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awaited RAW novel - Chapter 420
420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도 RPG 로켓이 발사돼 차량 행렬을 노렸다.
“헉. 저건!”
샤라빌 대통령의 차량을 몰던 운전수는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로켓탄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성을 터트렸다.
반사적으로 손에 잡고 있던 핸들을 옆으로 틀자 차량이 크게 휘청거리면서 도로를 벗어나 길가 건물 벽을 들이받으며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까지 차량이 있던 위치에 로켓탄이 떨어져 큰 폭발을 일으켰다.
꽈아아앙! 꽈꽝!
샤라빌 대통령은 앞좌석 머리 받침대에 몸을 부딪쳤지만 다행히 충돌하자마자 터진 에어백 덕분에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으으…….”
“괜찮으십니까!”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던 샤라빌 대통령은 함께 있던 모함메드 장관이 고함을 지르듯 외치는 소리에 의식이 돌아왔다.
타타타탕! 타탕! 탕!
귀를 울리며 요란하게 들리는 총성에 샤라빌 대통령이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습격입니다. 적들이 도로에 매복을 하고 있었습니다.”
뒤 유리창 너머로 운 없게 뒤를 따라오다가 빗맞은 로켓탄에 맞아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호위 차량을 보며 샤라빌 대통령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하마터면 자신이 저렇게 당할 뻔했으니 놀랍고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퍼퍼퍽! 퍼석.
총탄이 날아와 차체에 박히면서 차창이 깨져 나가고 불꽃이 마구 튀었다.
“히익!”
앞에 있던 운전수가 비명을 내질렀고 샤라빌 대통령과 모함메드 장관은 허겁지겁 상체를 숙이면서 고함을 쳤다.
“어서 여길 빠져나가, 빨리!”
“알겠습니다.”
쏟아지는 총탄을 피해 운전수가 몸을 웅크린 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다행히 거친 소리를 내면서 엔진 시동이 걸렸다.
부르르릉.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자 차가 뒤로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뒤에 멈춰 서 있던 픽업트럭에 부딪쳤다.
“제기랄!”
충격에 몸을 휘청거린 샤라빌 대통령이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냥 밀어 버려!”
“예.”
크게 대답한 운전수가 기어를 바꿔 다시 차를 앞으로 빼려고 할 때 적이 쏜 RPG 로켓탄이 날아와 바로 옆에 떨어졌다.
쉬이이익- 꽈아앙!
퍼석.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아스팔트 도로에서 폭발했지만 사방으로 쏟아진 파편과 충격파에 차량 유리가 모두 박살 나 버렸다.
무게가 거의 3톤에 육박하는 벤츠 G클래스 AMG였으나 차체가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차체가 거꾸로 뒤집어질 뻔할 정도로 크게 흔들렸고, 샤라빌 대통령과 모함메드 장관은 좌석 밑에 구겨지듯 처박혔다.
“으윽.”
“큭.”
위잉 하는 이명이 들리면서 구토가 나올 것처럼 머릿속이 흔들렸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는 이상이 없었다.
어디에 부딪쳤는지 이마가 찢어져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으나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게 대통령 궁에 있자는 자신의 말을 들었으면 이런 사단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서 위험을 자초했다는 생각에 욕설이 튀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일단은 여길 빨리 벗어나야 된다는 판단에 모함메드 장관은 앞좌석 사이로 몸을 내밀면서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어서 차를 빼!”
언제 총탄에 맞았는지 피투성이가 된 운전수가 핸들에 머리를 박고 죽어 있는 모습에 모함메드 장관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 순간 총탄이 쏟아지면서 차체에 불꽃이 튀자 모함메드 장관은 얼른 몸을 움츠렸다.
티티팅! 티팅!
몸 위로 박살 난 유리 조각이 마구 쏟아지자 모함메드 장관은 아무것도 못하고 숨어 있는 샤라빌 대통령을 보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운전수가 당했습니다.”
“제길!”
“놈들이 이 차를 노리고 공격을 퍼붓고 있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겠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샤라빌 대통령도 알았기에 재빨리 도어 핸들을 찾아내 당겼다.
차 문이 열리자 몸을 숙인 채 굴러떨어지듯 밖으로 나갔고 바로 이어서 모함메드 장관도 뒤를 따랐다.
난장판이 된 주위를 두리번거린 모함메드 장관은 정부군 병사들이 픽업트럭 뒤에 엄폐한 채 적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걸 보곤 샤라빌 대통령의 옷깃을 잡아끌면서 외쳤다.
“저리로 가십시오!”
두 사람이 허겁지겁 몸을 피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날아온 로켓탄이 샤라빌 대통령의 전용 차량을 불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은 그동안 불안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리비아 국내 정세가 또다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들어가는 신호탄이 됐다.
띠리릭. 띠리릭.
소현과 늦게까지 데이트를 하고 새 집에 들어와 잠을 자던 혁권은 시끄럽게 울리는 스마트폰 벨소리에 몸을 뒤척이면서 일어났다.
