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46
146. 미국 데뷔 (4)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적당히 상대해주고 김운찬 실장과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요. 요즘 촬영할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낸다면서요?”
먼저 와 있던 오철환 감독이 박재선을 반기면서 물었다.
“그렇죠. OST와 신곡활동을 하는 상황이니 조금 바쁘죠.”
“거기다 박 대표가 프로듀싱한 나탈리아 캐튼의 노래가 돌풍을 일으킨다면서요? 오늘 기자들은 그걸 더 관심 가지고 묻는 것 같던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빌보드차트를 발표했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 참석해야 해서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기자들의 인터뷰를 미뤘더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앨범을 발표한지 4주차인데 7위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연기는 당분간 하지 않을 생각이죠?”
“원래 가수이고 작곡가이니 당분간 그 쪽에 전념할까 합니다. 감독님은 후속작품이 정해졌습니까?”
“이제 천천히 찾아봐야죠. 이번에는 드라마를 했는데 다음에는 영화 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시나리오부터 모아야죠.”
오철환 감독도 두 작품을 성공시켜서 그런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전처럼 불안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작가님도 점점 얼굴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오철환 감독 옆에 있는 유지은을 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좋아지다 못해 이제는 살이 쪘죠. 촬영 끝나고 신작을 시작해서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 상태가 그래요.”
촬영을 할 때는 바쁘게 움직여서 날씬 했는데 지금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살이 찐다고 푸념을 했다. 소설 하나를 바로 시작해서 지금은 2권 연재를 하고 있었다.
“계속 로맨스판타지를 쓰나요?”
“이번에 쓰는 것은 로판인데 현대물 쪽이에요. 드라마와 비슷한 세계관인데 줄거리는 좀 다르죠. 드라마를 제작한다면 CG도 많아질 것이고 비즈니스가 주라 좀 하드한 면도 있고요.”
둘은 자리에 앉아서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물론 박재선이 잘 나간다고 조금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에 갈 거죠?”
“다음 주에 가야죠. 한 번 정도 얼굴을 보이는 것도 좋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얼굴을 보일 필요도 있고요.”
“러브홀릭 인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붐이 크게 일고 있잖아요. 요즘 클럽에서도 많이 틀어준다고 하더라고요. 오희원씨의 노래도 마찬가지고요.”
“대중의 트렌드에 맞춘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몇몇 평론가들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다고 비판을 했던데요.”
“그런 것이야 어디건 마찬가지죠. 뜬다 싶으면 무조건 가볍다느니, 저속하다느니, 상업주의에 물들었다고 물어뜯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거나 마찬가지죠. 우리 드라마도 그런 식으로 욕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뭐.”
유지은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어조로 말을 했다.
“요즘 성지은씨는 OST로 활동을 하던데. OST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많은 가수들이 OST를 부르니 그것도 하나의 흐름이 되었고 저절로 드라마 홍보가 이루어졌다. 물론 지겹다는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0여 명의 가수가 등장할 때마다 부르니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도 있죠. 한지영씨도 음원차트에서 20위권에 들었고 여기저기 열심히 활동하던데요. 다행이죠.”
성지은이나 한지영도 예능에 출연하거나 행사에 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이번 드라마 출연료보다 행사를 나가서 번 돈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광고 모델로도 많이 출연해서 도배를 하는 편이죠.”
한지영은 어느 순간 톱 배우로 올라선 면도 있었다. 말을 하는 순간 성지은과 한지영이 도착했고 조연 배우들도 속속 도착을 했다.
다들 자리에 앉아서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20화 최종회가 시작되었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었다. 주역 세 사람이 각기 자신의 길로 가지만 어떻게 될지 몇 개의 암시만 남겨두고 끝이 났다.
“누가 드레스를 입고 이재선의 옆에 설지 궁금하군요.”
오철환 감독이 유지은을 보면서 물었고 문희라 역의 한지영이나 곽나현 역의 성지은이 궁금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건 나도 몰라요. 박수 칠 때 떠나야죠. 여기서 더 나가면 자칫 치정극으로 갈 수가 있죠.”
유지은도 사실 어떻게 끝맺을지 몰라 끊고 말았다. 그 이상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좋았다. 물론 몇 개의 암시 때문에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었다.
“우리 이재선 역의 박재선씨는 어떤가요? 누가 더 끌려요?”
