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66
“이 단로를 알아볼 수 있겠어?”
모완은 단로를 살피자마자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
“선배, 지난 2백 년간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한제는 가볍게 웃으며 단로를 가리켰다.
“왜? 이것도 보물이야?”
모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어려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사형, 이 단로는 품질이 굉장히 높아. 심지어 운천종의 대전 밖에 있는 단정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야. 이 무늬 좀 봐. 이건 태생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단약을 만들어오면서 남은 약의 흔적이야.
이런 약의 흔적은 때때로 단로의 품질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지. 만약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분명 단약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종파의 보물이었을 거야.”
모완이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추측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부적이야말로 정말 귀한 물건이지. 이 봉인 부적, 이전에 책에서 본 적 있어. 단봉(丹封)이라는 건데 천지간의 영력을 흡수해서 봉인함과 동시에 단약에 영양을 공급한대. 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단봉은 상고 시대에 존재했던 거라 흔치 않고 그 제작 방법도 이미 잊혔어.”
한제는 서두르지 않고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게다가 이 단봉은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해. 일반적인 단약이라도 이 단봉을 붙이고 며칠 두면 그 품질이 두 배로 높아질 걸? 좀 더 오래 묵혀둔다면 품질은 더 올라가게 될 테고…
책에서 본 대로면 엄청난 효능을 자랑하는 단약은 모두 단봉을 붙인 뒤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을 기다린 뒤에야 만들어진대. 단봉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거지.”
모완은 매혹당한 듯한 얼굴로 단로 위에 붙은 노란 종이를 바라보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한제는 무척 놀란 상태였다. 저 노란 종이가 그렇게 귀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한 단봉으로 봉인되어 있는 단로 안의 단약은 대체 뭐란 말인가? 모완의 말대로라면 이 단로와 단봉보다 더 값진 물건이 아닐 리 없었다.
모완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단로를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선배, 어쩌면 선배도 알아차렸겠지만 여기에서 가장 값진 물건은 단봉도 아니고 단로도 아닌 그 안에 들어 있는 단약일 거야. 아주 귀하게 만들어진 단약만이 이런 단로로 만들어 단봉으로 봉인된다고 해. 난 지금 이 단로 안에 대체 어떤 단약이 들어있는 건지 너무 궁금해!”
한제의 마음도 떨렸다. 당시의 운비를 떠올린 한제가 잠시 고민하다가 저물대에서 뭔가를 꺼냈다. 운비의 저물대에 들어 있던 옥패였다.
옥패를 탁자에 올려둔 한제가 말했다.
“이 옥패와 단로는 한 사람에게서 얻은 거야. 연관이 있는지 좀 봐줘.”
모완은 눈을 빛내며 옥패를 들고 신식으로 훑어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예쁜 미간을 살짝 구기며 말했다.
“기황문일 거야. 이 옥패 안에는 단약 제조 방법들이 기록되어 있네. 다 기황문에서 연구해낸 것들이겠지. 수마해 중앙 지역에서 얻은 거야?”
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황문 맞네. 기황문은 원래 4성 수련국 소속의 종파였는데 원수에게 화를 당해 수마해로 이주해온 뒤 종적을 감추었어. 보아하니 이 단로도 기황문의 물건인 모양이야. 하지만 이 단봉을 여는 방법은 사라졌으니 쉽게 열 수는 없을 거야.
억지로 열려고 하다가는 이 안에 들어 있는 단약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단약이 재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내 생각에 이 단약은 아직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것 같아.”
모완이 아랫입술을 물며 말했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비가 당시 단로를 열어 단약을 복용하지 않고 금제를 푸는 대가로 삼았던 행동이 이제야 설명이 됐다.
수준의 급등 (1)
모완이 이를 악물며 단호하게 말했다.
“선배, 난 운천종의 장경각(藏經閣)으로 가서 고서를 좀 더 찾아봐야겠어. 만약 이 안에 들어 있는 단약이 수준을 돌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약이라면 사형이 원영기에 오를 가능성도 훨씬 높아질 거야!”
잠시 후, 모완은 여러 개의 약병을 하나하나 한제에게 건네주며 해당 단약의 효능과 주의 사항에 대해 일러 주었다. 모든 설명을 들은 한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모완은 한제가 떠날 때까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 그의 수준은 한참 낮은 상태라 오랜 시간 동안 모완의 처소에서 수련을 했다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한제는 북원에 있는 자신의 처소에서 폐관 수련을 할 계획이었다.
