 이제 우리끼리 떠드는건 그만하고 라이브에 집중합시다. 혹시 문제 생기면 언제든지 끼어들 준비 하고요.”
“네!”
* * *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언럭키입니다.”
1.6만명의 초기 시청자를 확보하고 누구보다 놀란건 언럭키였다.
잘될거라고 막연히 짐작했던 것과 직접 숫자까지 보게 된 건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실 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월드 사가의 새로운 지역을 발견했거든요. 티저에도 올렸죠? 지옥이요.”
채팅창을 본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오는게 엄청 까다로워서 제 일행 말고는 유저가 한 명도 없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새로운 지역. 미발견 장소. 최초 공개.
자극적인 상황이 잔뜩 겹쳤기에 시청자 이탈은 거의 없었다.
반면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현재 시청자 숫자 : 20,013]그 결과 채 10분도 안 되어서 2만명을 뚫어버렸다.
‘진정하자. 진정해.’
한편, 아세린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많이 노력해야했다.
그녀는 언럭키의 라이브 방송에 합류했다.
많은 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벨라와 그녀를 포함해 딱 셋이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벨라님은 긴장도 안되시나?’
흘끗 곁눈질로 쳐다봤는데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시청자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건 그녀들의 눈에도 보였다.
언럭키야 채널 주인이고 라이브 방송을 자주 했다지만 벨라는 기껏해야 두 세번 참가한게 끝이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긴장 하나 안하고 있는게 참 특이했다.
사실 벨라는 시청자건 뭐건 남에게 크게 관심이 있는게 아니었던 것이지만.
“출발하겠습니다.”
시청자들과 가볍게 인삿말을 겸한 소통을 끝낸 뒤 언럭키가 움직였다.
새카만 로브를 펄럭이고 뼈로 형태가 잡힌 지팡이를 든 그의 모습은 배경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아, 참. 제 일행도 소개해야죠.”
언럭키가 이제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가 손을 까딱이자 카메라가 확장되며 벨라와 아세린의 모습까지 잡혔다.
얼마 전 패치로 소환수에게도 가상의 카메라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기에, 해골 병사 한 기에게 카메라를 맡긴 덕분이었다.
해골 한 기가 열심히 움직이며 세 사람을 찍어댔다.
“오늘은 게스트 분도 두 분이나 계십니다. 이 분은 벨라님이라고 몇 번 출현하긴 하셨었죠. 이 분은 빅드래곤 길드의 유망주이신 아세린님이십니다.”
“벨라에요.”
“아, 안녕하세요. 빅드래곤의 아세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려요.”
단촐하게 고개만 까딱인 벨라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아세린.
백발과 흑발이라는 머리카락 색깔도 대비되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쉽게 보기 힘들 정도로 예쁘다는 점이었다.
벨라와 아세린은 양 옆에 두고있는 언럭키의 모습이 보여지니 댓글창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