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553
머지않아 넓은 대지가 나타났다.
신식으로 땅을 훑던 한제는 곧 남쪽에 신식을 고정시킨 뒤 유성처럼 빠르게 몸을 날렸다.
★ ★ ★
한편, 천환성 남부 환가의 저택에서는 환무정이 그늘진 얼굴로 뒷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환가의 직계 자손들이 입을 꾹 다문 채 두 줄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불만이 배어 있었다. 그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꾹 참고 있을 뿐이었다.
류미 역시 환무정 곁에 서서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환미, 다시 묻겠다. 정말 그자가 너와 같은 연맹성역에서 온 자가 맞느냐?”
환무정이 하늘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류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맹성역의 사람에게 어떻게 뇌수가⋯⋯?”
환무정 역시 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환무정은 알 수 없었지만 당시 사신차를 만든 자는 그 안에 넣을 마수의 혼을 찾기 위해 뇌의 선계까지 찾아갔다. 그리고 모종의 방식으로 뇌의 선계 선군으로부터 몇 마리의 뇌수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환무정은 저 멀리 하늘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유성처럼 다가오는 한제를 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뇌수가 붙어 있었는데 콧김을 씩씩 내뿜는 뇌수의 온몸에는 전광이 흐르고 있었고 사납게 번득이는 눈으로는 환가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무렵, 한제는 환가 저택의 커다란 진 위에 당도했다.
환가 저택은 거대해 멀리서 보면 하나의 성 같았다.
“류미를 내놔라!”
한제는 환무정과 류미를 비롯한 환가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류미는 한제와 마주 보기를 원치 않는 듯이 복잡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겁도 없구나!”
환무정이 눈빛을 번득이며 소리쳤다.
“네가 우리 환가의 진을 깰 수 있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마!”
환무정의 대꾸에 한제는 말없이 오른손으로 뇌수의 머리를 한 번 툭 쳤다.
“크오오오!”
뇌수의 포효가 마치 천둥처럼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구름들마저 그 격렬한 포효에 전광이 흐르면서 파직파직 소리를 냈다.
앞으로 나선 뇌수의 전신에는 전광이 흘렀고 그 포효가 점점 격렬해지더니 천둥번개가 미친 듯이 몰아쳐 환가의 저택 위에 배치된 전송진에 쏟아졌다.
콰르릉!
펑! 펑!
요란한 소리가 이어지며 세상을 뒤덮었다. 천둥과 번개는 하늘의 위엄을 실은 듯 떨어져 내릴 때마다 조금씩 진을 파괴했다. 허나 환가의 진은 천둥번개가 떨어질 때마다 이를 빠르게 흡수해갔다.
한제는 말없이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를 내더니 뇌수의 미간에 떨어뜨렸다.
“열려라, 봉인!”
그의 날카로운 한 마디에 뇌수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천둥의 위엄을 발산해 천둥의 폭풍을 형성했다.
참라결(斬羅訣)
콰오오!
거대한 폭풍은 나타나자마자 구름을 몰아냈다. 이어서 천둥번개가 다가와 폭풍 바깥쪽에 그물을 형성했다.
“진을 파괴해!”
한제가 낮게 외치자 뇌수의 몸에서 흐르는 전광이 더욱 짙어졌다. 반경 1백 리에서는 모래와 자갈이 마치 온 하늘을 뒤덮으려는 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환가 사람들은 그 엄청난 힘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개중에 식견이 넓은 사람들은 뇌수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안색이 변했다.
“선조 어르신, 저⋯⋯ 저것은 뇌수입니다!”
“선조 어르신, 뇌수는 뇌선전을 대표하는 것 아닙니까? 외부인 하나를 위해 우리 환가 전체가 타격을 입어야 합니까? 부디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사실 이런 불만은 처음 류미가 왔을 때부터 생겨났고 환혈법을 시행했을 때 쌓였던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었다.
“다들 입 다물라!”
환무정이 싸늘한 눈빛으로 자손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이 무렵, 뇌수가 만들어낸 폭풍이 진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 충돌로 인한 기세는 엄청났다. 구름은 더욱 짙어졌고 대지는 모래와 자갈들로 휩쓸렸다.
콰르릉! 쾅!
천환성 전체를 격렬하게 흔들리게 할 정도의 충격과 굉음이 울려 퍼졌다.
