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30
529화.
이 뱀파이어가 여길 왜 와?
케일은 황당했다.
초대할 때는 언제고, 또 자신이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서 이리 찾아왔단 말인가?
푸드득.
검은 새는 케일이 놀라거나 말거나 살짝 날아오르더니, 다른 곳으로 향했다.
투둑.
새가 내려앉은 곳은 알베르 크로스만의 침대였다.
촤악!
검은 새는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흑빛 날개를 쫘악 펼치더니, 우아한 몸짓으로.
“알베르 크로스만 저하.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를 했다.
“엔더블 왕국의 공작 프레도 본 이젤른입니다. 현재 두 대륙의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있지요.”
호오.
알베르는 작게 감탄하며 검은 새를 향해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나도 만나서 반갑소.”
타국의 공작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 어느 정도 말을 높여주는 알베르였다. 그 모습에 검은 새의 눈이 살짝 휘었다.
“언젠가 한번 저하를 뵙길 원했는데, 이리 갑자기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아니오. 그럴 수도 있지.”
“저하께서는 듣던 대로 현명하시고 영민하시군요.”
“하하하! 프레도 공작이야말로 상당히 총명해 보이오.”
얼씨구?
케일은 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검은 새와 알베르를 기가 찬 얼굴로 쳐다봤다.
알베르는 그런 케일의 눈초리를 보곤 입을 열었다.
“아우는 프레도 공작과 같은 이런 멋진 예법을 배울 생각 없나?”
뭔 헛소리야?
케일은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백수가 될 예정이라, 예법을 배워도 쓸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아.”
알베르가 탄식을 내뱉었다.
순간 케일은 저를 상당히 불쌍하게 바라보는 알베르의 눈동자에 의아했다.
‘…왜 저리 보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기분이 찝찝해지게 만드는 눈빛이라 케일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알베르를 쳐다봤다.
그에 알베르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프레도 공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듣기로는 프레도 공작이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소?”
씨익.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언제 화기애애했냐는 듯 프레도 공작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탐색을 하는 듯한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검은 새는 살짝 감탄을 흘렸다.
“호오. 제 소식을 아시는군요.”
휙.
검은 새의 고개가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를 바라보는 검은 새의 안광이 번뜩였다.
“어떻게 저하께서 아셨는지 상당히 궁금하군요. 나름 저의 몸 상태에 대한 것은 비밀인데.”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검은 새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다물었다.
‘바람 정령 덕에 알았다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잖아?’
아군도 아닌데,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알아챈 듯 프레도 공작도 더 묻지 않았다.
푸드득.
그는 날갯짓을 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저하. 괜찮으시다면 케일 헤니투스 공자와 긴히 이야기를 나누고 와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편한 대로 하시오.”
“감사합니다, 저하. 가기 전에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알겠소.”
케일은 새와 왕세자 둘이서 하는 것을 삐딱한 자세로 지켜보며 생각했다.
‘아주 죽이 척척 맞네.’
케일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서 프레도 공작과 누구보다도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케일 자신이었으니까.
그와의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번거롭게 찾아가지 않아도 되어 더 좋았다.
“내 침실로 가서 얘기를 하도록 하지.”
응접실이나 집무실에서 이야기를 하기엔, 이곳은 스텐 영주성이었다.
“좋네.”
프레도 공작은 흔쾌히 케일을 따라나섰다.
…최한 어깨에 내려앉으며.
‘저게 뭐 하는 짓거리야?’
케일이 최한의 어깨에 우아하게 내려선 프레도 공작을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프레도 공작은 발로 최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 확실히 이 어깨가 가장 단단해서 편하군. 적당해.”
케일은 상당히 당황해서 흔들리는 최한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프레도 공작은 또다시 발로 최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최한. 자네가 나를 모시게.”
그 순간 케일은 보았다.
‘뭐야, 이 새끼는?’
말 없는 최한의 눈동자에서 나타나는 욕을 보았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최한에게서 멀어지며 얼른 침실 문으로 향했다.
-인간아!
라온은 어느새 투명화한 채 케일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저 겁 없는 뱀파이어는 의식 불명이라고 속여 놓고 저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그러게 말이다.
케일은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알베르에게 대충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인간! 절대로 죽음의 신이랑 친해지면 안 된다! 죽음의 신은 음흉해 보인다! 걱정 마라! 신이라도 내가 가만 안 둔다!
아차.
죽음의 신이 있었지.
케일은 갑작스러운 프레도 공작의 등장으로 죽음의 신 문제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달칵.
케일은 문고리를 돌리며 문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알베르의 침실 근처를 호위하고 있는 왕궁 기사들이 몇 명 있었다. 케일은 그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자님!”
그때,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검은 새를 어깨에 얹은 채 걸어 나오는 최한 뒤로 케이지가 나오며 케일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케일 곁에 서더니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공자님. 확실히 거절하시는 걸로 알고 있으면 되겠지요?”
케일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답했다.
“네.”
한 방 먹이면 먹였지, 죽음의 신 뜻대로 움직이고 싶진 않았다.
그의 대답에 케이지는 잠시 깜박깜박 두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흐음. 들어먹을까 모르겠네. 끈질긴 신인데. 앞뒤가 꽉 막혀서 영 말이 안 통하는 상대란 말이지.”
케일의 몸이 멈칫했다.
그때, 혼잣말을 하던 케이지의 시선이 천천히 케일의 얼굴로 향했고, 그를 살폈다.
