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64
64화. >
64화.
미하일이 한국의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한 두 번째 날. 미하일은 이준희 회장과 함께 민수가 건네준 사업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난 후, 죽어가는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한국 언론 앞에서의 첫 기자회견을 하느라 많이 긴장한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지만,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젠장······. 이러려고 나를 CEO로 내세운 거였어?’
민수의 계획을 전부 알고 난 후, 미하일은 어째서 그가 세상에 나서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켓을 출시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몇몇 집단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었다.
‘뭔가 엄청 억울한데······.’
의도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런 적들의 견제와 대중의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히 민수가 아니라 미하일 자신이라는 점이다. 이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세상에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져 이 이상 비밀 요원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없기에 그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하일은 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생각에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는 앞에서 기대에 벅찬 눈으로 자신의 발표만을 기다리는 기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한국 기자단 여러분. 코퍼레이션 아르고스를 경영하고 있는 미하일 잭슨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곳에 제가 방문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아르고스가 이번에 최초로 한국에 먼저 진출한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확실시되는 소문으로 널리 퍼져 있었지만,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 아르고스의 회장 입에서 나오니까 기자들은 눈을 빛내며 손을 빠르게 놀리며 그의 말을 받아적기 시작했다.
“그럼······. 한국 지사 설립과 관련해서 질문 있으십니까?”
해외 지사 설립에 대해서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 난 후에 미하일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손을 드는 와중에 한 여기자가 물었다.
“이번에 아르고스가 한국에 진출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음······. 우선 아르고스 운영체제가 세상에 퍼지고 활성화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진 전자의 G-1 때문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시고 계실 겁니다. 아진 전자와의 업무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또 저희가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긴밀하게 협업하기 위해서 한국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아르고스의 한국 진출이 아진 전자 때문이라는 말에 기자들은 눈을 빛냈다. 잘만 하면 좋은 기사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빠르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질문했던 기자는 미하일의 말에 잠깐 갸우뚱한 표정을 짓고는 재차 물었다.
“아르고스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니······. 정확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기자의 말에 미하일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제 발표하려고 한 내용인데 이렇게 먼저 질문을 주셨네요.”
미하일은 대형 프로젝터에 한 가지 자료를 띄우더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이 가지고 있는 도시적 특성에 대한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인구 대부분이 한 곳에 집중되어 포화 상태이고 다른 지방은 인구 감소 현상이 극심하다고요. 그래서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데, 그중에서 교통 문제가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하일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들어보니 한국에서 택시 하나를 타는 것도 엄청 불편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승차 거부가 만연하고, 택시 기사들의 바가지요금이나 배짱 운행 혹은 합승 강요까지 한다며 불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그 불평의 출처는 단 한 사람이었지만, 미하일은 철저하게 사람들의 의견을 조사한 척했다. 하지만 미하일의 말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았는지,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들이 많았다.
“하긴······. 나는 전에 지갑 내려놓고 갔는데, 힘들게 수소문해 그 기사랑 연락하니 없었다고 하더라고.”
“에이, 선배. 택시에서 물건 잃어버려놓고 그걸 찾을 거라고 기대하시면 안 되죠. 택시 기사가 그거 가만히 놔두겠어요? 당연히 자기가 먹고 발뺌하죠.”
“나도 회식 날 늦게까지 술 먹고 밤에 택시 못 잡아서 결국 회사에서 잤잖아.”
“저는 회식 있으면 그냥 모텔이나 찜질방 가서 자고 출근해요.”
이곳저곳에서 기자들이 택시에 대해서 자신이 경험했던 울분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그들을 보며 미하일은 한 가지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번에 아르고스가 한국에 진출하며 영감을 얻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같이 타자!’를 소개합니다. ‘같이 타자!’ 는 아르고스의 SNS 프로그램. 인싸그램, 물개톡, 일상책의 가입자라면 그 누구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는 드라이버가 될 수도, 혹은 필요한 차를 얻어 타는 탑승객이 될 수도 있죠.”
