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awaited RAW novel - Chapter 663
663
-양키베이스, 여긴 알파, 전방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다급한 외침에 혁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파, 적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건가?”
오퍼레이터가 재빨리 감시 센서를 조작하면서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다. 하지만 언제 이쪽으로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다. 이런 쉣! 놈들이 RPG까지 쓰고 있다!
맥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모니터 화면에서 환하게 터져 나오는 섬광을 통해 폭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침착해라. 잠깐 음영 지역이 생기는 바람에 미처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장갑차까지 나타났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뒤로 물러설 테니 우회할 방향을 알려 주길 바란다.
그러자 트렉볼을 돌려 주변 지역을 살펴보면서 오퍼레이터가 재빨리 대답했다.
“뒤편 블록으로 일단의 적들이 집결하고 있으니 그리로 가서는 안 된다.”
-제길! 그럼 어쩌라고?
“바로 다시 지시를 알려 줄 테니 잠깐만 대기해라!”
-까딱하면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기다리란 말이 나와!
욕설과 함께 지지직거리는 심한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통신이 끊긴 줄 알고 오퍼레이터가 연거푸 호출명을 부르자 일시적인 장애였던 듯 금방 다시 연결되었다.
-송장 치우기 싫거든 빨리 어떻게 할지 지시를 내려 줘!
“상황이 심각한 것 같은데 이제 어쩌지요?”
교신 내용을 들은 이경락 지사장이 안절부절못하면서 말하자 정색을 한 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혁권이 앞에 앉아 있는 오퍼레이터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뗐다.
“다른 길로 우회시킬 방법이 없나?”
뒤를 돌아보면서 오퍼레이터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양쪽 병력이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교전을 벌이고 있어 탈출로가 마땅치 않습니다.”
“으음.”
모니터로 봐도 좁은 도로에 멈춰 서 있는 탈출 행렬을 가운데 두고 정부군과 쿠데타군이 여기저기서 충돌하고 있었다.
이대로 놔뒀다가는 탈출 행렬이 총격전에 휘말려 드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의자 등받이를 움켜쥔 그의 손등에 굵은 힘줄이 불거졌다.
찰나의 순간 고심을 거듭한 혁권은 이내 어떻게 할지 결심을 굳히고는 오퍼레이터를 보며 말했다.
“당장 쓸 수 있는 무기가 뭐가 있지?”
“AGM-114M 헬파이어Ⅱ 미사일 6발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미사일을 써서 탈출로를 뚫어 주도록 해.”
“그러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계약에 의해 돈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특히나 헬파이어 미사일은 한 발에 1억이 훌쩍 넘는 아주 고가의 무기였기에 청구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으니까 공격을 해!”
혁권의 말에 머리를 끄덕인 오퍼레이터는 자세를 바로 하며 앞에 있는 장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리드미컬한 소리와 함께 피아노를 두드리는 것처럼 오퍼레이터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자 화면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을 꾹 다문 혁권은 팔짱을 낀 채 모니터 화면을 바짝 긴장한 얼굴로 주시했다.
-알파, 폭격이 끝나면 곧장 교차로를 돌파해서 탈출 지점으로 이동해라. 베타Beta가 마중을 나와 있을 거다.
“젠장. 알았다.”
-행운을 빈다. 이상.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맥은 총성과 화염이 번뜩이는 전방을 잠깐 노려보다가 다시 무전기 헤드셋 주파수를 바꾸고는 송신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
“여기는 알파 리더, 다들 잘 들어라. 지금부터 전방 교차로를 강행 돌파해서 탈출 지점까지 곧장 달려간다. 눈 똑바로 뜨고 승객들을 잘 보호해라. 4만 달러나 받으려면 돈값을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어.”
-라저.
-어쩐지 쉽다고 했네. 알겠습니다.
-한번 신나게 놀아 봅시다.
