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의외의 전개에 내심 당황스러웠다.
동부 다코타 부족처럼 서부 다코타 부족도 나의 방문을 허락할 줄 알았다.
어쨌든 난 대평원 부족들에게 천둥새 신이라고 소문났으니까.
“재미있네.”
고개를 돌려 ‘무자비한 방패’와 함께 들어온 ‘들소와 춤을 추다’를 쳐다보며 물었다.
“서부 다코타 부족이 왜 그런 것 같아?”
“그, 그게··”
‘들소와 춤을 추다’가 잠시 뜸을 들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서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은 우리 동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과 달리 외부인들에게 조금 적대적인 편입니다. 또, 전투적이죠. 아마도 서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은 천둥새 신이 인간으로 현신한 것으로 믿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황제 폐하께 현혹되어 속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현혹됐다···”
서부 다코타 부족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 그게 상식적인 생각이니까.
그러나 난 한가하게 동부 다코타 부족에서 머무르며 지낼 생각이 없었다.
“들소와 춤을 추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들소와 춤을 추다’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대평원 부족의 전통에 따라 서부 다코타 부족과 전쟁을 해서라도 제압해야죠.”
“전쟁이라···”
대평원 부족들의 전쟁은 내가 생각하는 전쟁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용감하고 명예로운 전사.‘
마을을 파괴하고, 약탈을 시시때때로 하지만, 상대방 전사들을 죽이지 않는 게 이들의 전쟁 방식.
물론, 전투 중에 크게 다쳐 팔다리를 쓰지 못하거나 병이 악화하여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 중에는 죽은 전사가 나오지 않는 게 나에겐 아주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좋아. 전쟁으로 제압하지. 서부 다코타 부족 대추장들에게 전해. 내가 곧 찾아간다고.”
시원시원한 내 결정에 ‘들소와 춤을 추다’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럼, 서부 다코타 부족한테 선전 포고를 하겠습니다.”
“그래.”
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가자 ‘무자비한 방패’에게 ‘세찬 눈보라’와 주요 인물들을 불러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내가 머무는 티피 안에서 회의가 열렸다.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도 이번 전쟁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어느 정도 참전시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세찬 눈보라’의 의견에 동의하며 내가 따로 지시를 내렸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야. 이번 전쟁에 참전할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은 내가 따로 선별하지.”
“네, 황제 폐하!”
심안으로 대전사들의 능력을 이미 확인한 상황이다.
적은 인원으로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제압해야 하는 만큼 우선 전투 실력이 뛰어난 전사들을 선별할 예정이다.
회의는 한동안 계속됐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쟁은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게 주목적이라는 걸 잊지 말도록.”
“네, 황제 폐하!”
티피 안에 있는 휘하 장수들이 하나같이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특히, ‘우직한 곰’과 ‘무자비한 방패’는 신이 난 듯 벌써 흥분한 얼굴이었다.
“헤헤! 튼··튼한 몽둥이를 준비해야겠다!”
“이제야 황제 폐하께 제 전투 실력을 보여줄 수 있겠네요.”
* * *
‘붉은 모자’ 마을에서 머무른 지 며칠이 더 지나갔다.
서부 다코타 부족과의 선전 포고도 끝났고, 전투 장소도 정해졌다.
그사이, 전쟁 준비를 마친 친위대 전사들과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마을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략 이백 명 정도.
때마침, ‘세찬 눈보라’가 내가 머무르는 티피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황제 폐하! 출진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십분 뒤에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세찬 눈보라’가 물러나자 난 수도에서 온 ‘찬란한 노을’의 보고서를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군사, 내정, 외교, 주변 정세 등등.
“잘하고 있군.”
내 승낙에 필요한 안건에는 바로 사인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내 의견을 첨부해 따로 지시를 내려 종이에 적었다.
“차가운 나무가 아주 좋은 결정을 내렸군.”
대평원 오지브웨 부족 마을로 약탈하러 온 나코타 부족 전사들을 물리치고, 그들을 생포한 내용.
그리고 그의 의도에 대한 부가설명도 적어져 있었다.
“잘만 구슬리면 나코타 부족을 쉽게 복속할 수 있겠는데.”
역시나 밑에 뛰어난 수하들이 있다 보니 내정에 그리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수도에 보낼 내용을 다 작성하자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정보감찰부 소속 전사를 불렀다.
“거리가 있어서 시일이 좀 걸리겠지만, 최대한 빨리 수도에 전해주게.”
나름 정보 체계를 잘 다듬었다고 하지만, 수도까지 이런저런 정보와 보고서를 주고받으려면 최대 두 달 정도 기간이 걸린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잘 밀봉된 서류를 건네받은 정보감찰부 소속 전사가 나를 향해 고개를 깊게 숙이고 뒤돌아섰다.
“나도 나가 봐야지.”
내가 가지고 있는 철제 무기는 모두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었다.
현재 내가 가진 무기는 동부 다코타 부족이 제공한 들소 가죽 방패와 곤봉.
그 무기로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제압할 예정이다.
잠시 후, 티피에서 나온 들소에 올라탔다.
친위대 전사들뿐만 아니라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쳐다보고 있었다.
출진하기 전에 전사들의 사기를 고취하는 것은 황제 폐하인 나로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너희들은 이제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다! 내가 누구인지, 너희들이 누구인지 이번 전투에서 똑똑하게 보게 될 것이다! 자! 나를 의심하는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회오리바람처럼 날아가 곰처럼 쓸어버린다!”
