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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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는 천존열 안팎의 모든 강자가 자신을 지켜보는 가운데 곧장 열세 번째 궁전으로 향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안으로 들어섰다.
이 모습을 본 중주 황성의 명도 존은 차게 코웃음을 쳤다.
“선황, 지금 당장 천존열로 가서 열여섯 번째 궁전을 통과하겠습니다!”
뜻밖의 충격 (7)
천존열에 이토록 많은 이의 시선이 쏠린 것은 명도 존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 시간 이후 선족 구역, 심지어 선족의 역사에서 한제의 이름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많은 이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질 터였다. 어쩌면 머지않아 고족 수련자들 역시 그의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 무렵, 제산의 구제 대천존에게서 더 이상 나른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낙엽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두 눈은 형형하게 빛났다.
“혼개를 착용했다 하더라도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한 자라면 더 이상 계륵으로 볼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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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 황성.
모습을 드러내 용상에 앉은 선황은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며 허상의 장막 속 한제가 열세 번째 궁전으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명도 존은 그의 곁에서 가부좌를 튼 채 신식을 정수리에 응집해놓고 당장이라도 천존열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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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 대천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제는 이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상태였다. 그런 그를 포섭하려면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할 터였다.
‘허나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만약 저자가 언젠가 대천존이 된다면 더욱 큰 보답으로 돌아올 테니까.’
대천존끼리 좋은 관계를 형성한다면 그들은 선족 내에서 더욱 엄청난 지위를 누릴 수밖에 없다.
그 무렵, 곁에 있던 무봉 대천존도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한제는 쌍자 대천존을 제외한 네 대천존의 관심을 받게 되겠군. 뭔가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천존열은 고요했다. 천존 수련자들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만에 다섯 번째 궁전에서 열두 번째 궁전까지 통과한 한제와 자신들의 간극을 실감했다.
더욱이 한제가 막 다섯 번째 궁전을 통과했을 때 비웃었던 자들은 이제 헛웃음을 흘렸다. 감히 천존에 불과한 수준으로 약천존 수련자를 평가하려 든 셈이니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우를 비롯한 약천존들은 복잡했던 심경이 한결 가벼워졌다. 너무나 크게 벌어진 상대와의 간극 때문에 부러워하기도 힘들 지경이었으니까.
“당시 명도 존은 열세 번째 궁전에서 걸음을 멈추었지. 과연 저자는 당시의 명도 존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자망 약천존은 여전히 불쾌했다. 이제는 그만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열세 번째 궁전까지 통과할 수 있을 리는 없어!”
천존열에 모인 스무 명이 넘는 약천존이 모두 한제에게 집중했다. 그중 서로 친분이 있는 자들은 신식으로 과연 한제가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열세 번째 궁전에 들어간 한제의 눈앞에는 안개로 뒤덮인 우주가 다시 나타났다. 꾸물거리는 안개는 이전의 두 개 층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짙었다.
한제는 그 안개 속에서 침묵을 지켰다.
‘열두 번째 층에서 맞섰던 천외 흉수의 영혼에는 천우도 있었다. 그곳이 혼개를 입은 상태에서의 내 한계임을 난 똑똑히 느낄 수 있었지. 혼개는 만능이 아니야. 수준을 증폭시켜주고 전력을 높여주지만 내 진짜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 효력은 감소하게 되지. 앞서 극화도와 극수도를 손에 넣어서 다행이야. 선조가 태고 신경으로부터 전승받은 팔극도 중 두 개를 파악한 셈이지.’
한제는 짙은 안개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란 무엇인가!”
그가 고민에 빠져 있던 이때, 이전의 두 개 층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제의 눈빛은 덤덤했다. 이미 두 차례 답을 한 적이 있는 질문이었다. 그는 열한 번째 층에서는 삶과 죽음으로 열두 번째 층에서는 원인과 결과로 답을 했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세 번째로 마주한 이때, 한제는 진실과 거짓이 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에 대한 깨달음의 시험은 다른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한제는 동부계에 있었을 때부터 내내 그것에 대해 생각해왔다.
