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98
98. 98. 미국에서 (3)
한국에는 오지 않았지만 홍콩이나 도쿄에서 공연을 하여 아시아에서도 꽤나 많은 팬이 있었다. 하지만 음악성 자체는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일단 싱어송라이터는 아니었고 음악적인 정체성도 모호한 잡탕이었다. 단지 가창력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알았어요. 정중히 거절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박재선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자료가 든 가방을 한쪽으로 두었다. 나중에 호텔에 가서 차분하게 살펴볼 생각이었다.
박재선은 마지막에 허리우드에 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에 당도하여 주변을 잠깐 걸었다. 차안에서 그냥 보고 지나가기에는 아쉬워서 입장은 하지 않고 멈춰 건물이라도 보려고 했다.
‘걷자마자 귀신, 반물질 사념체가 나타나다니?’
박재선은 신혼여행을 할 때 귀신을 만나지 못했기에 미국에는 귀신이 없는 지 의문을 가졌는데 그저 만나지 않은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귀신을 흡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기회를 놓칠 필요는 없지.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흡수할 수는 없고.’
간단히 자신이 만난 귀신이 한귀이고 이름이 쿠치아노 쿠렌티노라는 이름을 가진 영화감독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이 급했지만 앤 플로린이나 자신의 매니저, 경호원이 있기에 몸 안에 봉인을 해놓았다.
하지만 귀신을 하나만 만나는 것은 아닌지 곧 이어서 하나를 더 만났다. 다시 만난 귀신은 흡수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봉인을 해서 그런지 역시 몸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미친, 생각해보니 봉인을 한 상태니 겉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하나 더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아닌 것인가?’
박재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귀신의 정체를 살폈다. 이번에도 원귀가 아닌 한귀였다. 시나리오 작가였고 이름은 에젤린 프레디카라는 여자 귀신이었다.
쿠치아노 쿠렌티노도 그렇고 에젤린 프레디카도 그렇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이름이었다. 결국 몸 망으로 흡수를 했으니 다시 한 번 봉인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둘을 봉인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잠깐 스튜디오의 외곽을 따라서 구경을 하는데 한 사람이 나타났고 박재선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미친 고작 500m 사이에 귀신이 셋이나 있어?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 잡아먹지도 않았다니?’
귀신은 서로 배타적인 성향이 강했고 한 지역에 공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박진성의 귀신이 유독 그런 것인지 몰라도 그의 경우에는 수십의 다른 귀신을 흡수한 것도 있었다.
‘하, 원귀라서 그랬던 것인가? 한귀의 경우에는 공격성이 그리 강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려든 귀신을 살폈다. 결국 그 귀신도 봉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귀신도 역시 한귀였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귀신이 된 존재였다.
‘참, 욕심도 많군. 촬영감독 프랑크 베이저는 오스카에서 촬영상을 탄 양반인데 사진작가가 되지 못해 귀신이 되다니.’
잠깐 봉인을 하면서 살핀 그의 한이 무엇인지 살피다가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모두 다 젊은 사람이었다. 나이 든 존재는 귀신이 되지 못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더 이곳을 배회하다가는 몸 안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신을 흡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6시에 약속이 있고 잠시 쉬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결국은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온 박재선은 자신의 방으로 갔다. 김운찬에게는 피곤하니 쉰다고 한 후 5시 30분에 깨달라고 했다.
박재선은 방문을 잠그고 객실의 창문을 열어 환풍이 잘 되도록 한 후에 침대 옆의 자리를 확인한 후에 옷 전부를 벗고 바닥에 객실 탁자 위에 올려 있는 신문을 가져와 깔았다. 혹시라도 오염이 일어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박재선은 몸 안에 있는 귀신의 봉인을 하나씩 해제하면서 흡수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흡수한 영화감독의 사념체부터 시작했고 그러자 한 사람의 기억이 물밀듯이 떠올랐다.
