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5
6. 음악감독(1)
“동천댁네 희경이와 사귀기로 했다고?”
질문을 하는 어머니는 뭔가 더 묻고 싶지만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 굳이 내려올 이유는 없었고 설사 급하다고 해도 전화로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냥 사귀는 것이 아니라 올 겨울에 식을 올릴까 합니다.”
“설마 속도위반인 것은 아니지?”
어머니가 바로 속도위반인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난데없이 결혼을 언급하니 그런 것 같았다.
“속도위반이라면 티 나지 않게 가을에 해라.”
그러자 아버지가 한술 더 떠서 서두르라는 듯이 말을 했다.
“무슨 속도위반이에요? 그냥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결혼을 하려는 것이지. 활동하다보면 결혼할 시기를 놓칠 것 같아 지금 하려는 거예요.”
김희경과 사귄다고 해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예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걔도 같이 내려온 거야?”
“예, 지금쯤 희경이도 말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동천성 성격에 바로 연락이 올 것도 같다.”
“그 집 사람들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지만 인륜지대사인데 격은 갖추겠지. 같은 동네이고 허물이 없다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박재선은 혹시라도 반대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궁금해 하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요 며칠 사이에 이야기가 급하게 진행되었다는 말이구나.”
남녀사이의 일이기에 두루뭉술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고’라는 말 정도까지 언급이 되었지만 그 정도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였고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부모자식 사이에도 남녀간의 일을 언급하는 것은 민망했다.
“날짜는 동천성과 이야기해서 잡도록 하마. 해를 넘길지 말지는 물어보고 하마.”
“뭘 물어보고, 말고 해. 이미 결정된 것인데 그냥 편한 날로 잡으면 되지. 우리 때도 연애로 결혼하면 궁합도 안 보고 그런 것 따지지 않았어. 이상한 소리 나오면 괜히 기분만 그렇지.”
“전에 보니 애들 궁합도 좋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먼저 말을 했을 거예요. 이건 희경이네, 동천성이 정할 일이에요.”
“요즘 세상에 그런 것을 굳이 따질 필요가 뭐 있어. 사람들 모이기 편한 날로 적당히 잡으면 되지.”
박장현은 그런 것은 다 미신이라고 했고 최우선은 꼭 믿을 것은 없지만 무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 잠시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은 희경이네 말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결론은 12월이나 1월 중에,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에 편한 날로 잡지만 좋은 날짜를 맞추기로 했다. 시골에서 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박재선이나 김희경이 서울에 있기에 서울로 잡기로 했다.
6. 음악 감독
박재선은 클라우디아라는 사이트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었다. 물론 자신의 이름이나 제이슨이라면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무관하게 ‘음악요정’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그 사이트는 주로 아마추어 작곡가들이 습작이나 데모를 올리는 곳이었다. 오리지널 창작곡만이 아니라 편곡을 한 것도 같이 올릴 수가 있었다.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있지만 원곡을 밝히고 편곡임을 명시하면 크게 문제가 없었다.
박재선은 하루에 하나 정도 편곡을 올렸다. 거기에 올리면 다른 작곡가들이 평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편곡한 작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대부분 평가가 괜찮았다. 물론 어디건 삐뚤어진 인간은 존재했기에 악플이 달리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관리자가 나서서 정리를 하는 편이라 바로 삭제가 되었다.
박재선은 두 가지 음악을 주로 편곡하여 올리고 있었다. 하나는 1세대부터 아이돌 가수가 부른 노래와 다른 하나는 전자 음악인 EDM쪽으로 편곡하기 적당한 음악을 올리고 있었다.
‘습작노트라고 할 수 있겠지.’
박재선은 계정을 만든 지 대략 30일 동안 하루에 한 곡을 편곡하여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남자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올렸지만 차츰 여자 아이돌의 노래도 올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반반 정도로 올릴 예정이었다.
“음, 이게 그동안 작업했다는 작품이야?”