영상을 보고 있던 기자들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충격을 먹은 듯했다.
“운전자는 자신이 가는 목적지와 동일한 사람을 태우고 부수입을 얻을 수 있고, 탑승객은 이제 택시를 잡기 위해서 오랜 시간 길거리에서 씨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앞으로 이 ‘같이 타자!’가 활성화된다면, 서울 도심의 교통 체증 감소와 함께 환경 보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며 또한 대중교통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그러고 보니.”
“이거······. 생각보다 엄청난데?”
미하일은 놀라움에 웅성거리며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기자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니, 이번 기자회견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같이 타자!’는 오늘 이 기자회견을 끝내는 즉시, 마켓에 등록될 것이며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하일은 떠들썩하게 소리치는 기자들을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제발 이번에는 민수가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기를 기도하며 말이다.
*
“크아아아! 오늘 기분 아주 좋아. 이 과장. 5차 가! 5차!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고!”
“저······ 부장님. 벌써 새벽 2시가 넘었습니다. 이제 집에 돌아가 보셔야죠.”
“뭐? 집은 무슨······. 가 봤자 우리 마누라가 술 냄새 난다고 침대에서 자지도 못하게 할 텐데! 왜 가나!”
한 부장이 거나하게 취해 계속해서 다음 차를 외쳐대는 바람에, 이 과장은 집에 가지도 못하고 4차까지 끌려갔다. 안 그래도 이 늦은 시간에까지 전화를 계속해서 해 대는 아내 때문에 이 과장은 부장님한테 계속 눈치를 줬지만,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야! 이 과자아앙. 너는 마누라가 이 시간까지 전화라도 해 주지? 우리 집 여편네는 내가 오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침대에 퍼질러서 자고 있다고······. 크흐흐흐흑.”
갖은 주사를 부려대며 울먹거리는 한 부장을 보며 이 과장은 결국 그를 집에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
“부장님. 많이 취하셨으니 이제 들어가셔야죠. 내일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
“그······그래요. 부장님. 이제 집에 가요.”
김 차장은 이 과장의 눈짓에 옆에서 지원 사격을 했다. 주춤주춤 널브러지는 부장의 양팔을 어깨에 둘러멘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택시를 찾았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는 것은 엄청나게 험난한 일이었다.
“태······택시!”
가만히 정차해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택시 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택시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어디까지 가쇼?”
슬쩍 창문을 열고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택시 기사가 만취해 있는 한 부장을 훑어보며 물었다.
“일산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가능합니까?”
그러자 택시 기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 집이랑 정반대인데······. 거 5만 원에는 가 주겠수다.”
“네? 그렇게 많이요?”
깜짝 놀라며 이 과장이 따지듯이 묻자, 택시 기사는 도리어 화를 냈다.
“아! 싫으면 말든가. 어차피 이 시간에 택시 잡기도 힘들 건데 그러면 길바닥에서 택시 찾다 밤새든가.”
고압적인 택시 기사의 태도에 기분만 상한 그 둘은 씩씩거리며 다른 택시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30분을 넘게 돌아다녀도 약속이라도 한 듯,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불러대는 택시들 때문에 결국 한 부장을 보내지 못했다.
“하······ 이 과장님. 이거 어쩌죠?”
지친 기색으로 김 차장은 곯아떨어진 한 부장을 상가 건물 계단 한쪽에 놓아두며 물었다. 그러자 포기하려던 이 과장은 문뜩 무언가 생각난 듯,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뒤적이더니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기다려봐······.”
그리고 잠깐의 기다림 끝에, 그의 스마트폰에서 명랑한 멜로디의 신호음이 들려오자 마치 이 과장은 구원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과장님? 왜 그러십니까?”
“김 차장······. 우리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겠다.”
감격에 찬 눈으로 이 과장은 문득 저 멀리서 달려오는 차 한 대를 보며 말했다.
“왜 그러십······?”
“안녕하세요. 일산 간다고 콜 부르신 분들 맞죠?”
“아! 네. 여기 이 분인데요, 입력한 주소에 내려만 주시면 아마 잘 들어가실 겁니다.”
