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서쪽 시장.
도시에서 제일 큰 시장에는 여러 상점과 가게들로 문을 열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죽 상점, 곡물 상점, 어류 상점, 고기 상점, 장신구 상점, 농기구 상점, 옷 가게, 과일 가게 등등.
대부분 시장에 있는 상점과 가게는 나라의 상단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처녀가 만든 장신구입니다.”
“햇빛에 잘 말린 옥수수입니다.”
“여기 귀한 쌀도 있습니다.”
“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철로 만든 곡괭이인 만큼 절대 부러지지 않습니다.”
“가죽옷도 있고, 여름에 시원한 마로 만든 옷도 잔뜩 있습니다.”
상점에 고용된 직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열심히 호객행위를 했다.
‘하늘의 태양’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꼼꼼하게 가격 비교를 하거나 품질을 확인했다.
“이 마 옷은 얼마에요?”
“철화 열 개입니다.”
“너무 비싸네요. 다른 가게는 철화 아홉 개면 샀는데.”
“다른 가게의 물건과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품질이 다르니까요.”
“집에서 키우려고 했는데, 살아 있는 칠면조는 없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잠시만요.”
“네.”
한편, ‘찬란한 노을’이 몇몇 행정부 직원들과 함께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발전하니까 시장에도 활기가 도네요.”
“네. 수장님!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게 행정부 관청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시장에서 가게를 열고 싶다고 문의를 해 옵니다.”
행정부 직원의 말에 ‘찬란한 노을’도 잘 알고 있다는 듯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너무 쉽게 가게를 열어주지는 말아요. 나라에 세금도 내고, 가게를 열 부지도 사려면 재정 상태가 좋아야 하니 꼼꼼하게 확인하세요.”
화폐가 통용되고 난 뒤, 가게를 열 정도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돈의 가치에 제일 먼저 눈을 떴는지 시장에 앞다투어 가게를 열려고 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찬란한 노을’과 행정부 직원들은 이런저런 대화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 가게에 놀란 눈으로 멈춰 섰다.
“줄이 끝이 없네요.”
“그러게요. 수장님!”
신의 문자인 한글로 ‘하늘의 태양 국수’라고 적혀 있는 간판이 입구 앞에 떡 하니 걸어져 있는 가게 안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칠면조 고기 국수 하나요.”
“들소 고기 국수 네 개요.”
“일반 국수로 부탁할게요.”
아직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손님들의 긴 줄을 보고 행정부 직원이 ‘찬란한 노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가게 주인한테 수장님이 왔다고 말할까요?”
농업부 요리 연구소에 만든 국수를 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전에, 먼저 나라에서 운영하는 가게를 열었다.
며칠 동안 국수 가게를 운영하면서 입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됐어요. 어차피 건설부 수장님과 정보감찰부 수장님이 오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하니 그냥 줄 서죠.”
“알겠습니다. 수장님!”
‘찬란한 노을’이 손님들이 대기하는 줄로 걸어가자 행정부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줄 맨 끝에 섰다.
“이거 나라의 살림에 돈 좀 보태겠는데요.”
잠시 후, 행정부 직원들과 가게에 들어온 ‘찬란한 노을’은 건설부 수장인 ‘게으른 비버’와 따로 자리를 만들었다.
“딱 늦지 않게 도착했네요.”
“죄송합니다. 좀 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급하게 처리할 게 좀 남아있어서.”
눈가 주위가 더욱 까매진 ‘게으른 비버’를 보면 ‘찬란한 노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바람 좀 쐬라고 제가 수장님을 부른 거예요. 그러니까 평소에 몸 관리도 좀 잘하세요.”
“네, 그렇겠습니다.”
연령대가 거의 비슷한 ‘찬란한 노을’이 자신을 걱정해주자 ‘게으른 비버’가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때마침, 각자 주문한 국수가 나왔다.
“많이 드세요. 수장님!”
“제가 사는 거니까 수석 보좌관님도 많이 드십시오.”
‘찬란한 노을’은 포크, ‘게으른 비버’는 젓가락.
그 둘은 국수 맛에 연신 감탄하며 고깃국물에 잘 녹아든 면을 끊임없이 입에 가져갔다.
“물레방앗간과 제분소를 분리해서 건설해 줬으면 좋겠어요.”
“네. 그렇지 않아도 제분소가 들어서 부지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다른 마을에는 언제쯤 그 건물들을 지을 계획이세요?”
