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
166화.
“전기찬 정부는 더 이상의 종교 탄압을 그만둬라!”
“구상권 청구가 웬 말이냐! 웬 말이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청와대와 광화문 주변에서 연일 시끄럽게 전기찬 대통령을 규탄하는 열띤 집회가 열리는 저녁 오후.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인지 커다란 북을 두드리며 길을 걷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 높여 외쳤다.
“에휴······. 저 사람들은 진짜 지겹지도 않나? 맨날 저기서 뭐 하는 짓이래?”
길을 걷던 두 대학생 중 하나가 적나라하게 적의를 드러내며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친구는 힐끗 집회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별 관심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여차하면 수십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저러는 거겠지.”
“그런 이유라면 이해하겠는데 저놈들 들고 있는 피켓 문구들 좀 봐라.”
친구의 말에 유심히 이들의 피켓을 살펴본 그는 빨간 글씨로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문구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손해배상? 저건 또 무슨 말이야?”
“이번에 인질로 잡혔던 사람 중 한 명이 결국 탈레반한테 살해당했잖아. 그런데 그거 가지고 정부가 협상을 똑바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면서 사망 배상금을 내놓으라고 소송 걸었대.”
“와······. 그걸 가지고 정부한테 돈 내놓으라고 했다고?”
“내 말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다니 보따리 찾아내라는 격이라니까? 자기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가서 친 사고 수습하느라 세금만 수십억이 들어갔는데 그거 물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정부한테 손해배상 청구하는 게 말이 되냐?”
“그러게······. 저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대학생 두 명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목사님. 다른 교회 분들까지 집회에 오셔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최안경 목사를 대신해 성물 교회의 목사로 부임한 이용석은 집회 선두에서 성도들을 지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성물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 사람들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나둘 모여드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확성기를 들어 외쳤다.
“이렇게 우리 교회를 도와주기 위해서 모여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성도 여러분! 전기찬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무시하고 우리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며 우리의 믿음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우우우!!”
“전기찬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
이곳저곳에서 야유가 튀어나오고 전기찬 정부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는 그들을 보며 용석은 강한 어조로 외쳤다.
“이 문제는 단순히 우리 성물 교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방관하고 소극적으로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 모든 기독교 전체에게 퍼지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 같던 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점점 가면 갈수록 비이성적이고, 모순됐으며, 광기에 어린 목소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도저히 두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으로 변해갔다.
“전기찬 대통령이나 우리를 손가락질하는 놈들은 죄다 이단이고 사탄입니다! 성도 여러분! 언젠가 하느님은 이런 마귀들에게 불지옥의 벌을 내리고 우리를 안락한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니 기도합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어디 지하철에서나 볼 법한 문구를 목청 높여 외쳐대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놔두어도 알아서 자멸할 것이라는 유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와······. 그런데 도대체 저런 미친놈을 목사 자리에 앉힌 놈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누가 한 짓인지 모르겠지만, 일전에 있었던 목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을 듯한 그의 광기 어린 설교를 보며 나는 걸음을 돌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안락한 집에 틀어박혀 밖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지켜보며 팝콘을 뜯으면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청와대에서 열린 각료 회의. 전기찬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온갖 자료를 모아온 국세청을 비롯한 여러 고위 공무원들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홍보실장. 이번 사태에 대해 여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대통령의 물음에 청와대 홍보실장은 여론 조사 기관들의 통계들이 정리된 보고서를 재차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정부의 결정에 긍정적인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75%가 구상권 청구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극단적인 발언을 한 시위 때문에 성물 교회를 비롯한 종교 단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홍보실장의 말에 전기찬 대통령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엄청난 반발을 예상하고 이번 일을 결정했는데, 성물 교회의 추태 때문에 기독교의 위신 전체가 바닥에 떨어지며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게 되었다.
“국세청장. 만약 이번 발표 이후 즉시 집행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되었나?”
전기찬 대통령의 말에 국세청장은 자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의 대형 교회, 절, 성당을 비롯한 여러 곳에 즉각 세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해 둔 상태입니다.”
“수고했네. 급하게 지시한 터라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이렇게 차질 없이 일을 처리했구먼.”
