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맵 창에 표시된 붉은색 점.
난 처음부터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세찬 눈보라’와 우직한 곰’에게 얘기를 해 놨다.
어디서 구한 걸까?
쇠로 된 단검을 든 세 명의 와이언도트 부족 젊은 남자들이 친위대 전사들의 방어진을 뚫고, 그 안으로 들어왔다.
“습격자다!”
“안 돼!”
“뭐하는 짓거리야?”
“천둥새 신을 공격하려고 해.”
나를 환영하기 위해 왔던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 사이에서 놀란 비명이 연달아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는 거기까지였다.
어느새 친위대 전사들이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을 삼엄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세요.”
“지금부터 이 선 안으로 들어오면 저들과 같은 습격자로 생각하고 바로 체포하겠습니다.”
동시에 내 근처에서 호위하고 있던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우직한 곰’이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꺼내 몸을 보호하듯 팔 안쪽으로 바짝 당겼다.
“감히 황··제 폐하를 습··격하려고 해?”
“······.”
‘우직한 곰’이 내뿜는 투기와 살기에 아직 앳돼 보이는 세 명의 와이언도트 부족 청년들이 순간 얼어붙은 듯 멈칫했다.
“내가 바로 우직한 곰이다!”
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강렬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퍼어어어억!
‘우직한 곰’의 방패에 그대로 얻어맞은 세 명의 습격자들이 하나같이 공중으로 튕겨 나가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이어서 친위대 전사들이 각자의 무기로 들이 내밀며 그들을 에워쌌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목을 베겠다!”
“단검을 버려!”
“어서!”
세 명의 와이언도트 부족 청년들은 서로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더니 단검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는 척 행동했다.
“내가 항복할 것 같아?”
“반드시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야!”
“죽어!”
세 명의 습격자들이 항복할 의사가 전혀 없는지 단검을 들고 내 쪽으로 또다시 돌진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무모한 행동은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에게 바로 제지당했다.
쇠로 된 곤봉이 그들의 온몸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퍼퍽! 퍼퍼퍽!
그들의 손에 쥔 단검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바닥에 드러누운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던 세 명의 습격자들이 연신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그만! 저··들을 체포해!”
“네, 천인장님!”
‘우직한 곰’의 지시에 친위대 전사들이 구타를 멈추고 단검을 수거하면서 습격자들을 신속하게 묶었다.
“저들이 왜 천둥새 신을···”
“미친놈들!”
“우리 와이언도트 부족한테 천둥새 신의 천벌이 내려지면 어떡하라고?”
“천둥새 신이여!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이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주 큰 충격에 휩싸이며 다들 두려워하는 표정이었다.
‘역시나 다들 나를 무서워하는군.’
뜨거웠던 환영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황제 폐하! 지··시대로 습격자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수고했어.”
‘우직한 곰’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습격했던 와이언도트 부족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피멍이 들 정도로 탱탱 부은 얼굴로 죽을 듯 소리쳤다.
“왜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너는 천둥새 신이 아니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어서 우리를 죽여. 이 악신아!”
세 명의 습격자들의 거친 반항에 친위대 전사들이 또다시 곤봉으로 구타하려고 하자 내가 재빨리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괜찮아. 마음대로 지껄이게 놔둬.”
“네, 황제 폐하!”
난 습격자들이 내뱉는 말을 듣고 대충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가 됐다.
아마 내가 죽인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 중에 저들의 아버지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도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아버지를 복수를 위해 나를 죽이려고 한 건가?”
한쪽 광대뼈가 주저앉은 습격자가 원한 섞인 목소리로 발악하듯 말했다.
“···그래. 네가 우리 아버지들을 죽였어. 왜 죽였어? 왜? 너 때문에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단 말이야.”
잠시 난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 법이지.’
그러니 이쯤에서 이 악연을 끊을 필요가 있었다.
와이언도트 부족 세 청년의 얘기가 끝나자 난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너희 말대로라면··· 너희 아버지들의 손에 반항하지 말고 내가 순순히 죽었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
무릎 꿇고 있던 와이언도트 부족 청년들이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그들에게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계속 몰아치며 말했다.
아니, 여기에 있는 모든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은 우리 ‘하늘의 태양’ 사람들을 초대해 놓고 마취약을 먹여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무 잘못도 없는 그들을 사로잡아 한 명씩 죽여 가며 우리를 협박했다. 그리고 악신으로 몰아가며 나를 죽이려 했다. 그런데 나보고 잠자코 죽으라고? 너희 아버지이었던 와이언도트 부족 전사들은 분명 나를 죽이려고 했고, 난 그저 정당한 방법으로 방어했을 뿐이다. 그래도 그 모든 게 내 잘못인가? 좋다. 변명이든 괴변이든 상관없다. 내 두 눈을 똑똑히 보고 말해 봐라.”
“······.”
가시가 돋친 내 말에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를 습격하려 했던 세 명의 와이언도트 부족 청년들도 여전히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분위기는 완벽했다.
이쯤에서 천둥새 신으로서 큰 자비를 베풀 필요가 있었다.
“···너희들의 죄가 분명하지만, 이번에는 용서해 주겠다.”
“······.”
그리고 난 와이언도트 부족의 총 책임자인 ‘용맹한 독수리’를 불렀다.
“이들을 데려가서 치료해 줘.”
“네, 황제 폐하!”
내 자비로운 결정에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이 감동한 듯 소란스러워졌다.