유희성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를 살피기로 했다. 작곡한 노래도 처음 꿈에서 만든 것을 포함하여 다섯 곡이나 되지만 아직 보여주고 싶지 않아 편곡만 일단 보여주었다.
“괜찮은데. 그런데 기타나 피아노 연주는 직접 연주한 것 같군. 실력도 괜찮은 것 같은데. 통기타가 아닌 전자기타인가?”
“통기타도 해보고 전자기타도 하고 있어요. 소리는 통기타가 더 풍부한 것 같지만 전자기타는 또 다른 느낌이 있기에 필요에 따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지 전자기타는 톤 메이킹이 쉽지 않아 고민이지만요.”
전자기타는 부속 장치인 페달이나 이펙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에 통기타에 비해 쉽지 않았다. 통기타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듣고 적당히 조절하면 되었다.
“키보드와 신디사이저, 피아노도 마찬가지이지. 곡에 따라서 적절한 것을 넣는 것이 좋지. 전자 오르간도 필요하고.”
칭찬 일색이라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뭔가 단점을 말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장점만 나열했다.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데. 전에 같이 할 때는 번뜩이는 감각은 있었지만 그것을 표현하고 가공하는데 미숙했는데 지금은 그런 면도 거의 없는데. 편곡은 장비빨이란 말도 있는데 각종 장비 사용도 능숙하고.”
“그래도 학교에 다녔고 과제를 하려고 얼마나 회사의 A&R (artists and repertoire)쪽을 귀찮게 했는데 뭔가 달라져야죠. 비활동 기간에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제대로 출석은 못하지만 과제물은 제대로 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박재선은 뭐든 하면 열성적으로 했다. 그렇기에 바쁜 활동 중에서도 학교 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면도 있었다.
“이대로 하면 제법 괜찮을 것 같아. 혹시 시간이 되면 내 아는 사람이 독립영화를 만드는데 음악감독 하나 맡아볼 생각 없어. 음악감독을 맡다보면 음악만이 아닌 영화나 저작권관련 업무도 배우는데. 그걸 알아야 실수가 없고.”
그러면서 시나리오 하나를 건넸다. 표지에 ‘부활하는 산하’라는 제목이 보였다. 내용은 현대와 80년대 말 상황을 담은 시대극이었다.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 3명이 현재 대립하는 상황과 그들이 같이 학생운동가로 활동할 때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재미있는 내용인데 운동권 가요마저 알아야 해서 조금 그런데요. 제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하드한 것 같습니다.”
“다들 내켜하지 않는 작품이라 나까지 왔는데 너도 역시 그렇지? 운동권 가요라는 것이 거부감도 들고?”
“사실 정서 자체가 다르잖아요. 참여문학처럼 이것도 그런 성향이 강하고.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노동이나 사회적 계층 문제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쪽은 좀 그렇죠. 제가 그쪽은 몰라요.”
“그럼 이건 어때? 이것도 독립영화인데.”
그러면서 다른 시나리오 하나를 건넸다. 아마도 진짜로 권하고 싶은 것이 이 시나리오 같았다.
“오철환이라는 30대 중반 감독이 찍는 영화야. 가제인 ‘한계상황’이라는 제목처럼 인간이 한계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지. 그런데 내용이 제목과는 좀 달라.”
내용은 신파와 코미디였다. 상황은 절박하고 위급한데 등장인물들이 하는 행동은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파악 못하는 바보 같은 모습이었다. 인간의 부조리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작품이군요. 병맛 코드가 특색인 것 같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전부 나사 하나 빠진 것도 같고요.”
“감독이 충무로에서 또라이로 이름이 높아. 물론 실제 만나면 또 놀라지. 소문과 달리 너무나 멀쩡한 편이라서. 작품만 그렇지 사람은 정상이야. 사실 내가 시간만 있으면 직접 하고 싶은 작품인데 요번에 성기준 선배에게 애들까지 넘겨받은 상황이라···.”
