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7
576화.
박진태는 케일의 표정을 보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거, 표정 한번 살벌하네.”
“흐음.”
흠칫.
박진태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암흑 호랑이가 박진태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어보였다.
‘제길. 더럽게 살벌하네.’
괴물이 웃어줘 봤자, 하나도 좋지 않았다.
박진태는 얼굴을 구기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였다.
“여기다.”
케일이 걸음을 멈췄다.
박진태는 고개를 들었다.
매일 밤.
한국 곳곳을 밝히던 네온사인 불빛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괴물과의 사투에 지쳐가는 중에도.
밤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 별빛 사이로 건물이 하나 보였다.
“여기서부터 시작합니까?”
케일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주호식이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그를 본 박진태의 얼굴이 구겨졌다.
‘참. 패션 센스가 대단한 사람이야.’
흰 셔츠, 하얀 바지, 하얀 구두.
그리고 마지막 방점으로 곳곳에 묻은 괴물들의 피까지.
‘미친놈.’
김록수와는 다른 의미로 미친놈이었다.
“네.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흐음. 과연.”
주호식은 건물을 올려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과연 여기서부터 믿음이 시작되는군요.”
박진태의 얼굴이 구겨졌다.
“맞습니다. 믿음의 시작이지요.”
그리고 담담하게 답하는 케일의 모습에 더 얼굴이 구겨졌다.
주호식은 가만히 케일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믿음을 아십니까?”
케일은 주호식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채수정에게 손짓하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
“믿음이 별것 있습니까. 나를 믿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
순간 주호식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역시 예지라는 위대한 힘을 지니신 분의 마인드는 남다르군요. 그런 믿음을 저도 배우-”
“아저씨. 시끄러워요.”
무표정한 얼굴의 채수정이 주호식과 케일 사이에 섰다.
그녀의 등에는 그녀의 덩치보다 더 큰 지게가 하나 짊어져 있었다.
그녀는 누구도 자신의 지게에 손대지 못 하게 했다.
“시끄럽다니, 믿음이라는 놀라운-”
“사이비 사절.”
채수정은 가볍게 주호식을 무시하고 케일을 바라봤다.
달칵.
케일은 무전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파앗.
곧 무전기에 밝은 빛이 감돌았을 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작전 시작점 도달. 마지막 정리 차원에서 작전 개요를 한 번 더 설명한다.”
모두 숨죽인 채 케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작전의 시작은 간단했다.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밤에 2, 3등급이 날뛸 때. 1등급 괴물들은 어디 있지?’
내일, 마지막 고비로 1등급 괴물들이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놈들이 밤에는 어디 있지?’
그 답은 후일 문건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그 때문에 중심 쉘터가 기능을 잃은 이날 밤. 중심 쉘터에서 벗어나 도심 곳곳으로 숨어든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 위치. 박진태 중심 쉘터 1등급 괴물과 2, 3등급 괴물 사이.”
그리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이곳을 시작으로 하여.”
케일은 현재 2, 3등급이 중심 쉘터를 공격하는 땅과 1등급 괴물들이 내일 사냥을 위해 침묵하며 뭉쳐있는 땅. 그 사이에서.
“독 안에 든 쥐 작전을 실시한다.”
양쪽을 모두 끝장낼 작정이었다.
치직.
무전기 가까이에서 입을 뗀 케일은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24시간.
새로운 중심 쉘터가 나타날 때까지 버텨야 할 시간.
“너무 길어.”
자고로.
사람이 먹고 자고 쉴 시간은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형님. 나중에 보죠.”
“그래, 동생아.”
케일은 알베르와 인사를 나눴고, 암흑 호랑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를 제외한 네 사람이 건물 옥상에 자리했다.
케일을 따라 올라온 이들은 케일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첫 번째. 박진태가 리더로 있는 쉘터가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그곳은 밝았다.
옥상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일이 부탁하여 피운 불길이었다.
그래서 잘 보였다.
쉘터를 향해 덤벼드는 2, 3등급 괴물들이.
“끔찍할 정도로 많군.”
박진태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가운데.
“시작하죠.”
케일이 하늘을 가리켰다.
박진태의 손에 들린 총이 하늘을 겨눴다.
“쏴.”
케일의 명이 들린 순간, 박진태의 손은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
콰아앙!
옥상 위에 있던 김민준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불길을 보았다.
옆에 있던 이성원이 외쳤다.
“시작입니다!”
치지직.
김민준의 무전기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들리십니까?”
-들립니다.
-잘 들리는구나.
배철호, 김씨 할머니의 긴장감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연결이 온전함을 확인한 김민준은 정면을 바라봤다.
그의 손아귀에 절로 땀이 맺혔다. 긴장감이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성공할 수 있을까.’
