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08
507화.
-알았다, 인간! 바로 최한한테 전달한다!
라온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케일은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팽이채를 꺼내 들었다.
“엘프, 다크 엘프와 계약한 정령들에게 말해.”
‘혼돈, 파괴, 사랑. 말만 해라.’
말만 하라는 듯 자신만만한 바람 정령에게 케일은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짧은 내용이었기에 그 전달은 금방 끝이 났고, 케일은 곧바로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열어. 나가게.”
그는 가짜 세계수를 향해 말했다.
-흐흑. 허어엉.
그런데 운다.
이 녀석 울고 있다.
케일은 멈칫하며 잠시 고민을 하였다.
‘왜 울지?’
이놈이 울 일이 있나?
그때, 가짜 세계수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흐흑. 결국 나는 버려지고, 허어엉. 나도 도망가고 싶은데, 허허헝!
가짜 세계수는 참으로 슬펐다.
그리고 억울했다.
‘아니, 내가 이런 검은 나무가 되고 싶어서 됐어?’
이렇게 검은 나뭇가지를 지닌 나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나쁜 짓을 하는 존재는 더욱더 싫었다.
-크흡. 제가 엘리스네한테 조종당하고 싶어서 당한 것도 아니고. 허허헝. 저는 세계수님 좋은데, 피해 안 입히고 싶은데. 허허헝. 다 날 싫어해. 커허헝. 컥.
콧물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계수들은 콧물이 있는 걸까?
케일이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지만 가짜 세계수는 진지했다.
-나는 이용만 당해. 크흐흑.
가짜 세계수는 엘리스네에게 조종당하는 동안 마음대로 나뭇가지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또한 자신과 대화할 존재는 하나도 곁에 없었고, 그저 외로이 지내다 이 빛 하나 없는 미로 중앙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다 드디어 기회를 만났다.
바로 눈앞의 케일 헤니투스였다.
가짜 세계수는 그를 알고 있었다. 기억 속에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래서 그에게 말을 걸었고 몸이 조금 타기는 했지만 삼십 분이라도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그 자유를 케일을 지키는 것에 사용했다.
혹시 그가 자신을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으니까.
가짜 세계수는 힘을 잃은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나도 그만 벗어나고 싶은데.
그때였다.
“누가 두고 간대?”
-…네?
가짜 세계수의 나뭇가지들이 잘게 떨렸다.
케일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뭇가지에는 조금도 시선을 두지 않았다.
“어서, 이 나뭇가지들이나 치워.”
-아니, 그, 그-
“어서.”
-아, 그, 네, 네!
달달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 검은 나무가 그 가지들을 치워냈다.
마치 연꽃이 피어나듯이 나뭇가지들이 펼쳐졌고, 케일은 여유로이 그 속을 빠져나왔다.
-인간아! 정말로, 이 검은 나무 구해줄 수 있나? 조종당한 거라고 한다! 불쌍하다!
-저, 그런데, 저, 저를 어떻게 옮겨주실 건가요? 그게 가능할까요?
라온과 가짜 세계수의 목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
“흐.”
케일이 웃었다.
왜냐고?
“…케일 헤니투스-”
엘리스네와 눈이 마주쳤으니까.
-인간… 최고로… 사기꾼 같은 미소다…….
-…저…죄송해요. 제가 뭘 잘못했다면…….
라온과 가짜 세계수의 목소리는 무시했다.
대신 그는 저를 보며 이를 가는 엘리스네에게 검지를 들어 가리켰다.
“뭐야?”
그 행동에 엘리스네의 얼굴이 일그러졌을 때, 케일의 입이 벙긋거렸다.
‘너 말고 네 옆.’
…내 옆?
엘리스네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거친 파도처럼 날뛰며 누군가를 덮치는 것이 보였다.
“크아아악!”
하얀 깃털 뱀이 검은 오러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뱀 위에 떠 있는 바람 말의 발목을 움켜쥐는 이가 있었다.
“…최한!”
씨익.
최한은 엘리스네와 눈이 마주치자, 웃어 보였다. 동시에 그의 검이 한곳을 찔렀다.
푸욱.
바람 말을 타고 있던 노인의 발목을 검은 오러가 관통했다.
“으아악!”
