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55)
055화
“······.”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노인에게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들을 이 마을에 데려와도 될까요?”
“······.”
그 노인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어서 골치 아팠는데, 이런 식으로 해결될 줄 몰랐다.
다행히도 다른 마을과 거래를 통해 식량도 넉넉하고.
“혹시 아는 사람들이 떠돌이 부족입니까?”
“···네.”
노인이 멈칫거리며 목소리가 작아졌다.
심안을 켠 채 그 노인의 성향을 확인했다.
[인맥이 많음.]난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량한 사람들이라면 받아들이죠.”
“다 착한 사람들입니다. 그건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노인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죠. 일단, 그들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제가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래도 된다면 우리 마을에 데려와도 됩니다.”
상태 창에 ‘말 많은 참새’로 이름이 적힌 노인이 고민도 없이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요, 추장님! 염치없는 부탁인데, 들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네. 조만간 누굴 보낼지 정해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바로 떠날 수 있게 준비하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추장님!”
‘차가운 나무’가 고마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 많은 참새’를 바깥으로 데려갔다.
마을 회관에 혼자 남게 된 난 잠시 고민에 잠겼다.
“누굴 보내야 하나?”
이왕이면 저 노인과 함께 떠돌이 부족 사람들을 심안으로 선별해 데려오고 싶지만, 마을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대전사가 포함된 서스쿼해녹 전사들이 사고 치지 않게 감시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번 겨울에 초급 금속 제련 스킬 숙련도를 올려 천상의 도서관에서 중급 금속 제련 스킬을 얻을 계획이었다.
“초급에서 숙련도가 올라가면 중급으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그러나 내 예상은 기가 막히게 빗나갔다.
초급 격투술을 마스터 한 스킬이 그대로인 걸 보면, 천상의 도서관에서 중급 스킬을 따로 얻어야 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어쨌거나 안전을 위해 대전사인 차가운 나무는 보내야 할 것 같고. 이번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전사들도 경험은 해야겠지.”
아마 떠돌이 부족을 데려오는 것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성향이 나쁘거나 좋지 않으면 쫓아내야지.”
* * *
며칠이 또 지났다.
마을은 손님으로 온 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들이 일일이 따라다니며 안내까지는 할 수는 없었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접대와 거래는 마을 원로들과 ‘발 빠른 사슴’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그리고 난 바쁜 시간을 쪼개 도자기 공방에서 옹기를 만들고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마을 사람 몇 명도 내 곁에서 열정적으로 옹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게 바람에 쌓인 약토입니다. 그리고 이건 나무를 태운 재. 이 둘을 섞어 유약을 만드는 겁니다.”
“이해했습니다. 추장님!”
“그렇군요, 추장님!”
하나라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마을 사람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자, 그늘에 잘 말린 토기를 가지고 오세요.”
“네, 추장님!”
마을 사람들이 건넨 토기를 골고루 유약을 발랐다.
잠시 후, 가마 안이 장작으로 타오르는 걸 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진흙으로 공기가 새어나지 않게 입구를 잘 막아야 합니다.”
“네, 추장님!”
정신없이 바쁠 정도로 힘들지만,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아는 기술들을 가르쳐줘야 나중에 내가 편해진다.
그때, ‘발 빠른 사슴’이 다급히 도자기 공방으로 들어왔다.
“추장!”
“무슨 일이야?”
“다른 마을 사람들이 청동 무기에 아주 큰 관심을 가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청동 무기?”
“응. 은근히 자신들한테 청동 무기를 팔았으면 하는 눈치야.”
청동 무기를 만들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더구나 서스쿼해녹 부족과 전쟁에서 청동 무기로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다.
당연히 다른 마을 추장이나 전사들이 청동 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여기 정리 좀 하고, 금방 나갈게.”
“빨리 와. 추장!”
‘발 빠른 사슴’이 나가자 공방에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 *
“이게 그 유명한 신의 무기이군?”
