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65
00264 시작부터 보스? =========================================================================
내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마볼로는 아주 잠깐 경직된 표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 그의 눈매가 반달처럼 휘어 올라가고 입 꼬리도 귓불 아래로 쭉 찢어지며, 입가에 진한 미소가 머금어지는 게 보였다.
“흐흐. 반 쪽짜리 신이라. 그렇지. 원래는 화가 나야 정상이겠지만…. 이상하게 별로 화가 나지는 않는군.”
“사실이라서 그렇겠지.”
“홀홀. 일부는 인정하지. 하지만 그것보다는 말일세….”
마볼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찬찬히 의자에서 일어나며 검지 손가락을 앞뒤로 까닥거렸다. 그것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곧 그의 뒤에 있던 사용자들이 회색 빛 눈깔을 희번덕거리며 슬금슬금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볼로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한 손을 들어올렸다.
“자네도 결국 나와 똑같은 신세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딱!
그는 놀러 나온 사람처럼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사용자들의 신체가 은은한 은빛으로 휩싸였다가 이내 팍 사그라졌다. 얼른 제 3의 눈으로 분석에 들어가자, 그들의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마법사의 버프를 받은 것이다.
“자, 그럼 부하들은 부하들끼리 놀라고 하자고. 자고로 세력을 대표하는 자는 그와 격이 맞는 이와 싸우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그것도 인생철학인가. 아무튼 그래 봤자 내 동료들한테는 안될 것 같은데.”
“이건 인생철학보다는 대마법사의 자부심이라고 해주게. 그리고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게야. 거창하게 여러 주문을 복합적으로 터뜨리기보다는, 깔끔한 하나로 마무리 짓는 게 더욱 나은 법이지.”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고연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자신한테 맡기라는 소리였다. 다른 클랜원들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고연주를 믿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내가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를 일대일로 붙잡아두는 게 다수의 전투보다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궁금한 표정이군. 내가 왜 정신조작을 사용하지 않는지 말이야.”
“사용해도 돼. 일일이 자르거나 아니면 그전에 너를 죽이면 되니까.”
“홀홀. 자신감이 넘치는군. 아주 좋아. 계속 그런 태도를 유지해달라고. 그래야지 나중에 붙잡혔을 때 굴복시키는 맛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변태 영감이었군. 나잇값 좀 하시지 그래.”
지속적으로 도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볼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까부터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로 흥얼거릴 정도였다.
“킬킬. 취향이니 존중해주게. 나이가 들어먹으니 평범한 것들에서는 쾌감을 얻기 힘들어서 말이야…. 뭐, 자네도 한번 맛들이면 그 카타르시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걸세.”
‘알고 있어. 리리스를 굴복시킬 때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거든.’
문득. 천사와 동급인 악마 주제에, 눈물콧물 질질 흘리며 알몸으로 목숨을 구걸하던 리리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쥐고 있던 무검의 손잡이를 뽑아 들었다. 대마법사는 그런 나를 묘한 눈길로 응시했다.
“…….”
그러고 보니. 어떻게 보면 이번이 무검의 첫무대나 다름없었다. 일월신검이었다면 검을 뽑는 사늘한 소리라도 났을 텐데, 무검은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손잡이만 덩그러니 나온 상태였다.
검신이 보이지 않는다. 무려 제 3의 눈을 활성화한 내 눈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귀속 효과를 받아서 그런지 내 감각에 확실히 걸리는 모양이 있었다. 손잡이를 으스러지도록 쥐며, 그것을 눈 앞의 마법사를 향해 일직선으로 겨누었다.
마볼로도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위협적인 기세는 느꼈는지,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손잡이로 던지고 있었다.
“오호라. 보이지 않는 검이라. 자네는 정말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하는군. 아, 너희들은 먼저 가있으려무나. 너희들은 실패작이라서 얼마든지 죽어도 좋단다. 죽어도 시체만 남으면 되니까, 지지만 말아다오. 홀홀.”
