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41
한제는 아무 일 없었다는 곧장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손에 쥐고 있던 원신을 그대로 삼켜버리고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호풍(呼風)!”
순간 한 줄기 검은 바람이 나타나 한 마리 흑룡이 되더니 포효하면서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제를 기습하기 위해 몰래 다가오던 남의의 문인이 있었다.
“헛!”
남의의 문인은 사색이 되어 재빨리 후퇴하려 했지만 이미 흑룡이 입을 쩍 벌린 채 음산한 바람을 한 줄기 토해내고 있었다. 그 한 줄기 바람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도망치고 있던 남색 옷의 문인을 뒤덮었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두 눈이 곧장 어두워졌다.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허공에서 갑자기 30척 정도 되는 공간의 균열이 나타나더니 단숨에 집어삼켰다.
“끄아아!”
절망감으로 가득 찬 비명과 함께 그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제를 태운 조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던 수련자들도 조각 위에 오른 수련자들도 한제의 뒷모습을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양의의 수련자 셋을 단숨에 죽인 한제의 힘은 이미 선계의 문밖에서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본 이들에게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허나 한제를 처음 본 자들이나 몰래 이 조각을 강탈할 계획을 세웠던 이들은 식은땀으로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기겁했다.
한제는 점점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몇 시진 뒤, 한제는 저 멀리 질주하는 빛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빛 안에는 다름 아닌 신공호가 있었다.
한편, 신공호는 저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들이닥치고 있는 조각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다가 한눈에 한제를 확인하고는 감동한 듯 몸을 훌쩍 날려 다가왔다.
“신공호가 주인님을 뵈옵니다!”
신공호는 한제로부터 수십 척 떨어진 곳에 멈춰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그의 눈에는 열광적인 숭배와 존경이 가득했다.
한제는 엷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리 와서 앉아라. 뇌선전의 전송진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도록!”
신공호는 조각 위에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본 체도 않고 한제 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공손하게 말했다.
“주인님, 전송진까지는 멀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그가 전송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조각 위에 있는 수련자들은 놀란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신공호를 아는 이들은 그가 한제를 주인님이라 칭하는 모습에 경악했다.
한편, 서자봉의 두 눈은 한제의 뒷모습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을 몰랐고 어째서인지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붕괴는 이미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허공에서는 거대한 공간의 균열이 불쑥 나타나 서늘한 바람을 끝도 없이 내뿜곤 했다. 다른 조각들이 무너져 내리는 요란한 소리도 이어졌다.
뇌의 선계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이런 현상은 격렬해졌고 결국에는 온 허공 곳곳에 균열이 일었다. 이 균열들은 길게 뻗어 나가면서 서로 이어지더니 1천 척이 넘는 거대한 균열이 되기도 했다.
한제는 신중한 표정으로 조각을 조종했다. 그리고 불현듯 조각을 잠깐 멈추더니 호를 그리듯 방향을 급격하게 틀었다.
그가 방향을 튼 순간,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한제의 조각을 뒤따르던 수많은 수련자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균열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끄아아!”
“사… 살려줘!”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지만 한제는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온 정신을 조각을 조종하는 데 집중했다. 허나 그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져갔다.
“얼마나 더 가야 하지?”
한제가 물었다.
“10리도 안 남았습니다!”
신공호 역시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균열들에 머리가 저릿할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전송진과 더 가까워졌고 이제 몇 리 앞에 있는 1만 척 길이의 광막을 볼 수 있었다. 그 광막 안에는 조각 하나가 얌전히 떠 있었다.
전송진이 배치된 조각으로 그 위에는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중에는 전공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진 밖에는 일고여덟 명 정도의 뇌선전 사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뭔가를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그중 한 명이 느닷없이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고 그러자 원력의 파동 한 줄기가 그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사방의 광막에 녹아들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광막 바깥에 응집된 원력은 거대한 손바닥이 되더니 광막으로부터 1만 척 안의 모든 균열들을 휩쓸었다.
균열들은 건널 수 없는 넓은 강처럼 하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연결된다면 누구도 그 균열을 뛰어넘어 광막이 있는 곳에 이를 수 없을 터였다.
“꺼져!”
신식을 통해 누군가의 무정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러더니 그는 온몸의 원력을 가동해 조각에 스며들게 했고 돌연 조각의 속도를 급격히 올렸다. 조각은 미친 듯이 튀어나가 모든 균열들을 부수며 돌진했다.
조각의 뒤를 따르던 수련자들 역시 이를 악문 채 앞뒤 잴 것 없이 달려들었다. 그들로서는 그 외에 방법이 없었다.
콰르릉! 쾅!
조각은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달려들었고 균열과 부딪칠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위에 선 한제는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내 연거푸 아홉 차례나 휘둘렀다.
아홉 갈래의 검광은 하나로 합쳐져 상상을 초월하는 파멸적 기운을 풍겼고 번득이는 검은 빛과 함께 하나로 연결되어 가고 있는 균열에 떨어졌다.
꽝!
연결되던 균열은 순간 참라결의 강력한 기세에 우뚝 멈추더니 가장자리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미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던 균열에도 커다란 틈이 생겼다.
그러고도 남은 참라결의 위력은 균열을 지나 광막에 내리쳤다. 엄청난 파문이 광막을 따라 일면서 그 안의 모든 것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한제가 탄 조각이 엄청난 기세를 일으키며 달려들더니 광막과 충돌을 일으켰다.
콰쾅!
엄청난 소리와 기세에 주위의 작은 균열들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그 요란한 소리에 광막 안에 있던 뇌선전의 사자들이 시선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는데 그중 전공열은 단박에 한제를 알아보고는 흥분한 모습이었다.