성지은이 박재선을 보면서 물었다. 박재선은 여전히 도발을 하는 성지은의 행위에 고개만 저었다. 괜히 이상한 말을 하여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끝이죠.”
박재선은 그렇게 말하고 오철환 감독을 보았고 마침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와, 35.1%, 드디어 35%를 넘었어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그렇게 종방연이 마무리되었다. 다들 2차를 가는 분위기지만 주연들은 다음날 스케줄이 있기에 떠나갔고 박재선도 출발을 했다.
종방연에 참석했다 집으로 가던 박재선은 핸드폰이 울리자 번호를 살폈다. 유희성의 전화였다. 드라마를 잘 끝냈다는 축하전화인가 했지만 다른 내용이었다.
“너, 어디야? 종방연 끝났어?”
“집에 가는 길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 주변이 시끄러운데.”
“양훈석 선생님 알지?”
“알기야 알죠. 옛날에 한 번 뵙기도 했지만 저랑 나이가 50살도 더 차이 나시는 분이라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는데요.”
여든다섯 살인가 그러니 박재선보다 57년 차이가 났다. 아버지뻘도 아닌 할아버지뻘이었다.
“오늘 점심 무렵에 타계를 하셨다. 여기 영일병원 영안실인데 잠시 들렀다 가라. 따로 너 혼자 오기는 그럴 것 아니야?”
“알았어요. 가도록 하죠. 가요계 원로분인데 찾아뵈어야죠.”
박재선의 입장에서 그런 자리에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기획사 대표이고 인기 가수의 입장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발인에는 참석을 하지 않더라도 조문은 필수였다.
“사람들은 많고 조화도 많아요?”
“좀 썰렁한 것 같다. 아는 사람만 알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 주로 가수가 아닌 작사·작곡을 활동하신 분이니 그렇다. 그러니 조화도 하나 보내.”
“그렇게 하죠.”
박재선은 김운찬에게 양훈석의 부고를 전하고 조화를 보내도록 조치하고 영일병원으로 가도록 했다. 집에 들렀다가 가는 것은 그렇기 때문이었다.
“옷부터 갈아입어요.”
“그리고 문세운이나 이현제에게 연락을 해서 어디인지 확인하고 수도권이면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요.”
혼자 가서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이 좋았다.
“둘 다 통영에 가서 오기 그래요. 로보틱스나 뮤지카세븐도 지방에 행사 갔고요. 박지연님이나 오희원님은 지금 경포, 화진포 쪽에 나가 있고요.”
결국 혼자 가야 할 것 같았다. 이주나가 한쪽에 있는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를 챙겼다. 언제 그런 일이 있을지 몰라 항상 밴에 챙겨놓고 있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데.’
박재선은 장례식장에 가려니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라도 나노머신이 ‘반물질사념체’라 지칭하는 귀신을 만날까 두려웠다. 기껏 양기를 보충하여 어려운 상황을 벗어났는데 또 그런 상태가 될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을 수는 없기에 그저 만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고기 냄새가 나니 이 쑥향을 뿌려요.”
종방연 장에 있어서 그런지 고기 냄새가 몸에 밴 것 같았다. 그러니 쑥향으로 냄새를 없애기로 했다. 상가에 가니 향초 냄새와 비슷한 향을 사용하는 것이 어울릴 것도 같았다.
박재선은 조금 전에 집에 간다고 전화했는데 늦어지면 걱정할 것 같아 조문을 가게 되었다고 다시 전화를 했다.
그리 막히는 시간은 아니라서 30분만에 영일병원에 당도했고 장례식장 앞에서 내렸다. 부조금을 낼 현금이 없어 김운찬이 직접 현금인출기로 가서 찾기까지 했다.
박재선은 기자 두 명이 있고 사진을 찍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두었다. 친분보다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가는 면이 있었기에 그저 무덤덤했다. 그런 자리에서 웃음을 보이면 욕을 먹기에 표정을 관리하기도 했다.
빈소로 가니 ‘밤은 깊어 가는데’라는 서정적인 발라드가 들리고 있었다. 고인의 대표적인 곡이었다. 아마도 장송곡으로 유작을 틀어놓은 것도 같았다.
‘애절한 노래를 이런 곳에서 들으니 더욱 그렇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밝은 노래를 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접수대에 가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빈소에 올라서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과 인사를 했다.
