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awaited RAW novel - Chapter 231
231
반군이 레이더 같은 감시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헬리콥터 편대는 로터 소음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높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갔다.
그러다가 목표 지점인 다이아몬드 광산이 가까워지자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던 대로 두 팀으로 갈라져서 접근했다.
혁권은 치우 팀과 함께 광산 왼편으로 침투하는 팀에 속했다.
로터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리는 가운데 헬리콥터가 천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는 귀에 꽂고 있는 헤드세트 무전기 버튼을 누르면서 소리를 지르듯 크게 말했다.
“다들 전투대형으로 바깥에 나가서 수상한 것이 보이면 다 쏴 버려!”
-옛.
-알겠습니다.
약간 긴장한 듯한 대원들의 목소리가 헤드세트 이어폰을 통해 들렸다.
다들 첫 실전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처음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때를 떠올리곤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아무리 그가 격려를 하고 다그쳐도 긴장감을 완전히 없애 줄 수는 없었다.
적과 조우해서 첫발을 쏘고 눈앞에서 자신이 쏜 총에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는 걸 보고 극복해 낸 뒤에야 해소될 수 있는 거였다.
그나마 다향인 것은 팀장인 태영준이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고 전투 경험이 많은 하킴과 알아바디에 옆에 있다는 것이었다.
백성균도 개인적인 능력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그동안 겪은 경험 때문인지 제법 듬직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여차하면 이 네 명이 첫 실전에 얼어붙은 대원들의 숨통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해 줘야 했다.
대원들은 거꾸로 된 V 자 모양의 대형을 갖춘 채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착륙을 할 때 적의 공격에서 가장 취약했다.
매복이 있거나 재수 없게 착륙이 발각돼 급히 달려온 적이 공격을 해 온다면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만 됐다.
물론 프레데터나 함께 따라온 500MD 경공격 헬리콥터가 적의 움직임이 있다면 바로 파악해 알려 주겠지만 그것들이 만능은 아니었기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다들 지향 사격 자세를 취한 채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덜컹.
약간의 충격과 함께 바퀴가 지면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펜라이트를 어깨에 붙인 승무원이 후방 램프를 열었다.
위이이잉.
신선한 공기와 함께 새벽 하늘에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떠 있는 별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다른 때 같으면 아름다움을 감상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후방 램프가 완전히 개방되고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자 그는 먼저 발걸음을 떼면서 소리쳤다.
“가자!”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좌우로 서 있던 대원들이 재빨리 헬리콥터 밖으로 나갔다.
먼지바람이 거세게 날리고 로터 소리가 더욱 시끄럽게 울렸다.
“위치 확보해!”
그의 외침에 대원들은 방금 내린 헬리콥터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는 경계 자세를 취했다.
착륙 지점은 사방 100미터가량이 탁 트인 공터였다.
도시와 달리 불빛이 거의 없는 곳이라 정말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혁권과 대원들은 헬멧에 부착한 최신식 야시경을 사용해서 주위를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었다.
함께 도착한 다른 헬리콥터에서도 아틀라스사 용병들이 나와 각자 맡은 구역을 확보하고는 사주 경계를 했다.
안전이 확보되자 헬리콥터 조종사들은 긴급 이탈을 위해 계속해서 가동하고 있던 엔진을 껐다.
귀를 찢을 듯이 울리던 헬리콥터 엔진이 멈추자 순간 무저갱처럼 깊은 정적이 찾아들었다.
갑작스러운 침묵 탓일까, 아무것도 없는 우주 한복판에 내던져진 것처럼 불안한 기분이었다.
경계 자세를 갖춘 그대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자 그제야 조금씩 사방에 가득한 풀벌레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뒤 경계 태세를 유지한 채 용병들이 승무원을 도와 각종 장비와 물자를 헬리콥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혁권은 손에 들고 있던 자동소총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GPS 장치를 꺼내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모니터 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저하될 수 있었기에 그는 눈에 쓰고 있던 야시경을 위로 들어 올렸다.
짧은 전자음을 내며 좌표가 뜨자 예정된 착륙 지점에 정확히 도착한 걸 알 수 있었다.
“제대로 왔군.”
끄르릉.
방금 내린 헬리콥터에서 사륜구동 차가 거친 엔진 소리를 울리면서 화물칸을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소음이 꽤 시끄러웠지만 반군이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이었기에 발각될 확률은 낮았다.
그리고 이어질 작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혁권의 눈에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 때문에 야시경을 써도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외곽 경비를 서던 반군이 헬리콥터 소리를 듣고 몰래 접근해 와서 저 나무들 사이에 숨어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하역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수색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네다섯 명의 용병이 그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 지휘를 맡은 래리가 자신보다 빨리 움직인 거였다.
이것 하나만 봐도 아틀라스 사에 속한 용병들의 실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혁권은 몸을 일으키면서 옆에 있는 태영준 팀장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래리를 만나고 올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태영준 팀장의 어깨를 가볍게 쳐 주며 그가 걸음을 옮기자 하킴 등이 자연스럽게 뒤따라 움직였다.