“애들은 괜찮아요? 데뷔 직전이었다는데?”
갑자기 데뷔조 연습생이 생각나서 물었다.
“노래와 안무까지 준비한 상황이니 문제는 없어. 조만간 쇼 케이스 잡고 데뷔를 시켜야지. 성기준 선배가 이를 갈고 준비한 작품인데 꽤나 기대해도 될 정도야.”
“걔들도 잘 되면 좋겠군요.”
“그건 그거고, 일단 한 번 감독이나 만나봐. 감독이 음악은 잘 몰라. 사실 걔는 상당한 음치에 취향마저 이상해서 일반인의 감성은 맞추지를 못해. 그냥 네가 넣고 싶은 음악 적당히 배열해도 걔한테는 감지덕지지.”
대충 아는 노래를 가져다 붙여도 그 감독보다는 낫다는 말을 해주면서 부담을 갖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향대로 작업할 여건이라는 말에 일단 만나서 이야기라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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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선은 유희성에게 소개받은 오철환 감독에게 전화를 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데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나가서 만나는 것도 애매해서 연습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오철환 감독은 나이가 서른네 살이었고 방송국 PD를 하다가 퇴직하여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인물이었다. 독립영화를 다 찍었고 1차 편집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원래는 방송국에 다닐 때 알던 음악감독이 해주기로 했는데 상황이 꼬여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뭔가 다툼이 발생하여 의가 상한 것 같았다.
“돈은 120만 원 정도 밖에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작비가 다 소진된 상황입니다. 대신 개봉한 이후에 수익이 났을 때 보상하는 방식인 러닝개런티로 해드리겠습니다.”
제일 먼저 대가에 대해 논하였다. 돈이 없는 것도 밝혔다. 아마도 금전 문제로 전임 음악감독과 사이가 벌어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일단 시나리오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죠.”
박재선은 잘 할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었다. 사실 음악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여 적당히 편곡을 해서 깔아주면 되었다. 오철환 감독이 내민 시나리오를 받아서 쭉 읽어나갔다.
사전에 유희성에게 받은 내용과 다소 내용이 달랐고 조연들에 관한 스토리가 보강이 되어 있었다. 내용 자체가 50% 정도 추가가 된 것 같았다.
“병수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것 같은데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성이 조금 결핍되어 있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도 조금 떨어지고요.”
“현대인들 대부분이 어느 하나 결핍이 있지 않습니까? 사회적인 소외로 인해 탄생한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겪는 각종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이는 것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은 병수와 대조되는 인물로 다른 반응을 보여줍니다.”
비슷한 상황이 나열이 되고 있었다. 애인에게 차인 상황에서,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난 상황에서 주인공이 보이는 반응과 다른 사람이 보이는 반응이 상이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거 참, 암담하군요.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도 아니고.”
내용 자체가 비극인데 그것을 비틀어서 희극으로 녹여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회비판적인 내용도 담고 있었다.
“약간 그런 면도 있죠. 병수의 모습이 이 시대 살아가는 3포, 5포 시대의 청년의 모습이니까요.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찍고 보니 실망스럽지만요.”
박재선은 빠르게 시나리오를 읽었다. 글을 읽는 속도만은 빠른 편이라 30분 정도에 전부 다 읽을 수가 있었다.
“가편집도 했다고요? 그걸 볼 수가 있을까요?”
“시나리오와 편집본이 같습니다. 편집본에 맞춰 시나리오도 수정을 했고 글로 적은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음악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영상을 확인해야 감을 잡을 수 있어 보입니다. 구체적인 것은 전부 다 살펴보고 이야기를 하죠.”
오철환은 가져온 노트북을 켜서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길이가 상당하군요. 러닝 타임이 1시간 40분, 100분이라면 일반 영화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영화의 음악을 120만 원을 받고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박재선처럼 아마추어가 아니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일이었다. 아마 10배를 준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못하겠다고 그만두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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