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17
716화.
콰앙!
하지만 최한의 손은 봉인된 신에게 닿지 못했다.
순식간에 은빛 방패가 펼쳐지며 최한의 손은 방패에 가로막혔다.
“크하하하!”
그때, 찰나를 놓치지 않고 툰카가 봉인된 신을 향해 돌진하였다.
“흥.”
휘이잉.
봉인된 신의 발목에 회오리바람이 맺히더니 그의 몸은 유려하게 방향을 틀었고, 붉은 벼락을 머금은 주먹이 툰카와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찰나의 순간 툰카와 봉인된 신은 수십 합을 나눴다.
“크윽!”
툰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 흘려보내다니!’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신체의 힘. 그 힘을 봉인된 신은 유연하게 흘려보냈다. 하나하나 다 빗겨치는 그 솜씨는 툰카가 어릴 적 보았던 웬만한 부족민 최고령 전사들보다 더 뛰어났다.
결국 툰카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
“…미치겠군!”
툰카는 크게 팔을 휘둘렸다.
콰아앙!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고 그는 잠시 뒤로 물러섰다. 그 틈새를 최한이 노리고 달려들었을 때.
“흥.”
봉인된 신은 코웃음을 치며 주먹에 머금고 있던 불벼락을 한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이런!”
최한은 곧장 방향을 틀었다.
한 줄기의 불벼락이 날아가는 방향. 그곳에는 공중에 뜬 여의주가 있었다. 최한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케일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고대의 힘이 하나도 없는 케일 말이다.
콰아앙-!
검은 오러와 불벼락이 부딪쳤고 최한은 봉인된 신에게 달려들기보다는 케일의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그 순간.
우우우우–
저택 주변이 일렁이며 삽시간에 저택은 물론 마당을 포함한 인근 숲까지 둘러싸는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케일 얼굴의 봉인된 신은 나른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무심히 말했다.
“텔레포트 방해 마법진인가?”
“맞다!”
검은 용이 투명화를 풀고서 제 모습을 드러냈다.
최한, 툰카, 검은 용. 그리고 봉인된 신.
3대 1의 구도로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를 지켜보던 케일은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상적이군요.”
봉인된 신. 그의 전투 모습은 상당히 이상적이었다.
케일 스스로도 내가 저렇게 싸운다면, 절로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몸놀림이었다.
암흑 호랑이도 같은 생각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최소한의 움직임과 최소한의 힘. 더불어 상대의 공격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대치의 효과를 뿜어내는군.
부서지지 않는 방패. 바람의 소리. 파괴의 불.
그 모든 것들을 딱 필요한 만큼 최소한만 사용하였다.
대신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내는 노련함을 보였다.
더불어 재생의 힘을 지닌 심장의 활력을 통해 비실비실한 케일의 신체 상태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잘 관리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이 아니라 전사 같군.
싸움꾼. 그 자체로 보였다.
봉인된 신은 여의주 속 암흑 호랑이와 케일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정확히 케일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쉽게 보면 곤란하지.”
그는 케일이 보이는 게 틀림없었다.
케일은 이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어 입을 열었다.
“그런가?”
“그럼.”
봉인된 신은 바로 답했고, 이로써 케일은 봉인된 신에게는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가 다 보이고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암흑 호랑이를 가리켰다.
“죽음의 신도 미쳤군.”
동시에 그의 다른 한 손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한 곳으로 쏘아 보냈다.
“저하!”
“숙이십시오!”
콰아아앙—!
회오리바람과 다크엘프의 정령술이 부딪쳤다.
왕세자 알베르는 팔을 들어 잠시 앞을 가렸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이 호랑이와 봉인된 신에게로 향했다.
분명 그는 조금 전에 들었다.
‘…신이라고?’
암흑 호랑이는 그 혼란을 모른 척하며 봉인된 신과 시선을 마주했다.
-신기하긴 하네. 원래 저 녀석에게 ‘봉인된 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수가 없었는데 말이야.
“내가 잠시 바깥에 신경을 쓰는 동안, 그거.”
봉인된 신은 아직도 여의주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노에 가득 찬 눈길로.
“그 구슬이 제 영역을 여기에 만들었거든. 감히 내 신전에서 말이야.”
오, 역시.
듣고 있던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의주는 전보다 더 검은빛을 토해내며 점점 더 크게 진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죽음의 신이 봉인된 신이 잠깐 한눈을 팔았을 때, 끼어든 듯했다.
그 덕에 현관문 앞에 알베르와 그 일행이 있음에도 케일과 암흑 호랑이가 자유롭게 봉인된 신에 대해 언급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한 듯싶었다.
봉인된 신은 점점 더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여의주를 보며 화를 감추지 않았다.