택시도 아닌 일반 승용차에 한 부장을 태우는 이 과장을 보며 김 차장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요금은 자동으로 지불되는 거 맞죠?”
“네. 물개톡에 등록된 계좌로 돈이 빠져나갈 겁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한 부장을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는 차를 보며 김 차장은 이 과장에게 슬며시 물었다.
“과장님, 방금 뭐하신 건가요?”
“이번에 뉴스에 막 나오던 광고 못 봤어? ‘같이 타자!’라고 이번에 아르고스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인데 효과 죽이는데? 나도 방금 깔아서 처음 써 본 건데 엄청나다.”
택시 기사들과 거의 한 시간 동안 온갖 신경전을 벌이다, 단 한 번에 한 부장을 태워 보낸 그 둘은 ‘같이 타자!’의 위력을 체감하고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제부터는······. 택시 안 타도 되겠네요.”
“그렇지? 이거 보니까 주행 중인 차가 어디까지 갔는지도 나온다.”
GPS 시스템과 연동해서 실시간으로 탑승한 차의 위치까지 보여주는 것을 보며 그 둘은 ‘같이 타자!’를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깊이 새겼다.
*
“이번 사업에 호응이 생각보다 엄청난 것 같습니다.”
민수는 새롭게 한국에 세워진 아르고스의 사옥을 둘러보기 위해 잠깐 미하일을 만났다. 아직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라 텅 비어있는 건물이었지만, 건물 최상층의 한국 지사 사장실에서 그가 타준 핫초코의 맛은 유독 특별했다.
“꽤 신이 나셨네요?”
“이번 ‘같이 타자!’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대중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 회사가 창립되고 나서 정말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보는 것 같네요. 기업 이미지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수수료를 떼먹는 악덕 포주나 거머리 같은 회사로 인식되었다면, 지금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대중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념 있는 회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여기 한 번 보세요. 이번에 아르고스에 관한 뉴스 기사 댓글이에요.”
– 이번에 술 먹고 밤에 택시 못 잡고 방황하다 처음 써 봤습니다. 이거 개쩝니다. 앞으로 저는 택시 안 타고 이거만 쓰고 다닐 겁니다. 회식 자리 필수 아이템이에요. 강추합니다.
– 택시기사 놈들 맨날 바가지 씌우고 승차 거부 해 대는거 꼴불견이었는데 속 시원하다.
– 저 저번에 깜빡 가방 놓고 내렸는데, 그 즉시 탑승 기록에 남아 있는 기사 연락처로 전화해서 찾았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 아르고스 만세 만세 만만세!
“흐음······. 칭찬받으셔서 좋으시겠네요?”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민수를 보며 미하일은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왜······왜 그러십니까?”
“아뇨······. 뭔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속담이 생각나서요······.”
그 말에 미하일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그의 앞에 있는 아이가 이상하게 사람들의 관심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햇다.
“뭐······. 우선 칭찬받는 만큼 욕도 많이 드시게 될 테니까 우선 즐기도록 하세요.”
“······네?”
민수는 스마트폰에서 무언가를 확인하듯 뒤적이더니 알 수 없는 불길한 말을 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TV를 켰다.
“전에 말했듯이, 이런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잖아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듯한 정부 기자회견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이 나와 엄중한 목소리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 우리 정부는 이번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코퍼레이션 아르고스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같이 타자!’의 위법성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즉각적인 중지와 함께 관련 교통법 위반에 대해 검찰에 고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무슨······?”
검찰 고발까지 진행한다는 건설교통부 장관의 말에 민수는 마치 재밌는 걸 구경하는 듯이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러한 사람들과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네요. 앞으로 내가 말한 대로 한번 잘 해결해 보세요.”
미하일은 정부 발표를 보며 문득 소름이 돋았다. 그의 앞에 있는 어린아이가, 이미 이런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고 그 모두에게 크고 우람한 엿을 먹이기 위한 준비까지 다 해두었다는 것에 말이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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