역공이라니.
우리가 반격을 한다니.
김민준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불신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 멀리 불길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크아아아아!”
흉폭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광기에 가득 차 있던 괴물들이 본능적인 겁을 집어먹고 물러서는 그 길을 훌쩍 뛰어넘어와 한 사람 옆에 자리했다.
최한은 제 옆에 선 암흑 호랑이에게 말했다.
“왔습니까?”
“그래.”
그리고 암흑 호랑이가 등장한 순간, 김민준은 외쳤다.
“시작하십시오!”
두 번째 중심 쉘터의 배철호는 곧바로 창밖의 강철 매를 향해 외쳤다.
“지금입니다!”
세 번째 쉘터의 김씨 할머니가 흰 토끼를 향해 말했다.
“지금이오!”
강철 깃털 매가 건물 앞에 내려섰다.
거대한 흰 토끼가 건물 정문 앞으로 이동해 장만수의 방패 앞에 섰다.
알베르가 최한의 앞에 섰다.
각 중심 쉘터 앞에 선 알베르와 두 우두머리 1등급 괴물은 케일의 말을 떠올렸다.
‘2, 3등급 괴물들이 광기로 가득 차 있다고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맛보기 우두머리 괴물을 두려워합니다.’
극심하거나 혹은 상당하게.
‘초반에는 적당하게 상대해주세요.’
강철 매와 흰 토끼는 일반적인 1등급 괴물이 아니었다.
후에 1등급과 2등급 사이에 등장할 1.5등급 맛보기 괴물들과 달리, 이들은 1등급보다 1.5배 강한 괴물들이었다.
거기다가 의사소통까지 가능해, 그들은 ‘특별한’ 존재로 ‘기록’에 남았다.
비록 케일이 미래에 알고 있던 기록 속 ‘통솔 능력’에 대한 추측은 틀렸다고 하더라도. 이 맛보기 우두머리 괴물들은 2, 3등급 괴물들에게 공포였다.
그렇기에 광기에 가득 찼다고 해도, 고작 2, 3등급의 괴물을 한 번에 2, 3마리 상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쉬운 일이었다.
그들은 케일의 말대로 초반에 적당하게 상대했다.
‘그리고 제가 신호를 보낸 순간.’
강철 매의 깃털들이 마치 바늘처럼 솟아나기 시작했다.
흰 토끼의 붉은 눈동자에 음울한 빛이 스며들며 흰털이 가시처럼 돋아났다.
케일이 말한 것.
‘그들의 본능에 새겨진 공포를 깨우쳐 주십시오.’
2, 3등급 괴물들을 향해 우두머리 괴물들이 그들의 힘을 여지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철 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밤을 진동했다.
흰 토끼도 마찬가지였다.
투기를 드러내며 외치는 그 소리에 2, 3등급 괴물들이 멈칫했다.
광기도 본능은 이길 수 없는 법이었다.
“안 하십니까?”
“그래, 한다 해. 어휴.”
암흑 호랑이의 울부짖음에도 괴물들은 마찬가지로 각인된 공포를 느껴야 했다.
“크르르, 크르.”
“끄으으.”
“끼잉.”
주춤. 주춤.
2, 3등급. 특히 3등급 괴물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인간들을 죽이려 들던 그 맹수들은 더 큰 맹수의 존재에 움츠러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물러서는 사냥감을 맹수는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강철 매의 날개에서 수백여 개의 날카로운 깃털이 쏘아져 나오며 괴물들을 덮쳤다.
“커허헉!”
“크윽!”
흰 토끼도 마찬가지였다.
“커억! 컥!”
“즐거운 소리구나.”
쿠웅!
흰 토끼의 두 앞발에 한꺼번에 찢긴 괴물들의 시체가 땅에 떨어졌다.
“끄으으!”
괴물들이 더욱더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광기에 가득 찼기에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이때.
괴물들은 아군의 숫자는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우두머리 괴물의 존재만을 본능적으로 알았을 뿐이었다.
3등급 괴물 한 마리가 주춤주춤 물러서다 결국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그래, 도망가라! 안 그러면 내가 죽여주마!”
끼이이이-!
강철 매가 웃으며 괴물들의 본능 속 공포를 자극하는 거대한 울음소리를 터트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2, 3등급 괴물들이 하나둘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 곳 모두 같았다.
“하, 하하-”
배철호가 그 광경에 허탈한 듯 웃음을 흘렸다.
“저놈들이 도망을 가는 것도 아나 보네.”
아무리 맛보기 우두머리 괴물이 강하다고 할지라도, 저희들의 숫자가 많음에도 그걸 파악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2, 3등급 괴물들.
