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54)
054화
석회석.
성벽이나 건물을 짓는데, 중요한 자원이다.
도끼로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니 석회석이 제법 많이 나왔다.
“됐어. 모래는 주변에 많으니까.”
난 허리를 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에 잠겼다.
성벽을 먼저 만들고 싶지만, 일꾼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완성할지도 장담할 수도 없었다.
“대추장이 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
성벽은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석회석을 찾은 이유는 또 있었다.
염전.
이웃 부족과 거래하며 암염을 얻기도 했다.
특히, 모히칸 부족.
하지만, 식량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소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바닷물을 토기에 끓어 소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했다.
“염전을 만든다면 소금도 특산품이 될 수도 있겠군.”
그리고 염장과 발효 음식만큼 식량을 저장하는 좋은 기술이 없었다.
염장과 발효 음식에 꼭 필요한 것은 소금.
석회석을 발견한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 창에 지금 장소를 표시했다.
“일단, 집에 가자.”
* * *
마을로 돌아왔다.
이동하다간 사냥한 사슴을 미리 인벤토리에서 꺼내 ‘달이 뜨다’가 보는 앞에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야?”
“당신을 위한 선물. 다른 사람들 주지 말고 혼자만 먹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보는 눈도 있는데.”
“뭐 어때? 홑몸도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내 아내를 위해 직접 사냥한 건데, 누가 뭐라 그래?”
“나 혼자만 임신한 것도 아닌데···”
아내가 임신했을 때 정말 잘해 줘야 한다고 아버지께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그래서일까?
‘달이 뜨다’가 내 선물이 싫지 않은지,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따가 저녁에 맛있게 구워 줄게.”
“그럼, 고맙지.”
난 뒤돌아서며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 바람과 구름 좀 만나고 올게.”
“응.”
* * *
여러 건물을 지나쳐 이번에 새로운 지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신전이라고 불러야 하나? 주술사의 집이라고 불러야 하나?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애매했다.
일단, 문을 두드리며 내가 왔다는 걸 알렸다.
‘바람과 구름’이 나와 나를 극진하게 반겼다.
“오셨습니까? 추장님!”
“그래, 안으로 들어가지.”
‘바람과 구름’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특유의 약초 냄새가 풍기며 ‘바람과 구름’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신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장님!”
“감사하긴, 원래부터 지을 계획이었는데.”
난 두리번거리며 신전 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약초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의 가죽도 벽에 걸어져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가르쳐 준 약초의 효능은 어때?”
“제 주술 능력을 더해 치료 효과가 월등하게 늘어났습니다. 배 아픈 애들도 금방 낫고, 머리 아픈 사람들도 추장님이 가르친 방법대로 처방했더니 하루 정도 지나자 괜찮아졌습니다.”
“······.”
한동안 ‘바람과 구름’이 평소와 다르게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약초의 효과에 관해 얘기했다.
“다행이네. 앞으로도 시간 날 때 다른 약초들도 틈틈이 가르쳐 줄게.”
“네, 추장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나저나 왜 날 부른 거야?”
‘바람과 구름’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네, 며칠간 신과 정령들과 교감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
들을 준비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뜸을 들이며 머뭇거리는 ‘바람과 구름’을 쳐다봤다.
“그래서 묻고 싶었습니다. 추장님의 이름, 이천일?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
이런 질문이 나올 줄 몰라 순간 조금 당황했다.
“이천일이 무슨 뜻이냐고?”
“네, 추장님!”
“······.”
‘이’는 성이라 뭐라고 설명하기가 모호했다.
‘천일’은 아버지가 한자로 지어진 이름이기에 뜻이 있었다.
하늘 천, 날 일.
난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늘의 태양.”
“······.”
순간 ‘바람과 구름’이 눈이 커지더니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천일? 하늘의 태양이라··· 그렇군요.”
“근데 갑자기 그걸 왜 물어보는 거야?
“그냥··· 묻고 싶었습니다.”
“···음!”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바람과 구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궁금한 게 있어?”
“없습니다.”
느낌이 조금 이상했지만, 할 일도 많아서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그래, 앞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잘 보살펴 줘.”
“네, 추장님!”
