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회의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전염병이 발생한 마을의 자료를 보고 있던 ‘멀리 돌아오는 강’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료를 보면 전염병이 아닐 가능성이 많은데···’
하지만, 지금으로선 직접 보지 않은 이상 미리 단정할 필요 없었다.
어쨌든 자신이 조사해보면 전염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된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각 행정기구 수장들은 어리숙해 보이는 ‘멀리 돌아가는 강’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한데.’
‘일단, 약초치료사라고 하니깐 믿어볼 수밖에.’
오직 ‘찬란한 노을’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멀리 돌아가는 강’을 지그시 쳐다봤다.
‘황제 폐하께서 전염병이 발생할 것을 예견하고 이 자를 임명한 거겠지.’
게다가 황제 폐하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방안도 미리 만들어 놨었다.
‘역시 황제 폐하야!’
‘찬란한 노을’은 미래를 내다보는 황제 폐하의 혜안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전염병이 발생했지만, 잘 해결되리라 믿기에 그녀는 큰 불안감은 없었다.
* * *
큰 카누(미주리 강) 강 중류. 오토에 부족 마을.
오토에 부족 마을도 아이오웨이 부족 마을 구조가 거의 비슷했다.
대부분 땅을 파 흙 오두막집에서 거주하는 오토에 부족 사람들은 정착 생활을 하며 가끔 들소 무리를 사냥하기도 했다.
“아이오웨이 부족 대추장이 인정한 ‘용감하고 명예로운 전사’라면 한번 붙어 볼 만하지.”
최근에 젊은 나이로 대추장에 오른 ‘강한 들소 뿔’은 그전엔 오토에 부족에서 유명한 대전사였다.
게다가 주변 대평원 부족에서도 ‘용감하고 명예로운 전사’로 명성이 제법 드높았다.
아이오웨이 부족 대추장 ‘긴 목’을 통해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소개받은 ‘강한 들소 뿔’은 자신의 상대로 지목된 ‘우렁찬 천둥’을 보며 투지를 발산했다.
“깃털이 제법 많군. 하지만, 다른 부족 전사들과 다를 거야.”
‘우렁찬 천둥’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오토에 부족 대추장을 쳐다봤다.
“기대하지. 또 싸우기 전에 할 말이 남았는가?”
“우리 오토에 부족 대표로 대추장인 내가 나가는데, 그냥 싸우는 거는 재미없잖아. 뭐라도 걸어야 재밌잖아.”
“내기하자?”
“그렇지. 내가 이긴다면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탄 들소 중 열 마리를 우리 부족에게 주는 거로. 그럼, 그대의 내기 조건을 말해 봐.”
‘강한 들소 뿔’의 말에 ‘우렁찬 천둥’이 옆에 있는 ‘맑은 영혼’을 쳐다봤다.
“어떤 걸 제안할까?”
‘맑은 영혼’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얘기했다.
“천인장님이 이기면 오토에 부족이 ‘하늘의 태양’으로 들어오는 거로 하죠.”
“그래. 아무래도 그게 나을 거야?”
“네. 그나저나 천인장님! 설마 지는 거는 아니겠죠?”
“내가 왜 져?”
‘맑은 영혼’이 일부러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하는지도 모르고, ‘우렁찬 천둥’이 발끈했다.
“가끔 보면 나를 띄엄띄엄 보는 경향이 있어. 내가 누군지 이번에 똑똑히 보여 줄게.”
“기대할게요. 천인장님!”
‘맑은 영혼’의 응원을 받은 ‘우렁찬 천둥’이 조건을 걸며 앞으로 나섰다.
“···긴말 필요 없이 한 판 붙자.”
오토에 부족 대추장인 ‘강한 들소 뿔’도 평소 성격이 화끈한지 무척 신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좋다. 내기 약속은 반드시 지켜 줬으면 좋겠군.”
* * *
슉! 슉!
또다시 매서운 화살이 날아오면서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만들자 보다 못한 ‘우렁찬 천둥’이 분노를 토했다.
“초원 이리처럼 도망가지 말고, 덤벼라!”