“너무 예리해.”
“신의 전사 아주 큰 이천일이 허락만 해준다면 나도 하나 가지고 싶군.”
몇 명의 추장들이 ‘용감한 늑대’의 창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때마침,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추장들이 원래 주인인 ‘용감한 늑대’에게 자연스럽게 창을 건넸다.
“잘 봤네. 용감한 늑대!”
“신의 무기를 가진 자네가 무척 부럽군.”
“마침, 신의 전사가 오는군.”
잠시 후, 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추장들이 나에게 물었다.
“신의 무기는 더 없습니까?”
“나중에라도 신의 무기를 몇 개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다들 하나같이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피식!
이럴 때를 대비해 적은 양이긴 하지만, 청동 무기를 만들었다.
‘어차피 청동 기술이 유출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레나페 부족 사람들이다.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게으른 비버’에게 눈짓을 보냈다.
“가지고 와.”
“알았다. 추장!”
‘게으른 비버’랑 이미 입을 맞춘 상황이다.
얼마 후, 여분의 무기가 더 있었지만, ‘게으른 비버’가 딱 두 개의 단검만 가지고 왔다.
다른 마을의 추장들과 전사들이 여기저기서 감탄을 자아냈다.
“아! 신의 무기다!”
“단검이군.”
“날이 선명하게 서 있어.”
자판처럼 만든 탁자 위에 ‘게으른 비버’가 청동으로 만든 단검 두 개를 조심스럽게 놓았다.
“신의 무기를 만드는 게 워낙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보다시피 단검밖에 없습니다.”
“······.”
끄덕끄덕!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하며 단검을 뚫어지게 구경했다.
어디선가 침이 넘어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세상에 없는 무기이니, 가치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정해주십시오.”
“······.”
잠시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순식간에 경매장으로 변했다.
“이번에 우리 마을에서 가지고 온 곡물과 가죽으로 신의 무기를 교환했으면 합니다.”
“그걸로 되나? 삼 년 동안 저만큼의 양을 가을마다 가지고 오겠습니다.”
“저는 오 년 동안 주겠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단검의 가치는 무섭게 올라갔다.
잠시 후, 두 개의 단검은 높은 값어치로 거래가 성사됐다.
십 년 동안 그들이 가지고 온 양을 기준으로 곡물을 받기로 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하하! 내 명예가 걸렸는데, 당연히 지켜야죠.”
“우리 마을과 거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장님!”
아쉽게도 단검을 놓친 다른 마을 추장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내년에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군.”
“비누랑 초도 있으니까.”
“난 귀한 소금이랑 교환할 생각이야.”
* * *
떠돌이 부족을 데리고 올 인원이 정해졌다.
‘차가운 나무’와 전사 다섯 명.
그리고 나에게 부탁한 ‘말 많은 참새’까지.
총 일곱 명.
완전무장한 그들을 마을 입구까지 배웅하며 걱정된 마음으로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말했다.
“······무리하게 데려올 필요는 없어.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오고.”
“알겠습니다. 추창!”
“네, 추장님! 조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리더인 ‘차가운 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사들을 잘 부탁해.”
“네. 추장님!”
잠시 후,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우! 내가 갈 것 그랬나? 영 불안한데.”
옆에서 ‘용감한 늑대’가 그 말을 들었는지 나를 안심시켰다.
“추장!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맞는 말이다.
모든 일을 내가 다 할 수는 없었다.
‘차가운 나무’와 전사들을 믿어야 한다.
‘용감한 늑대’를 보며 고맙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 *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침부터 ‘용감한 늑대’가 전사들을 강도 높게 훈련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난 직접 일 대 일 대련을 하며 전사들에게 맞춤형 전투 기술을 전수해줬다.
“발이 너무 느리군.”
“방패로 방어할 때는 몸 전체를 이용하는 게 좋아.”
“창을 찌를 때 깊고 빠르게.”
