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정보감찰부를 통해 마이애미 부족에 관해 조금은 알고 있다.
일리노이 연맹과 친척 부족인 마이애미 부족은 미시간 호수 서쪽에 살며 주변 부족들과 주로 들소 가죽을 거래하며 사는 부족이다.
난 의문을 띄운 눈빛으로 ‘검은 이빨’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 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일리노이 연맹과 우리 ‘하늘의 태양’의 전쟁 소식을 듣고 진작부터 황제 폐하를 뵙길 원했습니다. 마침, 황제 폐하께서 저희 마을을 들른다는 소식을 받고,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께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음!”
내 허락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실수라고 생각했는지 ‘검은 이빨’이 눈치를 보며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일리노이 연맹 부족과는 달리 평소 마이애미 부족과는 거래도 자주 하고, 우리 쇼니 부족과 사이도 나쁘지 않아서…제 실수입니다.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을 돌려보내겠습니다.”
“아니. 됐어.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이 어떤 얘기를 꺼낼지 궁금하군. 만나 보지.”
“알겠습니다.”
그제야 ‘검은 이빨’의 굳어졌던 표정이 풀어졌다.
그때, 오 미터 높이의 성벽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큰소리로 경례했다.
“황제 폐하께 경의를 담아! 충!”
“충!”
활짝 열린 성문을 지나 외성으로 들어가자 지금까지 본 일리노이 연맹 부족 마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벽돌로 잘 정돈된 도로와 인도, 도로를 중심으로 구역별로 나뉜 거주지, 넓은 마당과 전원주택처럼 지어진 집들, 앞으로 집을 지을 부지도 아직 많았다.
상하수도 잘 정비되어 있고, 도로에는 가끔 인력으로 끄는 수레들이 지나갔고, 인도로 걸어가는 ‘하늘의 태양’ 사람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군.”
“이게 다 황제 폐하의 덕분입니다.”
사실이었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검은 이빨’이 왜 검은 일족의 대추장이 됐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이 마을의 인구가 몇 명이지?”
“사천 명이 좀 넘습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고 아이들이 태어나서… 이따가 제가 따로 조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이 있는 번화가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시장이 여러 가게와 상점들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더욱 활기찼다.
“황제 폐하다!”
“환영합니다. 황제 폐하!”
사람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나를 존경과 경외의 눈빛으로 구경하며 인사를 건넸다.
나도 보답으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쇼니 부족 사람들의 나에 대한 민심은 거의 충성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괜찮군.’
다만, 흠이라면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아직도 가죽옷을 많이 입고 있었다.
‘목화를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데.’
사막 목화로는 아무래도 재배 환경이나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옷 재료로써 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다행히도 남쪽 부족 중에 목화 비슷한 걸 키우는 부족이 있다는 보고를 받긴 했다.
‘계속 찾아봐야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번화가를 지나 내성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이빨’이 내성에 지어진 건물들을 일일이 설명했다.
자경단원이 다양한 업무를 보는 자경단 건물, 아이들이 넓은 운동장에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치료소를 겸한 신전, 소형 도서관 등등.
“…마을 회관 앞 광장에도 벽돌을 깔았습니다.”
* * *
‘검은 이빨’이 마련한 마을 회관 거처에서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하며 ‘세찬 눈보라’에게 보고를 받았다.
“친위대 전사들은 재정비할 시간과 함께 휴식을 취하게 했습니다. 들소들은 야생 들소와 따로 분리해 목장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도록 조치를 해 놨습니다.”
“수고했어. 너도 이만 쉬도록 해.”
“아닙니다. 황제 폐하께서 편히 주무실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세찬 눈보라’도 내가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을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괜찮아. 우직한 곰이 내 옆에서 딱 지키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
커다란 덩치로 내 옆에서 듬직하게 서 있는 ‘우직한 곰’이 ‘세찬 눈보라’를 보며 간단하게 뼈 때리는 말로 안심시켰다.
“괜‥찮아. 쉬‥어. 내가 죽‥어도 황제 폐하는 신‥의 아들이자 전사라 절대 죽‥지 않는다.”
“…….”
잠시 머뭇거리며 ‘세찬 눈보라’가 나와 ‘우직한 곰’을 번갈아 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세찬 눈보라’가 나가고 방 안에는 나와 ‘우직한 곰’만 남았다.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군. 가자. 우렁찬 천둥!”
“네, 황제 폐하!”
잠시 후, ‘검은 이빨’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회관에 마련된 접견실로 들어갔다.
이제 막 지은 새 냄새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겼다.
‘천장도 높고, 바닥과 벽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공간도 제법 넓었다.
그때, 중앙에 있는 탁자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나란히 앉아있던 마이애미 대추장과 두 명의 대전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갑습니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입니다.”
난 오랜만에 긴 이름을 말하며 무심코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마이애미 부족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남자가 조금 당황한 듯 옆에 있는 젊은 남자의 눈치를 봤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제 폐하! 마이이매 부족 대추장 ‘들소 가죽’입니다.”
난 재빨리 심안을 켜서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이 맞는지 상태 창을 확인했다.
‘맞네.’
[들소 가죽] [소속: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 [성향: 사리에 밝고, 현명함, 뛰어난 젊은 지도자.] [능력치]체력 : 4 근력 : 3
민첩 : 5 지혜 : 17
매력 : 21
신체적인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낮은 걸 보면 전사로서는 꽝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젊은 지도자’라는 글자가 유난히 내 눈에 들어오며 처음 본 매력 능력치에 호기심이 생겼다.