“일단, 수도인 ‘아주 큰’ 도시에 물레방앗간과 제분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각 지역의 중심 마을에 차례대로 지을 생각입니다.”
“양조장은 본격적으로 언제 운영되나요?”
“아무래도 술 대부분이 과일주라서 가을이 끝나고 겨울쯤에 스무 개의 양조장을 한꺼번에 돌릴 계획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일에 관해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국수가 한 그릇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직원을 불러 주문하려고 할 때 정보감찰부 수장인 ‘발 빠른 사슴’이 가게로 들어왔다.
“뭐야? 나 기다리지 않고, 혼자 먹은 거야?”
‘발 빠른 사슴’을 보고 ‘찬란한 노을’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했다.
“약속 시간을 어긴 게 누군데요? 그렇지 않아도 수장님 것도 주문하려고 했어요.”
“왜 그래? 내가 바쁜 거 다 알잖아? 어쨌든 잘했어. 난 칠면조 고기로.”
“네.”
자리에 앉은 ‘발 빠른 사슴’이 언제 서운했냐는 듯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방금 아주 좋은 소식이 들어왔어. 그것 때문에 내가 좀 늦어졌지.”
‘발 빠른 사슴’이 대내외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수장이라는 걸 알기에 ‘찬란한 노을’과 ‘게으른 비버’가 동시에 눈이 동그래졌다.
“전쟁에 관한 소식이군요. 어떻게 됐어요?”
‘찬란한 노을’의 짐작이 맞는지 ‘발 빠른 사슴’이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한 목소리로 그 소식을 전했다.
“용감한 늑대 부대가 아브나키 연맹 대추장들에게 항복을 받아냈다고 해. 이번에 생포한 아브나키 연맹 전사들의 포로가 천 명이 넘고. 그리고 나머지 아브나키 연맹 부족들을 정복하려고 북진 중이래.”
‘찬란한 노을’과 ‘게으른 비버’가 기쁜 표정으로 환호를 지르거나 두 손을 꽉 쥐었다.
“정말 잘됐네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전쟁이 금방 끝나겠어요.”
‘발 빠른 사슴’이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일리노이 연맹도 황제 폐하께서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정복하고 있다는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을쯤에 전쟁이 끝날 싶어.”
“그렇다면 정복한 부족과 땅을 수습하고 안정화하려면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놓아야겠네요.”
“그래야겠지. 그리고 이거 받아. 황제 폐하께서 보낸 서신이야.”
‘발 빠른 사슴’이 건넨 봉투를 열어 그 내용을 ‘찬란한 노을’이 빠르게 읽어내려 갔다.
‘게으른 비버’와 함께 ‘발 빠른 사슴’이 궁금한 표정으로 기다렸다.
“황제 폐하께서 뭐래?”
“별거 없어요. 이번에 정복한 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계획을 수립하고. 또…”
‘찬란한 노을’이 ‘게으른 비버’를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여러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소를 만들라고 하네요.”
“연구소?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또 바빠지겠네.”
“바쁠 게 있나요? 그게 제 일인데요. 전 재미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찬란한 노을’과 ‘발 빠른 사슴’이 대화하는 동안 ‘게으른 비버’가 시무룩한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 마음을 잘 아는지 ‘발 빠른 사슴’이 ‘게으른 비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를 건넸다.
“왜 풀이 죽어 있어? 미안하게. 어쨌든 힘내.”
때마침, 주문한 국수가 나오자 ‘발 빠른 사슴’이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들었다.
후르르륵!
“국물이 따뜻하고 시원하고 좋네.”
“칠면조 고기도 연하고.”
단숨에 국수를 다 먹어 버린 ‘발 빠른 사슴’이 길게 트림을 했다.
“하나 더 먹어야겠다.”
“그러세요.”
‘발 빠른 사슴’의 주문이 끝나자 ‘찬란한 노을’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장님! 어차피 전쟁이 우리 ‘하늘의 태양’의 승리로 끝날 텐데, 체로키 부족한테 노예사냥을 당하고 있는 부족들한테 지금부터 미리 소문을 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미리?”
“네. 세 연맹을 정복한 김에 이번에 그들 부족까지 아예 ‘하늘의 태양’ 사람들로 만들죠.”
“음!”
잠시 고민하던 ‘발 빠른 사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그나저나 체로키 부족이 반발이 심할 텐데, 괜찮겠어?”
