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잠시 후, 성채 한 곳에 마련된 접견실에 ‘차가운 나무’가 ‘상처 입은 화살’과 외교부 사람들을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투스카로라 부족 사람들과 크로아탄 부족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인사를 건넸다.
‘차가운 나무’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투스카로라 부족 대추장 ‘봄과 여름 사이’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살도 빠지고 많이 초췌해졌군.’
체로키 부족의 노예사냥 때문에 그가 얼마나 힘든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초면인 크로아탄 부족 대추장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앉으시죠.”
간단히 통성명을 주고받고 ‘차가운 나무’가 입구 쪽에 대기하고 있는 백인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술과 과일, 씹을 먹을만한 안주 좀 가지고 오지.”
“네, 천인장님!”
술이라는 말에 ‘봄과 여름 사이’와 투스카로라 부족 사람들이 얼굴이 환해졌다.
“오랜만에 또 귀한 술을 먹어보는군.”
“술로 지금 답답한 속을 달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크로아탄 부족 사람들도 술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며 마치 미리 준비했다는 듯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들어오며 과일과 함께 여러 안주를 긴 탁자 위에 차례대로 놓았다.
“간단히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죠.”
‘차가운 나무’가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시작됐다.
아니, 협상이라기보단 하소연에 가까웠다.
투스카라로 부족 대추장인 ‘봄과 여름 사이’가 침을 튀겨가며 체로키 부족을 마구마구 씹어댔다.
“그들이 진정 사람입니까? 어떻게 사람을 노예로 쓸 수 있습니까? 틈만 나면 시시때때로 마을을 기습해서 우리 선량한 부족 사람들을 데리고 갑니다.”
중간중간 크로아탄 부족 대추장이 맞장구를 치며 체로키 부족을 같이 씹어댔다.
“똥에 빠질 놈들입니다!”
“더러운 놈들!”
한동안 그들의 얘기가 들어주며 ‘차가운 나무’는 정보감찰부에서 통해 보내온 상부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그때, 얼굴을 붉게 달아오른 ‘봄과 여름 사이’가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꽈아아앙!
순간 접견실 안이 긴 정적에 휩싸이자 아차 싶었는지 ‘봄과 여름 사이가’가 바로 사과했다.
“저도 모르게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차가운 나무’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만있어 보자 우리가 왜 ‘하늘의 태양’을 방문하려고 했지?”
‘봄과 여름 사이’가 머뭇거리는 동안 옆에서 보고 있던 크로아탄 부족 대추장이 답답했는지 앞으로 나섰다.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하늘의 태양’이 세 연맹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까?”
“맞아. 그거였지. 이로쿼이 연맹, 아브나키 연맹, 마지막 일리주이 연맹이던가?”
“오늘따라 왜 그러십니까? 일리주이 연맹이 아니라 일리노이 연맹입니다.”
“아, 맞다. 일리노이 연맹.”
크로아탄 부족 대추장의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과 여름 사이’가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말했다.
“세 연맹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차가운 나무’는 상부의 지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아브나키 연맹과 이로쿼이 연맹은 진작에 항복 선언을 했고, 일리노이 연맹도 거의 정복했습니다.”
“정말 대단하군.”
“마을에 퍼진 소문이 사실이었어.”
무척이나 놀란 듯 그저 탄성만 자아내던 두 부족의 대추장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받더니 ‘봄과 여름 사이’가 자세를 고쳐잡고 물었다.
“우리 두 부족이 ‘하늘의 태양’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차가운 나무’는 고개를 돌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외교부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분들이 자세히 설명해줄 겁니다.”
잠시 후, 외교부 사람들의 설명이 끝나자 두 부족의 대추장은 무척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만일, 하늘의 태양에 들어가면 체로키 부족한테 잡힌 우리 사람들을 구해주는 겁니까?”
크로아탄 부족 대추장의 말에 ‘차가운 나무’가 고민도 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노예로 사는 걸 원치 않습니다. 지금은 체로키 부족과 우호적인 관계이긴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는 협상이나 전쟁으로 통해 반드시 ‘하늘의 태양’ 사람들을 구할 것입니다.”