“드디어 오네? 다들 자세 잡으렴. 수현! 여기는 신경 쓰지 말아요. 몸 조심해요!”
마볼로가 가볍게 손짓하자 뒤에 가만히 서있던 사용자들이 비로소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고연주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그런 그녀의 말을 받아들여 나는 온 신경을 마볼로에게 집중시키기로 했다. 아무리 고대의 집약된 버프를 받았다고는 해도 고연주라면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하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대표들이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는가. 우리도 슬슬 시작해야겠지?”
“…….”
“어이쿠 이놈 눈빛 좀 보게. 눈빛만으로도 잡아먹겠다 인석아! 홀홀.”
마력 능력치 100. 이 정보가 시사하는 바는 절대로 가벼이 넘길 수 없다. 더구나 눈 앞의 마법사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중의 베테랑. 손짓 하나도 쉬이 넘길 수 없는 노 괴물. 물론 질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마볼로도 마찬가지일 터이니, 방심은 절대로 금물이었다. 아무리 내 클래스가 마법사에 강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일단 화정은 아낀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사용하면 체력이 어떻게 될지 몰라. 본 실력으로 확실한 기회를 만들고 마무리용으로 사용하는 게 나을 터.’
요행은 바라지 않는다. 그런걸 바랄만한 상대가 아니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이곳은 마볼로의 홈 그라운드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어차피 첫 격돌은 탐색전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초반 격돌에서 확실한 이득을 취하고, 상대방이 먼저 밑천을 드러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흠~. 이상한 힘을 숨기고 있고, 마법을 자를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검을 사용한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을 보아하니 마법 방어 능력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마법 방어는 충분히 뚫을 수 있겠지만, 검은 조금 위험할 것 같기도 한데…. 음….”
“…….”
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는 동안 마볼로는 나를 앞에 두고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법사나 연금술사의 종족 특성인 듯, 아예 턱을 매만지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까지 보여주었다. 곧 고심하던 그는 곧 흥미로운 표정을 내비치며 말했다.
“뭐야, 그럼 어떻게 싸우라는 건가? 흐흐…. 응?”
“차가움을 머금은 꽃잎은, 새벽 폭풍 아래 부서진 섬광이 되어.”
선공을 가할 셈인지, 김한별이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볼로의 얼굴은 또 뭔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는 표정을 띠더니 재빠르게 그쪽을 향해 시선이 돌아갔다.
“퍼져라!”
그리고 뒤쪽에서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마력의 흐름이 물씬 덮쳐 드는 순간, 나는 곧장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때였다.
“어딜!”
휘리릭! 콰앙!
역시나 대비하고 있었다. 전방에서 내가 달려드는 기척을 느꼈는지, 마볼로 또한 나를 향해 바로 손을 뻗은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서 무형의 밧줄이 나를 감싸 듦과 동시에, 손바닥에서 나온 푸른빛을 띠는 거대한 광선이 일직선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피하지 않는다.’
나는 전력으로 맞부딪쳐보기로 했다. 확실히 마력 능력치가 100이라서 그런지, 파동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무검을 일자로 세워, 정확하게 광선의 정 중앙을 찌르며 들어갔다.
콰콰콰콰!
이윽고 무검과 광선이 닿은 순간이었다.
파동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듯 거짓말처럼 반으로 갈라졌다. 분명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저항감은 거칠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었다. 마볼로도 자신의 마법이 이렇게 쉽게 잘리자 깜짝 놀랐는지, 환희에 가까운 표정을 보여주며 감탄을 흘렸다.
“오호!”
바인드 마법은 애당초 신경 쓰지도 않았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태양의 영광이 뜨거울 정도로 작열하고 그에 반응한 하늘의 영광이 푸르스름한 막을 내뿜는다. 그러자, 나를 감싸 안으려던 밧줄들은 막에 흡수되듯 스르르 사그라졌다. 마볼로는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이야, 재밌군! 너무 재밌단 말이야! 그럼 이것도 한번 실험해볼까?”