‘사고의 속도가 이렇게 빨라질 수도 있는가?’
아주 빠르게 뭔가가 뇌리에 떠올랐고 그것이 저장이 되고 있었다. 나노머신 덕분에 망각하지 않을 것이기에 기억하려고 기를 쓸 필요는 없었다. 지금도 종종 장진영부터 유지아, 박진성의 기억을 살피면 필요한 기억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쿠치아노 쿠렌티노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인물이군. 그걸 바탕으로 상업영화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촬영 중간에 사고, 출연한 주연 배우 사이에 불륜스캔들이 터지면서 문제가 되고 말았다.’
유부남과 유부녀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그리 문제가 아니지만 문제는 유부남의 아내가 분노하여 밀회중인 남편과 여자를 저격하고 자신마저 죽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 사건이 벌어지니 영화는 엎어지고 말았다. 주연 배우 둘이 사망한 상황에서 다시 촬영을 할 방도는 없었다. 장래가 유망한 신예감독이 데뷔도 못하고 빚쟁이가 되고 말았다. 그는 그 사태를 수습하려고 다니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사고인지 과로인지 그것도 불분명했다.
‘원망의 대상이 살아있다면 원귀가 되었을 것인데 먼저 죽고 말았으니 한귀가 되었군. 반쯤은 원귀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기운, 나노머신의 정보에 의하면 반물질 사념체를 흡수했다. 이어서 시나리오 작가와 촬영 감독의 사념체를 정리했다. 굳이 기억하기보다 기운을 정리하는데 주력했다.
몇 번 경험이 생겨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를 정리할 때는 뭔가 몸 안에 이질적인 감각이 남아 있었다. 한꺼번에 셋은 무리를 주는 것 같았다.
‘이거 너무 많은 기운을 흡수한 것으로 인해 부작용은 없는지 걱정이군. 무슨 문제는 없겠지.’
막상 나노머신의 정보를 검색해도 알려진 것이 없었다. 박재선이 눈을 뜨자 시간은 고작 10여 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면 역시 몸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새로운 기운이 유입되면 오물이 배출되는 것 같았다. 방안에서 썩은 내가 진동했고 신문지를 정리하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 다음에 화장실로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다행히도 씻고 나오자 냄새가 대부분 사라진 것 같았다.
박재선은 김운찬을 대동하고 약속한 장소로 갔다. 전날 앤 플로린과 만났던 룸을 예약한 상황이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다소 비용이 들더라고 그 장소를 예약했다.
“보내준 노래는 잘 들었어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바로 그 이야기부터 했다.
“칼리 크리슨이 부르면 좋을 것 같은 노래를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박재선은 수록곡 정도로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공모에 참여한 곡의 수준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 자신은 있었다. 물론 탈락을 시킨다면 그들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곡이 아주 좋더군요. 제가 부르기 적당하고요. 기존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느낌도 있고요. 아주 영리한 곡이라고 할까요?”
칼리 크리슨의 말에 박재선은 빙긋 웃고 말았다. 사실 보내면서 무난한 곡이라는 생각을 했다. 칼리 크리슨이 부르면 빅 히트는 못할지라도 기본 성적은 낼 수 있는 곡을 만들어서 보냈다.
“이번에 공모한 곡의 순위를 매긴다면 대략 2~3위 정도입니다. 하지만 타이틀곡으로 사용하기는 뭔가 부족합니다. 앤의 크리티컬 러브에서 보여주는 그 어떤 느낌이 없습니다. 1위의 곡이라 생각하는 노래도 뭔가 부족하고요.”
“그런 영광까지 기대할 정도는 아닙니다. 알다시피 그런 노래는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운이 있어야 그런 노래를 만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행운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오죠.”
박재선은 대화를 할수록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같이 작업하자는 말이었다. 그걸 말하고자 밑밥을 깔고 있었다.
