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26
대부분은 문정기였고 드물게 음의의 수준인 이들도 있었다. 혼자인 경우도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이들도 있었고 더러는 한 가문이 뭉쳐 다니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한제와 이원은 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을 발견한 수련자들의 표정은 각기 달랐지만 하나같이 흥미로워 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제의 수준이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든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경계하며 길을 비켰다.
“허공에서 이토록 많은 수련자를 마주치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허 형,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이원은 불길한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는 드문 일로 더구나 뇌의 선계의 중앙으로 향할수록 점점 많은 수련자들을 마주치고 있었다. 마치 뇌의 선계에 들어온 모든 수련자들이 각자가 자리했던 조각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허나 모두가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한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
“네 방향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군요.”
이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수련자들을 살폈다. 허나 한제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 재빨리 따라붙었다.
그때, 갑자기 저 멀리서 열 개가 넘는 검광이 날아들었다. 흘러넘치는 듯 엄청난 원력이 발산되어 사방의 수련자들은 감히 그 앞을 막아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검광들의 기세는 사방을 휩쓸 듯 범상치 않았고 비할 데 없이 패기만만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제법 이름 있는 가문의 일행들조차 낯빛이 살짝 변해 얼른 뒤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그 검광들 앞으로 길게 뻗은 길이 생겨났다.
그러나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그쪽을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
한데 거칠 것 없이 곧장 허공을 가로지르던 그 검광들이 시야에서 사라져갈 무렵, 그중 한 명이 돌연 우뚝 멈춰서더니 방향을 틀어 한제에게로 다가왔다. 그러자 다른 검광들도 멈춰 섰다.
남녀가 뒤섞인 그들은 모두 문정기 수준을 뛰어넘은 상태로 대부분은 음의의 수련자였고 심지어는 양의에 이른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비롯해 주위의 모든 수련자들의 시선은 한제를 향해 달려드는 검광에 집중되었다.
이원은 긴장한 얼굴로 왼손을 들어 조용히 금제를 소환해냈다.
오직 한제만이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그 검광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검광은 한제로부터 2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그 안에서는 서른이 좀 넘어 보이는, 보라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허나 봉황과 같은 눈은 하얗고 준수한 그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음산한 느낌이었다.
사내는 한제를 향해 포권을 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후배 전공열, 선배님을 뵙습니다!”
그 순간, 모든 수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제에게로 향했다. 전공열은 매우 유명해 그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런 전공열이 깍듯하게 대하는 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저자는 누구지? 전공열과 수준 차이가 커 보이지는 않는데…,”
“뇌선전의 사자가 선배라고 하는 걸 보면 뇌선전의 장로라도 되는 걸까?”
사방의 수련자들이 숙덕거렸다.
특히나 전공열의 일행들은 더욱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모두 각 수련자 가문에서 내로라하는 자들로 전공열이 말도 없이 갑자기 방향을 틀 때부터 의아해하던 차였다. 한데 전공열이 저렇게 깍듯하게 대하다니…
전공열은 일행 중에서도 수준이 가장 높은 자였고 평소 오만하고 고고한 자였다. 심지어 가문의 윗사람들조차 아래로 깔아 보는 그가 선배라 칭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게다가 지금 전공열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고 결코 거짓이 섞여 있지도 않았다.
실제로 한제에게 이미 완전히 승복한 전공열이었지만 지금 그는 상대를 보며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과연 놀라운 선배로군. 당시 문정기 수준으로 속였을 때조차 난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지. 그러니 지금도 양의의 수준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높은 수준에 이른 상태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신공호를 매우 부러워했다. 자신도 신공호처럼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고 싶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신공호가 가문의 제재를 받고 뇌선전으로부터 버려지기까지 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에는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기도 했다. 그전 같았다면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을 터였으나, 천둥번개 연못에서 겪은 일이 있었기에 그는 신공호의 행동을 인정했고 심지어 마음속으로 탄복하기까지 했다.
한편, 옆에서 한제를 바라보고 있는 이원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공열은 신공호, 당언풍과 더불어 나천성역 남역의 3대 천재라 불리는 수련자였다. 그 세 사람은 모두 아주 짧은 시간에 양의의 수준에 이른 엄청난 자들이었다.
한데 전공열이 한제를 선배님이라 칭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전공열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렇게 다급히 어딜 가던 것이지?”
전공열은 한제의 표정이 변하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더욱 공손하게 대답했다.
“갑자기 짙은 선력의 파동이 피어오른 네 개의 조각이 나타났습니다. 한데 금제 봉인으로 막혀 있어 짧은 시간에 열기란 불가능하다더군요. 그러나 그 안에 분명 값진 보물이 있을 것 같아 가보는 중입니다.”
그제야 지난 한 달여 동안 그토록 많은 수련자가 총 네 방향으로 이동해갔던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금제 봉인으로 막혀 있다⋯⋯?”
한제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쑥 말했다.