다들 머리가 희끗한 것을 보면 아들이나 사위들은 60대나 50대로 보였다. 그런 분들이라 그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애도의 뜻만 표현했다.
다들 박재선을 아는지 그 중에 맏상주로 보이는 사람이 접객실로 안내를 했고 거기서 유희성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대략 10여 명의 가요계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80대부터 40대까지 있지만 박재선의 나이 또래는 없었다.
박재선은 막내이기에 그 자리에 참석한 선배들에게 인사를 했다. 박재선이 오기 전까지 그 자리의 막내는 유희성으로 보였다. 인사를 마치고 그 자리에 합류했고 맏상주는 조문객이 와서 다시 빈소로 돌아갔다.
김운찬이나 스태프들도 한쪽에 있는 빈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박재선은 적당히 겸양을 부리면서, 말상대를 해주면서 주는 잔을 몇 잔 받았다. 다들 한 때 제법 잘 나가는 가수들이기에 그들 앞에서 유세를 떨면 좋을 것이 없었다.
박재선은 적당히 인사를 나눈 후에야 유희성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곡을 하여 노래를 준 것이 15년 전이니 내 또래가 마지막이야. 네 또래는 사실 접점이 없지. 그리고 말년에는 전통가요 쪽으로 작곡을 했으니 일반 가요계와는 50대 정도가 끝이고.”
그 자리에 있는 선배들도 다들 아버지뻘이었다. 유희성을 제외하면 50대 이상이었다. 그런 자리에 연락을 받고 와 있는 유희성이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병원에 입원해 계셨나 봐요?”
“암은 아닌데 당뇨가 심했다고 해. 신부전으로 계속 투석도 받고. 6개월 정도 고생을 하셨다고 하니. 그래도 저작권료가 들어와서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았다니 천만다행이지.”
예술가들 상당수가 말년에 경제적으로 곤궁해 고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렇지 않았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집에 바로 갈 거야?”
“잠깐 앉았다가 가야죠.”
박재선은 한 번 봤던 사람이고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사이였다. 그저 가요계 원로라는 생각에 찾아온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해. 저기 저 선배들과 인사라도 하고 지내고.”
박재선은 또 만날까 싶기도 했지만 가요계가 좁으니 나중에 만날 수도 있어 보여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박재선은 적당히 자리를 지키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재선이 출연한 드라마나 OST, 그동안 작곡한 곡이나 최근에 부르는 노래, 앤 플로린이나 나탈리아 캐튼에 대하여 적당히 이야기를 했다. 그런 것들에 대해 궁금한 것인지 다들 질문을 던졌다. 이미 알려진 내용만 적당히 이야기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자리를 지키다가 일어났다. 너무 빨리 일어나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그렇다고 그 자리에 남아 날을 샐 필요는 없었다.
먼저 가보겠다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오래 앉아 있던 사람들이라 다들 술이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러니 간다고 해도 건성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접객실 입구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데 누군가 옆으로 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드니 빈소에서 보았던 사진 속의 사람이 서 있었고 하마터면 화들짝 놀라 바닥으로 쓰러질 뻔 했다.
‘무슨 나이도 많은 사람이 한이 남아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귀신이 그의 몸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거기서 흡수를 할 수는 없기에 그저 기운을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한귀恨鬼가 되어야 할 정도로 어떤 아쉬움이 남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 화장실이 급해?”
집에 가서 옷만 벗고 속옷 바람으로 서재로 들어가자 김희경이 궁금한 기색으로 물었다.
“일이 생겨서. 장례식장에 가니 이런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더니 결국 우려하던 일이 생겼어.”
박재선은 사실대로 말을 했다. 전에 말한 것이 있기에 김희경은 놀란 표정을 짓다가 걱정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또 양기부족으로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또? 어떤 것인데? 문제가 생기는 거야?”
“하나인데 어떨지 몰라. 일단 안에 들어왔으니 살펴봐야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흡수를 해야 알 것 같아. 몸에서 냄새가 날지 모르니 옷을 벗으려고.”
그렇게 말하고 서재 안으로 들어가서 창문을 열고 옷을 속옷마저 다 벗었다. 그런 다음에 봉인을 해제하고 마침내 양훈석의 사념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왠지 방금 조문을 했던 사람의 귀신을 받아들이려니 찝찝했지만 그러려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