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
진한 의문을 가진 채 정면을 바라보던 나는 곧바로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토에 부족 대추장이자 ‘하늘의 태양’의 대의원인 ‘강한 들소 뿔’이 포니 부족 사람들 진영에서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더구나 포니 부족 전사들의 그 어떤 위협이나 제지도 없이.
‘어떤 상황인지 얘기를 들어봐야겠군.’
그 사이, ‘세찬 눈보라’의 지시하에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은 전투 진영으로 바꾸며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오토에 부족 대추장과 그를 호위하는 전사들이 오인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재빨리 양손을 들었다.
“황제 폐하! ‘하늘의 태양’ 오토에 부족 대추장 ‘강한 들소 뿔’입니다. 공격하지 마십시오. 같은 ‘하늘의 태양’ 사람입니다.”
그를 대의원 정기회의에서 한 번 봐서 그런지, 알아 볼 수 있었다.
맵 창을 보더라도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우리 사람이니, 공격하지 마라!”
“네, 황제 폐하!”
‘세찬 눈보라’와 친위대 전사들에게 그 지시를 내린 뒤 오토에 부족 사람들이 우리 진영 쪽으로 더 다가오길 기다렸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오토에 부족 대추장 ‘강한 들소 뿔’이 공손한 자세로 먼저 인사를 해왔다.
그는 내가 지시한 명령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간단히 설명한 뒤 다시금 말을 이었다.
“···라코타 부족과의 전쟁에서 거의 이기다시피 한 상황에서 우리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끼어들었으니 포니 부족으로선 화가 날 겁니다. 어쨌든 포니 부족 추장들과 안면이 있는 제가 그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 좀 뺐습니다.”
오토에 부족 대추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포니 부족 전사들이 맵 창에 왜 붉은색 점으로 표시됐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적의를 드러낸 거군.’
‘강한 들소 뿔’은 포니 부족 전사들이 있는 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한 번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포니 부족한테 잘 설명했는데도, 워낙 강경한 자세로 나와 저로선 막을 수 없었습니다.”
“편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시오.”
“아, 네. 그게, 포니 부족과 협상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역시나 ‘용감하고 명예로운 전사’의 얘기다.
“포니 부족에서 대전사 몇 명이 황제 폐하와 실력을 겨루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실소를 흘리자, ‘강한 들소 뿔’이 변명하듯 재차 말했다.
“그건 아니라고 말렸는데도, 포니 부족 쪽에서 황제 폐하의 실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합니다.”
난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버렸다.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전하시오. 그리고 바로 자리를 만들고.”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힘차게 대답하고 뒤돌아선 ‘강한 들소 뿔’은 내가 진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지 포니 부족 진영을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 역시도 포니 부족 진영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고민에 잠겼다.
‘실력을 어느 정도에 맞춰줘야 하나?’
* * *
‘순간 이동!’
또 한 번 ‘순간 이동’을 발동시키자 내 몸이 환영처럼 사라지며 순식간에 포니 부족 대전사의 뒤로 이동했다.
나와 대결을 원한 세 명의 대전사 중 두 명은 단 한 번의 공격도 못 해보고 이미 기절한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남은 한 명도 돌창을 꽉 쥔 채 눈앞에서 사라진 나를 찾아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고.
“어딜 보고 있는 거야?”
그의 뒤에서 나타난 나는 포니 부족 대전사의 뒷목을 가볍게 손목으로 내려쳤다.
시원한 타격음이 들려오며 포니 부족 대전사가 온몸에 힘이 쭉 빠진 듯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끝났군.”
독수리 꼬리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된 돌창을 주우며 경악으로 물든 포니 부족 진영을 뒤돌아 봤다.
“······.”
손에 쥔 세 개의 돌창을 그들이 보란 듯이 흔들며 결투의 결과를 알렸다.
마침, 우리 진영에서 ‘강한 들소 뿔’이 발 빠르게 달려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고생하셨습니다. 황제 폐하!”