“정면으로 싸우면 내가 질 가능성이 클 것 같은데. 내가 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강한 들소 뿔’이 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곤봉을 들고 무섭게 돌진하는 ‘우렁찬 천둥’을 향해 또다시 활을 쏘며 거리를 벌렸다.
슉!
“보기보다 체력이 좋군.”
“놀리지 마라.”
대평원에서 ‘용감하고 명예로운 전사’가 되긴 위한 전투에서 그 어떤 방법과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무기도 여러 종류를 쓸 수 있고, 주 무기만 사용해도 상관없다.
물론, 정정당당하게 싸우면 대평원 부족 전사들에게 인정은 더 받게 된다.
하지만, ‘강한 들소 뿔’은 그건 개나 주라는 듯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했다.
‘···체력을 떨어뜨려야 그나마 이길 수 있어.’
냉정하게 상대방의 전력을 분석한 ‘강한 들소 뿔’은 자신이 쏜 화살을 수거하면서 계속 활을 쐈다.
슉! 슉! 슉!
한편, 개척 부대 전사 몇 명과 함께 멀찌감치 떨어져서 ‘우렁찬 천둥’과 오토에 부족 대추장의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맑은 영혼’이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인장님이 많이 지쳐 보이네.’
* * *
휴우! 휴우!
거친 숨을 내쉬며 허리를 숙인 ‘우렁찬 천둥’을 보고 ‘강한 들소 뿔’은 이제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본격적으로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쥔 돌창이 좌우로 마구 휘저으며 ‘우렁찬 천둥’의 온몸을 공략했다.
“젠장! 내가 지칠 때를 노린 거냐?”
“그래.”
엉거주춤한 자세로 ‘우렁찬 천둥’이 뒤로 물러나며 힘겹게 곤봉을 쳐내며 돌창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정말 약아빠졌군.”
“전력상 불리한데, 나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강한 들소 뿔’은 비난을 받아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돌창으로 ‘우렁찬 천둥’을 계속 몰아붙였다.
‘끝났군.’
그의 눈에 ‘우렁찬 천둥’의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될 뿐, 대평원의 전통에 따라 어느 정도 부상은 입혀도 된다.
손에 쥔 돌창을 있는 힘을 다해 내질렀다.
바로 그때, ‘우렁찬 천둥’이 지친 표정은 어디 갔는지 사악한 눈빛으로 웃었다.
“푸하하하하! 연기하느라 죽는 줄 알았네.”
“···뭐?”
‘강한 들소 뿔’이 당혹감이 물든 눈빛으로 기세가 순식간에 변한 ‘우렁찬 천둥’을 쳐다봤다.
탁!
거친 충돌음과 함께 쇠로 된 곤봉이 돌창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꽈지지지직!
처참하게 박살 난 돌창 촉과 창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 무기를 어이없게 잃어버린 ‘강한 들소 뿔’이 다급히 활을 꺼냈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늦었다.
어느새 ‘강한 들소 뿔’ 앞으로 다가온 ‘우렁찬 천둥’이 곤봉으로 그의 발을 힘껏 내려찍었다.
으아아아악!
발 등뼈가 통째로 잘근잘근 부러졌는지 ‘강한 들소 뿔’이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 미안! 실수했네. 곤봉으로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렁찬 천둥’이 거추장스러운 곤봉을 던져버리고, 그 자리에서 주먹과 발로 ‘강한 들소 뿔’을 분풀이하듯 무자비하게 패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퍽! 퍼퍼퍽!
“내가 한때 ‘하늘의 태양’의 훈련소 수장이었어. 내가 이런 어설픈 수작을 못 알아볼 것 같아? 한 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너 좀 맞아야겠다!”
‘우렁찬 천둥’은 바닥에 누워 이미 얼굴이 엉망진창 되어 있는 ‘강한 들소 뿔’을 계속 두들겨 팼다.
“천인장님! 그만해요. 앞으로 ‘하늘의 태양’에 들어올 부족이에요.”
‘맑은 영혼’도 ‘강한 들소 뿔’의 얍삽한 전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러다간 그가 죽겠다 싶어 서둘러 ‘우렁찬 천둥’을 말렸다.
“좋아. 여기까지!”
