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30
에르하벤과 대치하던 라이언의 눈이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치는 낄낄 웃으며 외쳤다.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아주 욕을 해대는 어조로 찰지게 라이언의 이름을 아치는 쉬지 않고 불러댔고.
삐이이-
삐이이이–
삐이이–
마법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하지만 아치 근처에서만 마법 경고음이 울린 것이 아니었다.
“라이언!”
“크크, 라이언!”
“그래, 옛다 불러준다! 라이언!”
가샨과 그의 호족들, 백사를 도우러 온 수인족들, 더불어 케일의 동료들까지. 모두 라이언을 불러댔다.
“라이언!”
“라이언!”
심지어 하늘을 점령한 까마귀들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라이언을 불러댔다.
삐이이-
경고음이 뒤따라 귀를 뒤덮었다.
시끄러움을 넘어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경고음이 성을 뒤덮은 그때.
삐, 삐-
마법진 장치가 과부하가 걸린 듯, 경고음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번 한꺼번에 라이언의 이름이 불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만들었던 마법진.
감히 어느 누가, 반역자가 아니고서는 위대하신 이름을 함부로 부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마법진 장치는 성안의 어느 누가 그 이름을 부를지 찾아낼 정도로 예민하게는 만들어졌으나, 횟수에 대한 수용 범위는 높게 측정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 마법진은 ‘라이언’ 이름뿐만 아니라 성안의 마법 사용 감시 마법진과도 연계되어 있었다.
때문에 둘 중에 하나라도 망가지면, 모두가 망가졌다.
이 정보는 르타오를 통해서 알아내었다.
삐, 삐, 삐빗-
경고음이 이상하게 변해갈수록.
“크크큭!”
아치는 미친 듯이 웃으며 외쳤다.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그러면서 성벽 안을 빙빙 뛰어다녔다.
“저, 저-”
노인 마법사는 경악했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그의 눈에는 보였다.
마법진에서 파생된 마나들이 어지럽게 뒤섞이며 혼란으로 가득 차는 것이.
라이언에게 반항하는 자를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주 작은 부름에도 반응하게 만들어진 세밀한 장치는, 점점 과부화가 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라온, 에르하벤.
탐지 마법에 걸릴까 싶어 성안에서 마법을 쓰지 못하는 드래곤들이지만, 엘프 기사의 바람 정령이 전달해준 마법진의 약점을 파헤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또 다른 드래곤 르타오의 정보까지 더해지면 말이다.
삐, 삐, 삐-
경고음이 더 이상하게 변해갔다.
“크하하하하!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저 미친 고래 새끼 좀 누가 잡아!”
노인 마법사가 외쳤으나, 아치는 굴하지 않았다. 아니, 호랑이족 전사들도 가세했다.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까마귀들도 시끄럽게 울어댔다.
“안 돼!”
그리고 결국에는.
삐, 비이이-
마법진은 맛이 갔다.
이제 이 성안에서 라이언의 이름을 불러도, 마법을 막 써도.
적은 알아챌 수 없다.
***
그 순간, 라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칵.
마법으로 잠금장치를 푼 라온을 본 케일은 닫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인간아! 드래곤 로드 집 털기 전에, 이 용 집부터 터나?”
드래곤 라이언.
그의 침실로 케일은 들어섰다.
그는 창밖을 내다봤다.
난장판이 된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맘에 드네.”
라이언의 침실.
상황 봐서 저 난장판에 끼어들기 좋은 위치였다.
냐아아옹!
냐아옹!
케일과 평균 10살은 레어 최상층 라이언의 방을 점령했다.
1073
케일이 라이언의 레어까지 올라온 것에는 나름의 연유가 있었다.
“크윽.”
들려오는 신음에 고개를 돌렸다.
“으, 으윽-”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는 이가 레어 입구 문에 쓰러진 채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앗!”
홍이 총총 그쪽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이라 조절을 못 했는데!”
후우.
온이 한숨을 내쉬더니 슬그머니 홍의 곁으로 다가갔다.
사아아아-
온의 주위에 안개가 만들어졌고, 홍이 독을 풀었다.
“으, 으윽!”
꿈틀거리던 기사는 이내 몸이 축 늘어졌다.
“재웠는데!”
기사는 마비된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수면독에 의해 잠이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라이언의 레어가 있는 최상층 입구를 지키고 있던 모든 이들이 하얀 안개에 섞인 마비독과 수면독에 당해 쓰러지고야 말았다.
“왜?”
케일은 뚱한 얼굴로 홍을 바라봤다.
홍이 반짝이는 눈으로 케일을 계속 올려다봤다. 그 시선에 케일은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고 그 결과 온과 눈이 마주쳤다.
케일은 온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입을 열었다.
“색깔 이쁘네.”
그에 홍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천당가 독이 좋은데!”
케일이 사천당가의 호의로 받아온 독, 구왕 중 일부를 흡수한 홍의 독술은 한층 더 지독해지고 은밀해졌다.
사실 지금껏 홍이 습득한 독들의 종류는 정제된 형태이기보다는 그 식물이나 물체의 원형에 있는 독에 가까웠다.
아니면-
‘론이 구해다 준 것 같은데.’
시종 론을 비롯한 어른들이 꽤 독을 구해다가 홍에게 준 것 같았다.
라온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평균 10살 중 가장 약한 전투력을 지닌 것이 홍이다 보니 아무래도 호신용으로 여러 가지를 먹인 듯싶다.
