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89
“이상하군. 방금 뭔가 지나간 것 같은데⋯⋯.”
맹림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한데 왠지 이상하리만치 호흡이 잘됐고 단숨에 그는 수련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지염성으로부터 10만 리 이내로 들어온 한제는 세상에 녹아들지 않고 속도를 올렸다. 그가 세상에 녹아들지 않은 것은 이 전투가 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그의 마음은 굉장히 평안해졌다. 두 눈에는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전의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이 전의는 앞으로 나아갈수록 높아졌고 결국 그의 뒤로는 엄청난 폭풍이 일어났다. 이 폭풍은 매우 막강했고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전의가 배어 있었다.
‘이겨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
전의로 이루어진 폭풍이 뒤쪽에서 미친 듯이 퍼져나갔고 한제의 기세는 은연중에 세상에 녹아들었다.
심지어 그 폭풍 안에는 흑백의 음양이 나타나 하나하나 파문을 일으켰고 이 파문은 반경 수만 리를 휩쓸며 끊임없이 커졌다.
이어서 한제의 마음은 엄청난 살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더구나 검은 머리를 사방으로 휘날리고 있어 그를 마치 마선(魔仙)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그의 백의는 마치 뼈처럼 보였다.
이 쟁탈전에서 그는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아주 확실하고 깔끔하게 승부를 내야만 했다. 그래야만 나천성역에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고 그래야만 그가 향가에 제시할 조건을 그들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모완⋯⋯.”
한제의 눈에 극단에 이른 전의가 어렸다. 하지만 그 전의 속에는 시종일관 한 줄기 슬픔도 배어 있었다. 모완을 생각함에 따라 생겨나는 슬픔이었다.
그는 이모완이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을 때 그의 세상이 무너져 내린 듯한 착각을 느꼈던 것을 기억했다.
그 당시 그는 온 우주와 단절된 것만 같은 적막과 슬픔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는 문정기에 이르렀을 당시를 하늘에 반항하기 위해 수련에 역행하기를 택했던 그때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모두 모완을 부활시키기 위해서였다. 또한 나천성역에 이르러 수많은 전투를 겪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니 그는 절대 질 수 없었다.
이 전의의 강력한 힘이 미친 듯이 확산되어 찰나의 순간 지염성을 중심으로 수만 리 안에 울려 퍼졌다.
걸음마다 그의 속도는 점차 빨라져 이제는 번개보다, 유성보다, 빛보다도 몇 배는 더 빨랐다.
한제는 순식간에 지염성 3만 리 이내에 진입했다.
그때, 빛의 장막 안에서 교전을 벌이던 두 수련자는 안색이 변해 결투 중이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맹렬히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반경 1만 리 안의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였다.
푸른 옷을 입은 뇌선전의 사자들 역시 그랬다. 심장이 쿵쾅대면서도 온몸의 피가 굳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오직 원력만 빠르게 체내를 맴돌았다. 그러지 않으면 이 강력한 힘에 대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련자 가문의 선조들 역시 두 눈을 떴는데 모두 놀란 모습이었다.
“강력한 전의로다.”
그들이 이렇게 격하게 반응할 정도이니 다른 이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푸른 돌 위에 앉아 있던 수련자들은 체내의 영력이 거의 반자동적으로 맹렬하게 그 몸속에서 맴돌았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거대한 전의 아래, 영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내상을 입게 될 것이 분명했다. 상대의 전의는 너무나 짙고 너무나 강하고 너무나 포악했다.
전(戰).
흘러넘칠 듯한 전의는 ‘전(戰)’ 자를 이루어 음폭처럼 콰르릉 하고 1만 리 안 모든 수련자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 ‘전’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순간 모든 사람은 심신이 뒤흔들렸다. 그중 수준이 높지 않은 이들은 결국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기도 했다. 그들은 패배한 것이다. 이 전의 아래 패배한 그들은 저항하려는 마음조차 품을 수가 없었다.
그때, 신공호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맹렬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자신의 영혼 안으로부터 밀물처럼 밀려드는 저항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심지어 그는 심신을 통해 저 멀리 떨어진 어느 허공에서 원고 시대의 마수가 서서히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곳으로부터 발산되고 있는 무궁무진한 전의는 그를 자극하여 피를 뜨겁게 했다.
신공호는 숨을 길게 토해냈다. 그러지 않으면 내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전의 안에 익숙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 주인님!”
신공호는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그는 자신이 허목에게 속아 넘어간 멍청이라고 생각하던 차였지만 이 순간, 그의 마음은 다시금 격앙됐다. 그러나 그 격앙된 감정에는 내키지 않아 하는 마음이 한 줄기 포함되어 있었다.
신공호는 거대한 기운을 온몸에 맴돌게 했다. 이 기운은 그의 마음속 복잡한 감정들을 흡수해 그것을 전의로 바꾸었다.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렬한 전의는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되어 먼 곳을 향해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
신공호뿐만 아니라 전공열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신공호처럼 허목이 왔다는 사실까지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강력한 전의로부터 알 수 없는 익숙함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전의에 깃든 압박감 아래 불굴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신공호가 포효를 내지른 그때, 예리한 검처럼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전의를 폭발시켰다. 그의 전의 역시 검기로 이루어진 한 마리 거대한 용이 되어 체내로부터 튀어나갔다.
한편, 당언풍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짙은 살기를 발산하며 마치 번개처럼 저 짙은 전의의 근원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두 눈에는 서늘하고 온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거친 살기가 어려 있었다.