나의 짧은 연설이 끝나자 친위대 전사들과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출발!“
나를 따라 들소를 탄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뒤를 힐끔 쳐다보자 다코타 부족 전사들이 아직도 들소를 타는 게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지 친위대 전사들의 몸을 꽉 잡고 있었다.
‘들소 기병대로 쓰기에는 아직 무리겠는데.’
* * *
미주리 강 서쪽, 대평원.
서부 다코타 부족은 크게 두 개의 일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 언어로 ‘끝’ 마을이라는 뜻은 가진 얀크톤 일족과 ‘작은 끝’ 마을이라는 뜻은 얀크토나이 일족.
그리고 두 일족의 전사들이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임시 티피를 짓도록!”
“중간중간 불을 피우고.”
“틈틈이 무기도 점검해라!”
보통 이 시기에는 다른 대평원 부족들이 하는 것처럼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도 들소 사냥을 해야 하지만, 동부 다코타 부족의 선전 포고로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동부 다코타 부족이 설마 기습 공격하지는 않겠죠?”
“설마요. 같은 수 족인데, 그런 비겁한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그들이 한 약속대로 모레쯤에 이곳에 도착하겠죠.”
서부 다코타 부족의 두 일족의 대추장들.
‘끝’ 마을의 대추장 ‘전쟁의 독수리’와 ‘작은 끝’ 마을의 대추장 ‘속이 빈 뿔 곰’이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이번 전쟁에 관해 대책을 세우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임지 주둔지 주변으로 전사들을 순찰 보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키는 작지만, 전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듯 다부진 ‘전쟁 독수리’의 의견에 지혜롭고 현명한 눈빛을 가진 ‘속이 빈 뿔 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합시다. 전사들도 돌아가면서 휴식도 취하게 하고.”
의견이 일치하자 두 명의 대추장은 그 즉시 대전사들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동부 다코타 부족이 사는 쪽을 바라보며 다시금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동부 다코타 부족 사람들이 말한 대로 그자가 정말 천둥새 신일까요?”
“전쟁 독수리!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허황한 소문을 믿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병을 치료하고,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고, 들소를 탄다? 다시 말하지만, 난 이번 전쟁에서 ‘하늘의 태양’ 황제가 천둥새 신이 아니라는 걸 낱낱이 까발려서 보여 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소문에 현혹된 동족을 구하는 게 우리가 해야 의무이기도 하구요.”
‘속이 빈 뿔 곰’은 굳은 결심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입술을 꽉 깨물며 뒤돌아섰다.
어느새 천 명 가까이 되는 서부 다코타 전사들이 완성된 임시 주둔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순찰을 하고 있었다.
* * *
‘아주 큰(미시시피 강)’ 강 중하류, 첫 번째 도시 부족.
도시 중심가 대회의장에 긴급회의가 열렸다.
“체로키 부족 전사들과 전투에서 대패했다고?”
“죄송합니다. 체로키 부족 전사들이 마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투에서 패배한 도시 부족 대전사는 분노로 뒤덮인 두 명의 대추장과 장로들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전사는?”
“저를 포함해 스물두 명이 전장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나머지 전사들은 어떻게 됐는지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얘기네?”
“죄송합니다.”
한동안 두 명의 대추장과 장로들이 대전사를 강하게 문책하며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잠시 후, 대회의장이 대전사의 전투 보고에 충격에 휩싸였다.
“들소를 타고 다닌다는 게 말이 돼?”
“돌창과 방패가 단숨에 잘려나가다니···”
“도대체 그들이 가진 무기가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궁금하군요.”
“대전사의 얘기대로라면 전면으로 싸웠다간 우리가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시 부족 대추장들과 원로들은 큰 위기감을 느꼈는지 회의 분위기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체로키 부족 전사들이 이대로 쳐들어온다면 현재 우리 전사들로 감당되지 않을 겁니다.”
“노예들을 훈련하고, 무장시키죠.”
“우리가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도시들과 강력한 방어 동맹을 맺어야 할 듯합니다.”
“혹시, 체로키 부족 쪽에서 협상하러 올 수도 있으니 우리가 생포한 체로키 부족 사람들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대책과 방안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일단, 새 도시를 건설하는 건 잠시 보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찬성합니다.”
* * *
사흘 동안, 대평원에서 먹과 자고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서부 다코타 부족과 약속한 전장이 가까워지자 선두에 있던 난 친위대 전사들과 동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좋아. 여기서부터 속도를 늦춘다!”
“네, 황제 폐하!”
조금씩 전운이 감도며 아주 천천히 전장으로 향해 나아갔다.
고개를 들어 맵을 확인하자 붉은색 점들이 창 가장자리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꽤 많군.’
이제는 두 눈으로도 저 멀리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이 보였다.
얼추 천 명 정도.
내가 듣기론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가 대략 이천 명 정도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처럼 뛰어난 전사들로만 선별해서 데려왔나 보군.’
그렇다면 기선 제압부터.
선두에 있던 나는 다시 한번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횡대로 넓게 진형을 구축한다!”
“네, 황제 폐하!”
친위대 전사들의 들소를 얻어탄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먼저 움직였다.
날쌘 몸놀림으로 땅에 착지한 동부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이 곤봉을 든 채 친위대 전사들을 뒤따라왔다.
들소를 탄 친위대 전사들은 나를 중심으로 일렬로 넓게 퍼지며 위용을 드러냈다.
“정지!”
친위대 전사들이 일제히 멈춰선 채 전방에 있는 서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쳐다봤다.
1000 대 200.
병력에서 네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들소를 탄 친위대 전사들을 보고 서부 다코타 부족 진영이 큰 충격 휩싸인 듯 소란스러워졌다.
피식!
“초반 기선 제압은 완전히 성공한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