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09
708화.
알베르는 안 그래도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국왕에게 이 일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이 건은 내가 맡고 싶다.’
케일. 그자에 대한 정보를 자신이 찾은 이상, 그 끝도 자신이 보고 싶은 알베르였다. 그러나 국왕의 손에 정보가 들어간다면 알베르에게 더 이상 관여할 자리가 없어질지도 몰랐다.
‘잘, 잘 말해야 한다.’
알베르는 지친 몸을 애써 무시하며 그가 해야 할 말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몸은 점점 문으로 향했다.
그 순간.
똑똑똑.
이른 새벽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으로 시종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저하, 스텐 후작가의 장남이 찾아왔습니다.”
음?
알베르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스텐 후작가?
알베르와는 정적이나 다름없는 가문이었다. 아니, 대부분의 귀족들이 알베르가 아닌 다른 왕자들을 후계자로 밀고 있으니, 알베르로서는 대부분의 귀족들을 경계해야 했다.
게다가 스텐의 장남이라면 테일러 스텐, 버려진 장남이 아니었던가?
하반신이 마비되어 분명 후계자 위에서 밀려난 자라고 알고 있었다.
“…그자가 왜?”
그것도 이렇게 사람이 없는 시간에?
중얼거리는 알베르에게 문밖으로 시종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저하를 꼭 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
순간 알베르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혹시-’
그는 어머니가 그에게 남겨준 일회용 고대의 힘을 떠올렸다. 치유의 별.
‘그 힘을 바라고 온 것인가?’
하지만 내가 그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극소수인데?
누군가 내 정보를 빼돌리는 것인가?
알베르의 표정이 급속도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달칵. 알베르는 무표정한 얼굴을 지우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채 문을 열었다. 당연히 문밖에는 시종뿐이었다. 이렇게 빠른 시간, 테일러 스텐은 당연히 왕궁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고, 왕궁 밖에서 알베르에게 청을 넣은 것일 터.
“혼자 왔는가?”
“아닙니다. 기사의 말로는 죽음의 신 신관 한 분과 치료사로 온 한 분. 총 두 분과 함께 오셨다고 합니다.”
“그래?”
“네. 그, 한 명은 가면을 썼더군요.”
죽음의 신 신관과 치료사라.
뭔가 기이한 조합처럼 느껴졌다. 알베르는 알 수 없는 찜찜함을 삼킨 채, 시종에게 명했다.
“일단 대기하라고 해. 난 아바마마를 뵈러 갔다 올 테니.”
“그, 저하.”
“왜 그러지?”
시종은 긴가민가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테일러 공자가 혹시 저하께서 대기하라고 말씀하시면 한 말씀 올려달라고 하였습니다.”
“무슨 말?”
“그것이-”
시종은 망설이다 말했다.
“툰카를 잡았으니, 거래를 할 자격은 되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게 말씀 올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알베르의 얼굴이 순간 굳어질 뻔하였다. 안 그래도 툰카의 탈출로 인해 그의 일 처리에 대한 여러 말이 나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린 알베르였다.
사방의 귀족들이 그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터라, 툰카의 탈출과 감옥의 붕괴는 좋은 건수였을 것이다.
알베르는 얼른 테일러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도 대기하라고 일러둬.”
하지만 그는 현 상황을 국왕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것이 로운 왕국에게 있어 우선순위였다.
다만, 알베르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빨리 갈 터이니, 차라도 내어주면서 대접에 신경을 쓰게.”
“알겠습니다, 저하.”
알베르의 걸음이 빠르게 국왕이 머무는 궁으로 향했다.
‘거래라. 무엇을, 어떻게 거래하려는 건지 궁금하군.’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그 눈동자는 허튼수작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무너졌습니다.”
“그렇군요.”
클로페와 로잘린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여의주가 둥둥 떠 있었다.
그 말은 케일이 그곳에 있다는 소리였다.
