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5
294화.
두웅- 두웅- 두웅-
북소리와 함께 다시금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 미친!”
부단장은 저도 모르게 상스러운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부단장님! 위퍼의 병사들입니다!”
“병사들도 나오다니, 제기랄! 지금 총력전을 할 생각인가?”
“…마법사들만 성에 남아 있으려나 봐! 병사들이 모두 나와!”
기사와 연금술사, 마법사들의 목소리가 뒤엉켰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전장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곰족 뒤, 굳은 얼굴로 무기를 든 채 나오는 수만여 명의 병사들.
제국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였지만 그럼에도 수만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미친놈들……!”
미친 인간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마법의 지옥 속에서 웃으며 날뛰던 존재들.
말도, 무엇도 없이 몸뚱이에 무기만을 든 채 달려오고 있었다.
‘…두렵구나.’
부단장은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
마법과 연금술, 다른 왕국들과 달리 두 가지 모두 발달하여 어느 곳보다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제국. 그들에게 몸뚱이만으로 달려드는 저들이 무서웠다.
“…흙벽을 방어선으로 우리는 이곳에서 최대한 방어에 집중한다!”
“부단장님!”
부단장은 저를 부르는 기사를 쳐다봤다.
“곧 황태자 전하께서 오십니다! 그런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도 되겠습니까?”
황태자가 곧 도착할 테니, 용감하게 싸우잔다.
부단장은 그 기사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제 동료들이 마법의 불구덩이 속에서 위퍼 전사들에게 찢겨 죽는 광경을 본 기사였다. 두려움이 보였다.
제국 사람이 보여서는 안 되는 감정이었다.
‘평화가 길었구나.’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오래 지속되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전쟁의 뜻을 몰랐다.
‘그러나 위퍼는 그걸 알고 있었어.’
평화의 시대.
그 속에서 툰카의 무리는 제일 먼저 싸우기 시작했다.
‘그걸 몰랐구나.’
금으로 만들어진 검을 들고 있어도 휘두른 적이 없다면.
그들이 어찌 흙으로 만든 검도 없이 맨손으로 진흙을 헤치며 넘어온 전사들을 이기겠는가?
제국군에겐 생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경험이 없었다.
“안 돼. 버틴다.”
그렇기에 부단장은 버티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곧 반대하는 음성들이 튀어나왔다.
“안 됩니다!”
마법사와 연금술사 책임자들이었다.
“부단장! 우린 제국으로서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요! 안 그래도 줄어든 기세가 더 줄어들면 큰일입니다! 사기를 높여야 돼요!”
쓰레기 새끼들.
부단장은 마법사와 연금술사 책임자들의 모습에 분노가 일었다.
‘죽는 건 기사와 보병이라 이거지?’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은 이 흙벽 방어선에 남을 터. 하지만 부단장을 비롯한 기사들과 보병들은 방어선 밖으로 나가 저 위퍼군과 부딪쳐야 한다.
“부단장님! 곧 전하께서 오십니다!”
“멋지게 수성하고 있어도 황태자 전하와 귀족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형편없어 보일 겁니다.”
“맞습니다! 그나마 열심히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저번 패배의 책임이 줄어들 겁니다.”
기사 둘이 간곡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부단장은 황태자의 눈치를 보는 기사들을 보며 눈을 감았다.
‘썩을! 책임이 문젠가! 죽는 게 문제지!’
그까짓 책임이 무서워서 벌벌 떠는 기사 놈들이 어떻게 목숨을 내버린 위퍼군을 이긴단 말인가.
그러나 부단장도 결국 이 모든 군사들을 지휘할 권한이 없는, 일개 부단장이었다.
“…출정을 준비한다.”
곧, 흙벽 사이에 존재하는 나무 문이 서서히 열리며 제국군의 모습이 나타났다.
반만 남은 제1기사단, 그리고 두려움을 집어삼킨 제국군 병사들.
땅이 진동한다.
적들이 다가올수록 땅이 울었다.
“크하하하하! 이제야 싸우러 나온 건가! 겁쟁이들이구먼!”
툰카가 제국군을 비웃었다.
이미 전장은 툰카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넓은 대열을 유지한 병사와 곰족, 전사들이 마이플성과 제국군 주둔지 사이의 전장을 채웠다.
부단장은 말을 몰며 앞으로 나섰다.
“대형이 허술하구나.”