‘매력이라는 것도 있었나?’
자연스럽게 ‘들소 가죽’을 쳐다봤다.
까무잡잡한 피부, 서글서글한 눈매,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눈빛,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가며 처음 볼 때부터 계속 웃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매가 전반적으로 호리호리한 게 허약해 보였다.
‘들소 가죽’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작은 눈동자로 이리저리 굴리며 나를 탐색했다.
피식!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나며 난 내 실수에 대해 바로 사과를 건넸다.
“제가 실수했군요.”
“괜찮습니다. 종종 다른 부족 사람들도 오해합니다.”
또다시 눈웃음과 함께 사람 좋은 미소로 ‘들소 가죽’이 대답했다.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내가 상석 의자에 앉자,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과 대전사들이 접견실 안을 신기하듯 두리번거리며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하늘의 태양은 소문대로 귀한 것도 신기한 것도 많아서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 마을에서 평생 살고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아름답고 좋습니다.”
초반부터 마을에 대한 찬사로 ‘들소 가죽’이 포문을 열며 한동안 이런저런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아브나키 연맹과 전쟁 중이라 한가하게 노닥거리며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난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우리 ‘하늘의 태양’을 방문하셨습니까?”
‘들소 가죽’이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축하를 건넸다.
“일리노이 연맹과 이로쿼이 연맹을 정복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드넓은 영토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은 이곳에서 소문은 아주 천천히 퍼질 수밖에 없다.
험한 산지에 사는 소수 부족은 아예 세상과 담을 쌓을 정도로 정보와 소문에 어두웠다.
‘하나는 확실히 알겠군.’
이 정도의 정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이 주변 정세에 밝다는 의미.
“아브나키 연맹과 전쟁 중인데, 황제 폐하의 귀한 시간을 뺐으면 안 되겠죠? 제가 우리 마이애미 부족을 대표해 황제 폐하를 찾아온 것은 ‘하늘의 태양’ 연맹에 가입하고 싶어서입니다.”
주변 부족들이 다 그렇듯 ‘하늘의 태양’은 하나의 나라가 아닌 여러 부족의 연합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브나키 연맹과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아네.’
그런데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하늘의 태양’에 가입한다?
국제 정세의 힘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알고, 마이애미 부족의 미래를 위해 빠른 판단과 결정을 내린 그를 보며 오랜만에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모든 부족이 신 앞에 평등하듯 ‘하늘의 태양’은 그 어떤 부족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이애미 부족이 직접 두 발로 찾아와 ‘하늘의 태양’에 가입한다는데,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이애미 부족이 무작정 들어오지 않을 것 같고, 어떤 의도나 요구가 있는 게 분명했다.
난 ‘하늘의 태양’의 가입 절차와 협상을 외교부가 담당할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군요.”
“또,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들소 가죽’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드디어 그가 나를 찾아온 속내를 꺼내 들었다.
“하늘의 태양에서 생산하는 무기나 물건들을 저희 마이애미 부족도 팔 게 해줬으면 합니다.”
그가 왜 상태 창에 ‘뛰어난 젊은 지도자’라고 적혀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거였군.’
‘하늘의 태양’에선 전략 자산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나 물품들은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나라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한다.
그런데,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은 ‘하늘의 태양’을 들어가는 조건으로 전략 자산인 물건과 물품에 관한 판매권을 달라고 한다.
물론, 대놓고 하지 않고 돌려서 얘기하고 있지만.
‘잔머리도 있고, 능글능글하게 할 말은 다 하네.’
어쨌든 마이애미 부족 대추장은 상공부에 딱 어울리는 인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내 높은 평가를 떠나서 ‘들소 가죽’이 처음부터 간을 보며 접근하는 방식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럴 때는 초반에 제대로 고쳐 잡아야 한다.
“거절합니다. 그리고 마이애미 부족이 우리 ‘하늘의 태양’에 들어오든, 말든 관심이 없습니다.”
“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내 모습에 ‘들소 가죽’이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솔직히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고 소수 부족이나 마찬가지인 마이애미 부족을 정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되도록 전쟁을 피하면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복속하고 싶어서이다.
가뜩이나 인구도 별로 없는데.
내 속마음을 읽은 걸까?
아니면 마이애미 부족이 처한 현실을 깨달은 걸까?
지금까지 좋았던 분위기를 깨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지 ‘들소 가죽’이 다급히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무리한 요구를 건넨 것 같군요. 저희 마이애미 부족은 아까도 말했지만, ‘하늘의 태양’과 함께하길 원합니다.”
“…….”
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잠자코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앞으로 마이애미 부족이 ‘하늘의 태양’이 정한 법과 의무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 * *
‘하늘의 태양’ 남쪽, 개척지 성채.
‘차가운 나무’가 집무실에 탁자 위에 놓인 보고서들을 빠르게 읽어내려 가며 정리하고 있었다.
성채 주변에 지어진 두 개의 정착지도 거의 마을 형태를 갖추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체로키 부족도 요즘 잠잠했다.
“좋긴 하는데, 지루하군.”
책상에서 시선을 뗀 ‘차가운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대며 길게 하품을 했다.
그때,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며 ‘상처 입은 화살’이 들어왔다.
“천인장님! 투스카로라 부족과 크로아탄 부족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차가운 나무’가 입가를 씰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찾아오나 했는데, 인내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군. 상처 입은 화살! 외교부 사람들도 접견실에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