“…….”
‘차가운 나무’의 태도에서 거짓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느꼈는지 두 부족의 대추장이 앞다투어 부탁했다.
“제발 불쌍한 우리 크로아탄 부족 사람들을 구해주십시오.”
“하늘의 태양에 들어갈 테니 우리 투스카로라 부족 사람들의 노예 생활을 끝내게 해주시오.”
‘차가운 나무’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대추장님들의 부탁을 반드시 들어줄 겁니다.”
* * *
‘하늘의 태양’ 쇼니 부족 ‘연못’ 마을.
전날 밤, 마이애미 부족이 ‘하늘의 태양’에 들어오기로 했다.
하지만, 절차 과정도 있고, 또 문서로 협정을 남겨야 해서 외교부 사람들이 올 때까지 ‘들소 가죽’과 마이애미 부족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협정을 맺을 때까지 그들을 직접 챙기고 싶었지만, 아직 아브나키 연맹 전쟁이 끝나지 않아 상황이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목장이 저쪽이었지.’
평소라면 오늘 아침에 친위대 전사들을 데리고 다음 마을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들소 위에서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고생한 친위대 전사들을 배려해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물론, 리셋 된 ‘전장 지휘’를 발동시켜 이동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저기에 있군.”
외성을 지나자 저 멀리 드넓은 목장이 보였다.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하며 바람도 쐬면서 혼자만의 정리할 시간을 갖고 싶었던 나는 목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잠시 후, 목장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편하게 둘러봤다.
땅이 남아도는지 목장의 울타리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구역도 몇 개로 나뉘어 야생 들소와 길들인 들소로 확연하게 구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들소지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날에 들소들이 싼 똥을 치우는 들소지기.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게 하려고 길들인 들소들을 다른 구역으로 이동시키려는 들소지기.
사람 손길에 익숙해진 새끼 들소의 코에 코뚜레를 하려는 들소지기 등등.
다른 구역에서는 몇몇 들소지기들이 용감하게 야생 들소 등에 올라타 어떻게든 그 들소를 길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난폭해?”
“그만 포기해.”
“말 들어!”
한창 목장의 울타리 주변을 돌다가 마침 들소 똥을 치우는 들소지기를 만났다.
“황제 폐하!”
많이 놀란 듯 들소지기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수레의 손잡이를 잡은 채 입술만 달싹거렸다.
“똥을 말리려고 하는 겁니까?”
“아, 네. 황제 폐하께서 가르쳐 준 대로 땔감으로 사용하려고 들소 똥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들소 똥이 뛰어난 땔감을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직접 시범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가르쳐 전파했다.
피식!
“고생하시네요. 수고하세요.”
“네, 황‥제 폐하!”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들소지기를 뒤로 한 채 앞으로 계획과 일정을 어느 정도 정리한 나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에 늦지 않게 출진하려면, 서둘러야겠군.”
* * *
아름다운 강(세인트 존 강) 하류, 말리시트 부족 마을.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 저 멀리 수평선에 아름답게 해가 지고 있었다.
하지만, 말리시트 부족 사람들은 그 일몰을 보고 마치 부족의 운명이 끝나는 듯 하나같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광장으로 모여!”
“마을은 전사들은 무기를 버려라!”
“고분고분하게 우리 지시를 따르며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점령한 말리시트 부족 마을을 돌아다니며 정리하고 있었다.
자작나무 껍질로 뒤덮인 움막을 일일이 들어가 말리시트 부족 사람이 숨어 있는지 확인도 하고.
“여기에 없습니다.”
“이 움막 안에도 없습니다.”
“해치지 않으니까 나와!”
가끔 고깔모자를 쓴 말리시트 부족 여자가 갓난아기를 안고 나오기도 했고, 가족 전체가 움막을 부숴 작은 구멍을 만든 뒤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완전히 장악한 삼백 명의 ‘하늘의 태양’ 전사들한테 결국 잡혀 들어왔다.
“따라와!”
“한 번 더 도망치면 그 자리에서 죽이겠다!”
마을 전체가 어수선한 가운데 마침 이번 마지막 작전을 총지휘한 ‘용감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마을을 추장을 불러와라!”
