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25
다만 그 눈알에서 발산된 붉은 빛만은 번개처럼 통로를 따라 한제와 이원을 뒤쫓고 있었다.
한제는 이원을 끌고 빠른 속도로 통로를 빠져나가 동굴 입구에 이르렀다. 이어서 두 손가락으로 이원의 가슴팍을 연거푸 두드렸다.
이원은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두 눈을 번쩍 떴고 잠시 멍한 눈으로 주위를 살핀 후에야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맑은 눈빛을 되찾았다.
“감사합니다, 허 형. 방금 그 소용돌이 속의 기이한 힘에 이끌렸던 모양입니다.”
이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추측했다.
한제가 고개를 돌려 뒤쪽의 통로를 바라보더니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정말 이상한 곳이군요.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이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결인을 그려 한 줄기 금제를 동굴의 입구에 쏘아 보냈다.
그때, 한제가 표정이 급변해서는 양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천둥번개의 위엄을 발산했다. 천둥번개의 위엄으로 양손에 전광을 이루어낸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콰르릉!
전광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동굴 통로를 빽빽하게 막았다.
그때,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모든 전광을 무너뜨리고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붉은 번개 속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낀 탓이다. 그 기운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부터 한제의 두 눈을 바짝 졸아들게 만들었다.
“이건⋯⋯ 극의 경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빠르게 뒤로 물러난 한제는 사방의 공간에 하나로 녹아들었고 붉은 빛은 곧장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입구의 금제가 가동됐고 한제는 이원을 붙든 채 동굴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입구를 다시 봉할 여유도 없이 한제는 곧장 순간이동을 했다.
한제와 이원은 그 조각에서 1만 리 떨어진 곳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한제는 경련을 일으키며 창백한 얼굴로 모래알 하나를 토해냈고 그 모래알은 곧장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인장이 되어 사방에 짙은 위압감을 드리웠다.
한제는 그 자리에 곧장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에서 튀어나온 마수의 뼈가 한제의 주위를 맴돌며 어스름한 빛을 발산했다.
“이 형, 저를 보호해주십시오!”
말을 마친 한제는 곧장 두 눈을 감고 결인을 그린 두 손을 양 무릎에 올렸다. 그리고 체내의 원력을 미친 듯이 가동하여 끊임없이 신식 안으로 쏟아부었다.
이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저물대에서 아홉 자루의 선검을 꺼냈다. 형형한 빛을 번득이는 선검들은 사방을 맴돌며 경계했다. 이원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한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모습이었다.
‘저 붉은 빛에 대체 무슨 신통력이 있기에…?’
이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시각, 한제의 원신에서는 그 붉은 빛이 미친 듯이 난동을 부리며 짙은 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발작하던 순간, 한제의 체내에 담긴 엄청난 원력이 그것을 층층이 포위했고 붉은 빛은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극의 경계였다. 원력으로 포위했다고 해도 그 안쪽에서는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다.
한제는 극의 경계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끊임없이 원력으로 그것을 감쌌다.
원신이 태고의 뇌룡과 융합된 상태였기 때문에 극의 경계가 발휘하는 위력에도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을 터였다. 어쨌든 그는 일전에 극의 경계를 가졌던 적이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예상대로 붉은 빛은 곧장 한제의 원신을 말살시키지 못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한제보다 수준이 높은 이라 해도 이런 저항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현재 한제의 체내에는 원력이 매우 풍부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매우 견고하기도 해서 끊임없이 붉은 빛을 층층이 포위하는 속도가 결국 그 안쪽에서 무너져 내리는 속도를 따라잡았다.
전공열
한제가 극의 경계에 대항하고 있는 그때, 1만 리 밖 진법 안의 동굴에 한 수련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다.
그는 한제가 정한 금지 밖에 있던 수련자 중 하나로 혹시나 한제가 가져가지 않고 남겨둔 법보가 있지 않을까 해서 되돌아온 것이다.
그는 한제가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한참 망설였으나, 결국 천천히 그 동굴에 이르렀다. 그 새카만 안쪽을 들여다보며 이를 악물더니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간 그는 통로를 따라 끊임없이 들어갔다.
★ ★ ★
몇 시진 뒤, 통로의 끝에 이른 그는 소용돌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던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소용돌이 가까이 접근했다.
바로 그때, 돌연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눈알이 다시 나타났다.
“가까이 와라, 가까이⋯⋯ 가까이!”
음산한 목소리가 그 수련자의 심신에 울렸고 이에 그는 계속해서 소용돌이 쪽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한참 뒤, 그 수련자의 원신은 소용돌이 안에서 자폭해버렸다.
