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야만 부족을 거의 사 분의 삼 정도 정복한 ‘차가운 나무’는 갑자기 나타난 ‘상처 입은 화살’이라는 전사 때문에 꽤 곤란을 겪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를 야만 부족의 추장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를 대전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진 그의 정체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어쨌거나 ‘상처 입은 화살’은 남은 야만 부족 마을을 통합하더니 우리 전사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피하는 대신 철저하게 치고 빠지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었다.
‘차가운 나무’는 자신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는 그를 한번 만나고 싶었다.
잠시 후, 자신을 보좌하는 백인장이 신속하게 보고했다.
“천인장님! 마을로 들어간 적인 야만 부족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상처 입은 화살’과 그의 전사들의 꼬리를 잡기 위해 최근에 정복한 야만 부족 마을을 일부러 방치한 ‘차가운 나무’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들의 본거지가 있는 곳까지 은밀히 쫓아간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차가운 나무’의 지시로 숲 속에서 매복하고 있던 전사들은 야만 부족 전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은신처에서 더욱더 몸을 웅크렸다.
삼십 분 정도 흘렀을까?
야만 부족의 전사들이 야만 부족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시야에서 사라지자 ‘차가운 나무’가 바로 열 명의 전사를 선발해 척후대를 만들었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 저들을 추격한다. 나무에 흔적을 남기면 우리가 따라가겠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임무를 부여받은 척후대가 백인장을 따라 서둘러 야만 부족 전사들이 사라진 곳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차가운 나무’의 지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각각 세 개의 부대로 나눠 야만 부족을 정복하고 있는 ‘사나운 늑대’ 부대와 ‘날카로운 사슴뿔’ 부대, 그리로 ‘우렁찬 천둥’ 부대에게 지금 입수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아미 지금쯤 텅텅 비어있는 야만 부족 마을을 거의 정복했을 것이다. 세 부대에게 전해 서둘러 본대에 합류하라고 전하라.”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명령을 부여받은 전사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어갔다.
‘차가운 나무’는 남아있는 전사들에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전투가 발생할 수 있다. 각자 무기를 점검한 뒤 척후대를 뒤따라간다.”
“네, 천인장님!”
전사들이 잠시 무기를 점검하는 동안 ‘차가운 나무’는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차갑게 눈을 빛냈다.
“······잘하면 골치 아팠던 야만 부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군.”
* * *
야만 부족 최남단의 마을에 추장인 ‘작은 발’은 부족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 ‘상처 입은 화살’의 지시를 받고 레나페 부족 전사들에게 정복당한 야만 부족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저쪽으로 이동한다.”
“이동할 때는 되도록 대화를 자제하고, 전사들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살고 싶으면 빠르게 움직여라.”
야만 부족 사람들이 야만 부족 전사들의 지시에 다급히 피신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을에서 야만 부족 사람들이 안전하게 벗어나자 주변을 정찰하던 전사 몇 명이 ‘작은 발’에게 뛰어왔다.
“추장님!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작은 발’이 입가를 씰룩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계획대로 됐군.”
마을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상처 입은 화살’이 예견한 대로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작은 발’이 그 전사들에게 은밀히 지시를 내렸다.
“괜히 소란스럽게 이동할 필요는 없다. 저들이 우리한테 들켰다는 사실을 모르게 다들 평상시대로 행동하도록.”
전사들이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조용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추장님!”
보고가 끝난 전사들이 물러나자 ‘작은 발’은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매복된 장소를 한번 쳐다보더니 차갑게 눈을 빛냈다.
“일단 유인에 성공했으니까 됐고. 과연 ‘상처 입은 화살’이 우리를 어떻게 승리로 이끌지 기대가 되는군.”
* * *
높은 곳에 있는 아름다운 물(위니피사우키 호수).
호수 가장자리에 페나쿡 부족의 마을이 있었다.
대추장이 머무는 마을이라 삼백 명의 페나쿡 부족 사람들이 평화롭게 한데 모여 살고 있었다.