고생한 것도 없었다.
워낙 눈 깜짝할 사이에 결투가 끝나 버렸으니까.
그래도 내가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강한 들소 뿔’이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포니 부족과 협상할 준비를 해주시오.”
“네, 바로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이번에도 ‘강한 들소 뿔’이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포니 부족 진영을 향해 양손을 들고 다가갔다.
* * *
협상장은 포니 부족 측에서 만들었다.
대평원의 부족들이 그렇듯 커다란 티피 안에 모닥불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배를 태우며 협상이 시작됐다.
시간이 지체되는 게 싫어서 포니 부족 추장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제안한 내용을 다시 꺼내며 말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오.
포니 부족 추장들도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내가 제시한 제안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라코타 부족의 마지막 일족이었던 ‘스스로 자신의 것을 흩뿌렸던 사람들’이 살고 있던 땅을 포니 부족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마침, 그 마을에 사는 라코타 부족 사람들도 새로운 거주지를 원했기에 가능한 제안이었다.
남은 제안은 원래 포니 부족이었던 땅을 임대받는 것으로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기로 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임대료라고 할까?
기한은 5년.
물론, ‘하늘의 태양’에서 전략물자로 취급받는 무기 같은 물품을 제외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나 식량을 적정선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저희끼리 상의할 시간을 줬으면 하오.”
포니 부족 추장 하나가 정중하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이런 좋은 제안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참고로 더 이상의 협상 조정은 없을 것이오. 나름 포니 부족에게 많이 배려했다고 보오.”
“참고하겠소.”
난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티피를 나섰다.
티피에서 우리 진영 쪽으로 멀찌감치 떨어지자, ‘우직한 곰’이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황··제 폐하께서 마··음만 먹으면 포··니 부족을 정복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우직한 곰’ 답지 않게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식하게 명령만 내리는 일만 수행하는 것보다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며 물어보는 게 좋았다.
더구나 나를 근접에서 호위하는 ‘우직한 곰’이라면 대환영이다.
난 간단히 포니 부족에게 노리는 바를 설명해줬다.
“전쟁은 전사들끼리 싸우는 것만 있는 게 아니야. 압도적인 경제로 적을 압박할 수도 있고, 문화적인 침탈로 전쟁을 걸 수도 있지.”
내가 말한 의미를 이해가 잘 안 됐는지 ‘우직한 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피식 웃으며 난 ‘우직한 곰’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냈다.
“아주 바람직한 태도야. 계속해서 생각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 그때 다시 나에게 물어보고.”
‘우직한 곰’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헤헤헤! 나··중에 물··어봐도 모··를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딱 ‘우직한 곰’다운 대답이었다.
“괜찮아. 나중에 내 말의 의미를 차차 깨닫게 될 테니까.”
* * *
티피 안이 좀 전과 다르게 분위기가 좋았다.
“···‘하늘의 태양’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포니 부족 추장들은 협상에 대해서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내 전투 실력을 직접 본 그들은 가끔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우리 마을을 정식으로 방문해줬으면 합니다.”
“그대가 초청해 준다면 ‘하늘의 태양’을 방문하고 싶소.”
“황제 폐하께 궁금한 게 많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나 역시도 포니 부족 추장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주듯 포니 부족 추장들이 앞다투어 나를 초대하고 싶어 했다.
“···초대에 감사합니다. 나중에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꼭 방문하겠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들의 초대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협상을 끝마친 포니 부족 추장들이 전사들을 데리고 돌아가고 시작했다.
맵 창에선 포니 부족 전사들이 아직도 붉은색 점들로 표시되고 있었다.
‘아직은 적이라는 거지.’
협상이 좋게 마무리가 됐다고 해서 포니 부족과 우호적인 관계로 바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었다.
포니 부족 전사들은 아직도 우리 ‘하늘의 태양’에 경계를 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멀지 않아 그 적의는 호감과 경외로 바뀔 것이다.