오러가 사라지자 피가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최한은 꿰뚫린 발목을 움켜쥐었다.
“이놈!”
거울을 든 주술사가 동료를 건든 최한을 향해 바람 화살을 날렸다.
수십 개의 바람 화살이 최한에게 달려들 것이고, 최한은 이를 피하기 위해 검을 휘두를 터.
거울 주술사는 그때 깃털 주술사를 구할 작정이었다.
“전하. 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거울 주술사는 엘리스네 앞에 서며, 최한의 공격을 막고자 했다.
사사사-
화살들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크큭.”
비열한 웃음소리에 최한은 고개를 들었다. 그가 움켜쥔 발목의 주인이 고통 속에서 웃었다.
“크큭. 멍청한 놈! 고작 내 발목 하나 잡는 것으로 다 해결될 줄 알았느냐?”
수십 개의 바람 화살을 어찌 막을 것인가.
더욱이 바람 화살만 최한을 노리는 것이 아니었다.
주술사는 제 발목을 포기함과 동시에 깃털을 사방에 뿌렸다.
“죽어라!”
깃털이 바람 화살과 함께 최한에게로 쏟아졌다. 사방에서, 피할 틈 없이 그를 향해 날카로운 공격들이 쏟아졌다.
깃털 주술사는 웃음을 터트리며 바람 말 다리와 제 발목을 움켜쥐고서 매달려 있는 최한을 향해 소리쳤다.
“곧 꼬챙이가 될 것이다!”
그 순간, 최한의 입이 열렸다.
“되든 말든.”
“뭐?”
깃털 주술사는 순간 자신이 제대로 들었나 싶었다.
‘방금, 자신이 꼬챙이가 되든 말든 상관없다고 한 건가?’
주술사는 방금 최한이 한 말의 의미를 저도 모르게 되새겼다.
그때였다.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
바람 화살도, 깃털도 최한에게 쏟아지지 않았다. 조용했다.
주술사는 최한에게서 시선을 떼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십 개의 깃털과 바람 화살. 그것들을 움켜쥔 수십 개의 가느다란 검은 선.
주술사의 시선이 움직였고, 이내 검은 해골 몬스터 어깨 위로 검은 로브가 보였다.
“저 네크로맨서가……!”
“지금 시선을 돌릴 때인가?”
주술사는 흠칫 몸을 떨었다.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발목을 붙잡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깃털 주술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피해!”
거울 주술사가 외쳤지만 이미 깃털 주술사는 제 어깨를 꿰뚫은 검을 볼 수 있었다.
“커억… 억!”
“둘.”
최한의 말과 함께 깃털 주술사는 바람 말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향했다.
“…이놈!”
거울 주술사가 곧바로 최한이 자리한 바람 말을 없애버렸다. 하지만 어느새 검은 선이 다가와 최한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었다.
엘리스네가 그런 최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공중에 오른 것이지? 다시 환각에 걸리고 싶나 보구나!”
이미 최한은 엘리스네와 같은 위치에 도달해 있었다.
다른 이들은 감히 환각이 무서워 올라오지 못하고 있건만, 최한은 거리낌이 없었다. 엘리스네는 그 모습을 비웃으며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이것은 저번의 환각과 차원이 다르다! 네가 한 번 벗어났다고 자신만만한-”
순간,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우우우웅-
힘이 뭉쳐들며 공기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스네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이게 무슨-”
검은 나무 위로 마나가 모여들고 있었다.
아주 빠르게, 뭉쳐든 마나는 검은 빛깔을 띠었고 언제라도 폭발할 것처럼 일렁였다.
“…하. 결국 검은 세계수를 없앨 작정인가 보군.”
그 말과 함께 엘리스네는 어깨가 다친 팔을 들어 올렸다. 고통스러웠지만, 피는 어느 정도 멈춰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마나가 뭉쳐드는 나무 아래의 남자, 케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겠어.”
멍!
순간 복슬이가 짖었다. 폐위된 왕녀 조피스는 저도 모르게 해골 몬스터의 호위를 벗어나 복슬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복슬이가 천장을 보며 짖고 있었다. 다른 강아지들도 짖으며 그 곁으로 다가왔다.
조피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빛.”
검고 아득하기만 했던 미로 천장. 그곳에 하얀빛들이 뭉쳐들기 시작했다.