그의 살기와 전의는 한데 융합되어 폭풍 하나를 형성했고 사방을 휩쓸었다. 그리고는 신공호와 전공열의 전의에 뒤섞여 미친 듯이 전방의 존재에 대항해 나갔다.
전의에 자극받은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순간 연속적으로 수십 갈래의 전의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고 불굴의 의지를 품은 채 달려들었다.
그 광경에 다른 수련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직 보라색 옷을 입은 뇌선전의 노인만이 시종일관 침착한 얼굴로 두 눈을 감은 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었다.
갖가지 전의로 이루어진 폭풍이 곧장 한제와 충돌했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수만 리의 우주가 진동했다. 그리고 한제가 저 멀리서부터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걸음걸음마다 그에게 달려들던 수많은 전의로 이루어진 존재들은 하나하나 짓밟혔고 그의 서늘한 눈빛에 다른 수련자들의 전의와 살기는 압살됐다.
낮은 포효와 함께 달려든 당언풍의 손에 들린 붉은 검에서는 놀랄 만한 검기가 발산됐다. 그가 온몸의 원력을 가동하자 갖가지 신통력이 발휘되어 피처럼 붉은 연꽃이 맴돌며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뒤로는 전의를 짓밟히지 않은 다른 수련자 몇몇이 들고 일어나 달려들었다.
한제는 전의 가득한 눈으로 한 걸음 내딛음과 동시에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순간 체내의 원력이 가동되어 폭풍을 이루었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규열기 초기의 수준이 남김없이 발휘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이럴 수가!”
당언풍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 허목이 그새 양의를 돌파하여 규열기에 이르렀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두 눈에 두려움이 담긴 순간, 한제가 한달음에 달려들며 참라결을 발휘했다. 그러자 당언풍의 붉은 검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어서 당언풍이 다른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코앞으로 다가온 한제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모든 신통력을 베어버리고 그가 소환한 모든 붉은 연꽃을 무너뜨렸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한제는 당언풍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크윽!”
당언풍은 피를 토했고 체내에서 콰쾅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광을 쏟아내면서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원신에는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은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제는 규열기 수준으로 양의 절정 수준인 수련자 한 명을 처리했지만 그마저도 온 마음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가 상대를 죽이려 했다면 방금 당언풍은 즉사했을 터였다. 손가락을 거둔 한제의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뜨이더니 붉은 빛을 발했다.
한제가 몸을 돌리자 이 빛은 당언풍의 뒤를 따르던 수련자들을 비추었고 이에 그들이 발휘했던 신통력들은 전부 본원으로 돌아갔다.
그 수련자들 역시 중상을 입고 선혈을 토해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 허목이 나천성역 남쪽 구역의 1등이다.”
한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사방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허목이다.”
“마도자 허목이야!”
보은
사방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멍하니 한제를 바라보는 신공호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는 어느새 규열기에 이른 한제를 보고 깜짝 놀란 상태였다.
이 충격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눈앞에 있는 상대가 정말 자신이 생각했던 그 사람이 맞는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었다.
전공열 역시 멍해져 있었다. 그 전의에 깃들어 있던 익숙한 느낌이 한제의 것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상대의 수준에 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처음에 저자를 봤을 때만 해도 그 수준이 문정기 후기에 불과했지. 두 번째로 봤을 때는 양의의 경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보게 된 지금⋯⋯ 규열기 초기라니. 정말 수준을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
그때, 전운은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날려 한제로부터 수백 척 떨어진 곳에 이르러 지극히 공손한 표정으로 포권을 했다.
“선배님!”
그녀뿐만 아니라 뇌의 선계에서 한제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은 모두 감격한 듯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한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한데 그때, 돌연 음침하고 낮은 외침이 저 멀리 하얀 돌 위에서 느릿하게 울려 퍼졌다. 그 돌 위에는 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곁에는 의식을 잃은 당언풍이 쓰러져 있었다.
“네 이놈! 무슨 자격으로 감히 네가 1등이라는 것이냐. 참가할 자격조차 없는 자가 이렇게 멋대로 난동을 피운 것은 우리 남쪽 영역의 모든 수련자들을 무시한 처사!”
노인은 살기 어린 눈으로 한제를 응시했다.
저 허목이 비록 당언풍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중상을 입힌 상태라, 당언풍은 상처를 회복하더라도 수준이 대폭 떨어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쟁탈전에서 당언풍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노인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냉랭한 표정으로 그 노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한편, 한제로부터 1천 척 떨어진 곳에 한 중년 수련자가 있었다. 당시 뇌의 선계에서 한제가 구조한 사람 중 하나로 그가 이를 악물더니 당가의 그 노인을 향해 홱 돌아서며 소리쳤다.
“전 나천성역 남쪽 영역 진가 사람입니다. 진가를 대표하여 허목 선배에게 참전 자격을 줄 것을 요청합니다.”
당가의 노인은 싸늘한 눈으로 그 중년 수련자 대신 근처에 앉은 진가의 선조를 바라보았다.
그때, 또 한 명의 수련자가 나섰다. 약간 늙어 보이는 이 수련자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당가의 노인을 바라보며 외쳤다.
“나천성역 남쪽 영역의 조가이외다. 허목에게 참전 자격을 줄 것을 요청하는 바요! 당가 선배님의 눈에 우리 조가에 그럴 자격이 있어 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오!”
“나천성역 남쪽 영역의 이가 사람입니다. 허목 선배님께 참전 자격을 드릴 것을 추천합니다. 저 역시 제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