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81
81. 81. 드라마 촬영 (2)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고 실수하면 고치면 되고 다시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죠. 그리고 나도 있고 일이 많아지면 사람도 늘어날 겁니다.”
다들 너무 빨리 사세를 확장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지만 박재선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크게 염려를 하지 않았다. 충분히 대책을 마련해 놓고 진행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일을 한지 며칠이 되지 않지만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사실 간단하죠. 구매라는 것도 간단하고 매출도 몇 가지 형태에 불과하니. 경비만 잘 정리하면 끝이죠.”
“그렇기야 하지만. 하긴 실장님이 있으니 제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어려운 것은 실장님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고.”
황성희가 약간 얄밉게 말을 했지만 그걸 지적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대본 리딩은 사실상 프리프로덕션의 마무리이자 크랭크인 직전에 이루어지는 행사였다. 모든 배역에 대한 캐스팅이 이루어져야 가능했다. 또한 캐스팅 된 배우들이 서로 얼굴을 보는 일종의 상견례 자리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문희라 역을 맡은 한지영입니다.”
박재선이 리딩을 회의실에 들어가자 여자 한 명이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박재선도 일찍 왔는데 더 일찍 온 사람도 있었다.
“잘 해봐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이재선 역의 박재선입니다.”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여주인공 역의 한지영이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가 주연이라고 해서 으스대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 매니저가 있지만 간섭하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박재선의 경우 ‘청춘은 아파야 하나’에 출연하여 신인상까지 받았기에 스무 살에 연기에 데뷔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연기자로도 한지영보다 몇 년 선배이기도 했다.
“어, 둘 다 어울리지 않게 일찍 온 거야?”
“안녕하세요. 선배님.”
곽나현 역으로 캐스팅이 된 성지은도 박재선이 당도한 직후에 나타났다. 드라마의 주역들이 일찌감치 와서 자리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새신랑 얼굴이 아주 활짝 폈는데.”
“뭘, 또 그런 말을 해요?”
성지은은 농담을 하여 사적으로 가까운 것을 바로 드러냈다.
“새신랑 보고 새신랑이라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 헌신랑이라고 할까? 이미 헌신랑일지도 모르지.”
“하여간 이 누나가 못하는 말이 없어. 웬일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누나 같은 미인은 5분 전에만 가면 된다고 하던 사람이?”
전에 항상 시간이 쫓기듯이 오는 경우가 많아 조금 일찍 다니라고 말하자 스케줄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말 대신에 그렇게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파릇파릇할 때 이야기지. 지금처럼 나이를 먹으면 약빨이 떨어져 먹히지가 않아. 이제는 나도 일찌감치 와서 눈도장도 찍어야지.”
“혹시 막힐 줄 알고 일찍 출발했는데 막히지 않아서 우연히 일찌감치 도착한 것 아니에요? 주차장에서 기다리면서 기세 싸움할 군번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올라온 것 같은데.”
종종 배우들이 일찍 도착을 해도 시간에 맞춰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막 떠오르는 배우들 사이에는 그런 일도 있었다.
“그래. 오늘따라 잘 빠져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모처럼 대본 리딩이고 후배가 주연이라 일찍 와서 지원이라도 해주려고 했더니 그렇게 말해. 그리고 너한테 잘 보여야 할 것도 같고.”
“뭘 잘 보여요? 저한테 잘해 봤자 이제 유부남이에요.”
“하여간 말은, 네가 음악감독을 하는데 내 테마송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말이야. 준비할 계획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곽나현 테마송이요?”
“그래, 내 포지션이 밥을 잘 사주는 누나 비슷한 면도 있잖아. 약간은 어장녀이기도 하지만. 그러니 비슷한 컨셉으로 노래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말이지. 나도 OST 부를 실력도 있으니.”
성지은도 한 때 가수를 하려고 하던 사람이라 제법 노래도 괜찮게 했고 몇 번 드라마 OST를 불러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뜬 노래는 없어 어중간한 느낌이기도 했다.
OST 이야기가 나오자 한지영도 눈을 빛내면서 관심을 보였다. 박재선이 음악감독을 맡은 것은 몰랐던 것 같았다.