잠시 후, 신전을 나온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고작 내 이름의 뜻을 물어보려고 날 부른 거야. 싱겁네.”
근데, 기분이 찝찝했다.
왠지, ‘바람과 구름’이 조만간 사고 칠 것 같다는 그런 느낌.
“설마 예수님처럼 내 이름을 가지고 신의 아들이라고 부르지 않겠지?”
* * *
“자, 그 돌들은 이쪽으로 따로 담아.”
“네, 추장님!”
포로로 데려온 서스쿼해녹 전사들을 여러 가지 일을 시켰다.
밥은 꼬박꼬박 챙겨 줘서 그럴까?
그들은 내 지시에 묵묵히 돌괭이를 들고 석회석을 깼다.
우리 마을에서 나만 서스쿼해녹 언어를 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을 감시하며 일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마을 사람 몇 명이 나를 도와 석회석을 캐는 작업을 했다.
땅을 깊숙이 팔수록 석회석도 많이 나왔다.
“추장! 이쪽 바구니도 가득 찼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조금씩 저물고 있었다.
“자, 다들 마을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네, 추장!”
서스쿼해녹 전사들도 내 지시에 신속한 동작으로 움직였다.
‘그나저나 마을 사람들이 이제는 내가 뭘 하는지 물어보지 않네.‘
내가 추진하는 일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 *
다음날.
다행히도 우리 마을에서 바다가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두세 시간 정도.
서스쿼해녹 전사들이 내 지시에 따라 한쪽에서 작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뜨거운 불에 구운 석회석 덩어리를 잘게 부서 모래와 함께 섞고 있었다.
가끔 물도 붓고.
이번에는 ‘게으른 비버’를 데리고 와 염전을 어떻게 건설하는지 일일이 가르쳐 주며 전수해 줬다.
“바닥을 평평하게 해야 해.”
“되도록 이물질이 들어가면 안 되고.”
“여기에다 모래와 섞인 석회석을 바를 거야.”
‘게으른 비버’와 그 옆에 있는 조수 두 명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해했어. 추장!”
“알겠습니다. 추장님!”
마을 사람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땅을 갈아엎고 평평하게 다졌다.
잠시 후, 모래와 섞인 석회석을 평평하게 다진 땅에 바르기 시작했다.
서스쿼해녹 전사들과 마을 사람들이 많아서 염전을 만드는 일은 날이 저물기 전에 끝이
났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아닙니다. 추장님!”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끝났네요.”
하지만, 중요한 작업이 남아있었다.
땅에 바른 석회석이 잘 말려야 한다.
염전의 크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략 60평 정도.
더 크게 만들고 싶었지만, 염전을 관리할 사람이 없었다.
이 정도가 딱 우리 마을이 관리하기가 좋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염전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나머지 분들은 날이 더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동형 움막을 지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추장님!”
“네, 추장님!”
힘들게 만든 염전이 이동하는 야생 동물 때문에 망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석회석이 잘 마르려면 여기서 며칠 머무르며 잘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 * *
콰네투켓 강(코네티컷 강) 중류.
모히간 부족과 피쿼트 부족이 영토를 두고 결국 전쟁이 일어났다.
한두 달 사이 곳곳에서 두 부족이 소규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스으윽! 푹! 휘이이익!
상대편의 전사들을 죽이기 위해 곤봉과 돌창이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다.
머리가 깨지고.
가슴에 창이 박히고.
턱이 으스러지고.
전략과 전술은 없었다.
오로지 전면전이었다.
으아아악! 으악! 으아아악!
혼전과 난전이 난무하며 시간이 갈수록 전투는 치열해졌다.
고통스러운 비명도 끊이지 않았다.
빈틈이 보이는 즉시 어김없이 곤봉이나 창이 날아왔다.
퍽! 퍼퍼퍽! 스윽! 푸욱!
하지만, 그 치열했던 전투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히간 부족이 피쿼트 부족에게 밀리고 있었다.
어느새 전사들이 반 가까이 줄어든 모히간 부족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전장을 이탈하라!”
잠시 후, 모히간 부족과 전투에서 승리한 피쿼트 부족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아다다다다다다다!