허나 그의 피와 살은 조금도 흩어지지 않고 완전히 그 소용돌이에 흡수되어 결국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됐다.
소용돌이는 원신의 자폭 때문인지 붕괴할 조짐을 보였다. 특히 그 안의 봉인에 균열은 점점 더 많아지더니, 결국에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한 줄기 붉은 빛이 그 소용돌이 안에서 튀어나와 통로 안으로 퍼져나갔다. 이 붉은 빛 안에서 통로는 빠르게 수축했고 나중에는 한참 줄어든 문양의 낙인이 되더니 붉은 빛에 휘말려 소용돌이 속으로 흡수됐다.
그리고 소용돌이 역시 천천히 사라져갔다.
“아홉 개의 봉인 중 다섯 개를 제거했다. 내 힘으로 나머지 네 개 역시 동시에 가동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제거할 수 있을 거야.”
기쁨이 배어 있는 음산한 목소리가 느릿하게 흩어졌다.
같은 시각, 뇌의 선계의 수많은 조각 중 네 군데에서 강력한 선력의 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파동에 이끌린 몇몇 수련자가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이 파동이 일어난 곳에는 하나같이 봉인이 있었고 이원과 같은 금제의 대가가 아닌 이상 그 봉인을 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두 눈을 번쩍 떴을 때, 한제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창백한 얼굴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는 오른손을 땅에 댔다. 이제 원할 때면 원력으로 포위된 붉은 빛을 몸 밖으로 빼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눈을 번득이던 그는 이내 오른손을 거두었다.
“극의 경계를 이렇게 제거해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체내에 남겨둔다면 중요한 시기에 내 목숨을 구할 법보가 될지도 몰라!”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원신 안에 한 줄기 극의 경계를 남겨둔 후, 대량의 원력으로 한 번 더 포위했다. 극의 경계는 그럴 가치가 있었다.
한제는 두근대는 심장을 안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법보를 거둔 그때, 대지가 순간 진동했다. 이 떨림의 파동은 1만 리 밖 통로에서 퍼져나온 것이었다.
이원 역시 한제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았으나, 그 순간 그 진동을 느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않고 곧장 빠르게 날아올랐다.
“허 형, 그 통로 안에⋯⋯.”
허공으로 날아오른 이원이 먼 곳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일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속도를 더욱 높인 한제와 이원은 함께 조각의 가장자리를 넘어 허공으로 진입했다.
“이 형, 전 장품각(藏品閣)이라는 곳에 가야 합니다. 그곳에 금제가 있다면 좀 도와주십시오!”
허공 너머를 바라보며 한제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방을 쏘다니며 선인의 동굴을 찾는 것보다 직접 요가 노인의 기억 속에 존재했던 장품각에 가는 것이 나을 터였다. 그곳에는 분명 선술이 있을 테니 말이다.
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만 하십시오. 온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한제는 이원에게 감사를 표한 후, 노인의 기억에서 찾아낸 장품각의 위치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방향을 바꾸더니 체내의 원력을 발산하여 이원과 함께 최대한의 속도로 허공 속을 질주했다.
‘장품각은 4대 가문의 연합으로 봉인되어 있으니 그 가문의 구성원들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이 형이 봉인을 풀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한제는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제의 원력에 감싸인 두 사람은 긴 빛을 그리며 수많은 조각들을 지나쳐 질주했다.
★ ★ ★
‘그 오색찬란한 소용돌이에 봉인되어 있는 것은 대체 누구지? 어떻게 극의 경계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한제는 좀처럼 진정하기가 어려워, 평소와 달리 표정에도 그의 마음에 거친 파도가 몰아친 것이 느껴졌다.
‘극의 경계의 종점은 원영기다. 극의 경계를 가진 사람 중 내가 가장 먼저 만난 자는 오행성(五行星)의 만표였지. 그자는 친구로부터 극의 경계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방금 그자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극의 경계를 가진 두 번째 사람이다!’
한제는 깊은 고민에 빠진 채 허공을 가로질러 뇌의 선계 조각들의 중앙으로 향했다.
‘설마⋯⋯ 극의 경계를 승급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있는 것인가?’
심장은 거칠게 뛰었고 입이 바싹 말랐다.
‘극(極), 도(道), 시(始)⋯⋯.’
한제는 생각에 잠겼으나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어 분석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극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했다. 지금은 장품각(藏品閣)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허공을 가로질러 비행하는 것은 본디 지루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조각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허공은 통로로만 이용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달 동안 이동만 하다 보니 허공에서 마주친 수련자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