한지영도 연기를 하기 전에 잠깐 아이돌그룹 멤버로 활동을 했다. 데뷔 2년 후에 해체했지만 보컬로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하여간 결국 그 말을 하려고 이렇게 오신 것이군요?”
“어때? 노래는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야? 여기 1화 혼자 걷는 장면이 있잖아? 잔잔한 노래가 깔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3화에도 그런 비슷한 장면이 있잖아. 둘 다 뭔가를 하러 가는 장면이고, 그 일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장면이니.”
드라마를 분석하여 제법 효율적인 포인트를 잡아냈다.
“알았어요. 여기에 음악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발라드나 재즈 계열로 말이에요. 우울한 발라드보다 유쾌한 재즈가 더 나을 것도 같고요. 희망이나 약간 기대도 있으니까요.”
성지은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맡은 역이 조연이지만 비중이 커서 주조연이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테마송 하나 정도 만드는 것도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
배우의 경우 출연료가 많지만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드라마 출연으로 인기가 오르면 광고 모델로 계약하여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컸다. 그렇기에 좋은 드라마에 서로 출연하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OST를 부를 수가 있다면 출연료에 버금가는 수입을 올릴 수도 있었다.
그 때 하나둘 출연자와 매니저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기 바쁜 상황이 벌어졌다. 아울러 박재선은 자신이 까마득한 후배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정각이 되자 오철환 감독과 유지은이 등장했다. 둘 다 신인이지만 투자비가 엄청난 드라마를 제작하게 되었기에 누구도 무시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계상황’이라는 영화를 흥행시킨 이력이 있었다.
대본 리딩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다. 박재선은 주연배우이자 음악감독으로 소개가 되었다. 그로 인해 박재선도 단순히 배우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님을 알리기도 했다.
박재선은 그 자리에서 결혼 축하를 받기도 했다. 본래 연기자가 아니었기에 그 자리에 온 사람 대부분은 결혼식에 온 것이 아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어요. 오늘 보니 연기 준비 많이 한 것 같아요.”
대본 리딩이 끝나자 박재선과 유지은은 일종의 덕담을 나누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만 그런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박재선은 가급적이면 여덟시 이전에 퇴근을 하려고 했다. 신혼부터 늦게 다니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물론 같이 회사에 있기에 늦어도 이유를 알겠지만 늦기 전에 마무리를 했다.
“혹시라도 회사 일이 힘들어?”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보통 하루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회사 일을 집으로 가져오는 것 같지만 당분간 서로 적응하기 위해 피하지 않기로 했다.
“모르는 것을 하려니 조금 헤매지만 배우면서 해나가야지.”
“오전에 정우전자 곽도훈 팀장과 회의를 했다면서?”
“100억 원의 유상증자 관련하여 절차를 진행하려니 힘들지. 사전에 무상증자를 먼저 해야 하고. 그것 때문에 세무사와도 협의해야 하고 외삼촌과도 계속 통화를 했고.”
정우그룹에서 투자를 받는 일은 김희경이 담당하기로 했고 그 때문에 김희경도 정신이 없었다. 100억을 투자받고 15%의 지분을 건네면 되지만 상법이나 각종 법령에 따라야 하기에 복잡했다. 절차가 어긋나면 불법이 되어 가산세를 내거나 심지어 법규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법인관리는 복잡해. 또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맡길 수도 없고. 네가 없었다면 내가 직접 하거나 외삼촌이 대행을 해야 하는 일이야.”
“그런데 작년에 생각보다 돈 많이 벌었더라. 연말에 200% 보너스를 줘서 너무 많이 준 것 아닌지 했는데 그럴만했어.”
“무상증자 절차부터 확실히 배워. 나도 잘 모르니까 중간에 좀 알려주고.”
박재선은 법인을 만들면서 세무나 회계, 상법 등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래야 문제가 없었다. 회사의 매출액이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세금인 것 같아. 무상증자 하는데 세금내야 하는 것을 처음 알았어. 엄밀히 말하면 당기순이익을 주식배당을 하는 것이지만.”