난 고개를 돌려 떠날 준비를 마친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전속력으로 일리노이 연맹 지역으로 간다!”
“네, 황제 폐하!”
* * *
미주리 강 상류, 북쪽 대평원.
상부에서 새로운 임무를 하달받은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은 개척부대 전사들을 데리고 나코타 부족 사람들이 차지한 땅을 둘러보며 시찰하고 있었다.
“확실히 국경선이 애매하긴 하네요.”
‘맑은 영혼’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우렁찬 천둥’이 얼굴에 댄 망원경을 그녀에게 건넸다.
“아주 뒤죽박죽이야. 까마귀 부족과 나코타 부족 영토가 겹치는 게 너무 많아.”
‘맑은 영혼’이 한쪽 눈에 갖다 댄 망원경을 조절하며 ‘우렁찬 천둥’이 방금 본 지역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실제로 개척부대 전사들을 안내하던 나코타 부족 전사들 설명대로라면 이 지역의 땅에 아무도 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나코타 부족의 땅이라고 여겼던 곳에 백 명 정도 되는 까마귀 부족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며 살고 있었다.
“무작정 나코타 부족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까마귀 부족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머니 부족이라고 여기고 있는 히다차(버드나무 사람들) 부족 사람들까지 반발이 심할 것 같아요.”
“그러게. 그렇다고 저들을 힘으로 쫓아낼 수는 없잖아. 일단은 상부의 지시대로 나코타 부족이 차지한 땅만 둘러보자고.”
“그래야겠네요. 어차피 그 사안은 외교부에서 해결할 문제이니까요.”
“다음 목적지는 히다차 부족인가?”
“네.”
‘맑은 영혼’과의 대화가 끝나자 ‘우렁찬 천둥’은 잠시 대기하고 있던 개척부대 전사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다음 장소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개척부대 전사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맑은 영혼’이 상부에서 보급품으로 받은 망원경을 보며 찬사와 감탄을 쏟아냈다.
“이 망원경이 있으면 대평원에서 적이 어디에서 오는지 다 알겠는데요. 물론, 밤에는 거의 쓸모없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야, 낮에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천인장님! 상부에 말해서 망원경 좀 더 보급해달라고 얘기해줘요. 하나로는 부족하니까.”
“알았어. 얘기는 해볼게.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 아직 망원경이 보급 안 된 곳도 많아서 힘들 수도 있어.”
두 천인장은 투덕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개척부대 전사들이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끝마쳤다.
“가자!”
삼 백기가 넘은 들소 기병대인 개척부대가 녹색 풀로 뒤덮인 대평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 * *
체로키 부족 영토 남서쪽, 우거진 숲.
다섯 개의 척후 부대를 운영한 지 열흘째.
밤늦은 시각, ‘용맹한 독수리’는 임시 주둔지 막사에서 백인장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야간 경계를 강화한 뒤로 전사들이 많이 지쳐 있습니다.”
미지의 적 전사들의 공격으로 척후 부대 전사들이 죽고 난 뒤 체로키 부족 영토를 복속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다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적은 아직도 재공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용맹한 독수리’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로 백인장들의 작은 불만을 잠재웠다.
“전사들의 노고와 피로감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우리 전사들을 전멸로 이끌 수 있다. 그러니 백인장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야간 경계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백인장들이 물러나자 임시 막사에 혼자 남은 ‘용맹한 독수리’가 차갑게 눈을 빛냈다.
“나라면 오늘 공격할 것 같은데.”
오늘이 아니더라도 ‘용맹한 독수리’는 적의 야습을 기정사실로 믿고 있었다.
마침, 날씨도 우중충한 게 밤안개도 피기 시작했고.
* * *
뿌연 안개가 숲 전체를 뒤덮이고 있었다.
그때, ‘하늘의 태양’ 임시 주둔지를 향해 사방에서 뭔가가 은밀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뭔가 내리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며 야간 경계를 서고 있던 ‘하늘의 태양’ 전사 두 명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공격!”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다 죽여라!”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