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50
콰르르!
얼굴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이를 악문 채 한제는 의자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 의자에서 밀려나면 빌려온 기운은 곧바로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하나, 둘, 셋…
단지 셋을 셀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도 한제는 거의 한계를 느꼈다. 그러면서도 체내의 원력을 가동해 점점 강해지는 의자의 힘에 힘겹게 저항함과 동시에 빌려온 기세를 흡수했다.
의자의 의지가 깨어나면서 미간의 반점도 여섯 개로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빌려왔던 기세를 흡수함에 따라 일곱 번째 반점이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오른쪽 눈에서는 고마의 힘이 맴돌며 반점을 생성하려는 조짐을 보였다.
넷!
머릿속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신에서는 암석 조각을 진화시키면서 얻어낸 아홉 장의 지도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한제는 그 지도 아래로 무궁무진한 구역을 보게 됐다.
이 구역은 여섯 개의 지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데 그 여섯 지도 아래에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은 세 개의 지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오래된 무덤은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오래된 무덤에 들어서면 첫 번째 층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 층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한제가 앉은 의자 위의 타원형 빛 덩어리인 셈이다. 그리고 이 의자는 이를테면 진의 중심이자 중추였다.
한제는 두 번째 층에서 울려 퍼지는 수많은 혼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남몽도존 만큼이나 강력한 위압감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한제는 심장이 덜컥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층 깊은 곳에는 흐릿한 땅이 하나 있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가진 존재가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듯했다. 누군가가 두 번째 층 안에 들어간다면 그 존재를 깨울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러면 남몽도존 같은 강자라 해도 죽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허나 이곳은 두 번째 층에 불과하다. 세 번째 층도 있다.
한제는 신식을 통해 세 번째 층을 살폈다. 하지만 그의 신식이 진입한 순간, 수만 년간 억눌려 온 듯한 포효가 세 번째 층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
포효가 울려 퍼진 순간 한제의 신식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 개의 지도로 이루어진 세 번째 층 중 두 번째 지도에 그려진 구역에서 거대한 심장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 심장은 세차가 박동하며 한제에게 계승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제는 심지어 자신이 저 심장에 닿기만 해도 도고의 유산을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 앉은 의자에서 조금 전 그의 체내에 밀어 넣어 주었던 기운은 의자의 것이 아니라 저 심장의 것이었다. 심장과 의자는 한제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데 지금 그 기운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완전히 빠져나가고 나면 한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두 번째 층과 세 번째 층으로 들어가 유산을 손에 넣을 수 없을 터였다.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한제는 짧지만 깊은 고민 끝에 결심했다. 절대 그 기운이 빠져나가게 둘 수는 없다!
다섯!
한제의 눈에서 붉은 빛이 맴돌았고 미간에 나타난 일곱 번째 반점은 빌려온 기운을 흡수했다.
“내 체내에 들어왔으니 이미 나의 것! 어찌 멋대로 가져가려 하느냐!”
한제가 깨어남에 따라 영동과 주진의 몸을 압박하던 위압감도 빠르게 흩어져 사라졌다. 이에 두 사람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 수 있었으나, 쉽게 들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때, 한제가 다급히 오른손을 들어 올린 뒤 아직 빌려온 기운을 발휘하여 주진의 미간을 가리켰다.
“크악!”
그 가벼운 손짓에 주진은 피를 토해내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의 미간에는 문양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노예의 문양이었다.
“너희 둘! 모든 향불을 이용해 이 의자를 봉하고 나의 계승을 도와라! 얼른!”
한제는 다급하게 말한 뒤 두 눈을 감고 빌려온 기세가 흘러나가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의자 위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여섯!
영동은 곧장 한제의 왼쪽에서 결인을 그려 의자를 누르며 향불의 힘을 불어넣었고 왼손은 한제 쪽으로 뻗어 의자의 반동을 상쇄했다. 그 순간, 영동상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마구 날리기 시작했고 고통이 밀려온 듯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허나 그는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이를 본 주진은 갈등에 빠졌다. 허나 그럴수록 미간의 노예 문양은 더욱 밝게 번득였다.
일곱!
주진은 결국 한제의 오른편에 서서 영동과 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리고 역시 영동과 마찬가지로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지만 이를 악물고는 가까스로 버텨냈다.
한제는 왼쪽 눈에서 고요의 반점이 붕괴했을 때 이미 고요의 기운은 잃은 상태였다. 그는 지금 오른쪽 눈에 깃든 고마의 기운과 미간에 담긴 고신의 힘을 힘겹게 붙들고 있었다.
여덟!
의자의 힘은 온 세상을 뒤흔들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 한제는 체내에서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졌고 왈칵 피를 토해냈다. 허나 그는 온몸으로 고신의 힘을 발동해 저항해냈다.
영동상인도 주진도 창백한 얼굴로 피를 토했으나 버텨내고 있었다.
아홉!
한제의 몸이 세차게 경련했다.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영동과 주진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버텨내기는 힘들었다. 체내서는 고마의 기운과 고신의 힘이 밀물처럼 몰아쳤다. 의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열!
“쿨럭!”
한제는 또다시 피를 왈칵 토했다. 하지만 미간에서는 일곱 번째 고신의 반점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완전히 자리 잡을 것 같았다.
한데 이때,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마침내 찾았다! 이곳이야! 그 빌어먹을 서사가 꿈에 그릴 정도로 돌아오고 싶어 했던 그곳! 드디어 찾았어! 크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궁전 끄트머리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뒤이어 허공에 왜곡이 이는가 싶더니 탁삼이 나타났다.