그 숫자는 점점 더 많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 들던 놈들의 그 모습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우두머리 괴물들과 함께하면, 이 밤이 이리 쉬울 일이었어.”
그 사실이 허탈했다.
그때, 제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방법을 아니 쉽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하정도 배철호와 비슷한 생각을 순간 했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배철호의 시선이 제하정에게로 향했다.
제하정은 다른 점에서 놀라고 있었다.
“그 우두머리 괴물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우두머리 괴물들은 인간과 대화를 계속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을 빼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괴물의 습성과 전투 양상을 모두 예지해야 가능한 일 아닙니까?”
제하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이 모든 일이 벌어질 것을 마치 기록처럼 다 알고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누가 우두머리 괴물을 한편으로 끌어들이겠는가?
괴물의 이런 습성을 그 누가 알겠는가?
배철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모르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알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
그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것을 아는 자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
“기적이지.”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배철호와 제하정, 그 주변 사람들은 묘한 공감대에 둘러싸여 서로를 바라봤다.
“삼촌!”
그때 배푸름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침묵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아!
콰아앙!
저 멀리 연달아 폭발음이 들려왔다.
배철호는 황급히 창문으로 향했다.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김록수가 말한 그 불길이었다.
그런데.
“…말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것 같은데?”
왠지 김록수가 말했던 것과 달리 불길이 더욱더 거세 보였다.
“삼촌도 그 생각했어요? 나도 그 생각했는데.”
배푸름의 반응에 배철호는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케일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니, 박진태, 채수정 모두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다.
“…미친!”
박진태는 기가 찬 얼굴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다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호식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활활 타오르는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믿음의 힘이 강하군요.”
“하!”
박진태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혀 그냥 웃었다.
조금 전 박진태와 채수정, 케일 세 사람이 불과 관련된 힘을 썼다.
그때 주호식의 능력이 사용되었다.
이상한 힘이었다.
그저 박진태가 능력을 사용하는 순간, 마치 디딤대가 생긴 것처럼 그의 힘을 미지의 힘이 증폭시켜 주었다.
“분명… 조금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했는데?”
5의 폭발력을 7 정도로 만든다고 하였다.
그 순간, 채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그쪽이랑 나는 조금만 증폭되었잖아.”
5의 폭발력을 7 정도로 상승시켰다.
채수정은 손에 들린 화염병을 꽉 쥔 채 한 사람을 바라봤다.
“…한 사람만 너무 심하게 증폭되어서 그렇지.”
케일은 타오르는 건물을 바라봤다.
콰아아! 콰앙!
사람이 없는 건물들은 끊임없이 폭발하며 주변으로 불길을 퍼뜨렸다.
케일은 제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주호식을 바라봤다.
케일은 파괴하는 불을 현재 원래보다 절반도 못 미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절반에 못 미치는 힘도 다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오늘 바람도, 물도 사용해야 했으니까.
앞으로 사용할 힘도 많았으니까.
쓰러지면 안 되니까.
적당히 힘을 썼다.
그런데 그 힘이.
“…세 배.”
세 배 정도 증폭되었다.
주호식의 저 믿음이라는 능력에.
‘고대의 힘에도 영향을 준다고? 저 믿음이라는 능력이?’
케일의 시선이 주호식에게로 향했다.
주호식의 입이 열렸다.
“바람을 쓴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케일은 바람을 일으켰다.
아주 작은 힘이었다.
하지만 주호식의 손이 케일이 있는 쪽으로 향한 순간.
휘이이잉-
그 힘은 증폭되었다.
케일은 그 바람을 불길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불이 바람 방향을 따라, 케일의 뜻에 따라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고 괴물들을 향했다.
케일의 시선이 주호식에게로 향했다.
주호식의 입이 열렸다.
“당신은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곤 다른 건물들을 가리켰다.
정확히 일행들이 앞으로 불태울, 생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 건물들이었다.
“안 합니까?”
케일은 그 말에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주호식의 힘이 어찌하여 고대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했다.
‘이득이다.’
우리에게 더 이득이었다.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여도 되겠어.’
케일은 계획을 조금 더 적을 압박하는 쪽으로 서서히 수정시켜나갔다. 자신이 조금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지 모르겠으나, 주호식이 등장한 이상 그게 더 확실한 방법이었다.
케일은 채수정, 박진태, 주호식을 보며 말했다.
“…세 중심 쉘터를 중심으로 하여 도망치는 괴물들의 길목에 불을 붙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뒷말이었다.
“단, 1등급 괴물들이 머무르는 세 곳은 제외합니다.”
도망갈 곳이 없어진 2, 3등급 괴물들은 뒤에서 쫓아오는 우두머리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피해 불이 없는 쪽으로 갈 것이다.
살고 싶다는 본능에.