밀집되어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위퍼군은 넓게 서며 점점 퍼지고 있었다.
그 의미를 부단장은 바로 알아챘다.
“난전을 원하는군.”
그는 선두에 서서 검을 들었다.
어쩌면 제국군 중에서 위퍼처럼 목숨을 건 사람은 그가 유일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외쳤다.
“모두 대열을 밀집시킨다! 우리의 역할은 황태자 전하께서 오시기 전까지 살아남는 일이다!”
그는 살아남는 쪽을 택했다.
“부단장님!”
기사의 외침은 무시했다.
“소극적이어도 좋다! 보병들은 검보다 방패를 먼저 들어라! 저들은 악마다!”
저들은 악마다.
“크하하하하하!”
그 외침에 툰카가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부단장을 응시했다. 달려오던 그의 걸음이 흙벽 앞에 모인 제국의 기사와 보병 앞에서 멈춰 섰다.
“네놈은 제대로구나! 악마인 제국 놈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신 차린 인간이야! 우리와 같은 전사구나!”
툰카는 그리 외치며 고개를 들었다.
“어떠냐? 황태자여, 네놈이 보기에 누가 이길 것 같으냐?”
부단장은 흠칫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흙벽 위.
회색 머리칼의 남자가 제복을 입고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태양 아래에 선 그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났다.
황태자 아딘.
그의 눈동자가 부단장과 닿았다.
“제국은 수그려선 안 된다.”
부단장은 고개를 숙였다.
‘망했다.’
황태자의 눈에 부단장은 겁먹은 놈으로 보일 터.
사람 좋아 보여도 철저히 능력 위주로 행정과 정계를 이끄는 황태자 아딘이었다. 모두가 그의 눈 밖에 나는 걸 두려워했다.
‘그리고 나는 눈 밖에 났군.’
부단장의 손에 들린 검이 힘을 잃었다.
“고생했소, 부단장.”
제국 제2기사단.
황태자가 직접 관리하는 기사단이었다. 그들이 황금빛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타났다.
그 순간 툰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그리려고 온 놈이 말이 많구나!”
툰카가 황태자 아딘에 대한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저, 저놈이!”
황태자와 함께 온 제국 귀족이 툰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황태자의 눈동자는 냉정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전장을 스쳐 지나갔다.
툰카와 곰족, 전사들, 병사, 로잘린.
그리고 검은 투구의 검사.
마지막으로 성벽 위 갈색 로브의 남자.
“전하.”
“나도 아네, 부탑주.”
황태자 가장 가까이 있던 부탑주도 갈색 로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저자부터 죽여야 합니다.”
황태자는 부탑주 메텔로나를 바라봤다. 동시에 그녀 옆에서 연금술사 로브를 입고 있는 젊은 남자를 응시했다.
“혼트, 그대의 생각도 그런가?”
“부탑주님의 뜻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하.”
“그렇군.”
혼트.
그는 탑주의 수제자로 연금술 종탑의 다음 대 후계자였다.
동시에 빈민가 출신으로 연금술 종탑이 빈민가를 품어 이루어낸 기적이자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황태자는 이번에 그를 곁에 두며 제국민들에게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주고자 하였다.
빈민가 출신의 전쟁 영웅.
제국도, 황태자도, 연금술 종탑도, 잃어버린 민심을 삽시간에 다시 끌어모을 좋은 수단이었다.
‘거기에 케일 헤니투스와 한 명 더.’
황태자는 다정히, 하지만 신중한 얼굴로 옆 사람을 바라봤다.
“발렌티노, 처음부터 이런 광경을 보이고 말았군.”
이 둘의 존재로 제국민들의 민심을 끌어모으면 안 될 터.
물론 발렌티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위퍼 왕국 측으로 향했다.
“아닐세. 친우는 도와야지. 나는 신관들 쪽으로 가겠네.”
“고마워. 나를 도우러 온 그대의 우정에 고마운 마음뿐이야.”
아딘의 대답에 발렌티노는 진심으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놈이 다 있나. 친우로 지내온 자신의 시간이 아까웠다.
‘네놈은 카로를 건드린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발렌티노는 굳은 얼굴로 아딘의 곁을 떠나 신관들에게로 향했다.
아딘은 그런 그를 보며 생각했다.
‘참, 표정이 이용하기 좋아. 유용해.’
전쟁에 대한 걱정으로 굳은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발렌티노. 그가 유용하니 곁에 둔 아딘이었다.
