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94
194. 따뜻한 연말연시 (2)
박재선은 자신의 일을 최대한 줄이는데도 해야 할 일이 줄어들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
“넌 왜?”
문세운을 내보내고 한숨을 내쉬는데 이현제가 문을 열고 얼굴만 슬쩍 내밀어서 박재선을 살폈다. 역시나 뭔가 부탁할 것이 있어 보였다.
“아니, 그냥, 뭐 하나 해서?”
“할 말이 있으면 들어와서 해. 방금 세운이 왔다 갔는데 순서 받아서 오는 거야?”
“그렇지 뭐. 딴 건 아니고 MBS에서 너 좀 만나자고 해서?”
“가요대축제는 시간이 애매해서 참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거기 말고 예능국 쪽에서 예능대상에 참여해 달라고. 축가라도 하나 불러 주고 시상을 해주었으면 하던데.”
“거기 최영석 CP가 올해 총괄PD인가?”
“응, 나도 ‘나 혼자 여행’에 두 번 출연하기도 했는데 너야 올해 예능에 발걸음을 하지 않아 안면이 없으니 부탁하는 거지.”
“시간이 27일이면 겹치지는 않으니 가능할 것도 같다. 공연계획과 시상식 계획을 보내라고 해. 시간은 가급적 앞으로 잡고 공연과 시상이 붙어있으면 좋겠군.”
청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압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획사 대표이니 챙길 수밖에 없었다.
박재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홍정민 대표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쁜 와중이지만 내년도 사업계획도 수립해야 했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재선은 얼마 전에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을 모르는 것에 대해 말했는데 보완책으로 그런 방안을 제시했다.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하고 대표와 각 팀장이 결재한 문서는 제가 전부 다 열람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되면 홍정민 대표와 팀장이 한 일에 대해서는 한 번 열람하는 것으로 알 수가 있었다. 서류를 따로 가져올 필요도 없었다. 상당히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맞습니다. 물론 해킹을 당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두려워서 못하는 것도 우습고요.”
“그렇게 하죠. 그런 일은 정우시스템즈도 잘 하죠?”
“거기도 잘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할 정도로 복잡한 것은 아니죠. 간단한 시스템인데.”
“아뇨. 보안에 신경을 쓰려면 대기업이 낫죠. 거기서 들어오라고 해요. 레이크스튜디오도 같이 추진을 하도록 하죠.”
박재선은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을 제대로 하자고 제안했다. 박재선이 생각하는 시스템도 있으니 나중에 자신이 보안을 점검하여 개선할 생각이었다.
“로보틱스는 2개월 단위로 신곡을 내는 계획을 세웠군요. 뮤지카세븐도 마찬가지이고요. 반면 네 사람은 3개월 단위로 신곡을 발표하고요.”
그렇게 하니 총 28곡을 기본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연말에 로보틱스와 뮤지카세븐은 정규앨범을 발매할 예정이고요. 노래는 기존에 발매한 것을 모아서 발매할 것이니 문제는 아니겠군요. 그리고 연초에 일본어로 발매하는 싱글앨범은 빠졌군요. 이것도 계획에 넣어야 합니다.”
“그건 여기에 별도로 계획을 잡아놓았습니다. 해외활동계획으로 잡아놓았습니다. 다들 일본어 앨범을 낸다고 해서 말입니다.”
“내가 무슨 초인인 줄로 아는지. 김희천씨가 있다고 해도 결국 내가 손을 봐야 하는데.”
“그거야 대표님이 워낙 다재다능하고 능력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연기나 예능은 시키지 않을 것입니까?”
홍정민 대표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레쎄라면 몰라도 다른 아이돌은 일단 노래에 집중하도록 할 것입니다. 3년 정도 활동한 후에 그런 방면으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대신 다른 아티스트들은 본인이 원하면 연기나 예능을 시키겠지만 그런 재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문세운이나 이현제는 별로 재능이 없으니. 오희원씨나 박지연씨는 예능에는 재능이 있지만 자주 나가면 이미지 소모가 크고 너무 직설적이라 자칫 구설수에 휘말릴 소지도 있습니다.”