“그전에 네 걱정이나 하시지.”
“예끼 이놈, 어딜.”
끈임 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광선의 파동이 끝났다. 그것들을 모두 자르며 헤쳐 나오자, 마볼로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렇게 검기가 들어갈 사정범위를 계산하고 막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의 몸이 투명하게 유체화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양 옆으로 밀려드는 거대한 압박감들. 이것을 그대로 받으며 억지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나는 곧바로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꽝! 스르르….
‘중력 마법이었나?’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간은 흡사 압축기를 사용한 것처럼 이리저리 짜부라지며 뒤틀리고 있었다. 그 위력 충만한 마력에, 허공에 남아있던 잔상은 깃발이 나부끼듯 펄럭이더니 이내 허공으로 사르르 녹아 들었다.
“뭐야, 설마 겨우 이거에 당한…. 응?”
마볼로의 고개가 갸웃거리며 기울어지다가, 번뜩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놈의 뒤로 돌아간 상태였고, 검을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단 1초의 순간. 나와 마볼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하지만 그는 당황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처음부터 내가 자신의 마법을 뚫고 들어올 것을 계산했었는지, 몸은 이미 반투명하게 변한 상태였다. 나는 그가 더욱 여유를 부리길 바라며, 정수리를 쪼갤 듯 무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앞서 생각했던 대로 요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검을 내려치는 와중에도 빠르게 몸을 이동시키는 바람에, 처음 머리를 노렸던 검로를 수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훙! 싹!
“쯧.”
무검은 아쉽게도 마볼로의 왼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고, 곧이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앙상한 팔 하나를 볼 수 있었다.
툭, 툭툭.
연이어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이동 마법을 썼는지 마볼로는 재빠르게 나와의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아쉽다. 끝낼 수 있었는데. 확실히 나이는 똥구멍으로 처먹은 것은 아닌 것 같군.”
“…허허. 이럴 수가.”
마볼로의 얼굴은 볼만했다. 나와 전투를 벌인 이후로 처음으로 믿을 수 없다는, 살며시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표정을 회복했다. 그리고 자신의 잘린 왼쪽 어깨와 바닥을 나뒹구는 팔을 보며 박수라도 치려는 듯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물론, 외팔로 그것은 불가능했기에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한 손만이 의미 없이 허공을 가를 뿐.
“허허, 정말로 대단하구나.”
“…후.”
“방심했군. 실수했어. 직접 당해놓고도 믿기지 않아. 분명 이곳에서 물리력은 나한테 통하지 않을 텐데? 아니, 그전에 잘린 팔이 재생도 되지 않고 있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군.”
“큭, 꼭 너 같은 놈들이 그러더라.”
“응?”
전투 중 입을 열지 않고 있던 내가 말을 걸자, 마볼로는 마치 기다리던 사람처럼 반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은 투명해진 상태에서 서서히 원래의 빛깔을 되찾고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 사용한 마법은 자신의 육체를 다른 차원으로 옮겨 물리력을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근접 계열들에게는 아주 고약한 마법이었을 것이다.
물론 굉장히 고난도의 마법이기는 했지만, 애당초 그런 회피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무검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모든 차원의 존재를 타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술 전문가의 권능,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는 권능도 있다.
예전에 리치가 이와 비슷한 마법을 펼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나는 권능 하나만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그것이 무검의 특성과 합쳐짐으로써 상승 보정을 받아 말 그대로 ‘팔을 잘랐다.’ 라는 완벽한 판정을 나오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마볼로가 신이든 악마든, 내 앞에서는 그저 한 명의 인간 마법사와 별다를 바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무검을 빙빙 돌리며,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도발했다.
“얕봤다, 실수했다, 방심했다. 꼭 실력 없는 것들이 그러더라고. 인생도 아니고 목숨을 건 전투잖아. 왜 그렇게 손해보고 살아?”