그녀의 말에 때리는 것을 멈춘 ‘우렁찬 천둥’이 여전히 씩씩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약속대로 오토에 부족은 지금부터 ‘하늘의 태양’의 사람이다.”
“······.”
하지만, 바닥에 누운 채 이미 기절한 ‘강한 들소 뿔’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한편, ‘긴 목’은 저번에 술을 먹으면서 친한 친구처럼 지내자고 했던 ‘우렁찬 천둥’의 잔인한 모습에 손이 떨려왔다.
‘저··저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
* * *
모호크 강 상류, 선착장.
‘하늘의 태양’은 육로도 있지만, 대량으로 물건이나 물품을 수송할 때는 주로 수로를 이용한다.
마침, 무헤쿤네툭 강(허드슨 강)을 통해 모호크 강으로 이동한 방문단이 바이킹 배에서 내려 하나둘 선착장에 발을 밟았다.
한때, 이리 부족을 이끌며 이 지역을 돌아다녔던 ‘붉은 열매’는 신기하듯 선착장을 둘러봤다.
“잠깐 사이에 많이도 변했네요.”
선착장은 여러 수송선에서 싣고 온 물건과 자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기, 석재, 유리, 도자기 등등.
음메에에에!
늙은 들소가 짐이 가득 찬 우차를 끌고 가고 있었다.
그녀 옆에 있던 상공부 수장인 ‘노래하는 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정복한 이로쿼이 연맹 부족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빠르게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죠.”
그의 말대로 선착장에 있는 ‘하늘의 태양’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일정대로라면 아마 모호크 부족에 새로 들어선 마을에서 이틀 정도 머문 뒤 와이언도트 부족으로 갈 겁니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몸은 좀 어떻습니까?”
“배가 조금씩 나오는 것만 빼고 딱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도 몸에 이상징후가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마치 그녀의 호위 전사처럼 행동하는 ‘노래하는 물’의 배려에 ‘붉은 열매’가 감사의 눈빛으로 말했다.
“늘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그때, 그들을 안내할 모호크 부족 추장 전사들이 다가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마을로 가시죠.”
잠시 후, ‘하늘의 태양’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건설된 모호크 부족 마을을 보며 와이언도트 부족 방문단이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하나같이 최신 건물이군.”
“건설부에서 제대로 신경 쓰는 것 같아.”
“저 성벽 좀 봐.”
거의 십 미터에 다다른 외성 성벽이 마치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외성으로 들어가자 한때 이로쿼이 연맹 부족 사람들이 사는 거주지가 구역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길도 아주 깨끗해.”
“저기는 번화가가 들어갈 자리인가?”
“소문에 의하면 이 마을을 광산 도시로 만들 계획이라더군.”
이로쿼이 연맹 지역에는 질 좋은 철광석과 석탄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와이언도트 부족 방문단이 어느새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주둔하고 내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붉은 열매’가 안심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물’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네요.”
“그러게요. 저는 밥 먹기 전에 몸부터 씻으려고요.”
“저도요.”
* * *
‘하늘의 태양’, 피쿼트 부족 마을 외곽.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임시 건물로 소방대원들이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비키세요.”
“전염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입니다.”
소방대원들과 마찬가지로 가죽으로 만든 방호복을 입은 주술사들과 치료사들이 다급히 환자들을 맞이했다.
“이쪽 병상으로 옮겨 주세요.”
“증상은 가벼워 보이네요.”
“약초를 가지고 오세요.”
임시 건물에는 전염병으로 의심되는 환자 스물두 명이 추가되어 마을과 완전히 격리된 채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한편, 자경단원 몇몇은 이제 막 들어온 환자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혹시 최근에 마을 뒷산에서 과일을 채취했습니까?”
“아니요. 뒷산에 간 적도 없습니다. 다만···”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 아내가 과일을 채취한 적이 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자경단원들이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그렇군요.”
“치료 잘 받으시고, 나중에 조사할 게 있으면 또 찾아뵙겠습니다.”
* * *
카리브 섬(쿠바 섬) 남쪽.
친위대 전사들과 함께 우거진 열대 숲을 탐색하던 난 나를 보고 빠르게 도망치는 동물을 보고 눈이 커졌다.
‘이 동물이 왜 여기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