쩌적!
어느덧 광막에 균열이 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한제의 조각을 끝까지 따라온 수련자들 역시 빈틈을 통해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한제는 조각을 통제해 수십 척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한 번 엄청난 속도로 광막에 충돌했다. 그러자 광막은 균열로 빽빽하게 뒤덮였고 빛을 잃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광막 안에 있던 뇌선전 사자들의 표정은 한층 어두워졌다. 그들은 온몸으로 전광을 번득이며 광막 밖으로 튀어나갔다.
“감히 뇌선전의 금지(禁地)에 발을 들이다니, 무엄하다!”
온몸으로 전광을 번득이는 뇌선전의 사자가 광막 밖으로 튀어나오자 조각 위에 있던 여러 수련자가 날아올라 그를 향해 각종 신통술을 발휘했다.
“선배님께서는 저자에 대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한제는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조각을 다시 뒤로 물리더니 이번에는 잠깐 뜸을 들였다.
조각 위에 남아 있던 다른 수련자들과 그 뒤를 힘겹게 쫓아왔던 사방의 다른 수련자들은 분분히 날아올라 조각의 가장자리를 빙 둘러 선 채 조각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발휘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조각에 실었다.
쐐애액!
조각은 귀를 찢을 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돌진했다. 그리고…
콰르릉!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광막은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셀 수 없이 많은 광막의 파편이 쏟아져 내렸고 한제의 조각은 그대로 광막 안으로 들어섰다.
뇌선전에서 배치한 전송진이 놓인 조각은 한순간에 수많은 수련자들로 가득 차게 됐다.
세상 어떤 힘보다도 강한 신념이었다. 어떤 장벽으로도 막을 수 없는 몸부림이었다.
그 신념은 삶에 대한 욕구였고 그 몸부림은 생존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신념과 생존에 대한 몸부림은 광막이 부서진 순간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문정기 수준의 수련자가 감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양의의 수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 한 명이었다면 양의의 수련자로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을 터였다. 허나 열 명, 스무 명, 백 명에 이르면 양의의 수련자도 두려워 할 법한 힘이 발휘되기 마련이었다.
사실 양의의 수련자가 문정기 수준 수련자 1백 명을 죽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허나 기세는 힘과 다른 의미였다.
수많은 수련자가 강하게 뿜어내는 기세에 전송진 밖에 있던 일곱 명의 뇌선전 사자들은 표정이 급변했다.
더구나 그들과 대치한 상대 수련자 틈에는 음의의 수련자는 물론 심지어 두 명의 양의 수준 수련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까지 나서자 뇌선전 사자들은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뇌선전 사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제였다. 같은 양의의 수준이긴 해도 한제의 몸에서는 짙은 살기(煞氣)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같은 등급의 수련자 여럿을 죽여야만 형성되는 기운이었다.
허나 이 광기 어린 수련자들도 한제에게 만큼은 숭배심 어린 눈빛을 보였다. 문정기 수준 수련자도 음의 수준 수련자도 심지어는 양의 수준의 수련자 역시도 그랬다.
이 광경에 일곱 명의 사자들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죽여라!”
누군가가 사납게 외치자 모든 수련자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신통력이 사방을 가득 메웠고 온갖 법보가 위력을 발휘했다. 1만 척 길이의 이 조각은 순식간에 법보와 신통력의 빛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죽여라!”
어느 문정기 수련자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1백 개가 넘는 비검을 통제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 뇌선전 사자를 향해 날렸다.
그의 곁에는 문정기 수련자 네다섯 명이 더 붙어 있었는데 이들 역시 눈이 벌개진 상태로 신통력을 부렸다.
다른 한쪽에서는 음의의 수련자가 이끌고있는 예닐곱 명의 문정기 수련자가 힘을 합쳐 날카로운 한 줄기 공격을 쏘아냈다. 이 공격은 곧장 뇌선전의 사자를 향해 돌진했다.
“죽여라!”
또 다른 한쪽에서는 두 양의의 수련자가 각자 한 명의 뇌선전 사자에 대항하고 있었다. 그들은 생각할 겨를 없이 원력 신통술을 발휘했고 그 뒤로는 열 명이 넘는 문정기 수련자들이 보조진을 구축해 법보의 위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죽여라!”
서자봉은 두 음의 수준 수련자를 비롯해 여러 문정기 수준 수련자들과 함께 한 뇌선전 사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법보의 위력과 맹렬한 신통술을 동시에 발휘했다.
나머지 수련자들은 남은 두 명의 사자를 향해 돌진했다. 격렬한 기세가 살기처럼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한 차례의 폭풍을 형성했다.
이는 삶을 위한 폭풍이었다. 그 앞에서 뇌선전 사자의 위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모든 수련자들은 이성을 잃었다. 한 문정기 수련자는 뇌선전 사자의 공격에 육신이 무너져 내리고 원신이 흩어졌지만 죽음에 이르면서도 앞으로 나서기를 멈추지 않고 끝끝내 그 뇌선전 사자의 팔을 깨물었다. 시뻘겋게 물든 그 수련자의 두 눈에 뇌선전 사자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죽여라!”
옆의 또 다른 뇌선전 사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온몸의 원력을 발휘해 바깥으로 맹렬하게 손을 뻗었다. 그 간단한 동작에 주위의 수련자들이 피를 토해내며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물러나기는커녕 몸부림을 치며 더욱 사납게 달려들었다.
중상을 입은 수련자들이 줄지어 자폭을 하면서 요란한 폭발음이 울렸다.
참혹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