‘이 정도면 모두에게 뜻밖의 충격을 안긴 셈이지. 좋아, 이곳을 통과한 뒤에는 멈춰야겠어.’
결론을 내린 한제는 입을 열어 질문에 답했다.
“삶과 죽음을 줄로 보는 것, 그것이 도다! 또한 그 줄의 양끝을 하나로 이으면 원이 되는 바, 그것이 원인과 결과이자 도다! 사람에게는 꿈의 장막이 있어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실제인지 분간치 못한다.
꿈의 장막은 중생들로 하여금 진정한 세상을 보지 못하게 하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런 상황에서 꿈의 장막을 깨고 눈을 뜨는 힘이 바로 진실과 거짓이며, 그것이 곧 도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안개가 흩어져 사라지고 우주의 온전한 모습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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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한제가 열세 번째 궁전으로 들어간 지 2각이 지났다.
“안타깝군, 열세 번째 궁전은 힘든 모양이야. 통과했다면 재미 존에 버금가는 약천존이 되어 선족의 3대 약천존에 등극했을 텐데⋯⋯.”
구경하던 약천존 중 누군가가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한계인가.”
반면 도일 대천존은 오히려 약간 안도한 기색이었다. 한제가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비교적 포섭하기가 쉬울 테니까.
한데 그때, 돌연 오래된 전송진에서 밝은 빛이 번득이며 뿜어져 나왔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그의 등장이 일으킨 반향은 조금 전 도일 대천존이나 무봉 대천존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일으킨 반향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천존열에 모여 있던 이들은 그 청년이 일으킨 새로운 폭풍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명도 존!”
“명도 존까지 오다니! 이한제가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명도 존의 표정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사실 천존들 중에는 여태 명도 존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다른 천존을 통해 그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차린 그들은 존경심과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명도 존을 바라보았다.
그들로서는 한제와 명도 존이 마주한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한제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뛰어넘을 참이니 명도 존이 저 고고한 성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지.”
“누구도 그에게 감히 도전하지 못했지. 심지어 재미 존도 그에게는 완전히 압도된 상태이니까.”
명도 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그나마 약천존들이었다. 그들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명도 존을 살피면서도 어떤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도일 대천존, 무봉 대천존을 뵙습니다.”
냉랭한 모습의 명도 존은 다른 천존이나 약천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두 대천존에게 포권을 했다.
무봉 대천존은 그런 명도 존을 보고 내심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시 엄청난 조건을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명도 존이 선황을 선택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무슨 말인가 하려던 무봉이 문득 고개를 홱 쳐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천존열에 있는 모두가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명도 존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과 안개에 휩싸인 열세 번째 궁전에서는 밝은 금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구름과 안개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물들였다.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했어!”
“명도 존도 약천존이 됐던 당시에는 열세 번째 궁전에서 실패를 겪었는데! 이한제가 당시의 명도 존을 뛰어넘은 거야!”
그 무렵, 하늘을 노려보던 명도 존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온 천존열이 들끓는 듯했다. 한제가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하자 천존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심지어 약천존들 역시 충격에 눈빛이 흔들렸다.
한편, 열세 번째 궁전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오자 그곳의 모든 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명도 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열세 번째 궁전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명도 존에 대한 도전이기도 한 것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명도 존의 몸에서 한기가 피어올랐다. 뒤이어 그 한기가 사방으로 확산되자 소란스러웠던 주위가 고요해졌다.
열세 번째 궁전에서 나온 한제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그는 열네 번째 궁전으로 향하는 대신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명도 존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멈출 생각인가!”
그 목소리에 다른 수련자들은 심신이 바르르 진동했고 동시에 기대감 어린 눈을 번득였다. 곧 천존열이 폭풍에 휩싸이게 될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도일 대천존은 침착한 표정으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의 곁에 있는 무봉 대천존은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매우 우수한 두 약천존의 대치가 흥미진진한 모양이었다.
천존열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흥미로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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