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케일은 굳어버린 연금술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연금술사는 입을 달싹이다가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몸을 비켜 안을 가리켰다.
“일단, 하, 일단 들어오쇼.”
케일은 그 말에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제 안방에 들어서는 듯 느긋한 걸음이었다.
그는 의자 등받이가 부서진 의자로 가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뒹굴고 있는 연금술 기구들이 보였다.
이곳의 연금술 역시 지구와 비슷했다.
금을 만들어낸다. 다만 그 방법이 지구와 달랐다.
서대륙인 연금술사들은 자연의 기운을 추출하여 금을 만들고자 했다. 특히 물, 바람, 땅, 나무, 불. 그 다섯 가지를 사용하여 금을 생산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 다섯 개의 자연 속성은 마나와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탁!
케일은 자신의 앞에 놓인 탁자를 쳐다봤다. 모서리가 부서진 탁자 위에 둥근 대접이 하나 놓여 있었다.
“집에 찬물밖에 없소. 어디 신관님인지 모르겠지만 어서 냉수 마시고 속 차려서 갈 길 가시오!”
연금술사는 케일에게 이 빠진 그릇 가득 찬물을 담아 내밀었다. 케일은 그 그릇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연금술 기구들과 함께 뒹구는 술병들에 닿아 있었다.
“뭘 봅니까? 어휴, 도대체!”
연금술사 중년인은 케일의 시선이 술병에 닿은 것을 알고는 대충 발로 술병들을 한쪽으로 찼다.
“아, 씨.”
달캉, 달캉, 탕!
발로 찬 술병들이 연금술 기구들과 부딪쳐 소리를 냈다. 엉망이 되는 광경에 중년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때, 신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술주정뱅이 가짜 연금술사. 뒷세계 조직들이 자잘하게 저들끼리 싸울 때 사용할 수 있는 독약이나 소규모 폭탄을 만들어준다.”
연금술사는 마법 폭탄과 같은 위력은 불가하지만, 마나와 최대한 비슷한 자연의 힘을 담아낸 소규모 폭탄을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백퍼센트인 마법 폭탄과 달리 그 성공률은 자연의 힘이 마나를 내냐 못내냐에 따라 결과가 나뉘었다.
그렇기에 지난 번 마이플 성에서 발견한 타이머 형 마법 폭탄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치고 술에 찌든 중년인의 시선이 신관에게로 향했다.
케일과 중년인의 시선이 부딪쳤다.
“돈만 주면 뭐든 만든다고 했는데? 안 그렇습니까?”
케일은 중년인의 이름을 몰랐다. 그 외에도 아는 게 적었다.
‘영웅의 탄생’에서 나오지 않았던 인물이었으며, 플린 상단 서자 빌로스가 구해온 정보도 아주 적었다.
‘대략 10년 전부터 가짜 연금술사 행세를 했다고 합니다. 뒷세계 조직들 사이에서는 그가 만든 독약과 소규모 폭탄들이 반만 제대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가짜라고 생각하더군요.’
의뢰품 성공률 50% 가짜 연금술사. 케일은 그 말에 코웃음을 흘렸다.
‘진짜 50%를 만들 줄 안다는 소리지.’
그만하면 충분했다.
케일이 원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연금술 능력’과 또 다른 무언가였다. 그게 이 중년인은 있다.
가짜 연금술사.
그의 이름을 아는 이들도 없다고 하였다.
다만 불리는 호칭들이 다양하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돈을 주고 의뢰를 하겠다는 겁니까? 신관님이?”
“그렇습니다.”
“…허!”
연금술사는 바닥에 뒹구는 술병을 집어 들었다. 아직 뚜껑을 따지 않은 술병의 뚜껑을 열더니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는 술병에서 입을 떼고는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술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별 미친 신관을 다 보겠네!”
부스럭.
중년인은 제 말에 반응하듯 움직이는 신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흠칫 몸을 떨었다.
툭.
케일은 테이블 위에 작은 병을 하나 놓았다. 검은 액체로 가득한 병.
“그, 그건-”
케일은 연금술사의 손끝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연금술사는 병에서 시선을 떼어 신관을 쳐다봤다.
그러나 신관은 연금술사의 눈동자가 아닌 그의 왼쪽 손목을 쳐다봤다. 왼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손이 없었다.
“이 액체도 연금술사님의 왼쪽 손목처럼 시꺼먼 색이군요.”
팔 없이 둥그런 왼쪽 손목은 특이하게도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불로 지진 후 타고 남은 재 같았다.
“이, 이건. 어릴 적 독에 다, 당해서.”
연금술사는 황급히 옷소매로 자신의 손목을 가렸다. 케일은 여전히 왼쪽 손목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왼손에 심한 독이 침투하자, 치유보다는 절단을 택하신 것 같군요.”
케일은 빌로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늘 아프다며 술을 사 간다고 합니다.’
중년인은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신관님이 신경 쓸 일은 아니오!”
“흐음, 죽은 마나에 중독되면 몸이 까맣게 변한다던데.”