장거리 무전기를 이용해서 케네마 공항에 있는 본부와 교신을 막 끝낸 래리는 혁권이 다가오는 걸 보곤 먼저 입을 열었다.
“B팀도 무사히 착륙했고 아직까지 우리가 온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반군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합니다.”
“다행이군요.”
“일출까지 1시간가량 남았으니까 그 전까지 공격 위치로 이동해야 됩니다.”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혁권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군요.”
“정말 따로 지원을 해 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딱 잘라서 혁권이 거절하자 래리도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대신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을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예정대로 10분 뒤에 움직일 테니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몇 가지 더 이야기를 나눈 혁권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대원들과 합류했다.
얼마 있지 않아 하역된 BMP-2장갑차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사륜구동 차 두 대가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혁권도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이동!”
일제히 몸을 일으킨 대원들은 전술 대형을 갖추며 천천히 숲 쪽으로 이동했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눈을 번득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래리가 지휘하는 A팀 용병들도 각자 군장을 짊어진 채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BMP-2와 사륜구동 차로 이루어진 차량 대열은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는데, 시두 마을에 있는 반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엔진 소음과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 때문에 은밀히 작전을 벌여야 되는 용병들과 같이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그런 일행 뒤로 임무를 끝마친 헬리콥터들이 다시 모래 바람을 일으키면서 이륙하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방향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밤이었지만 야시경을 착용한 혁권과 대원들은 어렵지 않게 숲을 헤치면서 전진했다.
이미 항공사진과 지도로 주변 지형을 완벽하게 파악했고 GPS도 있었기에 가다가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5킬로미터쯤 이동한 다음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한 일행은 동쪽에서 서서히 해가 밝아 올 때쯤 목적지인 다이아몬드 광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잡목 숲 한가운데 커다랗게 구덩이가 파인 노천 광산의 모습은 지난번에 왔을 때하고 똑같았다.
용병들과 떨어져서 본부 건물과 바로 마주한 숲속에 자리를 잡은 그는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쌍안경으로 다이아몬드 광산을 천천히 살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움직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경비병들 몇 명만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간대가 너무 이른 탓에 다들 졸린 듯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걸어 다니고 있었으며 일부는 크게 하품을 하는 모습까지도 보였다.
이걸 보면 아군이 온 걸 반군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살포시 입가에 미소를 지은 그는 고개를 돌려 태영준 팀장을 봤다.
“어때?”
“아주 당나라 군대가 따로 없는데요.”
“그래도 쪽수는 놈들이 훨씬 많으니까 긴장 풀지 마.”
“염려 마십시오.”
대답을 들으면서 혁권은 헤드세트 무전기 송신 버튼을 눌러 저격수인 김선호를 호출했다.
“김선호.”
-치직. 말씀하십시오.
“위치 잡았나?”
-예.
“다시 말하지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타깃 제거에만 집중해 알겠지?”
-알겠습니다.
김선호한테 맡겨진 타깃이란 바로 CIA 적색 리스트에 올라있는 마싱가였다.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돼.”
-제 실력 못 믿으십니까.
“믿으니까 임무를 맡긴 것 아니겠어.”
-나중에 보너스나 두둑하게 챙겨 주십시오.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혁권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빵빵하게 넣어 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약속하셨습니다.
“그래.”
-우리가 옆에서 다 들었는데 설마 거짓말을 하시겠냐.
-맞아.
-그런데 선호만 챙겨 주시고 저흰 뭐 없는 겁니까?
무전을 듣고 있던 대원들이 각자 한마디씩을 했다.
혁권은 그걸 듣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첫 실전을 앞두고 대원들이 크게 긴장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자 내심 마음이 놓였다.
“다들 똑같이 나눠 줄 거야. 대신 부상을 당하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이거 보너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총알을 잘 피해야겠네요.
-그러게.
왁자지껄 통신망이 다시 시끄러워지자 가만히 지켜보던 태영준 팀장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전 개시 5분 전이야. 다들 조용히들 해.
그러자 방금 전까지 농담을 던지던 대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신을 집중하며 적진을 살폈다.
혁권도 가볍게 호흡을 내쉬고는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히 9시 5분 전이었다.
공격의 첫 시작은 경공격 헬리콥터인 500MD였다.
두두두두.
작은 몸집에 어울리게 날렵한 동작으로 광산 북쪽에 위치한 산등성이 사이에서 불쑥 등장한 500MD는 양쪽 날개에 장착한 로켓탄을 발사했다.
푸슝! 쉬이이익!
꼬리에서 시뻘건 불꽃을 피워 올리며 일직선으로 날아간 로켓탄은 아침식사를 하려고 반군들이 잔뜩 모여 있던 건물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꽈아앙! 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커다란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건물이 그대로 무너졌다.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며 화염에 휩싸인 건물 안에 있던 반군 병사들의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걸 감상할 틈도 없이 혁권은 소리를 질렀다.
“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승우가 몸을 일으켜서는 어깨에 올리고 있던 M-72를 발사했다.
푸확!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날아간 로켓은 500MD를 향해 기관총을 마구 쏴 대고 있는 망루에 명중했다.
꽈앙!
시뻘건 화염이 피어오르면서 망루가 박살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