“저번에도 시험에 끼어들더니, 이번에도 끼어드는구나. 그것도 내 신전에서, 내 권능 영역에서.”
최한은 보이지 않았지만 케일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케일은 봉인된 신의 시험을 치르러 또 다른 지구의 스무 살 김록수 몸에 들어가야 했다.
그때 최한은 제 생명의 일부를 죽음의 신과 거래한 후, 직접 케일을 보러 그 세계로 왔다.
최한이 그 당시 죽음의 신과 나눴던 대화가 몇 가지 있었고, 그는 이 중 일부를 케일에게 말해줬었다.
‘케이지 씨의 말로는 죽음의 신도 희생을 치렀다고 합니다. 봉인되었지만 강한 신이라, 그 신의 시험에 끼어드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너무 미워하지만은 말아 달라고. 케이지 씨가 말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다가가는 것은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그 규칙은 절대적인 것으로, 신조차 바꿀 수 없는데 그 방법은 신마다 다릅니다.’
‘죽음의 신은 그 절대적인 규칙 중 하나가 죽음의 맹세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봉인된 신도 절대적인 규칙으로서 시험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시험의 내용을 조작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봉인된 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죽음 신의 손해가 막심하겠어. 시험의 규칙을 틀어버렸으니 말이야.”
케일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도 시험을 조작해서 네 마음대로 하면 되지 않나?”
“신에게 너라니. 참으로, 말하는 행동거지가 수준이 낮구나.”
수준이 낮아? 그러면 높은 놈이 이런 짓을 하냐?
케일이 속으로 생각한 그 순간. 봉인된 신이 여의주를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곧 네놈도 격을 잃고, 은퇴해야겠어.”
“…은퇴?”
가만히 듣고 있던 툰카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고, 봉인된 신은 사뭇 다정하게 그 말에 답해주었다.
“신은 죽지 않는다.”
케일도 아는 사실이었다.
“소멸이 불가능하지. 그래서 신들은 나를 봉인했다. 죽이지 못하니까.”
케일은 엔더블 왕국 지하에서 봉인된 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신들의 봉인에 의해 오랫동안 잠들고 잠시 깨어나고를 반복해야 했지.’
그 이야기를 다시 언급하는 봉인된 신의 모습은 상당히 억울해 보였다.
“차라리 죽이던가. 죽이지 못한다고 평생 봉인되어서 살아야 하는 내 마음을 누가 알겠나?”
듣고 있던 케일이 툭 내뱉었다.
“그러면 왜 봉인되었지?”
“왜 봉인되었냐고?”
되묻는 봉인된 신의 말에, 순간 최한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과거 죽음의 신과 거래하며 케일을 만나러 지구로 갔을 때. 그는 죽음의 신과 나눈 대화 중 한 가지를 케일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굳이 당장 나눌 필요가 없는 이야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짧았다.
‘그 봉인된 신은 그 규칙을 깼던 전력이 있어 봉인된 것이다. 물론 시험과 관련된 규칙은 아니었다.’
봉인된 신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깼다고 했다.
케일은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 묻고 있는 듯했다.
‘무엇일까?’
최한도 궁금증이 커져갔다. 동시에 여의주 쪽을 향해 몸을 돌린 봉인된 신에게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때, 봉인된 신이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내가 최초거든.”
케일은 되물었다.
“무슨 최초?”
그때 케일은 등 뒤가 섬뜩해져 왔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인데.’
케일 헤니투스 얼굴로 웃고 있는 봉인된 신. 그 신의 얼굴에서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신은 케일의 얼굴을 한 채로, 케일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냥꾼.”
요즘 들어 익숙해진 단어였다.
“내가 최초로 사냥꾼 출신인 신이거든.”
뭐?
케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냥꾼.
케일의 외가 템스가와 연관되어 있으며, 단생자들을 사냥하는 자.
‘분명 주르 템스의 일기장에서는 사냥꾼 출신 신에 대한 내용은 없었어.’
그저 단생자를 사냥하면 천족, 마족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 존재한다고 했을 뿐이었다.
‘그 가설이 사실이라고?’
그리고 그 증거가 봉인된 신이라고?
봉인된 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봉인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오래전부터 사냥꾼이 존재해왔단 말인가?
케일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고 봉인된 신은 평이하게 말했다.
“단생자를 한 세 명 죽였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최한은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껴야 했다.
케일에게 들은 바로, 최한 자신도 단생자였다.
“그래. 세 명 맞아. 그랬더니 신이 되어 있더군. 그것도 절망이라는 상위의 존재를 가진 신 말이야.”
어느새 봉인된 신은 최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 뭘 그리 놀란 얼굴이야?”
그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꾼의 눈빛이 여실히 최한에게로 향했다.
“왜?”
봉인된 신은 나직이 물었다.
