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32
32. 드라마 출연과 오프닝 공연 (1) #32. 32. 드라마 출연과 오프닝 공연 (1)
박재선은 추석에 바쁘게 보내었다. 날을 받은 상황이라 미래의 처가에도 가서 인사를 해야 했다. 같은 동네이니 물리적으로는 그리 힘든 것은 없지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어른들이 이미 다 협의를 한 상황이라 진짜로 인사만 하면 되었다. 더구나 미래가 불확실하면 위축될 수 있지만 최근 성과가 좋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또한 사전에 꽤나 고급스러운 선물을 준비하여 보낸 덕분에 체면이 깎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시골일수록 그런 것을 따지고 격을 따지는 면이 있었다.
“빨리 출발할 수 있어 다행이야.”
차례를 지내고 성묘만 하고 바로 출발했다. 연휴가 끝나면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 준비가 필요하고 교통정체가 발생하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찍 길을 나섰다.
이틀 동안 동네사람들 등쌀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심지어 시골의 본가를 찾아온 외지 사람들은 사인마저 받겠다고 하는 실정이라 집밖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네가 인기가 많고 동네 사람끼리 결혼한다고 해서 그만큼 관심을 보이는 거지. 그래도 사실 다 알던 사람들이잖아?”
“얼굴이야 알지만 나이 차이도 꽤나 나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지. 더구나 어린애들이 모여서 떠드는데 혼났다.”
“그래도 아예 알아보지 못하는 것보다 낫지. 이런 말은 그렇지만 처음에는 우리 오빠가 걱정을 하기도 했어. 밥이나 벌어먹고 살지. 노래 발표해서 인기 얻으니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갔지만. 그런데 이번에는 언니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
언니라고 부른 사람은 올케를 지칭했다. 김희경은 외동딸이니 친언니는 없었다. 위로 올케만 둘이 있었다.
“무슨 소리?”
“인기 많으면 여자 달라붙을 것이라고, 항상 조심하라고 해서 좀 그랬어. 듣고 어이가 없어서 ….”
어이없다고 하면서도 박재선의 눈치를 보는 것이 그러지 않겠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기색이었다. 연예인이라고 하면 보통 바람피울 것이라 생각하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럴 생각이라면 너랑 가까이 하지 않았지.”
박재선은 그렇게 말하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희경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날 받은 후에 맞은 명절이라 신경 쓸게 많았다. 김희경도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인지 지친 기색이었다.
“올라가서 잠시 외갓집에 들릴 것인데, 상관없지?”
시골에 내려갈 때 이미 그런 일정을 알린 상황이었다.
“언젠가 인사드려야 할 것이고 문제는 없지. 그보다 팬카페 봤어? 칼리 크리슨 내한공연 소식으로 말이 많던데.”
추석 전날 칼리 크리슨의 내한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박재선이 맡기로 한 사실이 발표되었다. 시골에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 달리 대응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김운찬에게 연락을 하여 지침을 주었고 김희경이 팬카페에 댓글을 올린 정도였다.
“적절한 때에 발표한다고 하더니 추석 전날 발표하다니, 참. 팬카페 운영진이랑 통화했어?”
“최유희씨랑 잠깐. 사실여부를 확인하려고 전화를 했더라고. 우리도 빨리 콘서트 하자고 하더라. 다들 그런 의견이 많아.”
“앨범을 내야 그게 가능하지. 무대에서 부를 노래가 있어야 팬미팅이건 콘서트건 하지. 그래서 나도 앨범부터 낸다고 하는 거야. 나도 다른 가수 콘서트 하는 것 보면 부럽더라.”
박재선은 다시 한 번 최대한 빨리 정규앨범을 내기로 다짐했다. 자신이 부른 노래가 어느 정도 있어야 콘서트가 가능했다. 지금 10여 곡 정도 작곡을 한 상태지만 그것만으로 앨범을 만들기는 부족했다.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걸맞은 곡을 골라야 했다.
“결혼식도 준비할 것이 별로 없겠지만 앨범 준비를 하다보면 소홀할 것 같아. 앨범 발표는 설날 직후에 할 계획이니 결혼 하고 난 후에 바빠질 거야.”
“신곡 낼 때랑 비슷할 것 아냐? 무리하게 일정을 잡을 것도 아니잖아? 나도 회사 다니다보면 정신없을 것이고. 문제가 되면 회사 그만두는 것도 생각 중이야. 내조가 중요할 수 있으니.”
“그건 알아서 해. 그렇다고 자신의 꿈마저 포기하지는 말고.”