케일에게 내리꽂혔던 그것과 같았다.
이미 미로는 대부분 부서져 평지와 같았다. 그 공간을 모두 덮고 있는 천장 전체가 하얀빛들로 번쩍이며 일렁였다.
“케일 헤니투스. 그 세계수를 부수는 순간, 네 동료들 중 상당수가 환각에 걸려 죽을 거야.”
엘리스네가 다친 팔을 천장으로 들어 올렸다.
우우웅-
하얀빛이 천장을 향해 펼쳐진 손으로 모여들었다.
마치 검은 나무 위의 검은 마나구처럼 하얀빛이 뭉치며 구를 만들었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빛의 부딪침으로 점점 더 그 주위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케일에게 경고했다.
“당장 네 용에게 멈추라고 해.”
분명 저 검은 마나는 케일 헤니투스의 용이 만든 것일 테니까.
“하아.”
케일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엘리스네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 손에 뭉쳐드는 거대한 하얀빛 덩어리도.
다른 이들은 전투를 멈춘 채, 케일과 엘리스네의 대치에 시선을 집중했다.
검은 마나구와 하얀 구.
둘 모두 그 크기가 거대했고, 그 안에 격동하는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저 두 빛의 부딪침으로 이 전투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날 것 같았다.
“…엘리스네의 힘이 이 정도였을 줄이야.”
조피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싸움판에 끼고 싶어도, 주술 실력이 낮아 짐만 되었다.
‘만약 나도 제대로 배웠다면-’
엘리스네가 환각사로서 제대로 성장했듯이 그녀도 제대로 주술사의 힘을 키웠다면.
엘리스네와 맞서는 것은 나였을까?
아니, 나여야 하는데.
조피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눈동자가 간절함을 담아 케일 쪽을 향했다.
저들이 엘리스네와 맞서 싸울 아군이었으니까.
“왜? 이 정도의 힘을 보니, 세계수를 망가뜨리기 무서운가?”
엘리스네가 입꼬리를 올렸다.
왜냐면 케일의 표정은 지쳐있었으니까. 그리고 깊은 고민을 하는지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었다.
“고민은 그만-”
“좀.”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는 머리칼을 헤집으며 답답하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왜 자꾸 나보고 세계수를 없앨 거냐고 묻냐고? 어? 내가 진짜로 없앨 줄 알아?”
케일은 가짜 세계수를 없애거나 두고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뭐?”
엘리스네가 순간 당황해 되물었을 때, 이미 케일의 오른손은 옷깃으로 향해 있었다.
찌지익-!
옷깃에서부터 뜯긴 배지.
헤니투스 공작가를 상징하는 거북이 옆에 붙어있는 사령관을 뜻하는 배지.
씨익.
케일은 웃으며 뒤돌아섰다.
“이건.”
그의 손이 뻗어졌고, 곧바로 검은 나무의 기둥에 닿았다. 케일의 눈빛이 반짝였다.
검은 나무가 밝게 말했다.
-준비되었어요! 저는 사령관님만 믿습니다!
케일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건 내가 가져간다. 흐.”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좋습니다! 사령관님만,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어요!
케일은 가짜 세계수의 열띤 음성을 외면하며 엘리스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으니까.’
김록수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 환각 덕분에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흐.”
자꾸 웃음이 나왔다.
검은 나뭇가지가 움찔했다.
가짜 세계수는 케일이 좋은 사람 같긴 같은데, 웃는 게 꼭 어디 뱀파이어들이 먹잇감을 발견하고 사악하게 웃는 것과 같아 보였다.
-어? 어?
하지만 검은 나무는 더 이상 케일의 웃음을 생각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무는 저를 감싸는 힘을 느꼈다.
보듬어 안는 것 같기도 했고,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엄격한 힘 같기도 했다.
그러나 가짜 세계수는 깨달았다.
‘…나갈 수 있어!’
여길 나갈 수 있어!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 설마! 이게 무슨 짓이야!”
엘리스네의 목소리였다.
케일은 제 심장에서부터 퍼져 나오는 힘을 살짝 이끌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케일이 더 이상 이끌 필요 없이 그 힘은 알아서 케일의 손에 닿은 나무에게로 향했다.