탁삼은 울룩불룩 뒤틀린 왜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빌어먹을 도고! 이 유산은 응당 나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거늘. 온 우주를 통틀어 나 이외에 그럴 자격이 있는 자가 누가 있단 말이냐! 그런데도 이런 장애물을 만들어놓다니!”
한제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저 멀리 허공에 불룩 부풀어 오른 허상의 그물과 그 너머에서 포효하며 궁전으로 들어오려 하는 탁삼을 응시했다.
열하나, 열둘, 열셋!
이 짧은 순간이 한제에게는 억겁의 세월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의자가 발산하는 힘은 끊임없이 증폭되고 있어 한제의 육신은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만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피를 토했고 얼굴에는 터질 듯한 핏줄이 돋아나 심장처럼 요란하게 박동했다.
체내의 원력은 이미 극한에 다다를 정도로 가동되었고 이제 고신의 육신으로도 견뎌내기 힘들 만큼의 고통이 밀려들었다.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혈관과 내장이 터져나가고 뼈마저 무너져 내릴 터였다.
허나 그 와중에도 한제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절대로 이 기운이 빠져나가게 둬서는 안 된다!’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 여섯 개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일곱 번째 반점은 조금 더 또렷해지고 한층 밝게 빛났다.
또한 오른쪽 눈에서는 마기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회전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안에서는 흐릿한 마성(魔星)이 하나 나타났다. 비록 아직 흐릿했지만 그럼에도 이는 한제가 의자의 공격에 잘 대항해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무렵, 탁삼의 포효는 한 자루 검처럼 그물을 뚫고 점점 가까워졌다.
한제는 탁삼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는 탁삼의 미간에서는 여덟 개의 반점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아주 오래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주먹이 떨어질 때마다 허상의 그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했다.
열넷, 열다섯!
이 짧은 순간, 의자의 기운이 몇 배로 높아졌다.
열여섯!
그때, 의자의 저항력이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한체의 체내에 축적되어 있던, 빌려온 위세를 빨아들이려는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나 한제는 안심하기는커녕 한층 긴장했다. 이것은 분명 폭풍전야의 고요였다. 곧 지금까지보다 더 강하고 끔찍한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7성급 고신
“영동, 주진! 충격에 대비하라!”
한제는 말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급박해 신식으로 다급히 전했다.
그 순간, 지금까지보다 백배는 강해진 힘이 의자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콰쾅!
찰나에 가까운 짧은 순간에 한제의 두 다리가 파괴되면서 사방으로 살점이 튀었다.
동시에 영동상인의 왼손도 터져나갔다. 그는 심지어 몇 걸음이나 밀려나며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해내기도 했지만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거대한 검은색 조각상을 소환했다. 영동족의 마신인 이 조각상은 팔짱 끼고 있던 두 팔을 풀어 한제 쪽으로 뻗었다.
주진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의 오른팔은 쩌적 소리와 함께 뼈가 가루가 되면서 살점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 역시 몇 걸음 밀려나며 피를 토했으나, 낮은 기합과 함께 붉은 늑대의 허상을 소환해냈다. 이 늑대는 포효하며 달려들어 주진을 대신해 의자의 힘을 분담했다.
주진과 영동 덕분에 한제가 부담해야 하는 의자의 힘은 3할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제가 여태 버텨낸 것은 철저히 두 사람 덕이었다.
한편, 의자가 뿜어내는 기운이 백배 높아진 반대급부로 그 안에 담긴 유산의 기운도 백배나 짙어진 상태로 그중 한제의 몸에 닿은 기운은 체내로 흘러들었다. 덕분에 일곱 번째 반점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했다.
‘셋! 단 셋을 셀 때까지만 버틴다면 7성급 고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 사이 탁삼은 거의 1만 척 거리에 이른 상태였다. 그의 주먹이 닿은 허상의 그물에는 줄기줄기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다행이라면 그는 아직 한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듯했으나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열일곱!
백배나 높아졌던 의자의 힘이 다시 증폭했다. 한제는 바르르 떨면서 한 움큼 피를 토해내는 한편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한제의 두 눈은 핏줄이 터져나가며 피로 물들었다. 하반신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 내려 허리 윗부분만 의자 위에 세워져 있었다. 허나 그런 끔찍한 고통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체내의 기운을 묶어둘 수만 있다면 그래서 7성급 고신이 될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단숨에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7성급 고신의 회복력은 6성급 고신의 그것을 월등히 능가할 테니까.
‘도고 엽막이 이 의자 위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면 나라고 그러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밀물처럼 밀려드는 강한 힘은 한제의 육신을 관통해 영동과 주진에게까지 미쳤다. 영동이 소환한 조각상은 바르르 진동하면서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영동은 피를 뿜으며 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주진의 붉은 늑대 역시 구슬프게 울면서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고 주진은 수천 척이나 밀려났다.
앞으로 당분간 한제는 홀로 버텨내야만 했다.
“크아아!”
그때, 탁삼의 포효가 온 세상을 진동시켰다. 허상의 그물이 찢어졌고 그 틈으로 탁삼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둘! 단 둘을 셀 때까지만 버티면 7성급 고신이 될 수 있다!’
한제는 의자에서 발산된 기운을 이용해 한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돌처럼 굳어 있던 고신의 시체를 탁삼에게 던졌다.
콰쾅!
너무도 강력한 힘을 전달한 매개체가 된 한제의 오른손은 터져나갔지만 대신 고신의 시체는 그 강력한 힘을 실은 채 탁삼의 머리에 떨어졌다.
“크아악!”
순간 탁삼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피를 토해냈고 뒤로 떠밀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