여의주 속 김록수가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심장의 활력은 한발 늦었군요.
퍼슬시 외곽에 위치한 산. 케일이 고대의 힘 ‘심장의 활력’을 얻었던 그 동굴은 현재 인위적인 힘에 의해 망가져 있었다.
그리고 그 인위적인 힘은.
-아무래도 불벼락, 케일이 가진 불 속성 고대의 힘도 가져간 듯합니다.
불벼락이라도 맞은 듯 동굴의 입구는 여기저기 그을려 있었다.
로잘린의 입이 열렸다.
“…케일 공자가 힘을 얻었던 순서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 건가요?”
-네. 아무래도 우리의 예상이 틀린 듯싶습니다.
케일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히려 동굴이 무너진 모습으로 보아서 방패보다 심장의 활력을 먼저 얻은 것 같군. 그렇다면 불벼락은 그 전에 가졌다는 소리고.”
김록수를 통해 그 말을 전해 들은 로잘린과 클로페는 고민에 빠졌고, 그사이로 케일은 툭 내뱉었다.
“시간순이 아니라, 거리순이네.”
클로페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케일은 여의주 속 김록수를 보며 이어 말했다.
“어찌 되었든 원래 과거라면 이때 하얀 별의 주둔지는 동대륙에 위치한 엔더블 왕국이다.”
“그곳에서부터 하나씩 거슬러서 어둠의 숲까지. 가짜 하얀 별이 온다는 겁니까?”
김록수를 통해 전해 들은 클로페의 말에 케일은 답했다.
“그래.”
-그렇다고 합니다.
로잘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땅 속성의 힘을 제외한 힘들은 모두 빼앗겼다고 봐야겠네요.”
-아뇨. 모두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케일의 말에 따르면, 현재 어둠의 숲 일대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고대의 힘을 빼앗겼지만 어둠의 숲 일대는 아직 무사하다고 합니다.
케일은 어둠의 숲 일대에 남아있는 고대의 힘을 떠올렸다.
주르 템스가 남겨둔 나무 속성의 힘.
그리고 무서운 짱돌.
마지막으로 지배하는 아우라.
그 세 가지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럼 하얀 별은 어찌하여 어둠의 숲으로 아직 안 오는 것이죠? 그곳만 들르면 케일 님의 모든 고대의 힘을 소유하는 것이 될 텐데.”
김록수가 허공을 보며 답해주었다.
-우리가 현재 어둠의 숲에 있으니까.
“우리요?”
-네. 우리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하얀 별은 우리를 피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케일이 그렇게 말하는군요.
“…우리를 마주치면 안 되는 이유?”
로잘린은 같은 말을 제 입으로 한 번 더 읊었다.
그녀는 봉인된 신 혹은 그 수족으로 추정되는 하얀 별이 왜 어둠의 숲 일대만 피하나 생각해보았다.
반면에 현재 그녀를 포함한 일행은 해리스 마을을 1순위로 두며 그와 싸울 순간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설마!’
순간, 번뜩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하얀 별은 우리를 해리스 마을에 묶어두고서-?”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습은 로잘린이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은 김록수를 통해 전해졌다.
“이제 보니 해리스 마을은 미끼였습니다. 우리가 그곳을 제일 처음으로 둘 것을 그놈은 알아채고 거기에 묶여둔 겁니다.”
그렇게 케일과 최한을 해리스 마을에 묶어두고서.
“우리 몰래 뭔 짓을 꾸미는 중일 겁니다. 분명히요.”
더 큰 절망을 주기 위해.
이 신은 케일을 유령 상태로 만들어 동료들과의 소통도 끊으려 했다. 그렇게 되면 일행들은 더 오랜 시간 해리스 마을에서 하얀 별을 기다리고 있을 터.
그나마 죽음의 신이 안배한 여의주가 있었기에 그들은 서로 간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짓을 꾸민다면……!”
