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36
신과 함께 레벨업 외전 10화
* * *
손오공과 바루나의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전면전이라니.
누구랑 말인가?
“또 싸워?”
반지를 구경하던 판도라가 어느새 고개를 들고 물었다.
십 년.
그리 길지 않은 평화였다.
더욱이 판도라에게는 지금 같은 생활이 더욱 소중했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올림포스의 감옥에 갇혀 있던 그녀이기에, 집 안에 있을 뿐이었던 지난 10년이 가장 행복했던 것이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
“안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더군다나 상대가 상대이니.”
유원은 곧장 바루나의 말을 끊었다.
지금은 어쭙잖은 위로조차 삼가야 할 상황이었다.
바루나도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를 다시금 깨닫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관리자와 싸우는 겁니까?”
차마 입을 떼기 어려웠다.
관리자와 싸운다는 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힘은 각 층에서 신과 같았다.
하나의 세계를 관리한다는 건, 그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플레이어로서 살아온 랭커들에게 관리자란 이름은 그만큼 높았다.
“싫어도 해야지. 그들이 원한다면.”
“으음…….”
바루나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반면, 손오공은 날카롭게 난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눈동자는 황금색으로 번뜩이며 말이다.
“재밌냐?”
“그럼, 안 재있겠냐?”
구구구구-.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지 어느새 손오공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집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또다시 집이 무너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유원은 손오공을 말리지 않았다.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손오공은 충분히 잘 참고 있었다.
“관리자랑 싸울 수 있는 게, 진짜라고?”
녀석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제우스에게 전한 경고가 진짜이기를.
관리자와 심부름꾼. 랭커와 플레이어들의 싸움.
그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기를 말이다.
“잘됐지. 안 그래도 심심해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그래. 든든하고 좋다.”
빈말이 아니었다.
평소의 손오공이 덤벙거리는 머리 빈 천둥벌거숭이라면, 싸울 때의 손오공은 말 그대로 투신(園神)이었다.
유원이 인정하는, 자신보다 전투 센스가 뛰어난 유일한 랭커가 바로 손오공이었다.
“그런데 전면전이 될 거라는 이유가 뭡니까? 근거가 있어요?”
절대적으로 유원의 말을 신뢰하는 손오공과는 달리, 바루나는 의문을 품었다.
관리자와의 전면전이라니.
자신들을 믿지 말라는 그 말 하나로 유추해 내기는 너무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다.
“내가 좀 아는 게 있거든.”
“관리자에 대해서요?”
“어.”
유원의 대답에 이번에는 손오공 역시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넌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냐? 아우터라면 모를까, 관리자에 대한 건 우리도 거의 아는 게 없었는데.”
화끈하게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한눈이 팔렸던 손오공은 뒤늦게 의문을 가졌다.
아우터에 관한 정보야 시계태엽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니 그렇다 쳐도, 관리자에 대한 정보는 미래의 오딘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는 아니야.”
“그럼…….”
“■■■■의 기억이지.”
“……?”
유원의 설명에도 손오공의 표정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머리 위에 뜬 물음표는 더 많아진 듯했다.
아자토스.
그 네 글자의 이름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듯싶었다.
“아무튼 안다는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반응들.
유원의 설명에는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어쨌든 알겠다는 식이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미 손오공과 헤라클레스에게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본 적이 있었으니까.
‘역시 기억 못하나.’
두 사람은 자신과는 달리 아자토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름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 유원과는 달리, 아자토스의 이름은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은…….’
유원의 시선이 판도라에게로 향했다.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유원의 시선을 받은 판도라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아자토스를 기억하는 건 유원과 판도라, 이렇게 둘.
그리고 아마-.
‘아마, 관리자들까지려나.’
설마하고는 있었다.
아자토스가 사라졌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녀석들은 분명 움직일 거라 생각했다.
만약, 손오공이나 바루나처럼 아자토스의 이름을 잊어버렸다면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녀석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우스에게 경고를 던졌고, 그 경고대로라면 분명 마찰이 일어나게 될 터.
‘일단은…….’
유원은 고개를 들었다.
슬슬, 위로 다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부로 움직이는 녀석이 없어야 할 텐데.’
* * *
95층.
데바가 다스리는 층 중, 가장 높은 세상.
그 세계의 관리국에 비슈누가 발을 들여놓았다.
“여긴 오랜만이군.”
높게 솟은 탑과 입구를 지키고 선 심부름꾼을 보며 비슈누가 중얼거렸다.
관리국.
관리자를 비롯한 심부름꾼들이 운영하는 그들만의 성.
“만 년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랭커가 되었을 때였으니까.”
야마는 비슈누와 함께 탑을 오른 동료 중 하나였다.
그들은 오래전, 랭커가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이 관리국에 온 적이 있었다.
당시 비슈누에게 관리자라는 존재는 하늘이나 다름없었다.
탑이 생긴 초창기만 하더라도 관리자는 일종의 신처럼 치부되었을 만큼 그 힘은 절대적이었다.
저벅-.
비슈누와 야마가 관리국의 입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심부름꾼 하나가 둘의 앞을 막아섰다.
“비슈누 님. 그리고 야마 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라면서 왜 앞을 막는 거지?”
비슈누의 옆에 선 야마가 심부름꾼을 노려보았다.