“아직 자리도 잡기 전에 연기나 예능을 시키는 것은 문제이겠군요. 그런 활동을 통해 인지도 상승을 노릴 필요는 없으니.”
“그렇습니다. 내년에 제대로 활동을 하면 로보틱스와 뮤지카세븐은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레쎄도 활동을 재개하면 기존의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이고. 문제는 빅라이언인데 걔들도 노래만 괜찮다면 로보틱스 정도의 성과는 거둘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둘의 계획도 추가해야 합니다.”
“그 부분은 현재 검토 중이고 계획이 세워지면 전체를 한꺼번에 수정할 예정입니다.”
“애들도 12곡 정도 발표해야 하니 총 40곡은 되어야겠군요. 거기에 내가 부를 노래도 만들어야 하니 만만치가 않겠군요.”
박재선은 기존에 작곡한 곡이 있지만 막상 그런 노래는 그저 참고용이지 실제로 발표를 할 수는 없기에 내년 한 해도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면 저작권 수입은 엄청날 것이지만 자신이 조만간 미국에 진출할 예정이니 후임자도 필요했다.
박재선은 양석길 역할을 수락한 것을 드라마 촬영하는 내내 후회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대본보다도 더 망가지는 연기를 해야 했다. 대본으로 보면 그저 코믹이지만 막상 연기를 하려니 신파에 막장,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이 공존했다.
“같이 저녁을 먹고 그런 다음 남산에 가는 거야. 드라이브를 하는 거지. 주차장에서 천천히 타워까지 산책을 하고 행운의 열쇄도 걸어야지. 물론 소원을 비는 메시지도 붙여서.”
혼자 방안에서 눈을 감고 상상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상상만 해도 좋아 죽는 것을 표현해야 했다. 민망한 장면인데 그것을 여러 번 촬영해야 했다.
“그런 다음 내려올 때 손을 같이 잡고, 그러다가 차츰 팔짱을 끼고. 그러다가 성연씨가 약간 발을 헛디뎌서 비틀거리면 부축을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붙잡고. 자연스럽게 그녀와의 썸씽.”
망상을 하면서 혼자 지랄발광을 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걸 위해 현지 로케이션 촬영도 병행을 할 예정이고 이미 협조까지 받아둔 상황이었다.
양석길은 스토커이지만 나름대로 선을 지키는 면도 있지만 언젠가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성연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 것이라 매번 다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망상을 하다가 현실과 혼동을 하면서 거짓된 일기를 소설처럼 쓰기도 했다.
물론 성연도 양석길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지만 두 살 연하이고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기에 거리를 두면서 쌀쌀하게 대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종종 호의를 보여 어장관리까지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양석길은 성연이 다른 두 남자와 양다리를 걸친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심지어 한 남자와는 차를 타고 호텔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박재선은 그런 상황에서 절망하는 양석길을 연기해야 했고 그걸 희극으로 승화시켜서 보여주어야 했다. 물론 여기에 망상과 희망고문이 더해지면서 사랑에 빠진 남자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보여주어야 했다.
“연기에 물이 올랐는데. 성영일이나 황찬욱, 송성호 못지않은 연기야. 거기다 훨씬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라 그런지 더 재미가 있고. 이런 모습을 훔쳐보는 성연의 그 뿌듯한 미소를 연기하는 것도 재미가 있고.”
몰래 훔쳐보는 것은 양석길만이 아니었다. 오성연도 자신을 훔쳐보면서 좋아하는 양석길을 몰래 살펴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거울이나 차량의 유리 등을 이용하고 심지어는 방범용 CCTV까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성지은이 다가와서 한 마디를 했다. 같은 화면에 담아야 했기에 두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
“즐거운 기색이 역력하네요.”
“그럼. 재미있지. 어쩜 그렇게 예술적인 연기를 하는지.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방영되면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데.”
이런 성지은의 모습에서 자신이 누구를 모티브로 성연을 창조했는지 깨달았다. 실제 성지은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지만 자신이 상상하는 성지은은 성연처럼 살 것 같았다.
“내가 쓴 대본이라 일단 연기는 하지만 다시는 이런 역할 맡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자라면 한 번 정도 도전할 필요도 있겠지만 두 번은 할 역할은 아닌 것 같아요.”
