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
225화.
– 수에즈 운하의 갑작스러운 폐쇄 조치. 국제 해운 업계의 초비상
– 경제 전문가들. 사태를 장기화할 시 천문학적인 손해 발생.
– 폐쇄 이유에 대해 입 다무는 이집트 정부. 그 내막은?
국제무역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국가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대 중국의 실크로드부터 대항해시대의 신항로 개척까지. 현대에서 정상적인 국가 중에서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하지 않고 홀로 자급자족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단 하나도 없는 것처럼, 국제무역이라는 것은 국가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고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지금 미쳤소? 갑자기 수에즈 운하를 왜 폐쇄한 것이오?”
수에즈 운하 폐쇄 조치에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등 유럽의 외교부들은 즉각적으로 이집트 외교부에 항의하며 온갖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당장 출항을 계획한 수출선들이 대거 항구에 발이 묶였소. 그리고 이미 유럽에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화물들은 아프리카를 돌아오거나 아직도 아덴 만 일대에 임시 정박해 있소. 당장 납품일이 다가오는데 이런 식으로 멋대로 운하를 막아버리면 해운 업계에 얼마나 큰 혼란이 오게 되는지 모르고 하는 짓이오?”
해운회사들이 이미 계약했던 납품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며 하루가 다르게 막대한 위약금이 쌓이기 시작하자 이곳저곳에서 죽겠다며 곡소리를 냈다. 거기에 수입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일순간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국가 내부의 경제 상황, 이들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나섰다.
[ 이집트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수에즈 운하를 다시 가동해야 합니다. 아무리 그 운하가 이집트의 소유라 하더라도 그곳은 전 세계가 이용하는 모두의 해상 교역로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집트 정부가 아무 이유도 없이 폐쇄 조치를 하는 것을 우리는 절대 용인할 수 없습니다. ]독일 정부가 언론에 발표한 신랄하고 날카로운 어조의 경고문. 하지만 이집트 정부의 반응은 이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당당하고 막 나갔다.
[ 수에즈 운하가 전 세계의 해상 교역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이집트의 영토를 지나갈 수 있도록 허용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우리의 주권 행사이자 이집트 정부의 권리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 이집트의 내정에 간섭하고 주권을 포기하라고 겁박하는 서방 세력에게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다. ]한번 해 보자는 것 같은 자극적인 성명문. 절대 서로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집트 정부 때문에 전 세계의 해상 운송 회사들과 여러 수출 업체들이 납품일을 지키지 못해 천문학적인 위약금과 손해배상 소송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에 관련한 브리핑을 받는 애덤스 미합중국 대통령. 그는 국무장관인 헬렌의 보고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이번에 영국 총리가 직접 나에게 그 문제로 연락을 하더군. 그렇게 상황이 좋지 않은가?”
영국 총리가 전화를 걸어 미국이 이집트를 어떻게 좀 해 보라며 아쉬운 소리를 할 정도. 아직 수에즈 운하가 폐쇄된 지 2달도 지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그 충격파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직접적인 연결 통로가 완전히 차단됩니다.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 아시아를 가기 위해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우회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드는 추가적인 운항 비용만 하루에도 수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간 낭비에 연료 낭비까지. 굳이 터널이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뻔히 봐 놓고도 험준한 산을 오르는 개고생을 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이집트가 핵심적인 물길을 잠그고 행패를 부리는 걸 달가워하는 국가는 아무도 없었다.
“이집트도 운하를 폐쇄했을 때 드는 손해가 만만치 않을 텐데······. 혹시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없나?”
운하 이용비만 배 한 척당 수십억은 챙겨가던 이집트 정부의 짭짤한 돈벌이 수단이기도 한 수에즈 운하. 이집트 정부 역시 운하를 폐쇄했을 때 그로 인한 피해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자존심에 난 상처는 그깟 돈으로는 치료하기에는 너무 깊었다.
“현재로서는······. 미국은 물론 유럽이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없습니다. 과거 피어슨 대통령의 프리덤 선언 이후, 중동의 그 어떤 특정 단체와도 손잡지 않는다는 불개입 외교 원칙을 수립하며 모든 정부와 정치 집단들과의 관계를 끊었습니다. 주둔하고 있던 군대도 모두 철수했고요.”