허리춤까지 올 정도의 키를 가진, 제법 높은 등급의 심부름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감히 비슈누의 앞을 막아설 정도는 아니었다.
“저런. 제가 결례를 범한 모양입니다. 전 그저 길을 안내해 드리고자 했을 뿐인데.”
“길이라…….”
야마가 비슈누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친 비슈누가 고개를 끄덕이자 야마의 안색이 굳었다.
주위를 한 번 훑으며, 야마가 심부름꾼을 향해 말했다.
“우린 관리자님을 만나러 왔다.”
“따라오시지요.”
몸을 돌린 심부름꾼이 관리국 안으로 향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야마는 비슈누가 등을 찌르자 한숨을 쉬며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저벅, 저벅-.
탑처럼 높게 솟은 관리국 안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하늘처럼 높아 보이는 까만 천장. 앞으로 탁 트인 널찍한 복도.
그리고 좌우로 펼쳐진 벽에 새겨져 있는, 무수히 많은 반짝이는 점들.
마치 탑 안에 또 다른 탑이 존재하는 착각이 일 정도의 공간이었다.
오래전에 관리국을 방문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다.
“이봐, 심부름꾼.”
조용히 뒤를 따라가던 야마가 묻자.
“파란손입니다.”
“뭐?”
“제 이름 말입니다. ‘이봐’나 심부름꾼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심부름꾼, 파란손이 그의 말을 정정했다.
말투는 서글서글했지만 뒤를 돌아보는 눈빛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야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파란손. 뭐 하나만 묻자.”
“뭐죠?”
“원래 여기 이렇게 심부름꾼들이 많은 거냐?”
반짝-.
야마의 말에 주위의 빛들이 움직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벽 속에 숨어 있었지만, 그 시선은 분명 심부름꾼들의 것이었다.
‘대체 몇이나 되는 건지.’
몇만은 족히 넘어 보인다.
탑을 관리하는 심부름꾼의 숫자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흐릿하던 그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한 기분이었다.
고작 한 층에, 이렇게나 많은 심부름꾼들이 있었다니.
‘관리자만 문제가 아니었나.’
야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등을 타고 팔뚝의 전완에 이르기까지, 핏줄이 돋아났다.
그렇게 야마의 눈동자에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자.
“야마.”
비슈누의 목소리가 그를 차분히 진정시켰다.
덕분에 야마는 난동을 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가 제아무리 높은 랭킹을 보유한 하이랭커라지만 이만한 숫자의 심부름꾼들을 상대로 적개심을 드러내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결국, 그렇게 야마가 입을 다물 었는데.
“그리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군.”
“……?”
그 뒤를 비슈누가 이어받았다.
우지끈-.
쿠드드드-.
사방에서 나무가 솟아올랐다.
날카롭게 가시가 돋친 나무들은 비슈누의 기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파란손이라고 했느냐?”
“예, 비슈누 님.”
“관리자는 지금 어디에 있지?”
우드드드-.
솟아난 나무의 가지와 뿌리들이, 관리국 전체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창보다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 나무들.
그것들이 퍼져 나갈수록, 주위에 퍼져 있던 별처럼 빛나던 심부름꾼들 역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만약 여기 있다면 빨리 나오는 게 좋을 거야.”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날 너무 물로 봤구나.”
비슈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렇게 대놓고 살기를 드러내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까드드드-.
나무들이 번져 나간다.
“애초에 숨길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간사한 헛바닥을 놀리지 말거라.”
비슈누의 눈이 녹색으로 반짝였다.
그 위협적인 마력에 심부름꾼, 파란손이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빠르군. 너무 자극했나?’
비슈누의 마력은 나무를 만든다.
세간에는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하나의 세상을 온통 가시 돋친 나무로 뒤덮을 수 있다고도 알려져 있었다.
뒤에 있는 야마라면 모를까, 만약 비슈누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곤란하군.’
심부름꾼의 숫자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비슈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 자리에 있는 심부름꾼 중 절반은 한 수에, 쓸려 나가 버릴 테니.
지금이라도 멈춰야 할까.
그 고민에 잠시 파란손이 멈춰 있을 때.
구구구구-.
관리국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
그 진동에 비슈누의 고개가 돌아갔다.
“드디어 등장이시군.”
심부름꾼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빛 무리 속을 가르며 나타난 관리자는 장신의 키에 발목까지 기른 긴 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비슈누조차 몇 번 본 적이 없던 이 탑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 중 한 명.
95층의 관리자였다.
“우리 애들이 실례라도 한 모양이네요.”
그녀는 다른 심부름꾼들을 나무라듯 말했다.
관리자의 등장에 파란손은 몸을 납작 엎드렸다.
제아무리 이름을 가진 심부름꾼이라 해도, 일개 심부름꾼에게 관리자란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반면.
비슈누는 지금의 이 상황을 연출해 낸 게 눈앞에 있는 관리자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건 관리자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저런. 미안해요.”
옅은 웃음을 한 손으로 가린, 관리자가 비슈누를 응시했다.
“그럼, 계속 실례 좀 해도 될까요?”
“역시 이렇게 나오시는 겁니까?”
“알면서 온 거 아닌가요? 새삼스럽기는.”
장난스러운 관리자의 표정에 비슈누는 잠시 눈을 감았다.
혹시나 하고는 있었지만.
‘싸울 수밖에 없나.’
제우스를 통해 들은 관리자의 경고가 눈앞에 실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