그와 모완은 이미 약속도 했고 소리 전달 옥패도 나눠가진 상태였다. 모완이 단봉을 열면 그 안에 든 단약을 한제에게 보내주기로 되어 있었다. 한제는 두 마혼을 남겨 그녀를 보호하게 했다. 두 마혼이 협동한다면 원영기 수준의 수련자에게서도 얼마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 시간이면 한제가 본체를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와 신식의 혼핵으로 연결된 마혼들은 한제가 석주 공간에 있을 때에도 여전히 그와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한제가 남원 밖으로 나가자마자 온화한 목소리가 천천히 그의 뒤쪽에 있는 하얀 안개 속에서 흘러나왔다.
“네가 이한제냐?”
한제는 걸음을 우뚝 멈추고 몸을 돌렸다. 안개 속에서 상당히 준수한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손진위였다.
한제는 침착한 눈빛을 유지한 채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손진위는 선량한 눈빛을 띤 채 웃음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방금은 네 스승을 찾으러 온 것이었지?”
한제는 내심 냉소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진위는 한제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달만 지나면 나도 너의 스승이 될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수련하거라. 단약 제조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면 네 스승을 찾아가야겠지만 수련에 문제가 생긴다면 날 찾아와도 된다.”
한제는 침착한 얼굴로 담담하게 답했다.
“별일이 없는 한 저는 단약 제조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손진위는 약간 짜증이 난 듯 안색이 굳었다. 하지만 곧 그는 미소를 띠며 저물대에서 비검 한 자루를 꺼냈다.
“이 검은 청봉(靑峰)이라고 한다. 선물이니 가져가거라!”
말을 마친 그가 검을 앞으로 내던지자 비검은 둥둥 떠서 한제의 앞으로 다가왔다. 한제는 비검을 받아들고 잠시 살핀 뒤 포권을 취해 감사를 표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손진위는 줄곧 웃음기 어린 얼굴로 멀어져가는 한제를 바라보다가 서늘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축기 수준에 불과하군. 이모완을 감시하기 위한 장기 말로 쓰기에 딱 좋겠어. 게다가 그 수준으로는 비검을 아무리 들여다본다 해도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할 것이다.”
★ ★ ★
한제는 북원의 처소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비검을 꺼내더니 두 손으로 금제를 만들어내 그 비검에 찍었다. 비검은 서늘한 빛을 발했다.
한제는 손진위의 행동이 미심쩍었다. 그 저의가 뭔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 비검은 분명 뭔가 이상했고 그가 의심했던 대로 자신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한제는 속으로 냉소했다. 그의 금제는 이 비검의 작용을 제한하면서도 손진위에게는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비검을 한쪽에 내던져둔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려 석주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현실의 두 달, 석주 공간에서는 약 2년 정도뿐이었다.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앞에는 열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단약 병들이 놓여 있었다. 그중 몇몇 개는 이미 열려 있었다. 모완이 지난 2백 년간 만들어온 이 약들은 모두 한제가 복용하기에 적합한, 결단기에 이르는 데 도움을 주는 약이었다.
한제는 모완의 당부에 따라 이 약들을 순서에 맞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치한 후 왼쪽 끝의 병을 들어 마개를 열었다. 순간 진한 향이 피어올랐다. 그 안에는 흰색 환약 열 개가 들어 있었다.
기좌단(岐左丹)이라는 이름의 이 약은 2품 상급 단계의 단약으로 각종 진귀한 약재들로 만들어져 약효가 상당했다. 영력을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경맥을 확충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그 제조 방법은 낙하문이 가지고 있었는데 3성 수련국에서는 상당히 구하기 힘든 것으로 축기단보다도 한 단계 높은 단약이었다.
경맥을 확충하는 약물은 운천종에도 적지 않았지만 그 대부분 4품 이상으로 2품의 단약 중에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은 굉장히 드물었다.
운천종 전체에 있는 기좌단은 스무 개가 채 되지 않았는데 모두 모완이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한제는 기좌단 한 알을 집은 뒤 입 안에 털어 넣고 호흡했다. 단약은 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영력이 됐다. 한제는 그 순간 기좌단과 축기단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달았다. 함유하고 있는 영력이 배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넘쳐흐르는 듯한 영력은 고신결의 흡수 아래 천천히 평정을 되찾아갔다. 한제는 두 말 않고 또 하나의 기좌단을 삼켰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모든 기좌단을 삼킨 후 한제의 수준은 이미 축기 후기에 이르러 있었다. 나중의 결과나 위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수련 방식은 오직 한제만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약을 섭취해가며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양의 단약을 먹지는 않았다. 우선 흡수가 문제였다. 단약의 흡수는 그 단약의 품질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며칠에서 심지어는 몇 달의 호흡을 해야만 그 효능을 낭비하지 않고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었다.