“큭큭. 재밌는 녀석. 그래 네 말이 맞다. 아주 말하는 것마다 쏙쏙 맘에 드는구나. 아마 네가 로이드였다면 제법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나야말로 아쉽구나.”
“그건 내가 사양하지.”
“홀홀. 계집애처럼 튕기기는. 뭐, 그럼. 자네가 바라는 대로 나도 슬슬 전력을 다해볼까 하는….”
파앙! 파앙!
말하는 게 꼬락서니가 꼴 보기 싫어, 나는 위협용으로 가벼운 검기를 날렸다. 마볼로는 느긋하게 말하던 도중 깜짝 놀랐는지, 기겁하며 남은 손으로 검기를 소멸시켰다. 그리고 여태껏 지켜온 온화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외쳤다.
“씨발, 말 좀 하자 새끼야 쫌! 이 성질 급한 새끼야! 뭐 급한 게 있다고 그렇게 쉴 새 없이 몰아붙여!”
나는 멍한 얼굴로 마볼로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아무리 도발해도 허허 웃으며 받아넘겼는데, 말하던 도중 공격했다고 벌컥 화를 내다니. 확실히 성향에 적혀있는 대로 미치광이가 분명했다.
“그, 그냥 검기 한두 개만 날렸을 뿐인데….”
머리를 긁적이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다. 예정대로 정수리부터 쪼갰다면 어쩌면 전투가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아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었다. 탐색전에서 한 팔을 날리는 이득을 얻었으니 절대로 손해는 아니었다.
“후유, 미안하네. 잠시 실언을 했군.”
마볼로는 한두 번 심호흡을 하며 하나만 남은 팔을 들어올리더니 이내 쥐었던 손바닥을 쫙 펼쳤다. 그러자, 마치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맑은 빛이 그의 손바닥 안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무척 소중히 앞으로 가져오고는 흡사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으로 가볍게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빛은 길쭉한 막대처럼 늘어나면서 하나의 지팡이와 같은 형태를 이루어냈다. 쭉 늘어난 빛은 처음보다는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전체를 덮은 상태로 형형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는군. 아무튼 소개하도록 하지. 나와 일생을 함께해온 동반자일세.”
“오. 비싸 보이는데.”
“뭐? 오르도를 보고 고작 한다는 말이 비싸 보이는데? 킬킬킬킬! 다른 마법사들이 들으면 기겁하겠구나!”
“고작 무기 하나 꺼냈다고 너무 자신만만해하지 말라고.”
마볼로는 잠시 동안 미친놈처럼 웃더니, 곧 자신의 눈을 쓱쓱 닦으며 말했다.
“흐흐, 걱정 마시게나. 여기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자네의 소원대로 정말로 전력을 다할 생각이거든.”
말을 마친 마볼로는 다시금 오르도를 하늘 높이 올렸다. 그리고 우리와 대면한 후 처음으로 입을 열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 ───.”
드드드드. 드드드드.
그 순간이었다. S Zero 랭크로 되어있던 무 영창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마법인지, 주문을 외우자마자 이곳 저곳 펼쳐져 있던 경치 좋은 수풀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경치 좋던 풍경은 그렇게 순식간에 원래의 광경으로 돌아왔고, 곧 도시 전체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이 능력을 고작 한 놈한테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 솔직히 인정하도록 하지. 이것을 쓰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내가 질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네.”
쿠쿠쿠쿠! 쿠쿠쿠쿠!
“자네의 마법 저항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야. 이것은 대마법사의 칭찬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네. 아무튼, 이것은 자네가 원한 일이기도 하니 부디 치사하다고만 하지 말아주게.”
“치사하군.”
“…망할 놈.”
그 순간 마볼로의 몸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오르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그 범위는 너무도 거대해, 무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궁신탄영으로 한번 뛰어오르고, 이형환위.’