유형의 물체든 무형의 힘이든. 무엇이든 담아내 특정한 곳에 저장시킬 수 있는 능력.
이수혁의 힘이자, 이제는 케일에게 이어진 힘.
포용.
“안 돼-!”
검은 나무가 희미해지며 사라져갔다.
엘리스네는 그 광경에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며 하얀 구를 케일을 향해 쏘아 보냈다.
“내가 그렇게 둘 것 같아!”
우우우우-
하얀 구가 케일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겨누며 날아갔다.
세계수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했으니까.
그때였다.
하얀 구가 엘리스네의 손을 벗어난 순간.
“기다렸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스네는 시선을 돌렸다.
사아아아-
그 순간, 희미해져 가는 나무 위의 검은 구가 펼쳐졌다. 그 마나구는 공격용이 아니었다.
방어용이었다.
검은 구는 마치 방패와도 같은 실드로 변해 케일을 감쌌다.
“공자님. 맡기세요.”
“저희도 돕겠습니다. 이건 힘을 다 합치면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죽은 마나를 많이 흡수해 힘이 넘친답니다.”
바람 정령의 말을 들은 정령들이 타샤와 지트를 포함한 다크엘프와 엘프들을 이끌고 왔다. 엘프와 다크엘프들은 일제히 각기 정령을 이용해 방어막을 만들어 검은 실드를 감싸 그 안의 케일을 보호했다.
하지만 엘리스네는 그런 광경을 볼 틈이 없었다.
신이 난 어린아이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
그곳은 엘리스네가 모든 힘을 끌어모아 더 이상 하얀빛이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천장이었다.
“아.”
엘리스네는 탄식을 흘렸다.
하얀빛이 사라지고 환각의 영역이 없어지자, 나타난 평범한 미로의 천장은 더 이상 무서운 공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환각이 사라진 천장을 기다린 이가 있었다.
어린 용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앞발에 들린 것을 쏘아 보냈다.
케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검은 실드처럼 막대한 마나가 필요치 않았다.
그저 아주 작게 뭉치고 뭉친 마나면 되었다.
화살처럼 뭉친 마나가 라온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 한곳과 부딪쳤다.
“빌어먹을-!”
엘리스네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콰직.
마나 화살에 부딪친 천장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때론 작은 흠집이 커다란 틈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하물며 적은 마나라도 용의 힘과 컨트롤이었다.
쿠구구구-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천장에 구멍이 생겨나고 있었다.
바깥의 태양 빛이 미로 안으로 스며들었다.
미로의 천장이, 환각의 하늘이 무너지고 스며든 진짜 자연의 빛이었다.
엘리스네는 그 빛을 마주하자,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왔다.
그때였다.
“나도 기다려왔지.”
속삭임이 들렸다.
“커헉!”
그리고 거울 주술사가 비명을 흘리며 땅으로 추락했다.
그 때문에 거울 주술사가 부리던 바람 말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엘리스네를 태우던 말도 사라졌다.
그녀는 내려설 미로 벽이 없었다.
그저 땅으로 추락하는 것밖에 없었다.
“크윽!”
하지만 순간 바람 말이 사라져 몸이 기울어지던 그녀의 목을 움켜쥔 이가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추락하지 않았다.
검은 실에 묶인 검은 옷차림의 남자.
론 몰란이 엘리스네를 보며 웃었다.
“우리 도련님에게 두려움을 보여주다니. 그러면 안 되지.”
“커헉.”
엘리스네는 순간 숨이 막혀왔다.
‘언제?’
언제 이렇게 다가왔지?
기척을 못 느꼈는데?
그녀는 론의 웃는 눈꼬리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봤다.
하지만 론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메리의 검은 선으로 공중에 떠 있던 다른 이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나머지 두 명은 내가 처리했군.”
“…별로군요.”
최한이 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세 번째와 네 번째를 론에게 빼앗겼다.
역시 론의 움직임은 은밀했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야. 자네가 날뛰어줘서 그래.”
론은 인자하게 웃었고, 최한의 표정은 떨떠름해져 갔다.
그러나 곧 두 사람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하얀 구가 목표물과 부딪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케일은 하얀 구가 검은 실드와 정령의 보호막을 덮치며 폭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시야가 하얗게 변해갔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미로 탈출이네.”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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