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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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우터와의 싸움에서 비슈누와 아수라를 비롯한 동료들이 한창 고전하던 때였다.
이미 반쯤 패배를 직감하고 시계태엽을 사용해 누구를 과거로 보낼 것인지를 의논하기 시작하던 시기.
이너와 아우터,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하던 존재가 나타났다.
“아난타?”
“그 녀석이 부활했어?”
부활과 함께 화려하게 전장을 헤집어 놓은 아난타.
녀석은 탑을 침공한 아우터들을 물어뜯고, 그들을 하나둘씩 먹어 치우며 허기진 배를 달랬다.
물론.
“오시리스가 녀석에게 먹혔다.”
“헤임달도 마찬가지야. 그 녀석,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먹어치우고 있어.”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
오래전, 아난타를 겪어 보았던 비슈누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에 빠졌다.
“그놈의 부활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하지만 애초에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득실의 문제를 고민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애초에 아난타는 손을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하나.
결과적으로 아난타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서 ‘득’이 되었다.
“아난타가 슈브 니구라스를 막아 냈다.”
본거지를 들킨 동료들이 도망치던 중, 아난타는 우연히 슈브 니구라스와 조우했다.
그리고 그날.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손오공을 비롯한 동료들은 아난타의 도움 덕분에 아우터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슈브 니구라스를?”
“아난타라는 놈, 뭐 어떻게 되어 먹은 놈이야?”
“그래서? 죽은 거야? 그 덩치 큰 염소 새끼?”
기대에 찬 얼굴들.
혹시라도 아난타에 의해 슈브 니구라스가 처리되었다면 0퍼센트라고 생각했던 승률이 1푼이라도 올라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계태엽이란, 불확실한 도박에 승부수를 걸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잊었나? 여기가 어딘지.”
“아…….”
전황을 살피고 돌아온 유원의 말에 동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랏빛으로 변한 하늘.
요그 소토스의 하늘 아래에서 슈브 니구라스를 처리하는 건 제아무리 아난타라 해도 요원한 일이었다.
“슈브 니구라스에 요그 소토스와 압호스가 가세했다. 압호스는 도중에 아난타에게 먹힌 것 같지만.”
“그 와중에 하나를 데려갔다는 건가.”
“……괜히 괴물왕이라 불린 게 아닌가 보네.”
살아 있는 모든 걸 먹어치우며, 그렇게 먹고, 또 먹어 강해지는 게 바로 괴물들의 정점에 선 용종, 아난타였다.
슈브 니구라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을 지녔을지도 모를 존재.
그렇기에 손오공은 그때부터 줄곧 궁금했었다.
과연 아난타와 싸우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그리고 지금.
콰릉, 콰우웅-!
손오공은 기대했던 그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파지지지-!
전격에 휘말린 손오공.
강철처럼 단단한 육체가 타들어갔다.
“으아아아앗-!”
전격에 저항하기 위해 몸에 힘을 주며 기합을 내뱉었다.
부우웅-.
길게 뻗은 여의봉을 휘두르며 아난타의 머리를 노렸다.
이미 분신들 중 절반은 소멸한 상태였다.
파짓-!
전격을 떨쳐 낸 손오공.
이내, 그의 몸 위를 거대한 용이 덮쳤다.
콰우응-!
몸을 뒤엎는 압력.
그리고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전격의 힘.
파앗-.
손오공은 그 전격의 파도 속을 헤집으며 아난타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의봉을 움켜잡고.
있는 힘껏 휘둘러, 다른 머리들을 노렸다.
쩌억-!
“……!”
손오공의 여의봉을 이빨로 붙잡아 막아 내는 전격의 용.
여의봉을 이빨로 잡아 낸 채, 아난타의 용은 손오공을 땅 아래로 처박았다.
콰앙-!
치지, 치지지-.
땅 위에 흐르는 전류.
바닥에 주저앉은 손오공은 괴로움에 얼굴을 구겼다.
“끄으…….”
감전된 듯 펴지지 않는 무릎.
쾅-!