마법이 완전히 발현되면 귀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막 대지를 박차올라 허공으로 뛰어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대지를 디딘 곳곳에서 연녹색 마법진이 우수수 떠오르더니 무수한 방어 마법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방어 마법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저주, 디버프 등 온갖 종류의 마법들이 내게로 쇄도하며 마볼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으려고 했다. 무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그것들을 파훼하긴 했지만, 결국 초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공기를 울리는 웅혼한 마력의 소리. 그 거대한 흐름에 살짝 침을 삼키고 주변을 둘러보자, 도시를 이루는 바닥에서 수많은 마법진들이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푹! 쨍그랑!
스멀스멀 바닥을 타고 오는 마력의 흐름에 무검을 바닥으로 꼽자, 조각난 파편이 비산하며 와장창 깨져버린다. 그러나 진의 수는 너무나도 많았다. 수십, 아니 수백은 가볍게 넘어갈듯한 마법진을 보자 절로 감탄이 일어날 정도였다.
“어떤가?”
“?”
“이것이 바로 나만의 고유한 능력. 질서의 오르도를 이용하는 대 결계, 마법 도시 마지아의 정수일세.”
“흠.”
문득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약간 노출되어있는 그의 피부에는, 아까 봤었던 문양들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예의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각오하는 게 좋을 걸세.”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캐릭터 좌담회를 들려드릴게요!
로유진 (수현이 언제오나….)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 “이보세요. 로유진 님.”
로유진 “아 네 안녕하세요.”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 “안녕 못하고요. 하나만 물어봅시다. 오늘 연참하실거죠?”
로유진 “네? 네. 요즘 분량을 많이 넣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독자 분들이 감질나 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 “로유진 님 컴퓨터에 저장되어있는 다음 회 분량을 읽고 왔거든요. 내가 다른 말은 안 할게요.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지는 맙시다.”
로유진 “네?”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 “아니, 인간적으로 이러지는 말자고요.”
로유진 “아니, 그게 무슨….”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 “미친 화정 개 존~나 사기, X 사기잖아요. 아 완전 어이없네. 오늘 회에 뭔가 있는 것처럼 적어주셨는데 왜 이렇게 찌질 하게 끝나….”
로유진 “ㅋ.”
(로유진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마볼로 드 아일라이트 “하…. ㅜ.ㅠ”
『 리리플 』
1. 미월야 : 1등 축하 드립니다. 오랜만에 1등 코멘트에서 뵙는 것 같습니다. 하하. 역시 마음먹고 하시면 1등을 하실 수 있군요. 🙂
2. MT곰 : 이북 교정 준비하고, 하루 연재 분 준비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아직 많이 어색한 부분이 있네요. 그래도 주말에는 웬만하면 연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dbss : 쿠폰 감사합니다. _(__)_ 이번 전투는 다음 회에 끝낼 예정이어서요. 저도 얼른 즐거운 보물 탐험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
4. 프리맨 : 아, 그렇군요. 저, 죄송한데 할리퀸이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요? 네이버에 검색해봤는데 영 감이 안 오네요. ㅜ.ㅠ
5. asa2289 : 뀨? 뀨, 뀨뀨뀨뀨뀨. 뀨뀨뀨, 뀨뀨뀨뀨뀨. 뀨, 뀨뀨뀨뀨뀨! 🙂
6. 한방모드 : 이번 회에 장비 하나 나왔…. 흠흠. 아마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헤헤.
7. EH연 : 오호. 이틀 만에 정주행 성공이라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200회 넘어가는 건 아무리 빨라도 4일~5일 정도 걸리더라고요. ㅜ.ㅠ
8. 몽미르 : 헤헤, 감사합니다. 여관은 극 초기 시절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차차 지나고 대도시, 일반 도시 정복을 진행하면서 이라는 하나의 설정이 부여됐습니다. 천사가 설정을 부여한 사용자 아카데미와 아주 약간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9. 라티인형 : : 로유진은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낚시일까, 아닐까!
10. 노트님 : 음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회에 전투 끝내고 성으로 들어갈 예정인데…. 고민 중입니다. 조금 보기 편하시도록 수위를 낮출까, 아니면 예정대로 진행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쩝.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