“세율이 15.4%인가 그렇지?”
“국세 14%와 지방세 1.4%를 더해 15.4%, 그렇게 해야 네 주식이 많아져 유상증자를 하는데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 같고.”
“세금은 피할 수 없지. 낼 건 내야지. 꼼수로 그거 아끼려다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저쪽도 내부결재과정에서 진통이 있나 봐. 중간에 깎으라고 했다가 박관석 부사장이 그 사실을 알고 원위치를 시키고.”
“세상일이란 것이 술술 풀리는 경우는 드물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고. 부탁할게.”
“걱정하지 마. 문제가 없도록 깔끔하게 정리할 것이니. 그보다 결혼식에 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다녀야 하는 것 아니야?”
“일로 만난 사람들은 일하면서 인사를 하면 되는 일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전화를 하거나 천천히 시간 내서 인사하면 돼.”
“알았어. 이번 주말에 시골에 가지 못하겠네?”
“굳이 서둘러 가야할 필요 없어. 곧 설날이니 그 때 내려가서 인사하자고 명절 앞둔 상황이니 인사를 두 번 할 이유는 없어.”
“그렇기는 한데, 알았어, 그때 하자. 로보틱스 애들은 내일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만 촬영하면 컴백 준비는 끝나는 거야?”
“대충 마무리는 되었어. 물론 그 전에 제대로 연습을 해야지. 너무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아 2월 10일경으로 미룬 상황이야.”
“참, 사무실에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OST에 대해 묻는 것 같던데 그게 뭐야? 서로 자신이 부른다고 나서던데?”
그러자 드라마에 OST가 필요해서 사전에 작곡했고 그것을 제작진과 검토한 사실을 말했다.
“내가 다 부를 수는 없는 일이고 이현제, 문세운, 성지은, 한지영이 한 곡 정도 부를 거야. 나도 한 곡 정도 부르면 다섯 곡은 주인이 있고 다섯 곡 정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
그러면서 가장 적당한 가수를 선정할 예정이고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도 고려대상으로 삼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 사람들이 연락한 것은 꼭 해야겠다는 의도보다 대상자를 선정할 때 고려해 달라는 의미야. 별로 친하지 않으면 선뜻 권유하기도 쉽지 않아. 작곡 의뢰도 사실 적당한 곡이 있으면 연락해달라는 의미이기도 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자기 잘 나간다는 의미구나.”
“맞아.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지. 건방지다는 말 나오면 어느 순간 훅 가는 수도 있고.”
그들은 설거지를 한 다음에 다시 자리에 앉아서 ‘사랑스러운 엘프의 여왕’ OST를 들었다. 물론 새로 작곡한 성지은이 부를 예정인 ‘곽나현의 테마송(가제)’까지 듣고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직 가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노래 좋은데. 혹시 생각하는 가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여 선정해야지. 이것도 다 사업인데.
박재선은 김희경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베갯머리송사가 무엇인지 대충 이해를 했다. 며칠 사이 김희경이 자신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았다.
박재선은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로보틱스의 녹음을 마무리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로보틱스도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받은 상황이라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영인아, 네 파트는 곡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라 누구보다 안정적이어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게만 잡으면 그것도 문제야. 적당히 중심을 잡으면서 날렵하게 리듬을 이끌어야 곡이 살아. 지금 너는 뒤로 쳐져 전체를 붙잡는 모양이야. 다른 사람이 너를 이끌어 가는 형상인데 네가 주도해야 해.”
중저음을 강조해서 그런지 곡의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모양새였다. 소리를 꾹꾹 눌러 담아 다른 사람까지 처지도록 만들었다.
“둔탁한 훅을 휘두르지 말고 강하면서 짧게 원투 스트레이트를 내뻗는 기분으로 노래를 불러. 다시 가보자.”
스튜디오에 다섯 명 전부를 불러 지켜보게 한 상태에서 하나씩 들어가서 녹음을 하도록 했다. 각기 노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자신의 문제점도 파악을 할 수 있었다.
82. 드라마 촬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