“체로키 부족이 뭘 어떻게 하겠어요? 이미 우리 ‘하늘의 태양’은 그 어떤 부족도 감히 건들 수 없는 나라가 됐는데요.”
“하긴. 근데, 너는 아까부터 복 날아가게 국수를 왜 깨작깨작 먹고 있어?”
‘게으른 비버’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냥 입맛이 없네요.”
그때, ‘찬란한 노을’이 그 대화에 끼어들며 ‘게으른 비버’에게 말했다.
“수장님! 저랑 상의할 게 많으니 식사가 끝나고 제 집무실로 와 주세요.”
‘게으른 비버’가 순간 눈이 번쩍 뜨며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누런 이를 드러내며 실실 웃었다.
“그럴까요? 알겠습니다.”
‘발 빠른 사슴’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의심의 눈초리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와 대화할 때랑은 완전히 다르네. 실실 웃고 말이야. 뭔가 수상해. 게으른 비버! 설마 너 찬란한 노을 좋아하는 거 아니겠지?”
‘게으른 비버’가 얼굴이 빨개진 채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아니에요.”
“짜식! 웃자고 한 얘기에 놀라긴.”
* * *
카스카스키아 강 상류. 카스카스키아 부족 작은 마을.
4구역으로 출진한 지 벌써 24일째.
내가 맡은 4구역을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거침없이 정복해 나갔다.
정복한 마을들은 주로 쇼니 부족과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들로 구성된 지원부대에 인수인계한 뒤 다른 마을로 바로 떠났다.
친위대 전사들이 지쳤다 싶으면 마을에서도, 강가에서도, 초원에서도 휴식을 취했다.
군량이 부족하면 가끔 현지 마을에서 조달하기도 했다.
정복하고, 인수인계하고, 떠나고를 반복했다.
이젠 카스카스키아 부족 마지막 마을만 남았다.
하지만, 어이없는 변수가 생겼다.
저 멀리 카스카스키아 부족 대전사가 마을 입구를 막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와라! 우리 부족 사람들은 너를 마네토와 키치(위대한 영)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괴상한 소문을 믿지 않는다.”
“하늘의 태양 황제야! 나랑 일 대 일로 붙자!”
계속해서 나를 도발하는 카스카스키아 부족 대전사를 보면서 마침 옆에 있던 ‘세찬 눈보라’가 ‘마네토와 키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마니토와 키치는 일리노이 연맹 부족들이 믿는 창조주 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도 그 신에 대해서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마을을 정복할 때마다 일리노이 연맹 부족 사람들이 들소를 탄 나를 경외의 눈빛으로 ‘마니토와 키치’라며 부르고 있었으니까.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세찬 눈보라’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처리하지.”
이미 이 카스카스키아 부족 마을 사람들과 추장은 순순히 항복하길 원하는 분위기였다.
‘그대들이 믿는 마니토와 키치가 되어 주지.’
난 들소를 탄 채 앞으로 달려나가며 인벤토리에 보관된 활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느새 내 손에 쥔 각궁에 화살을 장전했다.
슈우우욱!
내 손을 떠난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며 카스카스키아 부족 대전사의 어깨를 뚫고 지나갔다.
짧은 비명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던 카스카스키아 부족 대전사가 그대로 뒤로 자빠지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들소를 몰며 그 대전사의 앞에 선 나는 가볍게 몸을 날려 땅에 착지했다.
“어떻게?”
“한 살 한발로 대전사를 쓰러트리다니…”
카스카스키아 부족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지며 난 바닥에 쓰러져 곧 죽은 것 같은 대전사의 가슴에 과감히 손을 갖다 댔다.
‘치료!’
투명하고 신성한 빛이 카스카스키아 대전사의 몸을 순식간에 감싸며 스며들었다.
오른쪽 어깨에 구멍 뚫린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며 카스카스키아 대전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이 마을의 추장이 나와 무릎을 꿇으며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마니토와 키치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는 기꺼이 마니토와 키치님을 따르겠습니다.”
끝났다.
그때, 오랜만에 머릿속으로 반가운 알림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띠링!] [일리노이 연맹을 정복했습니다.] [레벨업을 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어 특성 하나가 랜덤으로 개화합니다.]드디어 마지막 특성이 개화된다.
‘뭘까? 제발 내가 원하는 거로 개화됐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