박재선은 김희경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안에 틀어박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자신도 부담스러웠다.
“꼭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라 다니는 상황이잖아? 내 회사도 아니고. 거기서 이뤄야 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바에는 자기 팬카페나 팬클럽 관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부인이라면 팬 1호여야 하는 것이고.”
“희경이가 그래주면 나야 편하지. 회사의 일도 살펴주고. 사실 나야 음악이나 연기 정도 빼면 아는 것도 없고. 회사의 중요한 것은 외삼촌이 도와주는 상황이고.”
박재선 혼자 했다면 JS엔터테인먼트의 체계를 잡는 것도 불가능할 수 있었다. 최우철의 적절한 조언이 있기에 큰 문제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에 다녔던 김희경이 회사 일을 봐주면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같은 직장에서 부부가 일하면 24시간 붙어 있어 감옥살이가 따로 없다는 말도 있지만.
한남동에 있는 최우철의 집에 당도한 것은 저녁 식사를 할 무렵이었다. 천안을 지나면서 막히기 시작하여 한남대교를 건너기까지 무려 네 시간이나 소요가 되었다.
“어서 와요. 한 번 저녁식사라도 사준다고 하면서도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어요. 내가 시간이 나면 재선이가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고.”
최우철이 두 사람을 맞아주면서 집안으로 안내했다.
“오빠, 어서 와. 어, 시골친구님? 진짜 시골친구였어요?”
외사촌인 최경희가 김희경을 보면서 아는 척을 했다. 김희경도 놀란 표정으로 봤다. 팬클럽 활동할 때 알고 지낸 것 같았다.
“네가 사촌동생이었어? 그냥 어리지만 열성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신기하네요.”
추석이라 그런지 경희도 집에 있었다. 전역할 때 잠깐 저녁에 보고 만나지 못했는데 어디 가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곧 경희와 희경이가 어떻게 알고 지내는지 이야기를 했다.
둘 다 박재선 때문에 샤이닝로드 팬카페가 결성할 때부터 활동을 했다. 처음 데뷔할 때는 팬이 없으니 그들이 간부로 활동을 했고 샤이닝로드 팬이면서 박재선의 개인 팬으로 분류가 되면서 친분을 가졌다. 이후 팬클럽이 결성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능 끝나면 다시 활동을 할 것이니 그 때 언니가 제 자리 만들어놔요. 유희 언니가 지금 회장이죠?”
“그래. 하지만 걔도 회사 일이 바빠 양지운이라고 지금 부회장을 하는 애가 대부분의 일을 하고 있어. 지운이 알지?”
“그 언니도 알죠. 나보다 3년 선배인데.”
최경희가 계속 말을 건네니 김희경은 인사만 하고 거기에 붙잡혀 있었다. 그런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잘 된 것인지도 몰랐다. 어떻게 보면 유일한 시누이가 후원자이니.
최경희나 김희경이 활발하게 팬클럽 활동을 했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는데 저절로 알게 되었다.
“결혼 축하해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언니들 충격 먹겠다. 지금도 오빠 좋아하는 언니들 많은데.”
아이돌 팬들은 유사연애감정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아이돌의 스캔들 기사에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네가 좀 도와줘. 회장에게도 부탁을 했지만.”
박재선도 결혼을 발표하기가 사실 두려웠다. 아이돌 팬덤은 다소 과격한 경우가 많았고 돌출 행동을 할 수도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결혼을 서두르는 면도 있었다. 가수가 인기를 얻을수록 부작용도 컸다.
“알았어요. 수능 끝나면 내가 알아서 잘 정리할 것이니. 우리 오빠들도 이제 연애도 하고 결혼할 시기라는 점을 알려 여론을 돌려놓을 것이니.”
최경희는 박재선의 사촌동생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었다. 박씨도 아니고 최씨라서 친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경희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저녁 식사 준비가 되었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이미 어머니 최우선이 대부분 이야기를 했기에 그저 얼굴을 익히는 정도였다.
“회사는 계속 다닐 거예요? 오빠 인기가 점점 많아지면 불편할 것인데. 다음 주에 1위 하면 팬카페도 폭발할 것 같던데.”
현재 팬카페는 회원수가 20만 정도인데 2주 사이에 10만 이상이 증가했다. 1위를 한다면 샤이닝로드 시절 4백만은 어렵더라도 100만도 넘어갈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김희경이 직장에 다니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상황 봐서 결정해야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김희경도 가급적 직장에 다니고 싶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결혼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상대가 박재선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드라마 ‘금새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연출인 유상열 PD를 만난 것은 추석 연휴 다음날 오전이었다. 카메오라고 하지만 주요 조연이기에 출연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거마비 수준의 출연료도 받기로 했다.