“수확을 얻게 되길 바라겠네.”
그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전공열이 공손하게 답했다.
“사실 저로서는 확신이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혹여 시간이 되신다면 모를까⋯⋯ 신공호와도 좌측의 조각에서 만나 함께 그 보물을 찾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한제의 표정이 살짝 싸늘하게 변했다.
“내게는 따로 할 일이 있다! 시간이 나면 가보도록 하지.”
전공열의 얼굴에는 흥분한 빛이 드러났다. 그가 이런 표정을 보이는 일은 정말이지 드물었다.
‘선배님께서 와주신다면 그 보물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야!’
전공열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공손하게 포권을 한 뒤 뒤로 물러났고 일행과 함께 다시 길을 떠났다.
한참 이동하던 와중에 전공열의 일행 중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궁금한 듯 불쑥 물었다.
“오라버니, 아까 그 사람은 누굽니까?”
전공열은 빙그레 웃었다.
“그분은 아주 높은 수준의 선배님이시다. 이렇게 그분을 만나다니, 이 전공열에게 행운이 따르는구나!”
자격
수련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한제와 이원은 다시 길을 떠났다.
이원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끝끝내 묻지 않았다. 이원은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고 그런 비밀은 묻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몇 개월이 지났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동했고 점점 많은 수련자를 마주쳤다. 그리고 마침내 뇌의 선계의 중앙 조각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수련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온통 어둠뿐이었다.
허공에 선 한제는 사방을 살폈다. 봉인된 장품각이 있는 조각은 바로 이곳이었다.
“이 형, 이곳에서 무슨 실마리라도 보입니까?”
한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원은 결인을 그려내며 금제를 소환해내는 듯하더니 잠시 후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는 분명 금제의 파동이 느껴집니다. 굉장히 미약하지만 심금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금제는 선금(仙禁)과 비슷하나 조금 다르군요.”
말을 마친 그는 손을 앞으로 뻗어 한 줄기 금제를 쏘아 보냈다. 이 금제는 열여덟 줄기로 나뉘어 허공에 떨어졌다. 그 순간, 한 줄기 허상의 윤곽이 허공에 나타났다가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제는 눈을 번득였다. 방금 그 허상의 윤곽이 나타난 순간 반투명한 대륙이 허공에 나타났던 것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그 대륙에는 누각 하나가 높이 솟아 있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
이원이 말했다. 그는 금제를 해제할 때마다 점점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말을 마친 그는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왼손으로 끊임없이 결인을 그려 금제를 줄기줄기 쏘아냈다.
금제들은 그의 앞에서 조합됐고 이따금 그의 미간에서는 검은 선이 튀어나와 조합을 이룬 금제로 달려들어 복잡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복잡한 문양은 허공에 찍혔다.
대륙의 허상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워낙 순식간에 사라진 바람에 뛰어들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한제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원이 금제를 쏘아내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그 대륙이 번득이며 나타나는 횟수도 점점 많아졌다. 한제는 눈도 떼지 않고 그곳에 집중했고 대륙의 허상은 점차 또렷해져 갔다.
대륙 중심의 거대한 누각은 우뚝 솟은 네 개의 예리한 가시 같았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두 쌍의 소뿔 같기도 했다.
이 네 개의 뿔 끄트머리에는 각각 한 사람씩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한제의 시선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한제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허 형, 이 금제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몇 달은 걸릴 겁니다. 하지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허 형이 들어가시는 것뿐이라면 성공률은 8할 이상일 겁니다. 허 형께서 결정하시지요!”
이원의 말에 한제는 번득이는 대륙의 허상 가장자리까지 다가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 혼자 들어가겠습니다! 이곳은 위험하니 이 형께서는 잘 숨어 계십시오. 제가 선술을 가져올 테니 그때 함께 떠납시다.”
이원은 말없이 자신의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여러 갈래의 검은 선이 튀어나와 교차해 하나의 낙인을 이루었다. 동시에 이원은 대량의 금제를 낙인에 녹여 넣었고 그러자 낙인은 짙은 검은 빛을 발산했다.
눈을 번득이던 이원이 왼손을 빠르게 휘둘렀다.
“심금, 파멸!”
그 금제의 낙인이 허공에 떨어진 순간, 대륙의 허상이 다시 나타났다. 한데 이번에는 깜빡거리는 것이 굉장히 불안정해 보였다. 사라지려 하다가도 다시 또렷해지던 대륙의 허상은 잠시 후 또다시 사라지려 했다.
낙인은 시종일관 검은 빛을 발하면서 대륙이 깜빡거리는 동안 확대되어 둥근 통로를 형성했다. 허나 이 통로는 안정적이지 못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가십시오!”
이원이 크게 외쳤다.
한제는 번개처럼 그 통로로 달려들었다.
그가 막 통로에 들어선 순간, 통로가 무너져 내리더니 대륙의 허상과 한제 역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