“연기력 없는 신인이 맡아서는 캐릭터가 살지 않을 거야. 어쨌든 힘든 촬영을 하는 가운데 재미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 성연도 양석길이란 캐릭터가 없다면 너무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여자에 머물렀을 것 같아. 약간 허당인 면도 부각이 되고.”
성연의 양다리가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양석길과의 에피소드에서 희석을 시키고 있었다. 양다리마저도 그저 평범한 삶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양다리보다 양석길과의 밀당이 오히려 더 부각이 되기도 했다.
박재선은 빅라이언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신경을 더 써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던 연습실을 주었다. 거기에 그들이 전에 사용하던 악기들도 가져다 놓도록 했다.
그런 것을 알기에 문세운이나 이현제도 관심을 두고 있었고 그들이 연습실에 입주하자 시간을 내서 찾아갔다.
“괜찮네. 그러면 ‘그녀는 떠났다’ 한 번 연주해 볼래?”
이현제와 문세운이 연말 행사 준비를 하느라 바쁜 가운데도 빅라이언의 연습실을 방문했다. 마침 밴드 악기를 세팅하고 연습을 하고 있어 그들이 실력을 보고자 심험 공연을 주문했다.
“재선이는 남자는 다 외부로 빼내는 것 같아. 우리는 옥상, 로보틱스는 저 아래 사거리에 두고 얘네는 여기로 두고. 사무실이 있는 곳에는 뮤지카세븐과 레쎄, 두 누나들만 두잖아.”
“그거야 남자들과 여자들을 같이 두면 불편하고 사고 날 수도 있으니 그런 것이지. 그리고 사무실에는 적당한 연습실도 없고.”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대형 연습실이 필요했다. 최소 15평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연습실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창현이가 리더이지?”
“그렇습니다.”
“어, 너 대표님에게 한 소리 들었을 것 같은데. 제대 했을 때 세운이랑 내가 너처럼 살이 좀 있었는데 엄청나게 구박받았다.”
이현제의 지적에 최영환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못했다. 이미 박재선에게 한 번 살을 빼라는 경고를 들은 상황이었다.
“지금 요 앞의 피트니스센터에 나가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무릎도 치료를 받고 있고요.”
최영환도 민망한 기색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박 대표가 그런 돈은 아끼지 않으니 열심히 해. 너희는 양석철 선생님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강창열 선생님, 아, 스탠스 선생님에게 댄스도 다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서?”
“실력이 좀 모자란다고 해서 이번에 낼 싱글 곡 위주로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서창현이 대표로 대답을 했다. 데뷔를 했지만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한 탓에 실력이 답보상태에 있었다. 그렇기에 박재선은 자신이 가르칠 상황이 아니기에 연습생을 지도하는 트레이너를 투입하여 기본실력을 올리도록 했다.
“너희는 데뷔 4년차이지? 하지만 로보틱스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야 해. 앞으로 계약기간 5년인데 그만큼 어려울 거야.”
“우리도 6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한 후에야 데뷔를 했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싶으면 절대로 내보내지 않을 것이니 철저히 연습해. 그것도 요령이 필요해.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럴 생각은 아닌데 꼰대같이 잔소리만 하네.”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적당히 먹자. 어쨌든 왔으니 잘 해보자.”
“그리고 좋은 노래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성공해.”
이현제와 문세운은 그저 잘 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먼저 아이돌로 활동을 했지만 큰 도움이 될 수는 없었다.
“올해는 연말을 한가하게 보내지만 내년에는 우리만큼 바쁘게 보내야지. 작년에는 박 대표를 제외하고는 다들 연말이 뭔지 하던 사람들인데 올해는 전부 다 정신이 없어.”
“그렇지. 나도 작년 연말에 저런 무대에 언제 나가나 했지만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잖아. 너희도 그렇게 될 거야. 로보틱스와 뮤지카세븐, 다들 작년에는 이름도 몰랐어.”
그렇게 말하고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해주었다. 사실 그들은 계약을 하고 왔지만 철저하게 소외가 되어 있었다. 다들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