기합과 함께 손오공은 자신의 무릎을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쾅, 쾅쾅쾅-!
그렇게 몇 번이나 무릎을 때리자, 겨우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
손오공은 여의봉을 지팡이 삼아 몸을 세우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캬아아아-!
치지, 치지지-!
전격을 두른 용들이 울부짖으며 손오공을 노려보았다.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즐거운 법이라지만 이건, 생각 이상이었다.
“빡센데, 이거.”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손오공.
하나하나가 힘겹다.
어째서인지 움직임을 읽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난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상대였다.
팟-.
“괜찮으냐?”
비틀거리며 손오공의 옆에 착지하는 우마왕.
손오공은 그런 우마왕을 돌아보며 물었다.
“형님은 괜찮으쇼?”
“원래 몸은 내가 더 튼튼했느니라.”
불사(不死)라고 해서 무적(無敵)인 건 아니었다.
손오공의 불사는 어디까지나 죽지 않는 범주에 있을 뿐, 몸의 내구성과 체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아직까지 우마왕에게는 남아 있는 체력이 있었다.
확실히, 몸은 그가 더 튼튼했다.
“근성은 내가 더 알아주지 않습니까?”
“근성이라. 너답지 않게 유식한 말이구나.”
“너답지 않게?”
“칭찬이다.”
‘‘아닌 것 같은데.”
“같은데는 반말이고, 녀석아.”
실없이 웃는 둘.
하나둘 중 어느 누구도 지금 진심으로 웃고 있지는 않았다.
“먼저 도망치쇼, 형님.”
스윽-.
손오공이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난 불사잖습니까? 내 걱정은 말고 먼저 가 계쇼.”
“불사라고 해서 완전무결한 건 아니니라. 그건 그 몸으로 살아온 네가 더 잘 알 텐데?”
당연하게도 우마왕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제아무리 잘난 아우라지만 형님된 체면이 있었다.
이대로 아우에게 뒤를 맡기고 도망치기엔 그의 자존심 역시 꽤 센 편이었다.
더군다나.
“그리고 저 녀석은 여기서 막아야 한다.”
아난타.
오래전에 봉인에 성공했던, 아니.
봉인하는 게 겨우 고작이었던 괴물들의 왕.
녀석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우마왕은 더더욱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여기서 나가면 놈은 밖에 있는 놈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울 게야. 플레이어가 아니니 패널티 같은 것도 없을 테고.”
괴물왕.
녀석이 있기 전과 후의 세계는 너무나도 달랐다.
“미안하구나, 오공아.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젠장할.”
손오공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싸우는 건 좋지만 우마왕이 여기서 죽는 건 싫다.
아무리 재밌어도 형님을 잃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파앗-.
성격 급한 손오공보다도 더 먼저 우마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뻔했다.
손오공이 자신을 더 막아서기 전에 선수를 친 것이리라.
“망할 형님. 고집 하고는.”
이래선 어쩔 수 없었다.
손오공은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쿠득-.
발작하듯 떨리는 어깨.
뒤틀어지는 근육과 몸에, 손오공은 눈이 뒤집어지며 고개를 들었다.
“이 상태가 되면…… 기분이 영 불쾌한데 말이지.”
크르르-.
말끝에 흘러나오는 짐승과 울음소리.
요괴의 힘을 거의 만전에 가깝게 끌어올린 탓에, 서서히 이성의 끈이 희미해졌다.
하나, 이런 상태가 된 게 어차피 처음도 아니었다.
“그럼…….”
카각-.
주먹을 말아 쥐자 서로 부딪치는 손톱들.
그르르-.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손오공이 땅을 박찼다.
쾅-!
순식간에 우마왕을 따라잡은 손오공.
둘은 함께 합을 맞추어 아난타의 몸 위로 올라타, 황금 비늘로 뒤덮인 용의 머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릉, 쿠르르-.
파지지지-!
전격을 헤치며 머리를 찢어발기는 손오공의 손톱.
우마왕의 혼철곤이 아난타의 머리를 하나둘 터뜨려 갔다.