그런 사무적인 절차는 김운찬이 나서서 처리했지만 연기에 관련이 된 부분은 박재선이 나서야 했다.
“여주인공인 유지희의 첫사랑인 박재선 역할입니다. 이름도 그대로 박재선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박재선은 금사빠의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과 갈등을 빚는 사이에 나타나서 여자주인공을 흔드는 역할을 했다. 남자주연은 지하성 역의 성제훈이기에 오히려 기대가 되기도 했다.
성제훈은 ‘사랑스러운 엘프의 여왕’에서 남자 주인공의 물망에 올라 있었다. 그렇기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 짧게 1화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2화 정도로 연장이 될 것입니다. 기존 대본은 여주의 라이벌이자 이복동생인 지연의 사주로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새로운 대본에서는 그 부분이 사라지고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만난 것으로 수정이 되었습니다.”
“순수성이 더 강해진 것 같군요.”
박재선은 막장이라는 말은 작가나 연출자를 모욕하는 언사이기에 언급하지 않고 돌려서 말을 헸다.
“그렇습니다. 이복동생이 등장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이복동생의 사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매력이 없는 설정이니 말입니다. 개연성도 떨어지는 면이 있고. 멋진 남자라면 욕심 많은 이복동생이 먼저 차지해야 맞죠. 그런 상황에서 언니에게 접근을 시키는 것은 진짜 이상한 것이 되고 말죠. 아귀가 맞지 않고요. 그래서 그냥 울적한 마음에 고등학교 친구가 전화해서 동창회에 가자고 해서 가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만나고요.”
“진짜 마음만 흔드는 역할로 끝나네. 바람 같은 남자이군요. 금사빠인 지희는 쉽게 흔들리고.”
“하지만 끝에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조금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니까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금사빠입니다.”
“제목부터가 그러니 그렇겠죠.”
“그러니 여주나 남주나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마음을 주고 쉽게 관계를 맺고 또 다시 쉽게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 상황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일부는 바뀌지 않기도 하고요.”
“알겠습니다. 일단 대본부터 보도록 하지요.”
박재선은 지금까지 방영된 드라마를 보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드라마 내용만 봐서는 남녀 관계가 불명확했다. 어떻게 보면 볼 장 다 본 관계이고 어떻게 보면 그저 알고 지내는 관계일 수도 있었다. 심의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모호했다.
모든 관계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모호했다. 친구인지 연인인지, 아예 가까운 사이가 아닌지 애매했다.
‘이거 뭐야? 유지희와 박재선도 그렇잖아? 같이 술만 마시고 헤어졌는지 아니면 끝까지 갔는지 애매하잖아?’
그렇기에 캐릭터의 감정선을 잡기가 참 애매했다. 친밀한 것 같으면서도 그냥 애매한 관계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마치 안면만 익힌 관계 같으면서도 전날 모텔에 간 사이로 보였다.
박재선은 빠르게 대본을 읽고 자신이 나오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세세하게 읽었다. 역시 애매했다. 지문이나 대사나 알쏭달쏭하여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 세 번째 만나는 장면에서 둘은 카페에서 나가 지희가 손을 잡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담담하게 같이 손을 잡고 근처 음식점까지 갑니다. 그러면서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손을 놓지 않고요. 무슨 의미인지 애매하군요.”
“말 그대로 그냥 지희가 편안하게 손을 잡고 그걸 재선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럼 두 번째 만나는 장면, 같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지희의 귀가 장면, 조금 애매하군요. 시간도 나오지 않고요. 어둠 속에서 침대에 한동안 앉아 있고요. 유리창이 조금 밝은 것도 이상하고요.”
“그게 우리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시청자들의 상상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 관계도 아닌 것 같지만 수상한 냄새가 풍기도록 연기해야 합니다. 어떤 상상을 하건 나름대로 타당하도록 말입니다.”
“이러면 메타포가 너무 많아 시청자가 지치지 않을까요?”
“12금, 15금, 18금 버전으로 풀이해 놓은 드라마 줄거리가 있습니다. 그걸 한 번 찾아서 읽어 보시면 됩니다.”
“그건 저도 봤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죠.”
박재선은 자신의 연기력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다면연기였다. 잘못하면 발연기라고 욕만 잔뜩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