로잘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 상황에서 하얀 별이 개입하여 케일 일행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
더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 방법은 단 하나였다.
“로운 왕국을!”
로운 왕국 자체를 노리는 것. 그것이 해리스 마을, 헤니투스 영지를 포함하여 케일 일행 전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일이었다.
로잘린은 브렉 왕국 사람이고, 클로페도 북부, 툰카도 위퍼 왕국 사람이었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행해온 일의 중심이 된 장소는 로운 왕국이었다. 지금도 환상 밖에선 퍼슬시가 모든 일의 중심이지 않은가.
만약 하얀 별이 아직 준비가 되지 못한 로운 왕국 자체를 지금 노린다면.
케일의 힘까지 가지고, 하얀 별의 부하를 대동하여 덤벼든다면.
‘무너져!’
로잘린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왕세자. 공자, 왕세자 저하를 만나야 해요!”
급박한 로잘린의 모습에 김록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 급한 거 아냐?”
김록수의 물음에 케일은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안 되겠어. 바로 이동해야겠어.”
곧바로 그 말을 전해 들은 로잘린은 그나마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얼른 왕세자 저하를 보러 가요.”
케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니랍니다.
“…그럼 누구?”
로잘린은 물론이거니와 클로페도 의아해할 때, 케일은 한 이름을 내뱉었다.
“에르하벤 님요.”
아.
순간 로잘린은 탄식을 흘렸다.
여기가 과거가 배경이라면.
지금 가장 쎈 존재는, 동서대륙 가장 오래 산 용.
그 존재뿐이었다.
“용 만나러 갑시다.”
아주 쎈, 그러면서도 케일의 존재를 이해할 만한 오랜 연륜을 지닌 존재.
케일은 스스로의 결정에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재로선 에르하벤 님이 하얀 별과 한편이 되면 곤란하지.”
로잘린이 입을 열었다.
“…왕세자 저하는 늦게 봐도 될까요?”
케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세자 저하야… 지금은 좀… 힘이… 그닥 없을 때라. 하하하하-”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날카로운 비수를 벼르고 있는 알베르 크로스만이었지만. 2년 후 한층 편안해지고 까칠해진 알베르에 비하면 아직 부족했다.
알베르는 솔직해진 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그 믿음의 근간에는 그의 능력이 존재했다.
오히려 지금의 알베르는 파악하기 더 쉬웠다.
“현재 파악한 바로, 이 환상 속에서 하얀 별을 제외한 존재들은 모두 과거의 모습대로 행동합니다. 즉, 시험에서 봉인된 신은 강제로 환상 속 존재들을 움직이게 하지 못 합니다.”
그것이 이번 환상 시험에서 신조차 개입할 수 없는 규칙일 터.
케일이 스무 살의 김록수가 되어 싸울 때, 강제로 봉인된 신이 시험 내용을 조작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러니까.
“제일 쎈 용부터 같은 편으로 만들고 수도 갑시다.”
그러면 무슨 일이 터져도,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정 많고 오지랖 넓은 에르하벤이 곁에 있으니 매우 든든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왕세자 저하 성격상, 하얀 별이 무슨 수로 말을 걸고 대화를 해도, 용 말을 더 믿을 걸요?”
왜냐면 용이 더 강하고, 자신의 권력에, 로운에 도움이 될 테니까.
원래 케일도 왕세자와 어느 정도 터놓고 가까워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 큰 알베르 크로스만.
“봉인된 신도 알베르 크로스만을 쉽게 구워삶지는 못할 겁니다. 구워삶아질 인간도 아니고요.”
케일은 여의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김록수.”
-왜?
“너 오늘부터 기름칠 잘된 혀가 되어야겠다.”
-뭐?
“흐흐.”
오로지 김록수만이 케일의 상당히 음흉하고 사악한 미소를 보고 있었다.
“흐. 신이고 나발이고 간에. 시험 포기하고 싶게 만들어주지.”
김록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친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