죽은 마나를 운용하는 이들은 거미줄처럼 검은 핏줄이 불거졌다. 그리고 중독된 이들은 거멓게 물들어 죽어갔다.
네크로맨서를 비롯한 죽은 마나를 지닌 인간은 자잘한 통증에 시달린다.
“도대체 얼마나 심한 독이기에 까만색일까요? 그리고 매일 자잘한 통증에 시달린다지요?”
연금술사는 생각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갑자기 나타난 이 신관 때문에 모든 게 엎어져서는 안 되었다. 연금술사는 회피하던 시선을 돌려 신관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를 바라보는 파란 눈의 신관이 툭 던지듯 내뱉었다.
“15년 전.”
연금술사는 숨이 막혀왔다.
“15년 전 연금술 종탑에서는 제국에 기여를 하고 싶다며 고아와 빈민가 아이들을 거둬들여 종탑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교육과 더불어 잡일을 시켰죠. 최소 5세에서 최대 15세라고 했던가.”
15년 전. 짧다고 하기에는 꽤 오래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제국민들은 음침하게만 여겼던 연금술 종탑에 찬사를 보냈고 지금 연금술 종탑의 수장 애제자가 그 빈민가 출신 아이죠.”
이후 성공한 빈민가 출신과 고아들이 몇 명 나타났다.
“그리고 연금술 종탑에서는 그때 받아들였던 나머지 아이들을 종탑과 제국 곳곳의 연금술 탑에 보냈다고 발표했습니다.”
몇 명의 성공한 아이들이 한 말이니 사람들은 믿었다.
케일은 자신을 쳐다보며 하얗게 질린 중년인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는 그 짓을 하지 않았죠.”
짓.
케일은 찬양받던 그 일을 ‘짓’이라고 표현하였다.
탁.
케일은 품에 있던 서류 몇 장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왜냐면 10년 전부터 제국 황실과 합작하여 노예들, 평민 납치를 통해 실험체를 조달했으니까요.”
그에 대한 기록이 담긴 서류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케일은 말했다.
“그래서 더 이상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도 상관없는 아이들이 더 필요치 않았어.”
케일은 어느새 말을 놓았다. 그는 마주 앉아 있었지만 내려다보듯이 중년인을 바라봤다. 하얗게 질린 중년인은 겨우겨우 말을 토해냈다.
“그, 그만-”
그렇다고 멈출 케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 불쌍해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10년 전부터 당신은 이 빈민가에 나타났지.”
이 중년인은 수도 연금술 종탑 출신은 아니라고 했다.
제국에 연금술 탑은 몇 개 더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면, 이 남자도 젊었을 때였다.
빌로스의 보고를 듣던 케일이 이 남자에게 집중한 이유였다.
성자가 준 정보에 담긴 10년과 이 남자의 10년. 교묘하게 들어맞았다.
케일은 괴로움과 공포에 찌든 연금술사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빈민가 사람들은, 특히 아이들은 당신을 아저씨, 혹은 삼촌이라고 부르며 좋아한다지?”
아무도 이름을 모르는 이 남자를 가리키는 호칭들은 참 많았다.
그래서 케일은 이 남자를 찾아왔다.
“당신이 뒷세계 조직들에게 일을 완수하고 받은 돈에서 술을 사는 것을 제하고는 모두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산다더군.”
이 술주정뱅이 연금술사를 빈민가 아이들은 좋아했다. 늘 먹을 것을 주고 다친 상처를 치료해 주었으니까.
케일은 저를 향해 흔들리는 눈동자를 향해 물었다.
“넌 누구지?”
가짜 연금술사 행세를 하는, 죽은 마나에 중독될 뻔한 손을 과감히 절단한 너는 누구지?
“나, 나는, 나는-”
중년인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혼란과 두려움, 공포. 그 외의 여러 감정들에 뒤섞인 그는 주체 못 할 정도로 몸을 떨어댔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말했다.
“종탑은 죽은 마나 폭탄을 개발해 냈다.”
연금술사의 떨리던 몸이 일순간 멈췄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설마냐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15년 전 죽어간 아이들, 그리고 지난 10년간 실험에 사용된 사람들 덕분이겠지.”
“아, 으.”
이어진 케일의 말에 중년인은 울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억눌린 소리를 내뱉으며 얼굴을 가렸다.
10년 전 진실을 알고 도망쳤던 초급 연금술사. 이제는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 남자는 숨 막힐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죄책감이라는 공포였다.
그때, 공포라는 늪에 파묻힐 것 같았던 남자의 귓가로 신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연금술 종탑을 부술 거다.”
한 단어가 더 들려왔다.
“반드시.”
반드시 부순다.
공포 사이로 그 말이 천둥처럼 남자의 귀를 꿰뚫었다. 웅크렸던 남자는 얼굴을 가렸던 오른손을 떼고 천천히 신관을 바라봤다.
신관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웃음도 화도 책망도 없는, 그저 무감각한 눈빛이 무서웠다. 신관의 입이 열렸다.