그를 노리는 아난타의 또 다른 머리를,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둘러 막아 냈다.
푸화아악-!
파초선의 바람이 아난타의 전격에 저항했다.
마력과 마력이 뒤섞이고, 손오공과 우마왕이 합을 맞춰 아난타의 머리들과 부딪쳤다.
『훌륭하군.』
그리고 그중 하나.
『형제의 우애에 눈물이 납니다, 우마.』
아난타의 머리가 그들을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이내.
키아아아-!
수많은 아난타의 머리들이 손톱과 여의봉을 휘두르며 날뛰던 손오공을 덮쳤다.
파지지지-!
“끄아아아-!”
용들에게 뒤덮여 전격에 휘말린 손오공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몸에 휘감기는 황금색의 전격의 사슬.
손오공을 속박한 아난타는 군침을 흘렸다.
『불사의 특성을 가진 원숭이라. 탐이 납니다. 그것도 아주.』
“오공아-!”
놀라 소리치는 우마왕.
아난타는 손오공의 몸에 계속해서 전격을 주입하며 눈을 빛냈다.
『당신도 궁금하지 않습니까? 불사의 특성을 가진 동생이 과연, 제게 먹혀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사(不死).
죽지 않는 영원불멸의 존재.
탑에서도 손꼽히는 그 사기적인 특성을 가진 손오공은 아난타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너- 이- 색–.”
치지지지-!
전격의 사슬 속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몸을 꿈틀거리는 손오공.
이만한 전격에도 정신을 잃지 않는 손오공을 보며, 아난타는 꽤 감탄했다.
『불사만이 전부는 아닌 모양입니다.』
손오공의 힘은 점점 더 커져 갔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기반으로 요괴의 힘이 점점 올라오며 육체적인 능력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그런 손오공을 비웃듯, 더더욱 옥죄어 오는 전격의 사슬.
한편, 우마왕은 혼철곤으로 아난타의 이빨을 막아 내며 진땀을 흘렸다.
‘아난타는 먹어치운 상대의 힘과 특성을 흡수한다. 오공이 녀석이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자칫 잘못하면-.’
빠득-.
우마왕이 이를 갈았다.
‘내 잘못이다. 좀 더 준비를 하고 왔어야 하는 것인데.’
애초에 목적은 아난타의 부활을 막는 것이었다.
하나 그건 실패했고, 상황은 녀석과 싸울 수밖에 없게 돌변했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만에 하나 손오공이 죽고. 아난타가 불사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면.
어쩌면 그건 슈브 니구라스와 요그 소토스를 뛰어넘는 괴물의 탄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치익-.
발끝을 움직여 우마왕이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력왕이자 주술사.
대가를 바쳐 보다 큰 힘을 얻어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막, 우마왕의 주술이 완성되던 순간.
“후웁-!”
하늘 높이서, 운석과도 같은 게 떨어졌다.
콰아앙-!
키에에에에-!
떨어진 운석에 얻어맞아 주저앉는 아난타.
그리고 그 순간, 아래로 떨어진 운석의 손이 아난타에 의해 속박되어 있던 손오공에게로 뻗어졌다.
『네놈은-!』
당황한 아난타의 외침.
운석처럼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린 헤라클레스는 손오공의 멱살을 잡아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게 상대를 봐 가면서 싸웠어야지.”
“끝까지 갔으면 내가 이겼어.”
“그 꼴을 하고도 말은 잘하네.”
손오공이 씩 웃었다.
싸움을 방해받은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위기였던 건 분명한 사실.
더군다나.
치지, 치지지-.
헤라클레스가 여기에 혼자서 나타났을 리 없었다.
하늘 위에 깔린 먹구름.
그 위에서 느껴지는, 아난타와는 다른 결로 흐르는 전격.
번쩍-!
가장 먼저 손오공의 눈을 찌르는 푸른빛이 먹구름을 감싸고.
[벼락]콰우웅-!
아난타의 머리 위, 푸른 벼락의 창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