“어딜 보고 있는 거냐! 황태자 아딘!”
아딘은 저를 보며 외치는 툰카를 다시 바라봤다.
그는 툰카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먹잇감을 보는 미소일 뿐이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명령이 울려 퍼졌다.
“모든 기사단은 위퍼군의 목을 노려라.”
쿠구구구궁-
말발굽 소리가 땅을 뒤흔들었다.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2기사단을 시작으로, 천 명이 넘는 제국 귀족가의 기사들이 각자의 문양을 단 채 대거 등장했다.
“으하하하하!”
툰카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제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가자!”
그의 외침이 말발굽 소리를 뚫고 전장을 뒤덮었다.
동시에 툰카는 황태자를 쳐다봤다.
‘음?’
황태자는 그 눈빛에 멈칫했다. 타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는 그에게 툰카의 눈빛은 이상했다.
‘…비웃음?’
황태자의 입이 열렸다.
“멈춰라.”
기사들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멈췄다. 그들이 당황해 황태자를 쳐다본 순간, 툰카의 입이 열렸다.
“똑똑한 새끼.”
그 순간, 아딘의 귓가에 한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피리 소리였다.
갈색 로브. 그가 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때, 수만의 위퍼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을 들었다.
그들이 두 손을 높이, 높이 들어 올렸다.
마치 만세를 하듯 들어 올린 손.
“저게 뭡니까?”
“어? 저 구슬은 뭐지?”
전사, 병사, 곰족. 모두의 손에 들린 검푸른 구슬.
그 구슬을 양손에 하나씩 든 위퍼군들. 제국의 기사들은 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사아아아아- 사아아아-
바람이 불었다.
제국에서 위퍼로 부는 봄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부는 바람.
그 바람 사이로 거대한 백골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뒤이어 네 마리가 더 등장했다.
“하, 하하-!”
아딘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즐거웠으니까.
“많군.”
한 마리. 네 마리.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수십 마리.
앞선 다섯 마리의 백골새보다 작은 수십 마리의 백골새들이 하늘에 나타났다.
드워프들이 그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들은 위퍼 왕국 마이플성 위에 섰다.
사아아아-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며 갈색 로브의 후드가 벗겨졌다.
황태자 아딘은 갈색 로브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백발이 보였다.
그리고 푸른 눈동자. 하늘을 닮은 그 눈동자가 가면 사이로 보였다.
코부터 이마까지 덮이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백발의 남자.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손이 아래로 향한 순간.
툰카가 외쳤다.
“도망쳐라!”
뭐? 도망?
제국의 사람들이 놀란 때였다.
시작은 툰카였다. 만세를 하던 손이 땅으로 향했다.
콰앙!
구슬이 깨지며 검푸른 액체가 세상 밖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황태자의 명령이 들려왔다.
“돌아와라. 죽음의 협곡 불이다.”
툰카와 황태자의 눈이 마주쳤다. 툰카는 도망치며 입을 열었다.
“짜증 나는 새끼.”
검푸른 액체만으로 죽음의 협곡을 뒤엎었던 검푸른 불을 떠올리는 자.
천이 넘는 기사단들이 황급히 입을 열어 황태자의 명령을 전장에 전했다.
“돌아가라! 전하의 명령이다!”
“돌아가!”
하지만 툰카가 뒤돌아본 순간, 그의 뒤에 선 자들이 차례대로 손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콰앙! 콰아앙! 콰앙!
수만여 개의 검푸른 구슬들이 전장 곳곳으로 던져졌다.
“크하하하하!”
툰카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친 것 같은 웃음들.
바람이 불어온 순간, 제국군의 눈앞에 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태양이 없는 밤의 어둠처럼 검푸르렀다.
검푸른 불들이, 수만여 개의 구슬에 담겨 있던 용의 분노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작았다.
그러나 수만 갈래로 갈라져 타오르던 불길이 점점 합쳐져 크기를 키워갔다.
“…죽음의 협곡.”
아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보다 크겠어.”
작은 불이 사람 키만 해지더니, 점점 더 덩치와 높이를 키워갔다.
잔잔하던 바닷가가 점점 폭풍우로 뒤덮이듯.
태양이 뜬 하늘 아래. 검푸른 불은 땅을 어둠으로 물들여갔다.
툰카는 달렸다.
“크하하하하하! 지옥이구나! 지옥이야!”
그는 로잘린과 헤롤의 외침이 들려왔다.