더구나 단약 안에 함유된 영력이 너무나 커서 성급하게 흡수를 했다가는 몸에 해를 끼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짧은 시간에 많은 단약을 복용하면 빠르게 수준을 높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후의 수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허나 한제에게는 그런 문제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 단약을 얼마나 먹든 고신결을 통해 빠르고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었고 이후의 수련도 단약의 복용자는 분신에 불과해 본체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본체 입장에서 어차피 합쳐질 분신은 그저 하나의 단약 역할을 할 뿐이었다. 허나 이 분신이 함유한 힘은 이미 일반적인 단약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기좌단을 다 섭취한 한제는 두 번째 약병을 집었다.
이 분신으로 결단기에 이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한제의 본체가 결단기에 이르기 위해 익힌 것은 황천승규결(黄泉升窍决)이었다. 체내에 세 개의 한단을 맺고 그 세 개의 한단을 합쳐 단의 배(胚) 하나를 만든 뒤 모완이 만든 천리단(天離丹)을 통해 겨우 성공했다.
두 번째 약병에 든 것에 대해서 모완은 이름은 알려주지 않고 보면 알 것이라고만 했다. 차분히 병을 열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한제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안에는 자홍색의 단약 다섯 개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예전에 그가 복용했던 천리단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허나 이것은 지난 2백 년간 모완이 심혈을 기울에 만들어낸 새로운 천리단이었다. 천리단은 3품 기초 단계의 단약으로 이 단약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가 화분국에서는 이미 멸종된 상태였다.
모완 역시 운천종에 들어온 후 장로의 신분으로 겨우 그 재료를 구해 가까스로 만들어낸 약이었다. 다만 운천종에도 천리단의 재료는 많지 않아 다섯 개의 천리단을 만든 뒤에는 더 이상 재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사실 한제가 이번에 복용한 단약은 거의 대부분 모완이 운천종에서 재료를 얻어 직접 만들어낸 결과였다. 말하자면 그의 수준은 운천종의 단약을 대가로 올린 셈이었다.
천리단은 결단기에 오를 확률을 높여주는 단약으로 이런 단약은 결코 흔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름난 종파에서는 비밀스럽게 만들어졌고 해당 종파에 대해 일정한 공헌을 하거나 문파 내의 핵심 제자가 됐을 때에만 이를 먹을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니 천리단 다섯 알은 굉장히 귀한 존재였다. 모완 혼자서 지난 백 년간 이 약들을 만들어낸 것만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제는 천리단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한 알을 집어 들고 입에 넣었다.
이번에 먹은 천리단은 2백 년 전 본체가 먹었던 것보다 약효가 컸다. 당시 그 단약은 여러 대체 재료를 찾아 만들어낸 약이기 때문일 터였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첫 번째 천리단은 실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제 전신의 영력은 단전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두 번째 천리단 역시 실패였다. 하지만 한제 체내의 영력은 더욱 응결된 상태였다. 그의 몸속에서는 단전이 마치 큰 바다처럼 각 경맥 안에 흐르는 영력을 받아들이며 느릿하게 회전하는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이 소용돌이가 회전할 때마다 경맥 안의 영력이 먹구름처럼 밀려들었다.
세 번째 천리단 역시 결단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제 단전의 소용돌이가 회전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 그리고 점점 한 방울의 금색 액체가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응결됐다.
한제는 서두르지 않고 기초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 천천히 호흡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제 체내의 소용돌이가 회전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고 이때 그의 단전에는 이미 세 방울의 금색 액체가 나타난 상태였다.
이는 한제 전신의 영력이 응결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이 세 방울의 금색 액체가 나타난 순간 체내의 경맥에서 영력은 싹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단전의 소용돌이도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한제는 고신결을 수련한 상태였지만 억지로 그 작용을 막으면 영력은 육신에 의해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영력을 순환시켰다.
고대 신들 사이에 축기니, 결단이니, 원영이니 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 때문에 고신결을 수련에 사용하는 것은 한제가 처음이었다. 때문에 체내 영력을 모두 응결해 세 방울의 금색 액체로 만들어낸 것에 대해 한제는 어떤 정보나 기억도 찾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