폭풍이 된 뇌수는 수많은 천둥번개로 환가의 진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또한 폭풍의 중심에 있는 뇌수는 예리한 송곳처럼 엄청난 힘을 품은 채 빛의 장막 형태의 진에 깊게 파인 흔적을 남겼다.
꽈릉! 꽝!
천둥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마치 하늘의 분노를 품은 듯 강렬한 이 위엄에 천규자는 천가의 처소에서 냉소를 흘렸다.
한편, 환가 사람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환무정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 엄청난 위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뇌의 선계에 속한 나천성역의 사람들은 천둥번개 유형의 신통력에 유달리 경외심을 보였다. 이에 뇌선전의 뇌수가 펼치는 공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뇌수의 폭풍에 진은 조금씩 파괴됐지만 이 진은 환가에서 설치한 것이니만큼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이렇게 엄청난 공격을 오롯이 받아내면서도 아직까지는 깨지거나 부서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환무정은 가라앉은 얼굴로 한제를 주시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검기를 꺼내! 그러지 않으면 이 진을 파괴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네가 가진 검기를 다 소모하는 순간, 너는 내 손에 죽는다!’
뇌수의 폭풍이 끊임없이 공격을 쏟아붓고 있을 때, 한제의 그림자가 훌쩍 튀어 오르더니 선위 꼭두각시가 나타나 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 주먹은 세상의 빛을 모두를 흡수한 듯 눈부신 금빛을 번득였다. 심지어 번개마저도 이 빛 앞에서는 어두워 보였다.
쾅!
선위의 주먹이 떨어지자 진은 크게 흔들렸다.
이어서 선위는 몸을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개로 나누더니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다. 뇌수도 또 한 번 포효를 내지르며 위력을 높였다.
콰르릉! 쾅!
환가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선조 어르신!”
환가의 직계 자손들 중 가장 앞에 선 자가 한 발 나서며 낮게 외쳤다.
그 순간, 환무정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방금 앞으로 나선 자는 그 신분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바로 환가의 가주, 환봉신이었던 것이다.
환무정은 고개를 돌려 환봉신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봉신, 너도 내게 반기를 드는 것이냐?”
환무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허나 선조 어르신, 저자가 뇌선전의 사람이든 아니든 뇌수와 음양이의의 경지에 이른 꼭두각시를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자와는 죽기 살기로 싸우기보다 교의를 맺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환봉신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선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런 자를 상대로 외부에서 온 자를 보호해야 합니까? 선조 어르신이 환미를 통해 무엇을 얻으시려 하는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 앞에 닥친 위험은 사적인 욕망을 위해 감수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류미는 환봉신의 말에도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덤덤하게 한제를 노려보았다.
한편, 환무정은 어두운 얼굴로 봉신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나도 다 생각이 있다!”
환봉신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포권을 했다.
“선조 어르신께서 정 그리하시겠다면 저는 더 이상 따를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저자가 진을 파괴한다면 이 봉신은 만일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곧장 피할 것입니다! 저는 가주로서 모험이 아닌 안정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때, 진에 파문이 일렁거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극한에 이른 듯한 빛이 번득였다. 파문도 진 전체로 퍼져나가 이제 진 너머의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뇌수의 포효에 실린 천둥의 위엄도 선위 꼭두각시의 주먹도 그 위력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 순간, 한제는 저물대에서 거대한 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주일로부터 분리된 뒤 완전히 한제의 것이 된 우(雨)의 선검이었다.
선검은 예리한 검광을 번득이면서 짙은 위엄을 풍기더니 자신의 진정한 주인인 한제의 손에 착 달라붙었다.
한제는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리며 싸늘하게 내뱉었다.
“참라결(斬羅訣)!”
금부는 한제가 대산파에서 손에 넣은 첫 번째 비검이었다. 어쩌면 약관의 나이에 이 검을 손에 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은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 후로도 잃었다가 다시 얻으면서 수백 년이 흘렀다.
금부 안에는 전대 우의 선검 검혼의 기교가 깃들어 있었는데 이 기교는 선술도 도술도 심지어 신통력도 아닌, 일종의 검식(劍式)이었다. 원고 시대 검에서 전수된 극강의 검식…
한제는 선검을 움켜쥔 채 선위와 뇌수의 공격에 압박받고 있는 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에는 덤덤한 빛이 사라지고 검광이 들어찼다.
이 순간, 그는 손에 쥔 검과 하나가 된 상태였다.
선검은 벼락같이 허공을 가르며 진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