전장에서 신물이 나도록 뒹군 베테랑들답게 교전을 앞두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부하들의 행동에 맥은 가슴 한쪽이 든든해지는 걸 느끼면서 살짝 흰 이를 드러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섬뜩한 파공음을 울리며 무인기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들이 꼬리에 긴 화염을 내뿜으면서 날아와 지상에 내리꽂혔다.
쉬이이익!
콰쾅! 쿠쿠쿵!
레이저로 유도된 헬파이어 미사일은 굶주린 맹수처럼 정확히 먹잇감을 찾아가 명중했다.
그러자 양측 병사들이 뒤엉켜서 싸우던 교차로는 삽시간에 폭발 섬광과 화염으로 뒤덮여 버렸다.
화끈한 열기와 기름 타는 냄새가 코앞까지 밀려오자 맥은 손에 든 M4 자동소총을 꽉 움켜쥐면서 외쳤다.
“가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싹 다 쓸어버리자고.”
운전대를 답은 얼머가 기어를 풀며 거칠게 가속페달을 밟자 픽업트럭이 으르렁거리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꺄악!”
“다들 조심해!”
스쿨버스 안에 꽉 들어찬 사람들이 짧은 비명을 지르면서 공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코에 훅 끼치는 생생한 화약 냄새나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폭발음은 영화나 게임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버스의 얇은 철판만이 그들을 가려 줄 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보호 수단 하나 없이 맨몸인 상황에서 느끼는 죽음의 공포란 상상을 초월했다.
“다들 몸을 숙이고 머리를 보호한 자세로 의자 아래에 숨으십시오! 절대 괜찮다는 말을 할 때까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채경식 지사장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진정할 수 있도록 외쳤다.
그러자 각자 우왕좌왕하면서도 지시를 따라 재빨리 의자 아래로 숨어들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윗도리나 가방 같은 것으로 최대한 몸을 가렸고, 통로에 있던 이들 역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숨을 죽였다.
가까운 곳에서 폭발이 일어난 모양인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스쿨버스가 흔들리자 억누른 신음과 훌쩍거리는 울음이 흘러나왔다.
채경식 지사장 역시 운전석 바로 뒤에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유리창 너머로 전방을 살폈다.
시뻘건 불기둥이 솟구치면서 대낮처럼 밝아진 교차로를 보며 채경식 지사장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픽업트럭을 타고 선두에서 제일 먼저 교차로에 진입한 용병들은 갑작스러운 공습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정부군과 쿠데타군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사격을 가했다.
특히나 화물칸에 탄 용병은 M249 경기관총을 운전석 지붕에 거치시켜 놓고는 총탄을 마구 쏟아 냈다.
투투투투~!
기다란 예광탄 줄기를 함께 날아간 탄환에 적들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섞은 짚단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아악!”
“크윽.”
조수석에서 내린 맥도 야시경을 위로 올린 채 차 문을 엄폐물로 삼아 손에 든 M4자동소총 방아쇠를 쉬지 않고 당겼다.
“1시 방향 뒤집힌 승용차 뒤에 숨어 있는 놈들한테 유탄 한 발 먹여 줘!”
“맡겨 두십시오.”
전술 장갑을 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맥이 외치자 얼머가 운전석 옆에 놔둔 M32 MGL 6연발 유탄발사기를 꺼내 들었다.
조준기로 목표를 겨냥한 얼머가 방아쇠를 당기자 퐁하는 특유의 발사음을 내면서 유탄이 날아갔다.
꽈아앙!
오렌지색 화염이 터지면서 엄폐해 있던 적들이 사방으로 뿌려진 파편에 갈갈이 찢겨 나갔다.
한순간에 날카로운 총성과 폭음 그리고 비명 소리로 가득 찬 교차로는 마치 한 폭의 지옥도를 보는 것 같았다.
잔인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었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데다 스쿨버스에 탄 사람들까지 보호해야 되는 상황에서 적을 압도하지 못한다면 거꾸로 이쪽이 당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가급적 최대한의 화력을 일시에 쏟아부어서 상대가 대응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기세를 꺾어 놔야 했다.