애덤스 대통령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거참 골치 아프게 됐군······. 분명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데,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말을 흐리며 책상을 손가락으로 연신 두드리던 애덤스. 그는 헬렌을 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국무장관. 자네의 생각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보는가?”
전임 대통령이었던 피어슨과 8년을 함께하며 국무장관으로서 그 직무를 다했던 헬렌 피셔. 피어슨 대통령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하려던 그녀를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애덤스 대통령이었다.
“재선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첫 임기 4년 동안은 국무장관으로서 내 옆에서 보좌해주시오. 피어슨 대통령과 했던 것처럼, 미국을 위해 조금만 더 힘써 주기를 바라오.”
간곡한 그의 부탁에 행정부에 남은 헬렌. 그리고 그녀는 애덤스 대통령의 기대대로 유능하게 국무장관의 업무를 처리했다. 지난 8년 동안 전임 정부가 해 오던 것들이 어떤 것인지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던 그녀이기에, 이번 상황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그녀는 아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건 미국이나 그 어느 나라가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뭐라고······?”
헬렌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은 애덤스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집트를 상대로 경제적, 정치적 압박을 넣어 운하를 재개하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아니면, 군대를 다시 파견해서 무력으로 운하를 강제로 점유해 우리가 직접 재개시킬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과거의 중동 문제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서방 국가에 대해 극에 달한 중동인들의 증오심. 그것은 암암리에 다양한 방법으로 중동에 개입하여 이익을 얻던 이들의 잘못과 이를 자극해 자국민들을 단결시키려는 독재 정부의 프로파간다의 환상적인 조화 때문이었다.
프리덤의 개발로 겨우 그 끝나지 않는 중동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 일로 또다시 과거와 같은 일을 벌인다면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동의 늪에 발을 담그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헬렌은 단호하게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 정부나 유럽 정부는 이번 이집트의 행동에 절대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을 우리의 입맛에 맞게 억지로 바꾸려고 한다면 그것은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라는 헬렌의 말. 그 말에 회의장 안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금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데 가만히 놔두라는 것인가? 이 문제가 계속되면 국제무역의 위축과 경제 성장의 둔화로 번질 수 있네.”
국제무역이 위축되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 일반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빠지면 그로 인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기에 애덤스 대통령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헬렌은 그런 그의 상황을 이해하기에 콧김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 내로 이번 일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 오겠습니다.”
“일주일이면 되겠는가?”
대통령의 물음에 헬렌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집트가 왜 이렇게 나서는지 알 것 같거든요.”
*
팔아먹을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은 데다 거기에 국토마저 좁고 북한 때문에 고립되어 섬이나 다를 바 없는 한국은 그야말로 내수 시장만으로 먹고살기에는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에 수출로 상품들을 내다 파는 데 주력하던 한국은 특히 해상 운송에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육로가 완전히 막힌 상황에서 막대한 물량의 물자를 옮기는 방법이라고는 해상밖에 없었기에 한국의 해운업은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거대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한국의 해운 업계가 커다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 최근 수에즈 운하 폐쇄 사태로 한국 해운 업계들도 그 충격파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업계 1위였던 진산 해운이 운송 만기일을 맞추지 못해 계약 위반으로 막대한 위약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국의 업계 1위이자, 재벌 그룹 진산의 주력 사업인 진산 해운이 막대한 위약금 문제로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원래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위약금 정도야 보험금과 사내유보금을 통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야 했지만,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 보험사. 위약금 발생 3일 앞두고 보험 만기. 보험금 지급 거절.
– 진산 해운. 위약금을 감당할 만한 사내유보금 없어. 그 많던 돈이 다 어디로?
– 검찰. 진산 해운 본사 급습. 분식 회계 조작 혐의로 압수 수색 진행.