“앨범에는 한두 곡의 명곡과 뮤지션의 능력과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채우면 된다고 봅니다. 타이틀곡은 직접 만들어서 넣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어느 순간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흘러간 가수가 되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요즘에는 가급적이면 다른 뮤지션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칼리 크리슨이 말을 하자 존 드리먼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박재선은 어떤 식으로 말을 할까 고민하면서 그를 보았는데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도 제 일정이 있어 같이 작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지리적인 제약도 크기에 전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결과물을 공유해야 하는데 소통의 문제도 있고요. 필요하다면 제가 보낸 곡을 좀 더 다듬어 보겠습니다.”
박재선은 칼리 크리슨의 앨범에 수록곡을 넣는다면 적당하다는 생각이기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설사 타이틀곡으로 해준다고 해도 내키지 않았다. 박재선의 판단에도 그가 보낸 곡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칼리 크리슨은 뭔가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이지만 그걸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말하면 대부분의 뮤지션은 만사를 제쳐놓고 응했는데 너무나 뻣뻣했다.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편곡을 하면 어떻습니까? 어느 누구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작곡과 궤를 달리하지만 같은 영역이기도 했다. 자신이 만들거나 공모를 통해 받은 곡은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공모를 할 때 편곡을 할 수 있음을 주지한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대략 2주, 15일 정도 시간을 내도록 하지요. 그 정도 시간이라면 앨범 하나 정도 검토할 시간은 될 것입니다.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칼리 크리슨과 공동 작업을 하지만 작업 범위를 편곡으로 제한한 것은 그 정도라면 그리 부담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미국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그 분위기를 파악할 필요도 있었다.
일정은 곡 선정이 완료된 시점으로 잡았다. 8월과 9월이라면 자신의 앨범 작업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 같았다. 그 때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묵히는 것도 좋았다.
‘앨범을 제작할 때 녹음 전에 잠시 텀을 두는 것도 좋아. 미니나 싱글은 그냥 쉬지 않고 작업해도 되지만 정규는 숙려기간을 두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도 있어.’
‘이혼입니까? 숙려기간이라니.’
그 순간 전에 유희성과 했던 대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편곡을 하는 작업을 같이 하기로 했다. 물론 그 작업은 작곡보다 돈이 되지 않겠지만 경험을 삼아 하기에는 적당할 것 같았다.
원래는 확실하게 거절을 할 예정이었지만 매정하게 거절했다가 인간적인 관계마저 단절될 것 같아 그 정도로 타협을 했다.
JS엔터 소속의 아이돌 그룹 로보틱스의 음원 순위가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3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사람들은 주간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지 못하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끝없는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실연당한 청춘의 가벼운 푸념을 노래한 것으로 들렸지만 계속 듣다보니 제목 그대로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아카펠라 버전이 나오고 좀 더 서정적인 분위기로 부르면서 그런 느낌이 훨씬 확실하게 와 닿았다. 거기다 박재선이 앤 플로린을 통해 발표한 노래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박재선이 미국에 건너가면서 로보틱스도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줄줄이 음악방송에서 1위 후보로 올랐고 KDC 뮤직센터에서 1위를 했습니다. 팬카페의 가입자 수도 마침내 28만으로 내일 아침이면 30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보틱스를 담당하는 조현민 실장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김희경에게 보고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여 자신을 비롯한 모두가 같이 이룬 성과임을 과시했다.
“수고했어요. 애들은 숙소에 갔나요?”
“그렇습니다. 아직 활동을 하는 중이기에 간단히 식사만 하고 자리를 파했습니다. 그리고 녹화 중간에 행사 두 개가 있었는데 무사히 잘 마무리했습니다.”
“다들 힘들었어요. 조 실장님도 바로 들어가십시오.”
김희경은 보고를 받고 퇴근을 하라고 한 후에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재선이 있을 때보다도 더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으면서 로보틱스가 숙소에 복귀한 것을 확인하고 퇴근했다.
김희경도 다른 직원들과 같이 회사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99. 미국에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