씨익. 그녀는 미소를 그렸다.
“제가 뭔 수를 내보죠.”
-인간아! 케이지가 왕세자랑 인간이 사기 칠 때처럼 웃는다! 아니, 더 무섭게 웃는다!
그러나 그 미소는 이내 그녀 특유의 호탕한 미소로 변했고, 그녀는 케일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럼 나중에 봬요.”
“…그러죠.”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케이지를 바라보던 케일은 왠지 모를 찜찜함에 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케이지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자신의 침실로 거침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죽음의 신까지… 귀찮게 되었어.’
그의 표정은 자신의 상황을 생각할수록 답답해져 오는 마음만큼 일그러지고 굳어져 갔다.
투명화한 라온과 최한. 그리고 최한 어깨 위의 프레도 공작은 그런 케일의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랐다.
이내 케일 일행은 알베르 침실 근처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들이 많았다.
“…표정이 너무 살벌한데?”
복도에 있던 기사 한 명이 툭 내뱉은 말이 공간을 채웠다.
힐끗힐끗.
왕세자 침실을 호위하던 기사들은 근엄하고 엄숙한 표정을 잠시 걷어내고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상한데.’
‘표정이… 아주 심각했어.’
어찌 되었든 전투는 끝이 났다.
그런데 그 전투를 끝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일 헤니투스가 힘없는 얼굴로 왕세자 침실에 들어갔다가 이제는 아주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침실을 벗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그 걸음은 거침이 없었고 비장해 보였다.
절로 불안한 기운이 기사들 사이에 감돌았다.
그들은 왕세자를 호위하는 사람인 동시에 이 왕국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기사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나 큰일이 벌어질 것에 대한 걱정이 존재했다.
마침 기사 단장도 잠시 자리를 비운 터라, 기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케일 공자님께…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선배 기사는 헛기침을 하며 슬쩍 말을 얹었다.
“그러게. 쉬지도 못하시고 늘 저렇게 바쁘게… 로운을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
가장 조용하고 미동이 없던 기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로운이 아니라 어쩌면 이 세상을 위해서일 수도 있지. 조금 전에 자네도 보지 않았나?”
가장 조용하던 이가 말을 꺼내자, 기사들의 시선이 절로 그에게 향했다.
과묵한 만큼, 생각이 깊은 이였으니까.
“무얼 봐?”
“케일 공자님이 다른 한 분과 대화 나누시던 것 말이야.”
조금 전까지 케일과 귓속말을 나누던 사람을 떠올렸다.
“…신관복을 입은 분 말인가?”
“그래.”
“그분은-, 스텐 영주님 친우분 아니신가?”
그렇기에 신분이 확실하다 생각해 따로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던 기사들이었다.
“그게 다가 아냐.”
“무슨 말인가?”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음?”
과묵하다고 알려진 기사와 대화를 나누던 기사는 제일 처음 말을 꺼냈던 후배 기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힐끗힐끗.
후배 기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복도에는 기사 동료들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긴 왕궁이 아닌 스텐 영주성이니 더욱더 조심해야 했다.
“아까 여자분이 스텐 영주님의 절친한 친우이시기도 하지만.”
꿀꺽.
그는 침을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파문당한 죽음의 신 신관입니다.”
순간 그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기사들까지 반응했다.
“파문?”
“죽음의 신?”
신관이 파문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극히 드문 일이었다.
“네. 죽음의 신 교단에서 파문당하신 분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했다.
후배 기사는 스텐 영주성에 머무는 친우 기사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분은 파문당했지만, 죽음의 신 교단에서 함부로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들리는 말로는, 죽음의 신께서 신관들에게 건네주는 힘인 죽음의 맹세 같은 것을 그 파문당한 신관님도 아직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럴 수가 있나?”
“그러니까요.”
힐끔힐끔.
주위를 한 번 더 살핀 기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교단에서 함부로 그 신관님을 못 건드는 것도 아직 신께서 저 신관님을 자신의 아이라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분이 케일 공자님을 황급히 찾았고. 케일 공자님과 긴밀히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때, 과묵하다고 알려졌던 이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도 하얀 별 그 악독한 놈이 케일 공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에 말이야.”
파문당했지만, 여전히 신의 아이로 남은 신관.
그 신관이 다급히 케일을 찾았고 조금 전까지 긴밀히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화를 하고 난 후,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데 그전에 하얀 별은 케일이 신의 뜻을 이어받은 자라고 하였다.
물론 하얀 별은 그 신이 누구인지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케일이 신의 대리자라고 진실로 여기고 있었다.
케일 공자는 이를 부정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사들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가정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설마?”
기사는 과묵한 기사를 바라봤다. 기사들의 시선을 받은 그는 자세를 바로 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다만 내 추측을 얘기했을 뿐이네.”
그러곤 그는 입을 다시 다물었다.
다들 입을 다물었다.
왠지 알아선 안 되는 거대한 진실을 깨달은 기분이었다.
침묵이 복도에 내려앉았다.
***
케일은 제 침실 문을 닫으며 방 중앙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지?”
푸드득.
최한 어깨에서 우아하게 날갯짓을 시작한 검은 새는 케일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새의 부리가 열렸다.
“벗이여, 나와 함께 엔더블 왕국으로 가야 할 것 같구나.”
…내가 언제부터 네 친구니?
케일은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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