웅성웅성!
“역시 천둥새 신이야!”
“큰 자비를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지어 나를 습격했던 세 명의 와이언도트 부족 청년들이 뭔가 느낀 게 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껴 울었다.
‘앞으로 와이언도트 부족을 복속하는 게 쉬워지겠군.’
* * *
큰 카누(미주리 강) 중류. 미주리 부족 마을.
미주리 부족 사람들은 봄이 되었는데도 들소 사냥을 하기 위해 대평원으로 나가지 않고, .대추장이 있는 마을로 계속 모여들었다.
“여기서 일하면 들소 고기도 주고, 옥수수나 야생 쌀을 주는 거 맞지.”
“맞아. 그뿐인지 알아?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두 끼씩 준다고 하더군.”
“하하하! 난 열심히 일해서 우리 가족들을 배불리 먹여야겠어.”
“난 여기서 아예 정착하려고.”
성문을 통해 마을로 들어오려는 미주리 부족 사람들을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줄을 서세요.”
“신분증을 새로 작성해야 합니다.”
“가족 단위로 이 마을에 정착하시는 분은 이쪽으로 오십시오.”
한편, 상부의 지시로 미주리 부족의 총 책임자가 된 ‘사나운 늑대’는 성벽 건설에 동원된 ‘하늘의 태양’ 전사들과 미주리 부족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며 지시를 내렸다.
“이 구역에는 인원을 더 투입했으면 좋겠군.”
“부족한 자재가 무엇인지 이따가 작성해서 보고해.”
“성벽 공사가 끝나면 바로 마을 회관부터 짓는다.”
일리노이 연맹 지역도 그렇지만, 상부에서 미주리 부족, 오토에 부족, 아이오웨이 부족은 최우선으로 중심 마을을 건설하라고 지시가 내린 상황이다.
‘사나운 늑대’도 그 지시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의 태양에 들어오면 무엇이 좋은지 제대로 보여 줘야지.’
그때, ‘사나운 늑대’를 보좌하는 백인장이 다가왔다.
“어떻게 됐지?”
그 질문에 백인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역시나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래?”
“네.”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백인장이 ‘사나운 늑대’에게 귓속말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잠깐이었지만, ‘사나운 늑대’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계속 감시하면서 증거를 확보해.”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백인장이 물러나자 ‘사나운 늑대’가 건설 현장에서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 * *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마을.
마을 뒷산에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바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신성한 장소에는 그 누구도 대주술사의 허락 없이 출입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이곳에 들리는군요.”
“네, 대주술사님! 확실히 신성한 장소라 몸과 마음이 맑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대주술사님들! 이따가 저녁에 여기서 다 같이 의식을 치릅시다.”
북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 사이에서 대주술사라는 부르는 자들.
그들의 각각 자신이 모시는 정령들로 옷을 꾸몄다.
곰, 늑대, 검독수리.
하나같이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정령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시다!”
곰 가죽과 이빨, 발톱으로 가죽옷을 치장한 대주술사가 말에 나머지 대주술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신성한 바위 근처에 자리 잡은 자작나무 껍질 집에 세 명의 북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대주술사들이 차례대로 들어갔다.
“대주술사님을 뵙습니다.”
“다들 오랜만이군. 그리고 내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고.”
“아닙니다. 대주술사님이 부르는데, 당연히 가야죠.”
“하하하! 일단, 안에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지.”
“네. 대주술사님!”
동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대주술사 ‘머리카락을 잃어버리다’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들을 맞이했다.
잠시 후, 담배를 나눠 피우며 북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대주술사들이 ‘머리카락을 잃어버리다’의 말에 끝까지 귀를 기울였다.
“······난 그가 천둥새 신이 아니라고 보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의 태양’ 황제를 이대로 받아들인다면 과연 우리의 설 자리가 있을까?”
“······.”
어느새 분위기는 무척 심각해졌다.
“설사 그가 천둥새 신이라고 해도 우리는 절대 그를 받아들여선 안 되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순간 북부 삼림 오지브웨 대주술사들의 눈에 탐욕으로 꿈틀거리자 여러 가지 나뭇잎으로 가죽옷을 꾸민 ‘머리카락을 잃어버리다’가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진짜 천둥새 신인지 아닌지를 시험해 봐야지.”
“그게 다입니까?”
“아니.”
한동안 ‘머리카락을 잃어버리다’가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하자 북부 삼림 오지브웨 대주술사들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야 않겠나?”
“당연히 그래야죠.”
“아주 완벽한 계획입니다.”
“그나저나 대평원 오지브웨 부족의 대주술사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 질문에 ‘머리카락을 잃어버리다’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곧 그들을 만날 예정이네. 그리고 그들도 자네들처럼 우리의 계획에 합류할 것이네.”
* * *
‘하늘의 태양’, 와이언도트 부족 마을.
습격자들을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용서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천둥새 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제 폐하를 뵙니다.”
마을 치료소를 가는 동안에도 와이언도트 부족 사람들은 나를 경외와 존경의 눈빛으로 인사를 해왔다.
잠시 후, ‘용맹한 독수리’에 안내에 따라 치료소에 들어가자마자 사방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난 삼중으로 만든 면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치료소에 환자로 입원한 전사들로 쭉 둘러봤다.
“···보다시피 병이 심해지면 기침할 때 피도 나옵니다.”
그중 중증 환자가 있는 병실을 보고 나서 난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풍토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