다행히 이런 의도가 제대로 먹혀 적들이 맞서 싸우길 포기하고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맥은 빈 탄창을 교환하면서 즉시 무전기 송신 버튼을 눌렀다.
“길이 열렸다. 어서 지나가!”
-지금 출발한다.
잠시 뒤 낮은 건물 사이에서 용병들이 탄 승용차를 따라 노란색 스쿨버스 2대가 줄을 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맥과 부하들은 적이 공격을 가해 오는 걸 막기 위해서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쉬지 않고 총탄을 갈겨 댔다.
쨍그랑.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 황동 탄피들이 바닥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노리쇠가 후퇴 고정되며 탄이 다 떨어지면 얼른 파우치에서 새 탄창을 꺼내 교체하고는 다시 쏘는 행동을 반복했다.
헬파이어 미사일에 직격당한 구형 M113장갑차 한 대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채 불타고 있고 여기저기 군복을 입은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얼마나 되는지 숫자를 세어 보지는 않았으나 얼추 눈에 보이는 광경만으로도 1개 소대 이상을 단번에 괴멸시켜 버린 것 같았다.
나머지는 다 도망쳤는지 간헐적인 총성만 들렸다.
타탕! 탕!
벌써 네 번째로 탄창을 갈아 끼운 맥은 사람들이 탄 스쿨버스가 무사히 교차로를 빠져나간 걸 확인하고는 부하들을 돌아보면서 외쳤다.
“이제 우리 차례다. 모두 차에 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용병들은 서너 발씩을 더 쏘고는 미련 없이 픽업트럭에 올라탔다.
이미 원하는 결과를 얻어 냈기에 굳이 시간을 끌면서 이곳에 더 남아 있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아직 위험 지역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었기에 먼저 지나간 탈출 차량 행렬을 따라가서 계속 경호를 해야 됐다.
무엇보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적들이 언제 다시 몰려들지 알 수가 없었기에 얼른 자리를 뜨는 것이 좋았다.
차 문을 세게 닫아 건 맥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탔지?”
“옛.”
혹시라도 빠진 사람이 있는지 재빨리 눈으로 확인한 그는 한쪽 손바닥으로 대시보드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함을 쳤다.
“밟아. 여기서 빠져나가자!”
엔진 시동을 계속 켜 둔 상태였기에 얼머가 기어를 바꾸며 가속페달을 밟자 픽업트럭이 힘차게 앞으로 움직였다.
맥은 차창 위에 M4자동소총을 거치한 채 매섭게 눈을 번득이면서 주위를 살폈고 화물칸에 탄 용병들도 긴장을 풀지 않고 경계를 펼쳤다.
뿌연 먼지를 피워 올리는 픽업트럭 뒤로 기름과 연기, 그리고 고기가 타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바로 처참한 전장에서만 맡을 수 있는 죽음의 향기였다.
맹렬히 불타고 있는 장갑차 옆을 지나간 픽업트럭은 이내 아수라장이 된 교차로를 빠져나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얼마 안 있어 앞서 간 차량 행렬과 합류한 픽업트럭은 계속해서 탈출 지점을 향해 이동했다.
위험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하늘에 떠 있는 무인기는 물론이고 용병들도 가지고 있던 무기를 많이 소모해 버렸기에, 다시 적과 부딪친다면 방금 전처럼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붙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이라서 그런지 교차로를 통과한 이후로 별다른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바닷가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경찰 검문소를 한곳 지나가야 했지만, 도망을 가 버렸는지 아니면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했는지는 몰라도 텅 비어 있었다.
그대로 해안도로 옆 해변에 도착하자 초대형 공기 부양정인 포세이돈 함이 거대한 함체를 자랑하면서 모래사장에 상륙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즉시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커다란 엔진 소리와 함께 포세이돈 함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서 거센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나아가자 그때서야 긴장의 풀며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