“다시 한번 묻지. 넌 누구지?”
케일은 한껏 웅크린 남자를 내려다봤다.
나쁜 놈이지만 착한 놈.
실력은 그저 그렇지만 양심도 있고 죄책감도 있는 사람.
후회할 줄 아는 사람. 본인의 잣대는 가진 인간.
케일은 태양신 교단을 제국에 다시 일으켜 세울 때, 교단 하나로는 힘들다 판단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케일은 위퍼 왕국의 내전을 떠올렸다.
마탑에 속하지 않고 숨어 있던 마법사들. 마탑에 반발해 은둔해 있던 이들.
그들과 같은 이들이 분명 소수겠지만 제국에 있을 터였다.
그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 중심을 만들 이가 필요했다.
케일이 부려먹으려는 쪽은 이 중심 잡기였다.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 이 술 냄새 나는 놈도 15년 전에 불쌍한 아이들로 실험을 했나?
글쎄?
케일은 그것까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다 도긴개긴이었다.
그때,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 레이 스테커. 제 이름입니다.”
레이 스테커. 그럭저럭한 연금술 실력을 지닌, 제국 남부 연금술 탑에서 수습으로 채용되었던 한 달 차 초급 연금술사. 그는 11년 만에 제 이름을 내뱉었다.
이름을 내뱉자 11년 전의 기억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한 달. 한 달 동안 빈민가 아이들을 수습인 저에게 맡겼습니다. 수도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애들을 돌봤고, 또, 그 아이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실험을 봤습니다. 그 실험에서-”
레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메마른 중년인의 몸이 곧 넘어갈 듯 들썩였다.
가장 정이 들었던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살리고 싶었다. 그때, 아이의 손톱이 자신의 손등을 긁었고 죽은 마나에 중독되었다.
남부 연금술 탑에서는 자신을 폐기하려고 했다. 그는 맨 정신으로 손목을 자르고 도주했다. 미친 듯이 도망쳤다. 그리고 1년 뒤,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추격은 없었다.
“그 실험에서 저는 그놈들이 하는 짓을.”
“레이 스테커, 난 네 얘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야.”
레이는 신관을 바라봤다.
“의뢰를 하러 왔다. 넌 돈만 주면 움직인다지?”
그 말에 레이 스테커는 점점 냉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탁자 위의 죽은 마나 액체가 담긴 병을 바라봤다. 더불어 종탑의 비밀이 담긴 문서들이 보였다.
눈앞의 이 신관은 지금 허튼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돈을 원하는 만큼 주마. 내 의뢰가 무엇이든 따르겠나?”
다시 한번 신관이 던진 물음에 레이 스테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종탑을 부순다고요?”
“그래. 반드시.”
레이는 벌떡 일어섰다.
그는 방구석으로 가 허름한 나무 판때기를 들어냈다. 그러자, 그 안에 상자가 나타났다.
레이는 그 상자를 열었다. 작은 유리병이 나왔다.
탁.
그 유리병이 탁자 위에 올라왔다.
병 안, 검게 물든 손이 보였다. 썩지도 않은 손.
그 손등에는 미세하게 긁힌 자국이 있었다.
레이 스테커는 아이가 잡았던, 살려고 잡았던 그 손을 버리지 못했다.
케일의 눈에 죄책감과 더불어 분노가 들끓는 레이 스테커의 눈동자가 보였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기다리도록. 의뢰서를 들고 올 테니까.”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제 죄책감을 덜어주십시오.”
케일은 잠시 멈칫했지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저를 바라보는 레이에게 말했다.
“의뢰의 대가가 그것이라면 그러도록 하지.”
담담하게 말하는 케일과 달리 레이 스테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입술 끝이 떨렸다.
케일은 그런 그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허름한 집을 나왔다.
“냉수 마시고 정신 차리도록. 난 술에 찌들어서 일하는 놈은 별로야.”
끼이익. 그 말과 함께 케일은 사라졌고 허름한 문이 닫혔다.
레이 스테커는 한참 그 광경을 보다가 냉수 그릇을 집어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크으.”
탁.
그는 소리 나게 그릇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며 입을 열었다.
“이제 정신이 드네.”
11년 만에 정신이 들었다.
***
현장 조사 첫날.
왕세자 알베르는 엉망이 된 태양신 교단 교황청을 보며 케일에게 속삭였다.
“비밀의 방 안에 비밀의 탁자가 있다고?”
아주 친밀한 형태에 호위와 비서, 신하들이 궁금해했지만 케일이 알 바는 아니었다. 케일은 왕세자의 물음에 기껍고 성실히 답했다.
“예. 보물 덩어리라고 합니다.”
“음.”
침음을 삼키며 알베르는 미소를 숨겼다.
케일은 그 모습을 보며 성자 잭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그들이 태양의 단죄를 찾았을지 모르겠습니다.’
태양의 단죄.
이름부터 성자가 적들과 맞서 싸우며 신도들을 모으기 좋은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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