허름한 움막들이 호수와 숲 사이에 적당한 간격으로 지어져 있었고, 페나쿡 부족 남자들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카누를 타고 멀리 호수 중간까지 나가서 물고기를 잡았다.
페나쿡 부족 여자들은 찢어진 그물을 보수하고, 내장을 제거한 물고기를 햇볕에 말렸다.
어린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마을의 노인들 앞에 옹기종기 모여 부족의 전설과 예절을 배웠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페나쿡 부족 여자들이 다 같이 모여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편, 바깥에 평화로운 분위기와 달리 대추장이 머무는 대형 움막은 ‘하늘의 태양’ 연맹에서 보낸 물건을 두고 깊은 적막에 휩싸였다.
“······”
사람 팔뚝만 한 초가 중앙에 있는 모닥불과 함께 대형 움막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그때, 움막 안에 누군가가 탄성을 자아내자 나머지 페나쿡 부족 원로들도 놀란 표정으로 한마디씩 말했다.
“정말 신기하군!”
“도대체 뭐로 만든 걸까?”
“근데, 모닥불처럼 따뜻해지지는 않군.”
“그냥 움막 안을 밝게 비춰주는 물건인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하긴.”
움막 안이 초를 두고 소란스러워지자 고깔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대추장님!”
“네.”
짙은 눈썹이 유난히 돋보이는 페나쿡 대추장 ‘씻겨내러 가는 모래알’이 ‘하늘의 태양’의 연맹에서 보낸 또 다른 선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어떻게 사용하는 물건입니까?”
“아! 네.” ‘물’ 상단한테 큰 곤욕을 치렀던 페나쿡 추장이 비누를 들고 직접 시범을 보였다.
물이 젖은 손을 비누에 비벼대자 하얀 거품이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금 토기 그릇에 있는 물을 부어 비누 거품과 함께 손을 씻겨내자 움막 안에 있는 대추장과 원로들이 또다시 탄성을 내뱉었다.
“맙소사! 손이 깨끗해졌어.”
“비누를 저런 용도로 사용하는 건가?”
비누를 가지고 온 추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추가로 더 설명했다.
“이 비누로 손뿐만 아니라 몸을 씻어도 됩니다. 머리도 감아도 되고요.”
“거참 신기한 물건이군.”
“난 초보다 비누가 마음에 드는군.”
감탄도 잠시 움막 안이 잠시 침묵으로 가득 찼다.
잠시 후, 페나쿡 부족 원로들과 대추장은 ‘하늘의 태양’ 연맹이 보낸 선물을 두고 의문과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하늘의 태양’ 연맹에서 고작 무역하려고 이 선물을 보낸 게 아닌 듯합니다.”
“저 역시도 느낌이 싸한 게 ‘하늘의 태양’ 연맹의 의도가 의심됩니다.”
가뜩이나 페나쿡 부족은 주변 부족들의 시끄러운 정세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특히, 이웃 부족인 이로쿼이 부족 연합의 확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아브나키 부족에 속해있는 소규모의 부족들이 자주 만나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원로들의 의견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씻겨내러 가는 모래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가진 무기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무작정 무역을 거부하면 ‘하늘의 태양’의 연맹한테 시빗거리를 만들 명분을 줄 테니, 일단 무역을 허락하는 거로 합시다.”
“······”
대추장의 현명한 결정에 동의한다는 듯 원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씻겨내러 가는 모래알’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다만,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늘의 태양’ 연맹이 레나페 부족이 주축으로 만든 연맹이라 들었습니다. 일단, 레나페 부족의 과거 행보를 조사해봅시다. 특히, 레나페 부족 대추장의 성향을 알면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설 것 같군요. 그리고 주변 부족들이 어지러운 만큼 서둘러 아브나키 부족들의 연대를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로 중의 한 명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재빨리 물었다.
“연대라 하면, 우리도 곧 연맹을 결성한다는 의미입니까?”