“죽음의 신은 다른 줄 알아?”
…뭐?
죽음의 신이 왜 갑자기 나와?
케일이 이 세상에 온 이후로, 초반부터 쭉 연결고리가 존재해 왔던 죽음의 신. 그가 봉인된 신과 같다고?
“그놈도 단생자 죽이고 신이 되었지. 그런 주제에 나를 봉인하고 사사건건 방해하려고 들어?”
깊은 혐오감이 봉인된 신의 얼굴 위에 드러났다.
케일은 얼마 전 세계수를 불멸자로 추정하고 그의 뿌리 단검을 받으러 갔던 때를 떠올렸다.
세계수는 단생자가 시련자일지도 모른다며, 한 예로 태양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당시 케일은 죽음의 신에 대해서 물었다.
‘죽음의 신도 시련자였습니까?’
그때, 케일이 디디고 있는 땅과 세계수가 있는 엘프 마을 전체가 거센 충격을 받은 듯 떨렸으며 세계수는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이건… 내가 답해줄 수 없는 부분이군.’
답하는 세계수의 목소리에는 묘한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제가 알아봤자 좋을 것 없는 답이군요?’
‘…글쎄.’
이어진 세계수의 대답에 케일은 기분이 찝찝해져 왔고, 그냥 모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는 비로소 지금에서야 왜 세계수가 그렇게 떨떠름하게 대답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음?
“음!”
케일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거 갑자기 왜, 이-, 래-
암흑 호랑이의 목소리가 흔들리며 중간중간 끊겼다. 흐름이 일정하지 못했다.
더불어 그가 자리한 화면이 소용돌이라도 만난 듯 점점 더 검게 변해갔다.
지지지직, 지지직.
-어?
화면은 소용돌이 끝에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더 이상 암흑 호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 존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지직, 케일, 지직, 헤니투스.
아.
케일은 탄식을 흘렸다.
그가 아는 목소리다.
기억 속에 있다.
죽음의 신.
그 존재의 목소리다.
이를 인지한 순간.
쩌저적-
여의주 중앙에 금이 가며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케일을 감쌌다.
“아… 케일 님.”
최한은 순간 검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검은 연기와 함께 케일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크, 크큭, 크하하하하!”
봉인된 신이 그 광경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죽음의 신이여. 규칙을 세 개나 무너뜨리는구나.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은가?”
-지지직, 지지직-
반 정도 금이 간 여의주에서는 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죽음의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간 찾아온 정적. 혼란에 가득 차 있던 최한과 툰카가 절로 케일을 바라보았고, 검은 용과 왕세자도 그를 응시했다.
그러나 케일은 자신과 같은 얼굴의 신을 마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껏 내 물음에 허튼 답만 하더군.”
“음?”
케일은 여의주를 한 손에 든 채 천천히 봉인된 신에게로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릿하게 내딛으며 물었다.
“너 왜 봉인 당했냐?”
그 물음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 케일의 미간이 짜증이라도 난 듯 구겨져 있었다.
“자꾸 허튼소리만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답 좀 하지?”
씨익.
봉인된 신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신이 되어도 더 큰 힘을 갖고 싶더군. 그래서 단생자 더 죽이려다가, 걸렸지.”
아주 가볍게 말하는 그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한 10명 사냥했나? 11번째에 걸렸지.”
그의 시선이 금이 간 여의주, 죽음의 신 기운이 흘러나오는 구슬로 향했다. 불안정한 죽음의 신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이 신 놈, 지금 상당히 무리 중이다. 그렇기에 봉인되었던 신은 즐거이 말했다.
“11번째가 아마 죽음의 신, 네 녀석 동료였지?”
최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봉인된 신은 이어 말했다.
“그 동료 네가 죽이고, 너는 신이 되었고?”
아.
봉인된 신은 탄성을 흘렸다.
“너와 케일 헤니투스는 닮았구나. 한쪽은 동료를 직접 죽이고 한쪽은 동료 두 사람이 대신 죽어버리고. 아, 다른가? 그래도 상황은 비슷했던 것 같은데.”
문득 케일은 죽음의 신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때, 반쯤 금이 간 여의주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갇힌, 자여, 오랜, 지지직, 만이군.
“오, 나에게 인사를 다 하는군. 내가 반갑나?”
여의주 안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웃음이 멈췄을 때.
-나는 죽음의 맹세를 지키는 자.
-내 첫 죽음이 담긴 맹세를 이뤄야겠구나.
그는 케일에게 물었다.
-어떤가?
피식. 케일은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너네 둘의 문제에 우리까지 얽혀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말이야.”
곧 웃음기는 사라졌다.
“최한, 툰카.”
그는 봉인된 신을 가리켰다.
“일단 잡아.”
그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얼른 나가야지. 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갑갑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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