수고했다는 대통령의 말에 국세청장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국세청장으로서 오랫동안 건들지도 못했던 문제를 이번에 해결하게 된 것 같아 제가 더 속이 시원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진심으로 홀가분하다는 듯한 국세청장의 표정을 보면서 전기찬 대통령은 작게 웃었다. 그의 말대로 수십 년도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손대지 못하고, 거의 직무 유기 수준으로 방치 해왔던 국세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자네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내가 오히려 고맙군. 그럼 이제 한동안 바빠질 텐데 공무 집행에 계속 힘써 주기 바라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난 전기찬 대통령은 곧장 기자들이 모여 있는 프레스 룸으로 향했다.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 소속 기자들이 가득한 그 방 안에 들어선 전기찬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완전히 끝낼 치명타를 날릴 준비를 모두 끝내고 그 입을 열었다.
[ 제가 오늘 국민 여러분 앞에 선 것은 대통령 선거 시절에 국민 모두에게 했던 한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안호준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이 급격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하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선거 운동이 벌어지던 시기, 그는 언제나 선거 유세에서 하던 약속이 있었다.
[ 어떤 이념이나 사상, 정치적인 입장에 편향되지 않고, 모든 일을 공평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 속에서도 저는 최대한 국민 대다수를 위한 길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정함. 다수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면서도, 소수였던 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느꼈기에, 전기찬 대통령은 최근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 종교의 자유를 누리면서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떠넘기며, 국민 모두의 소중한 세금을 사사로이 낭비하게 하며 이에 대해서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그 태도에 행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저 전기찬 개인으로서도 많은 실망감과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그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가우면서 냉정한 목소리로 돌변한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전 국민이 보는 그 방송에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저 선배님······. 이······이거 방송 사고 아닙니까? 카메라 끌까요?”
“미쳤어? 이런 초대박 특종을 왜 끊어? 너 하나도 남김없이 이거 죄다 찍어놔라.”
기자들마저도 수군대며 당황할 정도로 험악한 기세였지만, 그 사고를 내는 자가 대통령이었기에 감히 촬영을 중단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이 방송 앞에서 분노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표출하는 모습에 초대형 특종임을 직감하며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 성물 교회는 자신들이 마땅히 지어야 할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을 거부하고 도리어 정부와 저를 비난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사탄이고 마귀라 칭하며 불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며 저주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죠. ]어차피 임기 말에 이 이상 눈에 뵈는 게 없는 그는 원래 성격을 죄다 드러내며 공개적으로 전 국민 앞에서 이들을 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파격적인 연설을 보며 경악한 사람들은 가던 길도 멈춘 채 멍하니 주변의 TV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와······. 저거 뭐야? 대통령이 저래도 돼?”
“빡쳐도 제대로 빡친 거 같은데? 어우······. 무섭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정치인 중에서 저런 식으로 앞에서 돌직구 던지는 건 처음 본다.”
[ 그렇기에 저도 결심했습니다. 지금 이 발표가 나가는 순간부터 국세청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방치 해왔던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던 행태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한 공무 집행에 나설 것입니다. ]“공무 집행?”
“저건 또 무슨 소리야?”
국세청이 언급되자 의아한 표정으로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전기찬 대통령은 종교계 전체를 뒤집어엎을 폭탄을 내던졌다.
[ 한국에 있는 모든 종교 단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특별 세무 감사를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헌금이 부정하게 쓰인 것은 없는지, 적절하게 운영이 되며 종교인들에 의한 착복이나 횡령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모든 종교인에 대한 세금 징수를 확실하게 집행하도록 하는 원칙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저······저게 무슨 소리야?”
“세무 조사라고?”
“미······미친!”
아는 사람은 알고 있지만, 감히 건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문제. 종교계 몸담은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말에 경악한 이들의 외침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전기찬 대통령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는 것처럼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기찬 대통령은 전국 각지에서 불시에 습격해서 세무 조사를 시작하고 있을 국세청 직원들을 생각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전국에서 이번 사태를 방관하고 있었을 모든 종교계 전체에 메시지를 담아 외쳤다.
[ 성물 교회에서 말하던 것처럼 어디 한번 법대로 해 보도록 합시다. ]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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