탁상시계를 확인하자 새벽 2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보스, 자말입니다.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에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든 혁권은 살짝 얼굴을 굳히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야?”
-우려하던 일이 터졌습니다. 샤라빌 대통령이 국회 의사당으로 연설을 하러 가다가 매복해 있던 혁명단 병사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게 사실이야!”
눈을 부릅뜨며 그가 되묻자 자말이 심각하게 대답했다.
-예. 현재 트리폴리 전역에서 샤라빌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자말 의장 쪽 병력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으음…….”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 혁권은 낮게 침음을 내뱉었다.
두 세력 간의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 왔지만 이건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거였다.
샤라빌 대통령을 직접 노렸다는 건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평화를 깨고 양측이 정면충돌을 벌인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다급히 물었다.
“샤라빌 대통령은 어떻게 됐나?”
만약 샤라빌 대통령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쪽에 줄을 대고 있는 혁권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자밀 의장 측에서 방송국을 장악하고 샤라빌 대통령이 죽었다는 방송을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만,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도 있어서 누구 말을 믿어야 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현재 트리폴리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모함메드 장관하고도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걸어 봤습니다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통화를 했을 때 대통령 궁에서 지내고 있다던데, 그리로 직접 찾아가 보는 건 어때?”
-전투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대통령 궁이라서 접근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트리폴리를 장악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점령해야 되는 곳이 대통령 궁일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 연락이 되지 않으면 대통령 궁으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말의 말에 혁권은 바로 머리를 가로 저었다.
“아니, 무리할 필요는 없어. 일단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가만히 있도록 해.”
-그럼 며칠 뒤에 오기로 되어 있는 화물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게 있었군.”
루마니아에서 모함메드 장관이 주문한 무기와 군수품을 옮겨 오고 있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던 혁권은 이맛살을 찡그렸다.
지금처럼 트리폴리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면 화물을 가져가는 걸 보류해야 될 수도 있었다.
리비아 채권 대금 일부로 이미 돈을 다 받았기에 손해 볼 건 없었지만 모함메드 장관하고 약속한 것이 있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쪽 손으로 밤새 수염이 자라나 까칠해진 턱을 매만지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혁권은 이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단 원래 계획대로 움직이다가 현지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걸로 하자고.”
-알겠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바로 연락하도록 해.”
-예.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혁권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 싹 달아난 혁권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거의 반 정도를 단숨에 들이켜자,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돌면서 겨우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실 소파로 가서 앉은 혁권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머릿속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지 고심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사업 영역이 크게 늘어났지만, 리비아는 그에게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데다 무엇보다 아직도 돈벌이를 할 것이 지천으로 널린 곳이었다.
당장 얼마 전에 마무리를 지은 카다피 정권 시절 채권 회수에서 수억 달러의 이득을 봤고 현재 진행 중인 무기와 군수품 거래에서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이게 다 현재 정권을 쥐고 있는 샤라빌 대통령 쪽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만약 샤라빌 대통령 세력이 무너지고 자말 의장이 새로 주도권을 잡는다면 그동안 리비아에서 벌여 왔던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렇다고 현재 리비아 상황에서 그가 나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혁권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새롭게 회사에 직원도 늘고 업무를 총괄하게 되면서 부장 직함을 달게 된 정동식은, 승진을 했다고 사무실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지 않고 오히려 더 바쁘게 바깥을 돌아다녔다.
“그럼 17, 18일 이틀간 스케줄을 빼 놓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이 빡빡해서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차질이 없도록 해 주셔야 됩니다.”
광고 회사 섭외 담당 직원의 말에 정동식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하하하.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악수를 나눈 정동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소속되어 있는 모델 두 명의 잡지 지면 광고 출연 계약을 따내서 그런지 정동식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이 정도면 페이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소속 모델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분 좋게 주차시켜 놓은 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안주머니에 넣어 둔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우우우웅.
액정에 소현이 광고 모델을 하고 있는 울츠 홍보 과장의 이름이 떠 있는 걸 확인하곤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과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 정 실장, 아니,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했죠?
“편한 대로 부르십시오.”
-어쨌건 이거, 미안한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예?”
어쩐지 불길한 느낌에 정동식은 발걸음을 멈추고 상대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부적인 이유로 여자 모델을 교체하게 됐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정동식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신 우리 쪽 사정 때문에 그런 거니까 모델료는 반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한 일인데도 마치 크게 선심이라도 쓰듯 이야기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인지도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패션 브랜드 메인 모델 자리를 이대로 넋 놓고 잃을 수 없었던 정동식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이제 곧 드라마도 방영되면 제품 판매에도 도움이 될 텐데, 이러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거참.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내부적으로 결정된 일이라고 했잖아요.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으세요.
상대가 귀찮은 듯 전화를 끊어 버리자 정동식은 허탈한 얼굴로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운전석에 올라타서는 울츠 본사로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