그리고 그 본능에 따른 움직임의 끝에는.
“도망치던 2, 3등급 괴물들은 1등급 괴물들의 휴식처를 덮치겠지요.”
과연 1등급 괴물들은 공격 규칙을 어기고 달려오는 2, 3등급 괴물들을 어떻게 맞이할까?
케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굳이 우리가 다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휘이이이–
케일 손에서 뻗어져 나온 바람이 네 사람을 감쌌다.
“그리고 1등급 괴물들도 한 곳으로 몰죠.”
1등급, 광기에 가득 차 1등급 괴물도 눈에 보이지 않을 2, 3등급.
혼돈으로 가득 찰 거대한 공간.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빠르게 불을 내거나, 빠르게 건물을 무너뜨립니다.”
케일의 바람을 타고서 네 사람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길목은 괴물들이 도망칠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들이었다.
네 사람이 지나간 곳은 화염과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괴물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미친! 진짜, 이건 미쳤다고!”
박진태는 그 불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건물과 건물을 오가는 그에게 채수정이 스쳐 지나가며 화염병을 투척했다.
콰아아앙!
또 한 번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쓸데없는 중얼거림 그만하고, 일하세요.”
“큭. 난 일도 잘하거든?”
박진태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국대 출신 사격수의 손에서 쏟아진 불길은 평소보다 더 화려하게 타오르며 과녁을 적중했다.
콰아앙!
불길이 계속해서 치솟아 올랐다.
그럴수록 멀리에서 그 불길들이 더 잘 보였다.
마치 중심 쉘터 세 곳을 덮칠 듯 거대한 원형을 그리며 다가오는 불길이었으니까.
그러나 중심 쉘터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 불길은 우리에게 닿지 않을 것임을.
하지만 그 화려한 불길은 너무나도 선명해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배철호는 그 광경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 하하-”
그저 웃음이 나왔다.
강철 매를 피해 도망가는 2, 3등급 괴물들.
그들의 앞에는 마치 해일처럼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앞뒤.
모두가 막힌 괴물들의 모습을 보는 와중에 배철호는 유독 너무나도 길었던 오늘 하루가 떠올랐다.
죽음을 오가는 순간이 많아, 더욱더 길었던 하루였다.
꽈악.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 24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제하정. 문 열어.”
“네. 형님.”
끼이익.
중심 쉘터의 문이 열렸다.
“가자.”
“네, 삼촌.”
세 중심 쉘터.
이곳을 지킬 인원을 제외하고 남은 이들이 쉘터 밖으로 나왔다.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김민준의 목소리가 쉘터 밖으로 나온 사람들에게 닿았다.
-공격.
이제는 우리가 도망가는 적들의 뒤를 칠 차례였다.
괴물을 피해 도망쳤던 인간들은 이제 없었다.
조금 더 미래. 김록수 기억 속의 인간들이 그러했듯.
도망 다니고 숨어다니던 인간들은 결국 다시 자신의 집을, 터전을 되찾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선봉은.
“저하. 더 몰아붙이시죠.”
“알고 있다. 잔소리 좀 그만해라. 좀.”
최한이었다.
케일이 말했던 대로. 오늘 밤 가장 많이 싸울 사람.
중심 쉘터 한 곳을 맡아 2, 3등급 괴물들을 막아내던 그는 이제.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곧 따라가지.”
1등급 괴물들의 휴식처를 부수러 갈 예정이다.
그곳에서 케일과 함께 해가 뜨기 전까지.
쉬지 않고 싸울 것이다.
‘최한.’
‘네, 록수 형.’
‘새 중심 쉘터에 사람들 데려다주고 나면. 최정수 보러 간다.’
‘…그렇습니까?’
‘어. 최한.’
‘네.’
‘너 제자 한 명 더 들일 생각 없냐? 최정수라는 놈인데. 검을 썩 잘 써.’
최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도망가는 괴물들을 지나, 건물 옥상을 넘나들며 빠르게 이동한 최한의 눈동자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케일이 담겼다.
“조금 늦었어.”
“죄송합니다, 록수 형.”
케일은 최한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곤, 불길이 닿지 않은 곳을 바라봤다.
불길은 없었으나, 불빛이 닿아 어둠 속 광경은 식별되었다.
“크르르.”
“크으.”
타의로 휴식이 끝나버린 1등급 괴물들이 케일과 최한을 향해 날을 세웠다.
2, 3등급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한 존재들이 수없이 많이 모인 채 하나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최한의 검 끝에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언제라도 흑룡으로 변할 듯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케일의 온몸을 휘감고 붉은 전류가 치솟아 올랐다.
“가지.”
“네.”
두 사람이 함께 1등급 괴물들의 땅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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