“모히간 놈들이 도망친다!”
“우리가 이겼다!”
* * *
염전 근처에서 지낸 지 며칠이 지났다.
‘게으른 비버’도 마을 사람들도 하나같이 눈이 동그래졌다.
“저게 다 소금이야?
“내가 아는 소금이랑 다른 것 같은데.”
“너무 하얗잖아.”
“마치 소금이 눈 같아.”
그들이 아는 암염과 전혀 다른 소금에 다들 감탄을 자아냈다.
강렬한 햇빛에 잘 마른 소금을 보며 나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때마침 반가운 알림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띠링!] [염전을 만들었습니다.] [띠링!] [레벨업을 했습니다.] [무작위로 능력 +1과 능력 포인트 +2를 줍니다.] [무작위 능력 상승에 따라 근력 스탯이 1 증가합니다.]오랜만에 레벨업이라 기분이 좋았다.
난 소금을 맛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이제 소금을 거두고 마을로 돌아갑시다.”
“네, 추장!”
“알겠습니다. 추장!”
마을 사람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서둘러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서스쿼해녹 전사들을 쳐다봤다.
그들도 자신들이 만든 염전으로 소금을 만들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하나같이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소금을 바구니에 담지 않고.”
“네, 추장님!”
대전사인 ‘세찬 눈보라’와 서스쿼해녹 전사들이 헐레벌떡 염전에 뛰어가 마을 사람들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러 개의 바구니에 소금을 담고, 염전에 바닷물을 채웠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이젠 모레 아침부터 매일 소금을 가지고 오면 됩니다. 갑시다.”
어깨에 소금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들고 마을 사람들과 서스쿼해녹 전사들이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돌려 염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울타리도 튼튼하게 설치했으니까, 딱히 문제는 없겠지.”
* * *
‘아주 큰’ 마을.
많은 양의 소금을 가지고 오자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기한 눈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게 뭐야?”
“아우 짜. 소금이긴 한데, 쓴맛이 좀 강해.”
“내가 아는 암염하고 다른데.”
“어떻게 만드는 거야?”
“몰라. 이번에도 추장이 하얀 소금을 만들었겠지.”
“역시 추장이야!”
“신이 보낸 전사잖아.”
나는 마을 사람들이 천일염을 구경하는 동안 다른 마을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신의 전사 아주 큰 이천일!”
“네, 다시 뵙네요.”
가을이라 수확한 작물을 가지고 우리 마을의 특산품과 거래하러 온 그들은 바구니에 가득 차 있는 하얀 소금을 보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저게 뭡니까?”
“소금입니다.”
“소금?”
다른 마을 추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맛을 한번 봐도 됩니까?”
“네.”
맛을 보고 난 추장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몇 년간 보관해서 간수를 빼야만 완전한 천일염이 된다.
그래서 지금 소금은 쓴맛이 더 강할 것이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소금에 관심을 보인다.
“이 소금도 거래하는 겁니까?”
“네, 우리 마을의 특산품이죠. 다만, 이 소금은 토기에 담아 강한 불로 바짝 구워야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래요? 하하! 초와 비누를 거래하러 왔는데, 여기서 귀한 소금을 볼 줄이야.”
* * *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레나페 부족 다른 마을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많은 양의 곡물을 가지고 와 우리 마을의 특산품과 맞바꿨다.
초와 비누. 그리고 소금.
특히, 소금은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값어치도 높고.
“겨울을 대비해 식량은 충분하겠는데.”
식량 저장소에 어느새 옥수수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다.
아니, 다른 부족 사람들까지 우리 마을에 방문할 것을 고려하면 식량이 남아돌 것 같았다.
“서스쿼해녹 전사들을 더 데려올 걸 그랬나?”
원로들이 다른 마을 사람들을 접대하는 동안 마을 회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때마침, 우리 마을에 정착한 ‘차가운 나무’가 노인 하나를 데리고 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추장님!”
“괜찮아.”
고개를 돌려 퀴리 피 부족 노인을 보며 말했다.
“저에게 부탁이 있다고요?”
“네. 추장님!”
“편하게 말하세요.”
“염치없는 부탁인 걸 알지만,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