하지만 케일 일행 중 제대로 된 독 전문가는 없었다.
‘사천당가에-’
백사 위샤의 독까지 챙겨서 홍을 성장시킬 발판을 얻을 수만 있다면.
‘괜찮네.’
홍의 안정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케일의 시선이 온에게로 향했다.
온은 홍을 보고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홍이 안전해지면-
‘그럼 절로 강해지겠지.’
온은 알아서 강해질 것이다.
본인도 13살이면서 어른 노릇을 하려고 드니, 어쩌겠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지.
말로는 안 들을 거다.
‘고집이 제일 세니까.’
온, 홍, 라온. 셋 중에 온의 고집이 제일 셌다.
‘음.’
거의 라크급이지?
늑대족 라크. 그 녀석은 소심하다고 스스로를 옥죄고 있어서 그렇지 가만히 보면 고집이 엄청 강했다.
그 때문에 과한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것일 터.
하지만 라크는 곧 성인이 될 녀석이었다.
‘완전히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라면, 지켜볼 수 있을 때까지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케일은 라크는 지켜볼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아—!
굉음에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로 난장판이 된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아! 다들, 무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라온의 말대로, 그의 동료들은 무대, 의식이 펼쳐질 제단으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고 있었다.
“오, 라크다! 역시, 라크가 제일 크다!”
라온의 말대로, 수인족들 중 라크의 덩치가 가장 컸다.
뱀 모습의 위샤나, 고래의 모습이 아닌 고래족을 제외하면. 라크의 덩치는 호랑이족 주술사이자 족장인 가샨을 가뿐히 뛰어넘고 있었다.
쾅!
라크의 주먹에 기사 한 명이 날아갔다.
그런 라크의 뒤를 수인족들이 따르고 있었다.
늑대족들로 보였다.
“잘하네.”
케일은 이내 창문에서 시선을 돌렸다.
‘자유……!’
그는 지금부터 할 일이 많았으니까.
“인간아, 이제 터나?”
라온의 들뜬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걱정도 담겨 있었다.
“서두르자! 용 구해야 한다!”
그렇다.
케일이 갑자기 뜬금없이 라이언의 레어, 이 최상층을 방문한 연유는 단순한 금고 털이가 아니었다.
‘그, 그것이-’
케일은 간수의 겁에 질린 목소리를 떠올렸다.
이곳으로 오기 전, 케일은 바람 정령 자유가 발견한 비밀 감옥으로 향했다.
그곳은 이곳의 감옥 입구와는 그 방향이 달랐다.
내성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화로운 저택.
언뜻 보면 귀족이라도 살 것 같은 집의 지하실 입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자유, 발견…! 마나, 용 냄새!’
바람 정령 자유는 이곳에 있는 바람 정령들이 그간 케일이 없는 동안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이곳에서 대략 몇 주 전에 한 번 용 특유의 마나 향을 맡았다는 한 정령의 기억을 기반으로 하여 이 장소를 찾아냈다.
‘누구냐!’
‘막아! 여기는 절대로 들켜선 안 된다!’
막 축제가 시작되려고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을 때.
그리고 백사가 등장하기 일보 직전.
케일은 최한 등을 데리고 이곳을 방문했다.
‘크헉!’
‘으윽!’
그리고 가뿐하게 적들을 제압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라이언의 수하인 엘프와 드워프들의 힘이 꽤 강했지만.
서걱.
‘내, 내 팔-, 으아아악!’
순한 미소를 띤 채 검을 휘두르는 최한과.
‘빨리빨리 하자.’
더 밝게 웃는 최정수의 살벌한 기세를 막을 수 있는 강자는 별로 없었다.
호화로운 저택 지하 계단을 내려가고 발견한 입구.
그 안으로 들어서자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가 나왔다.
여러 개의 감옥이 존재했고, 피비린내가 짙게 배여 있는 공간.
그곳의 끝에 도달한 케일은 앞서 걸어간 최한이 제압한 간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나이 든 엘프를 향해 케일은 말했다.
‘열어.’
하지만 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건 열쇠가 있어야 합니다.’
‘열쇠는?’
‘그, 그것이-’
말을 흐리던 간수는 최한이 발로 엎어진 그의 팔을 지그시 누르는 순간 결국 입을 열었다.
‘치, 침실에-! 라이언 님의 침실에-’
그 결과로 케일은 최한과 최정수를 감옥에 남겨두고 평균 10살만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삐, 비, 비이, 비삣-
그리고 맛이 간 마법 장치의 해괴한 소리가 성 전체를 뒤흔드는 이때. 케일은 라온에게 말했다.
“이 안에 있는 마법 장치는 모두 탐지 가능하지?”
“당연하다!”
이쯤 되면 이제 척하면 척이었다.
우우웅-
라온의 검은 마나가 피어오르며 레어 안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웅!
웅!
유독 강한 진동이 들려오는 곳들이 있었다.
더불어 케일의 손에 쥔 황금 팽이채를 통해서 귓가에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 안으로 공기가 통해! 비밀 공간 같아!’
‘오, 여기 천장 안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공기 흐름이 이상해!’
바람 정령이 이런 것들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냄새가 안 나네.
그리고 도둑인 바람의 소리가 신물이 여기에 없음을 알려주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다 확인해.”
바람 정령에게 명령을 내려두고, 케일은 라온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만 믿어라!”
라온이 마법 반응이 일어나는 곳을 차례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 이건 아니다!”
평범한 마법 장치는 패스하고.
“오! 이건 금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