“공격도 중요하지만, 방어도 무시하면 안 돼.”
잠시 후, 아침 훈련이 끝났다.
“해산!”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장님!”
전사들의 목소리가 마을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땀을 많이 흘린 전사들은 몸을 씻기 위해 곧바로 우물 쪽으로 뛰어갔다.
난 ‘용감한 늑대’와 나란히 걸으며 훈련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훈련 태도는?”
“다들 열심히 하는데, 우직한 곰이 제일 성실해.”
“눈여겨본 아이는 있어?”
“몇 명 있지.”
한동안 ‘용감한 늑대’는 전사로 키울 아이에 대해서 차분하게 얘기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용감한 늑대’의 눈썰미와 내가 심안으로 본 잠재력과 거의 일치했다.
‘이런 재주가 있을 줄 몰랐네.’
앞으로도 아이들과 전사들의 훈련을 ‘용감한 늑대’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훈련할 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응. 추장!”
가끔은 사적인 대화도 하기도 한다.
“발 빠른 사슴이 요즘 결혼한다고 정신이 없던데.”
“그러게. 요즘 바보같이 엄청 웃고 다녀.”
‘발 빠른 사슴’은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매일 퀴리 피 부족 처녀에게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결국, 그녀의 부모 허락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너도 가정을 꾸려야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바로 결혼하려고.”
* * *
“발 빠른 사슴! 결혼 축하해.”
“행복하게 살아.”
“신부가 참 곱다. 고와.”
“웃네? 신부가 그렇게 좋나?”
마을 사람들의 축하 속에 ‘발 빠른 사슴’의 결혼식이 끝이 났다.
하지만, ‘우직한 곰’은 마을 회관에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무척 억울한 표정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바··보 같은 발 빠른 사슴도 결··혼했다. 나··도 가정을 꾸리고 싶다. 아··무도 나랑 결··혼하기 싫어한다. 나도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
한동안 ‘우직한 곰’을 달래느라 꽤 고생했다.
“우직한 곰! 내가 예쁜 여자랑 결혼시켜 줄게.”
“진··짜?”
진심이었다.
“그래.”
“근데, 결··혼하면 다른 마을로 가야 한다. 난 이 마··을이 좋다. 추장이랑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고 싶다.”
“우리 마을에서 지낼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해 볼게.”
“헤헤! 알았다. 추··장만 믿는다.”
해맑게 웃는 ‘우직한 곰’을 보고 나도 어색하게 웃었다.
갑자기 부담감이 몰려왔다.
소개는 해주겠지만, 선택은 여자 쪽에서 결정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큰소리는 쳐놨는데, 약속을 지킬지 장담을 못 하겠다.
방법은 다 하나.
‘결국, 내가 대추장이 되어야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긴데···’
* * *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다른 마을에서 온 손님들도 조금씩 뜸해지긴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지은 건물 안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학교.
현대의 학교에 비교하며 교실도 하나 밖에 없고 시설도 형편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칠판이 없으니까 정말 답답하네.’
나무판에 새겨진 숫자들을 일일이 보여주며 몇 번이고 반복 학습을 했다.
“일, 이, 삼, 사···.”
마을 사람들도 아라비아 숫자를 보며 나를 따라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일, 이, 삼, 사···.”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맞춰보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무판을 들었다.
“삼!”
“칠!”
“이!”
내가 나무판을 들 때마다 누구보다 빨리 퀴리 피 부족 쌍둥이가 대답했다.
‘괜히 천재가 아니네.’
잠시 후, 기본적인 숫자 수업이 끝이 났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추장님!”
“숫자를 가르쳐줘서 감사합니다. 추장님!”
“추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반복된 수업이 지루했는지 마을 사람들이 서둘러 바깥으로 나가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나저나 글자는 한글로 가르쳐야 하나? 알파벳으로 가르쳐야 하나? 진짜 고민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