“네, 수장님!”
마을 광장에서 빛바랜 가죽 머리띠를 한 말리시트 부족 추장이 ‘하늘의 태양’ 전사들에게 끌려왔다.
“그대들의 대추장이 우리 ‘하늘의 태양’에 항복했소. 지금부터 이 마을과 주변의 땅은 ‘하늘의 태양’의 영토입니다. 동의합니까?”
말리시트 부족 추장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이 다른 부족에게 넘어가는 게 무척이나 슬픈지 노인답지 않게 흐느끼며 대답했다.
“네.”
잠시 후, 아브나키 연맹 부족들을 완전히 정복한 ‘용감한 늑대’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하늘의 태양’ 전사들 앞에 섰다.
“이것으로 전쟁은 끝이 났다. 이 전쟁은 후세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전사들이여! 승리의 함성을 질러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이 태양’ 전사들이 각자 쥔 무기를 흔들며 세상이 떠날 갈 듯 함성을 질렀다.
* * *
이리 호수 서쪽, 우거진 숲.
‘전장 지휘’ 버프를 받으며 나와 삼 천명의 친위대 전사들은 단숨에 달려 이로쿼이 연맹 영토 코앞까지 이동했다.
중간중간 이리 부족 마을에 들려 휴식도 하고, 보급도 했다.
게다가 어차피 하루가 지나면 리셋되는 ‘치료’ 능력을 마을에 들릴 때마다 병자를 치료하며 ‘신의 치료’를 선보였다.
그 결과 이리 부족 사람들의 ‘하늘의 태양’에 대한 민심은 하늘을 뚫을 정도로 올라갔다.
덤으로 나에 대한 충성과 존경까지.
그리고 지금은.
‘자원 스캔!’
선두에서 삼천 명의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며 수시로 ‘자원 스캔’을 발동시켰다.
[띠링!] [철광석을 발견했습니다.]‘미치겠군.’
이리 부족 영토에서 발견한 철광석은 지금까지 셋.
심지어 금도 있었고, 은도 있었다.
석탄은 아주 흔해 빠질 정도로 많았다.
지도 창을 보자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철광석 마크가 표시되어 있었다.
“짭짤한데.”
내가 한 혼잣말을 들었는지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맑은 영혼’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짭짤한데요? 황제 폐하!”
순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 게 있어.”
“황제 폐하! 혼자만 짭짤하지 마시고, 저도 같이 짭짤해지고 싶어요. 네?”
내가 황제 폐하인데, 눈치도 보지 않고 이렇게 격의 없이 행동하는 애는 정말 처음이다.
“돌아가고 싶어?”
“네? 아니요.”
내 말 한마디에 ‘맑은 영혼’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 * *
난 친위대를 멈춰 세워 두 부대로 나뉘었다.
“여기서 헤어진다. 당분간 내가 돌아갈 때까지 내정의 안정화에 힘을 보태도록.”
수도로 돌아갈 이천오백 명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 백인장이 힘차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다들 조심하십시오.”
며칠 전, 아브카니 연맹을 정복했다는 소식을 메시지로 전달받았다.
조금은 허무했지만, 전쟁은 이미 끝났고, 소비되는 군량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삼천 명의 친위대 전사들을 다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연맹을 정복하면서 전사들이 곳곳에 배치돼 전쟁의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없을 게 뻔한데, 이럴 때일수록 엘리트인 친위대 전사들이 솔선수범해서 적어도 수도인 ‘아주 큰’ 도시에서만큼은 내정 안정화에 큰 보탬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잠시 후, 시야에서 수도로 돌아간 친위대 전사들이 사라지자 나도 ‘세찬 눈보라’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로쿼이 연맹으로 간다!”
“네, 황제 폐하!”
* * *
온타리오 호수 북쪽, 와이언도트 부족 마을.
부족 전체를 회의하는 주관하는 긴집에 와이언도트 부족 대추장이 검게 타다만 불화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맞은편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이 불화살과 신의 무기를 구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지?”
머리 숙여 있던 ‘치솟는 불길’이 순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