이번 일을 계기로 갑자기 터져 나온 초대형 비리. 업계 1위의 진산 해운이 갑자기 위약금 때문에 분식 회계가 탄로 나면서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사 결과는 기대한 것과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 조사 결과, 진산 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진산미 진산 해운 사장은 방만한 경영과 무리한 투자를 감행해 이미 오래 전부터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미 진산 해운은 자본 잠식 사태에 빠져 있으며 3조 2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진산미 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추가적인 여죄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입니다. ]한국 해운 업계 1위의 갑작스러운 몰락.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진한 해운의 주식 거래가 즉각적으로 중단되고 업계 전체에 휘몰아치는 조사와 특별 감사들 때문에 분위기가 점점 더 흉흉해지고 있었다.
찬바람만 몰려오는 해운 업계의 시황.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보면서 여유롭게 핫초코를 들이마셨다.
“쯧쯧······. 역시 이래서 가족 경영은 위험하다니까.”
애써 건실하게 키워놓은 회사를 자식한테 맡겨 놨더니 몇 년 새에 모조리 말아먹고 구속 수사를 받으며 부모 얼굴에 똥칠하는 것을 보며 나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아진 그룹이랑은 너무 비교되는 모습에 이준희 회장과 이주용 부회장의 가족 경영이 신기해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헬렌?”
미국에서 한국까지 직접 나를 보러 찾아온 헬렌. 그녀는 내가 건네준 핫초코를 손에 든 채로 묘한 시선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민수 군. 지금 이집트가 이러는 게 당신 때문인 거······. 맞죠?”
깜빡이도 없이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질문. 그녀의 직설적인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그 사건. 들으셨나 보군요?”
“미국 외교관들도 포함해서 전 세계의 외교관들이 자리하고 있던 자리인데, 소문이 퍼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다 알고 온 헬렌에게 발뺌해봤자 소용없기에 나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두고 보자고 방방 뛰길래 어떻게 나오나 궁금했는데, 저한테 화풀이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다 대고 행패를 부리더라고요. 근데 저는 별로 손해 보는 게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 중이에요.”
남들은 죽겠다며 끙끙 앓을지 몰라도, 나는 일상생활에 하나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며 부채춤만 추고 있을 뿐.
“일주일 내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애덤스 대통령은 다시 중동에 개입을 할 생각이에요.”
“그것참 멍청한 선택이네요.”
피어슨 대통령이 이룬 최대의 업적을 다음 정부가 자기 발로 걷어차겠다는 소리에 나는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헬렌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씁쓸하게 말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대통령이 그렇게 마음먹으면 저로서도 어쩔 수 없어요. 민수 군. 이번 문제는 이집트와 중동이 민수 군과 우리 서방 세계와 함께 교류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봐요. 그러지 말고 이집트 대사를 만나서 화해를 하는 건······.”
“설마 제가 정말 그럴 거로 생각하고 오신 건 아니죠?”
내 물음에 헬렌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시도 한번 해 보는 건 나쁘지 않죠.”
지금껏 나와 함께 손을 잡아 많은 도움을 주었던 헬렌. 그녀가 이렇게 직접 찾아와 절대 들어주지 않을 부탁까지 하는 것을 보면 꽤 위에서 쪼아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선 알겠어요. 그 방법이 싫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것과 관련해서 혹시 도움을 요청해도······.”
“헬렌. 병먹금이라고 아세요?”
나는 헬렌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네? 병먹금이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군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는 그녀를 보며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한국의 유행하는 말인데요, ‘병신에게 먹이 금지’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온갖 병신 짓을 하며 어그로 끄는 분탕한테 관심을 주면 좋아서 더 심한 짓을 서슴지 않고 벌이니까 애초에 관심을 주지 말라는 말이죠.”
원래 관심종자란 그런 놈들이다. 한번 욕이든 칭찬이든 관심을 주면, 그것에 희열을 느끼며 더 강도 높은 욕이나 칭찬을 듣기 위해서 온갖 기행을 저지르는 미친놈들. 그리고 이집트 역시 소위 말하는 그런 관심종자였다.
“그게 무슨······?”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헬렌을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런 애들은 관심을 주면 점점 더 심해져요. 이집트나 중동 애들이랑 손잡는다고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마세요. 원래 그런 기질을 보이면 답이 없으니까요.”
“······?”
도대체 무슨 소리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헬렌. 나는 그런 그녀에게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그런 놈들을 국제 사회에서 척결하기 위해 이번에는 도와드릴게요.”
이 세상에 관심종자는 나 하나면 족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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