‘씻겨내러 가는 모래알’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쉽지 않겠지만, 연맹만큼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없겠죠.”
“저 역시도 대추장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긴, 말도 통하고 같은 부족인데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하루라도 빨리 이로쿼이 연합과 ‘하늘의 태양’ 연맹에 맞서 아브나키 연맹을 결성했으면 좋겠습니다.”
* * *
‘아주 큰’ 마을.
추운 겨울이 얼어붙은 땅이 녹으며 따뜻한 날씨가 연속이었다.
봄이 되자 훈련소에서 퇴소한 초급 전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도와 대농지에 농작물을 열심히 심었다.
마을 전체가 봄 농사로 바쁜 가운데 ‘아주 큰’ 마을 대의회장에선 전 지역에서 온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 행정기구에 뽑힐 인재들을 시험으로 치르기 때문에 대의회장에는 은근히 긴장감이 흘렀다.
그때, 이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부의 수장인 ‘바람과 구름’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의회장에 있던 젊은 사람들이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았다.
“······”
단상에 올라간 ‘바람과 구름’은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시험을 치를 때 주의사항에 관해 간단히 얘기했다.
“···남의 시험지를 보다가 걸리면 그 자리에서 지원 자격을 박탈하겠습니다. 물론, 저는 여러분의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거로 믿고 있습니다.”
“······”
“문제는 총 열 개입니다. 시간은 두 시간.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편하게 답을 적어 저에게 제출하시면 됩니다. 자, 제 얘기는 끝난 것 같고. 질문 있습니까?
“······”
질문이 없자 ‘바람과 구름’이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마지막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특별히 황제 폐하께서 여러분을 격려하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직접 이 자리를 찾아주셨습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춰주세요.”
웅성웅성!
친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단상에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의회장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황제 폐하다!”
“여기서 황제 폐하를 뵙다니···”
“부족의 영광이야.”
내가 단상 중앙에 서자 각 부족의 젊은 사람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외쳤다.
“황제 폐하께 경의를 담아! 충!”
전사들이 사용하는 경례가 자연스럽게 황제를 위한 인사법으로 변해 있었다.
“충!”
나도 가볍게 그들을 향해 왼쪽 가슴에 주먹을 쥔 오른손을 갖다 댔다.
“자, 다들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
자리에 앉은 젊은 사람들이 경외와 존경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빛이 다들 왜 그래? 학교에서 세뇌 교육이라도 시키는 건가?’
교육부에서 나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되자 난 곧바로 그들 앞에서 연설하기 시작했다.
“······이 시험으로 사람들을 다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시험을 통해 그대들의 지혜를 엿보는 것일 뿐이니 시험에 떨어져도 절대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년에도 또 시험이 있고, 기회는 항상 열려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창조주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을 항상 마음에 새겨뒀으면 한다.”
내 연설이 끝나자 곳곳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난 단상에서 내려가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창조주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
이 말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는 드넓은 땅에서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인디언 부족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만큼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사상이 이들에게 꼭 필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통치 이념으로 딱 제격이야.’
* * *
백조(포토맥 강)의 강 하류.
야만 부족 전사들은 강가에 미리 준비했던 카누를 타고 야만 부족 사람들을 데리고 백조의 강을 건너갔다.
그리고 그들을 은밀히 뒤쫓아갔던 ‘차가운 나무’와 전사들은 울창한 숲에서 당황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 방 맞았군.’
‘차가운 나무’는 씁쓸하게 웃더니 야만 부족 전사들과 사람들이 강 건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자신을 보좌하는 백인장들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몇 명씩 짝을 지어 통나무로 강을 건넌다. 주위에 있는 적당한 나무를 벤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잠시 후, 통나무로 강을 건너갈 준비가 된 백 명의 전사들이 ‘차가운 나무’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주변을 정찰하고 돌아온 척후대가 다급히 뛰어왔다.
“천인장님! 후방에 야만 부족 전사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
순간 ‘차가운 나무’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젠장! 역으로 유인당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