“속도가 느린 병사들은 비행 마법으로 데려오도록!”
“모든 문을 열어! 병사와 전사들을 안으로 들여!”
마법사와 성안에 남아 있던 병사, 참모진들이 미리 계획된 대열로 서서 순서대로 도망치던 병사들을 도왔다.
넘어지거나 느리면 비행과 헤이스트 마법으로. 문이 좁으면 성벽에서 밧줄과 사다리를 내려 사람들을 성벽 안으로 신속하게 들여보냈다.
재빠르지만 차분했다.
제국군이 흙벽을 세우는 동안 이 상황만 대비했던 위퍼 왕국군이었다.
로잘린과 헤롤, 둘은 외쳤다.
“곧 불이 몰아친다!”
“바람이 더 거세게 불 것이다!”
툰카는 걸음을 멈췄다.
옆을 바라보자 검은 투구를 쓴 최한이 보였다.
둘은 병사들과 전사들이 무사히 돌아가는 것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성벽 위의 백발의 남자.
그가 다시 피리를 들어 올렸다.
아딘은 백발의 남자가 보였다.
멀지만 느껴졌다.
눈이 마주쳤다.
‘저자가 우두머리구나.’
지휘자였어.
아딘이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삐이이이- 삐이이-
백골새들이 날개를 활짝 펼쳤다.
휘이이잉- 휘이잉-
이전과 다른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국에서 위퍼로 부는 봄바람과 반대로 부는 바람.
수십의 백골새가 일으킨 바람이 불의 방향을 바꿨다.
검푸른 불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하! 불길이! 불길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제국 쪽으로 불이 번집니다!”
“무슨 산 같은 불이!”
귀족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그러나 아딘은 백발의 남자만을 주시했다.
콰아앙! 콰앙! 콰앙!
검푸른 불꽃들이 부딪치며 점점 더 큰 불을 만들어냈다.
그건 하나의 도시라도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화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불이 제국군을 향해 불어왔다.
자연의 바람 방향도 무너뜨린 채, 바람과 함께 뒤섞인 불이 아귀를 벌리듯 검은 입을 드러내며 제국을 향했다.
“…안 보이는군.”
검푸른 불의 해일이 아딘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마이플성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마, 마법사들을 움직입시다! 전하!”
“이런, 이런 불길이라니! 연금술사도! 전하!”
귀족들이 다급하게 외치며 슬금슬금 흙벽 아래로 움직이려 했다.
그때였다.
“…전하!”
가만히 서 있던 아딘은 한 기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파리한 안색의 남자가 흙벽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한 기사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겨우 올라오는 남자. 아딘의 입이 열렸다.
“케일 헤니투스 공자, 오랜만이군.”
“전하.”
부단장 힐스만의 부축을 받으며 전장을 찾은 적발의 케일 헤니투스.
그는 담담해서 더 심지가 곧아 보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당연히 와야지요. 모두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귀족 중 누군가가 탄성을 흘렸다.
그들 사이에 케일 헤니투스의 상태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저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제국의 모두를 구하기 위해 움직인 정의로운 자.
“…로운의 영웅이 왔구나.”
귀족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영웅은 영웅이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옥과 같은 검푸른 불길이 밀려오고 있건만.
그들은 저도 모르게 영웅에게 시선이 붙들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 케일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금 용 할배 불쌍하다! 개고생만 했다!
라온의 목소리는 가뿐히 무시했다.
황태자 아딘이 케일에게 말했다.
“우리를 돕겠나?”
케일은 부축하던 힐스만에게서 떨어져 간신히 굳건하게 섰다.
로운을 구했던 검은 제복의 사령관은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제국의 황태자에게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그의 눈빛은 바위와 같이 단단했다. 그의 입이 열렸다.
“평화를 위해, 저는 움직일 겁니다.”
투명화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을 먼저 끄고, 그다음에 불을 낸다니! 인간은 희한하다!
케일은 제 평화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황태자 아딘은 부드러운 미소로 케일에게 말했다.
“고맙네, 케일 공자. 부탁하네.”
그 순간, 케일은 생각했다.
‘제국의 영웅이 되어보자고.’
케일은 힘들지만 정의롭고 처연한 사령관의 미소를 그려 보였다.
-인간 연기 잘한다!
“크흑, 우리 공자님.”
-말 많은 힐스만도 잘한다!
추임새는 당연히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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